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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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달의 아이

Moonchild


재단 정보부는 연구 시설이 내보낸 긴급 구조 신호를 가로챘다. 5분 후 원래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BE 대응팀 대신 재단의 현장 요원들이 연구 시설에 침입해 시설 내에 보관되어 있던 자료와 자산들을 최대한 회수했다.

파스칼은 앞서 그가 예상치 못하게 나루를 맞닥뜨렸던 바로 그 언덕 위에 서서, 일을 끝마친 현장 요원들이 빼앗아 탄 BE 호송 차량이 아무 문제 없이 유유히 진입로를 따라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덕 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음을 감지한 파스칼은 뒤를 돌아보았다.

"놀랐구먼, 내 다른 요원들도 꽤 수완이 좋지, 응?" 에드워드 덴브래스가 파스칼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인정하죠. 아주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더군요." 파스칼이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사실인가?"

"뭐가요?"

"PoI2가 살아돌아왔다면서."

"아. 네."

"허."

파스칼은 이상하게 무미건조한 공작관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에드워드는 혀를 찼다. "이 바닥에서 죽었다가 살아돌아온 사람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 어차피 그 친구는 다른 PoI, 그러니까, 그 BE랑 아주 사이가 돈독하던 청년에게 또 죽었다면서."

파스칼은 아주 사무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제가 그렇게 보고했었죠."

"시체를 찾지 못해서 유감이군. 그 자의 시신이 타버렸다고 했던가?"

"폭발에 휘말렸죠. 재도 안 남았습니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증만 더 커져 가는군." 에드워드는 팔짱을 꼈다. "자세한 내용은 애들을 디브리핑하면서 들을 테지만, 그래도 자네한테 먼저 물어보고 싶군. 대관절 저 아래서 무슨 괴상한 일이 일어났던 건가?"

"아마테라스 프로젝트는 형편없이 실패했고, 연구실에서 940KO가 폭발, 그러니까, 말그대로 폭발해버리는 바람에 시설 전체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중간에 PoI2가 난입한 것만 빼면, 기본적으로는 상부가 예상한 대로 된 거죠."

"내가 뭐랬나." 에드워드가 파스칼의 등을 툭 쳤다. "그 쪽이 우리보다 아는 게 많다니까."

"아, 그러세요?" 파스칼이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

날카로운 비판을 받은 에드워드를 구한 것은 바로 휘하 요원의 연락이었다. 공작관은 자신의 폰으로 날아온 암호화된 메시지를 잠시 주의깊게 읽고, 메시지가 파기된 것을 확인한 뒤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뭐라더랍니까?" 파스칼이 물었다.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했다고 했지, 뭔 말을 더 해." 에드워드는 약간의 장난을 담아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다시 미소지었다. "농담이고, 저 아래서 예상 외로 많은 걸 건진 모양이야. 장비들이랑 데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중요 인원 두 명도 손에 넣었다고 하네."

"중요 인원이요?"

"고다 스에히로와 신승연. 신승연 군은 의식이 없고, 고다 박사는 차라리 혼수상태인 게 나을 법한 상태라고 하네."

"일생일대의 연구가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면 저라도 그랬겠습니다."

"실려가는 동안 계속해서 '태양신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중얼거렸다던데, 이게 무슨 뜻인지 짐작 가는 거 있나?"

"전혀요."

"불쌍한 늙은 양반 같으니. 크게 상심한 모양이지. 아, 그리고 아까 PoI2가 연구 시설 위에 월석을 떨어뜨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연구실 한가운데에요, 예."

"그런 건 없다고 하던데."

"네?"

"운석 같은 게 떨어진 흔적은 있는데, 정작 월석이나 운석 같은 건 아예 조각 하나도 보지 못했다는군."

"그거 이상하군요."

"어디 이번 작전에서 이상한 게 한둘이어야지." 공작관은 그렇게 말하며 파스칼의 등을 쳤다. "걱정 말게, 클라인 요원. 자네는 이번에 아주 훌륭했어. 다음번 승진 심사는 기대해도 되겠는걸."

"예, 뭐, 감사합니다."

"이제 내려가세. 차가 박살이 났다면서? 내 차에 타면 되겠군."

"먼저 내려가십쇼.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왜?"

"어……" 파스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하늘을 보고 말했다. "……달이 예뻐서, 잠깐 보고 가려고요."

에드워드는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한 차례 내고 언덕을 먼저 내려갔다.

파스칼은 에드워드가 언덕 아래로 사라진 뒤 잠시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면, 이제 다 끝난 거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파스칼은 그의 질문에 답하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강나루가 10월 밤의 추위에 덜덜 떨면서 언덕 언저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루의 손을 잡은 한 아이가 있었다. 키는 나루의 어깨 아래까지밖에 안 오고, 하얀 피부에 금발 금안을 가진, 특이하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이가 입고 있는, 누가 봐도 아까 전에 나루가 입고 있었던 검은 코트였다. 나루는 그 탓에 덜덜 떨고 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이제 신소연 양은 사고 이전의 나이로 돌아간 건가?"

"뭐? 아, 이 아이는 소연이가 아니야. 열다섯 살 때 소연이랑 똑 닮긴 했지만, 소연이는 금발이 아니었지. 눈은 말할 것도 없고." 나루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머리를 애정을 담아 쓰다듬었다.

"신소연 양이 아니라면, 그 애의 정체는 뭔가?"

"소연이."

"장난해?"

"그리고 아마테라스 프로젝트가 소연이의 몸에 강림시켰던 어린 태양신이랑, 달의 파편이 한데 섞여서 태어난…… 글쎄, 뭐라고 불러야 될 지 모르겠군. 굳이 말하자면 인간에 한없이 가까운 달과 태양의 아이라고나 할