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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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곱빼기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슨 이야기였더라.

그래그래. 제가 독신인 이유, 였었죠.

확실히 이제 적당할 나이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얼굴도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요.

당신 말대로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고.

뭐, 별건 아닙니다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이젠 10년 더 된 일입니다만, 제 친가 근처에는 유바라 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홀쭉하고, 둥근 안경이 인상적인, 언제나 상냥한 분위기의 소유자였죠. 안사람과 둘이서 같이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것 같다」는 것, 저는 직접 아내분을 만나본 적은 없거든요. 다른 이웃에게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봐도 적당하게 얼버무리기만 하고.

어쨌거나 나이도 비슷하고, 밖에 나오는 날은 대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기에, 유바라 씨와는 제법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해서 돌아오는 길에 유바라 씨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유바라 씨는 평상시와는 좀 다르더군요. 허리끈을 매고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은 유바라 씨의 가슴에 붙어 있었기에 잘 보진 못했지만, 크기로 보아 생후 6개월 정도 되어 보이더군요. 유바라 씨는 절 보자마자 인사를 했지요.

「아, 안녕하세요 요시노 씨. 자 앗군, 요시노 씨에게 안녕하세요 해야지.」

그렇게 말하고 유바라 씨는 몸을 흔들었지만, 「앗군」은 얼굴을 묻은 채였습니다.

아이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저는 유바라 씨에게 「육아 대디네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에요. 지금은 아내가 저런 상태니까, 제가 힘내지 않으면 안 되죠.」

아내가 어떤 상태인 건지, 라고 생각했지만 프라이버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잊어버리곤 헤어졌습니다. 그날 밤에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상당히 놀라시더군요. 역시 유바라 씨가 아버지가 되었단 소식은 처음 들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다 만난 유바라 씨에게는 다시금 변화가 일어나 있었습니다.

앞으로 안고 있는 아이와 또 하나, 아이를 등에 메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라서 저는 유바라 씨에게 물었습니다.

「쌍둥이였어요?」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아내가 또 낳아버렸거든요. 자 이쨩, 요시노 씨야.」

유바라 씨는 등에 업은 「이쨩」을 제게 보여주려고 몸을 굽혔어요.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반쯤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유바라 씨네 부자를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또 낳아버렸다」라는 말도 기묘했고, 「이쨩」은 아무리 봐도 「앗군」처럼 생후 6개월 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멍한 상태의 저를 뒤로하고, 유바라 씨는 집 쪽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앗군」과 「이쨩」은 유바라 씨에게 딱 붙어서, 말 그대로 어부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장을 보고 오신 어머니가 띄엄띄엄 말을 하셨습니다.

「저번에 말했던 유바라 씨의 자제분. 봤어.」

「아, 아기들. 쌍둥이였잖아요. 유바라 씨는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흔드셨습니다.

「다섯 명.」

「에.」

뭔가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이윽고 천천히 기억을 분명히 하듯 말씀하셨습니다.

「쌍둥이가 아니고, 다섯 명이야, 아기들. 두 명은 배와 등에 끈으로 동여매고, 그리고 둘은 양손으로 안고, 남은 하나는 유바라 씨 얼굴에 매달리듯이 목마를 하고 있더구나.」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단지 그런 유바라 씨의 모습을 상상하니 어딘지 오싹한 느낌만 들 뿐이었죠.

그리고 한동안 유바라 씨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대개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쳤지만, 뚝 끊기고 말았지요. 대신 주위에서 유바라 씨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만 들려오게 되었습니다.

「유바라 씨의 집에서 썩은 내가 난다」라던지.

너무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기도 했기에, 저는 유바라 씨의 집을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유바라 씨의 집을 방문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외견상은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분명 소문대로 불쾌한 냄새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원은 잡초로 황폐해져 있었고, 우편함은 조잡하게 처박힌 조간과 석간신문으로 넘쳐나더군요.

본인이 직접 와서 생각하는 것도 웃기지만, 별로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일단 문까지 가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기에, 그날은 돌아가려고 뒤로 돌았습니다.

유바라 씨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걸 유바라 씨라고 불러도 될지. 그래도 아마, 유바라 씨였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황토색 고깃덩어리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몇 명의 아기들이 얽히고설킨 것이란 걸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기들은 모두, 아마 유바라 씨에게 얼굴을 딱 붙이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여러 군데에서, 「쭈웁쭈웁, 츄릅츄릅」하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빨대로 바닥이 나려고 하는 끈적거리는 주스를 바닥까지 필사적으로 빨아들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와 아기 사이에서 조그마한 손발이 몇 개나 몇 개나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그 손가락 하나하나가 꿈지럭 꿈지럭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 움직임 탓에 전체가 구불구불 파도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말벌 제거 프로그램을 하잖습니까. 거기서 나오는, 일벌이 군집한 벌집. 그것과 뭔가 비슷했습니다. 나 있는 손발 중 몇 개인가는 인형처럼 꿈틀거리거나 움직이지 않아, 묘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유바라 씨는 어쨌거나 커져 있었습니다. 저는 신장 170 미만이긴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훨씬 높았고, 너비도 적어도 성인 3명을 합친 것 정도는 되어 보이더군요. 온몸에 찰싹 달라붙은 아기 때문에 「불어난」 건지, 아니면 유바라 씨 본인이 커진 건지는 좀처럼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그게 제 쪽으로, 정확히는 집의 문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왔습니다.

기겁을 하고 뒷걸음질치며 옆으로 물러난 저를 개의치 않고, 아니 그저 앞이 보이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바라 씨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유바라 씨의 허리 근처에 붙어 있던 아기 하나가 목만 덩그러니 이쪽으로 돌렸습니다.

처음으로 유바라 씨 아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툭 하니 커다랗게 튀어나온 초점이 맞지 않는 눈과 위아래로 난 두 개의 치아가 인상적인 얼굴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분명히 저를 향해서, 노인 같은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곧바로, 유바라 씨의 흐릿해진 목소리가 아기와 아기 사이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왓군, 안된단다. 요시노 씨는 왓군의 엄마가 아니야. 지금은.」

그 말이 귀에 들려왔을 때는, 문은 닫혀있었습니다.

그 뒤로 제가 유바라 씨와 만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슬슬 자리를 잡을까 생각할 때마다 유바라 씨 부자의 말이 생각나게 되었습니다. 웃긴 일이지만 그게 묘하게 신경이 쓰여서 지금도 독신인 상태로 있는 겁니다.


미안합니다, 시시한 이야기였네요.

대체 「엄마」라니 이상하죠. 저는 남자인데도요. 어떻게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걸까요. 웃기는 일입니다.


실례합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곱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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