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넥타이, 그리고 검은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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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니까 간단하게 한줄 일기 쓰자. 1/1

야근했다. 그 참 새해인데 좀 봐줄 수 도 있는거지 왜 야근을 시키고 그러지 1/2

친구가 기밀이라 쓰여진 사이트에 들어간걸 스크린샷을 보내며 혹시 자신이 죽으면 자기 유품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국정원 출신이란 놈이 저런짓 하다가 여기로 이사온건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1/3

어제는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잤는데 어제는 별거 없었으니 무시하자.

오늘은 좀 길게 써야겠다. 오늘 도서관에서 책 좀 볼거있나 봤는데 ‘은하수를 모험하는 히트하이러를 위한 안내서’ 인가 그거 재밌었다. 아직 앞부분 밖에 못봤는데 줄거리는 주인공이 외계인 작가 친구랑 지구 파괴되는걸 간신히 튀어서 우주선에 탔는데 다른 외계인이 걔네를 고문했다. 생각해보니 해병대때 기억ㅇ여기 까지만 쓰겠다. 1/5

월요일인데 야근은 안함. 뭐 그저 그럼. 1/6

며칠 전 친구가 보내준 스크린샷 다시 보니 꽤나 디테일 하다. 걔가 평소에 자주 그러고 놀리긴 하지만 이정도 퀄리티는 아니었다. 이번엔 제대로 놀리려고 그러나? 그리고 전구 새로 사야된다. 1/7

오는길에 후임 만나서 한ㅈ 좀 마셨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지만, 돈은 아니다. 그래도 몸은 영원히 기억하겠지.
나 취했다 1/8

목요일이다. 야근시러 1/9

오는길에 친구집 근처에서 ‘맨 인 블랙’에 나올거같은 사람들이 있는걸 봤다. 대충 생긴건 검은 정장 입고 대머리인데, 컨셉은 아닌거 같지만 굳이 신경쓸 이유는 없으니 무시하고 욌다. 1/10

책 반납하고 오다 한잔몇잔했다. 전구사고 버스탔다가 버스에서 잠깐 졸아서 집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평소에 못보던 술집이 있길래 생각보다 일찍 장사해서 문 샤인 쭉 들이키고 안 뻗어서 더 마셨도 안뻗어서 그냥 왔다.
도수좀 높게 해달라 했음 좋았을텐데. 1/11

어제 바에서 돈 안내고 갔다고 내가 흘린 지갑에서 청구했댄다. 아니 왜 안 뻗는지 이해가 안되네.
근데 맛은 좋드라. 1/12, 술 깨고

이벤트 하길래 한번 해봤다. 결과는 금요일. 1/13

지갑 두고 온거 찾으러 갔다가 바텐더 안보이길래 몇분 앉아있었다. 전에 갔을땐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괜찮드라. 1/14

이벤트 한거 1등 상품은 라면 한 박스, 2등 상품은 전기밥솥, 3등은 넥타이다. 누가 한건진 몰라도 난 상품을 저렇게 주진 않을거다. 1/15

야근 끝나고 오다 하늘을 봤더니 달이 크더라. 그러고 보니 뭔가 잊은거 같은데? 1/16

아직 지갑을 못찾아서 다시 술집 가서 받았다. 그리고 이벤트 그거 한거 3등이다. 왜 3등 상품이 넥타이일까? 그냥 먹는거면 좋을텐데. 예를 들어 술같은거 1/17

그 ‘맨 인 블랙’ 에 나올것 같다 한 그놈들이 왔다 갔다. 그땐 침대밑에 잘 숨어있었음. 별 일 없겠지? 1/18

넥타이그거 그거 뭐냐 그거 줬다. 그거 바텐더 줬다. 근데 머리가 아퍼 1|19 소방챠

집에 있던 보드카 넣으니 취하네. 근데 넥타이를 줬으니까 토요일에 받아올거임. 그리고 또 그 악몽 아니다 그냥 자자 1/20

친구한테 연락해서 넥타이 받아오라 시킬려니까 친구가 연락이 안된다. 필요할때만 없어. 1/21

혹시 모르니 내가 죽었을때 얘기 하겠다. 할려고 했는데 할 얘기가 없다. 그러면 누가 이거 읽었을때 쓸거다. 생각좀 하고. 이따구로 써서 죄송함. 뭐 읽을사람도 없는데. 1/22

야근 했다. 술집 갈까? 1/23

내 지갑 사라졌다. 두고왔나? 감. 1/24

아 설이지
친구 잘 있는지 봐야겠다. 그리고 연휴중이라도 술집은 하겠지? 1/25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그렇게 술집에 많이가지? 뭐 맛은 좋지만 그래도 요즘 너무 마시는데? 1/26

아 지루하다
지루해
어쩌면 쓸쓸한거고
가족도 없고 친구 연락도 안되고 술 밖엔 답이 없다. 1/27

아 맞다 넥타이 1/28

내가 쓴거 읽어보니깐 한달 참 잘도 보냈네.
근데 친구 그놈 아직도 연락 안되서 내일 가봐야 겠다. 1/29

야근하고 왔음 매우 피곤함. 1/30

친구가 없다. 외출도 잘 안하는 놈인데 어디갔지? 1/31
지금 생각해보니 걔 담배피고 있을 수 도 있었겠네. 1/31

병원 가봐야 겠다. 건강검진 받으러. 2/1

한달동안 바뀐거/생긴거 : 술집 찾음, 친구가 담배핌, 넥타이 바텐더 줬음. 이번달엔 적당한 취미 하나 찾아야지. 2/2

바텐더가 넥타이 맬려나? 2/3

TV는 바보상자가 맞다. 특히 요즘 광고들. 2/4
뉴스에서 쌀나라에 괴물이 돌아다닌덴다. 먼 나라니까 큰 상관은 없는데 아마 ‘사실 합성입니다!’ 그런거겠지. 2/4

친구 연락이 안되서 집에 갔더니 며칠째 비워진거 같다. 여행간거 같은데 자기집 비밀번호를 알려줄 만큼 친한 친구에게 연락도 안하면, 신혼여행? 2/5
그건 아니고 여친이랑 간거같네. 2/5

술마시러 가서 한잔만 하고 왔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 넥 씁. 2/6

친구가 엄청 오래 집을 비웠다. 2/7
친구에게 무언가 일이 생긴거 같다. 걔 그래도 어디 갈땐 손수건 꼭 가져 가는데 두고갔다. 일단 내가 일단 가져왔는데 만약에 집에 온다면 전화하겠지. 2/7

생각해 보니 해외 여행갔거나 기숙사가서 일하는거 같다.
급하게 간거 같다. 오면 치킨사줘야지. 2/8
아니지 사달라 해야지 내가 사줄 이유는 없지 2/8
무사하겠지? 2/8
아몰라 마시러 감 2/8

독하게 해달라 해도 안뻗어! 2/9
독하게 해도 가격은 같네. 2/9

방금 전에 그 맨인블랙 그놈들 친구집에 들어가더라. 가봐야 하나? 2/10/00:23
방금 전이 아니라 한 삼십분 전이네. 2/10/00:24
그놈들 진짜 뭐지? 2/10/00:26
뭔가 있는거 같지만 전에 해병대때 그냥 생각말자. 회사 가야하니 자자. 2/10/00:29
또 그 악몽꿨다. 그냥 가만히 있 그냥 자자. 2/10

기쁨 슬픔 기쁨 슬픔 기쁨 슬픔 기쁨X기쁨=기쁨 슬픔X슬픔=기쁨 슬픔X기쁨=슬픔 기쁨X슬픔=슬픔 기쁨 기쁨 슬픔 슬픔 슬픔 슬픔 기쁨=슬픔=기쁨??=슬픔?
모두가 행복했음 좋을텐데. 2/10

PTSD인가 그거 또 생긴건지 정신상담 또 받아야 된다하는것 같다.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2/11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자신은 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할테니 앞으로의 연락은 힘들겠다고 했다. 아직 인사도 못했는데. 2/12

야근했다. 2/13

마시러 갈까? 이정도면 알콜중독이 아닐까? 가자. 2/14


이게 아마 마지막 일기일거다. 메모수준 이긴 하지만.
난 총을 맞았고, 손수건으로 지혈중이다.
바에 가다가 골목에서 소리가 들리길레 봤더니 바텐더가 놈들에게 둘러싸인걸 보고, 이번만큼은 꼭 막아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소리쳤고, 난 총에 맞았다. 그 틈을 타 바텐더가 그놈들을 다 때려눕혔다.
그 바텐더, 생각보다 엄청 잘싸운다. 상황 정리 됬을때 쯤엔 바텐더는 사라졌고, 난 어차피 죽을거 같은데 병원보단 이거나 쓰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지금 이러고 있다.
그래서 뭐 저기 친구 사진도 보이고 전등도 켰으니 빛이랑 친구랑 보이는거니 이대로 죽는것도 괜찮겠다. 이젠 회사도 안가고 좋지.
그리고 전에 못한 얘기, 내가 뒤지게 되면 내 제사상에 술 좀 올려줘라. 문 샤인, 독하게 해서 올려둬라.
그래서, 이렇게 죽는것도 괜찮네. 2/15

지금쯤이면 뒤질줄 알았는데 안뒤진다.
병원에 갈거다. 이 뒷내용이 없으면 뒤진줄 알고 제사상좀 올려주라. 2/15/01:07







나 안 죽었다. 못 죽은거일 수 도 있고.
병원갔다가 정신차려보니 병상이었다.
이제 할 얘기가 늘었고, 바는 임시 휴업했고, 흉터도 생기고. 뭐 이쯤이면 되겠지. 그런데 ‘맨 인 블랙’ 그놈들은 진짜 뭐였을까? FBI? 4/2, 병원에서 막 나오고
이제 난 카드 마술좀 배워서 마시며 보여줄거다.
이 일기장은 뒷부분도 좀 남고 해서 카드 마술 얼마나 잘하는지 쓸거다. 보통 여기서 끝이라고 해야겠지만 마술 얼마나 잘하는 지 쓸거니까 안 끝. 4/2

아직 부족하다. 실수를 줄이는것 부터 해야겠다. 4/3

아무래도 그 바텐더를 좋아하는것 같다. 아닌줄 알았는데, 맞는거 같다. 4/8

좋은 좋아보이는 계획이 있다. 마술 하다가 하트 A 보여주면서 고백하는 거다. 그럼 일단 연습해야 겠다. 4/9

내 다시는 저런거 안한다고 맹세한다.
동성애자. 바텐더가 자기는 동성애자 라고 거절했다.
그냥 그때 총맞아서 뒤지는게 ㄴ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난 그냥 모태솔로로 살다 뒤질렌다. 4/15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바에는 ㄱ
그래. 취하자. 아무생각 하지말고 마시는거다.
달빛을 쭉 들이키는 거야.
아무리 내 인생이 꼬였어도 바텐더는 거기 있을거니까.
더 쓸 필요도 없어. 내 할일이 뭔지 알았다.
달빛이 밝은 날이다.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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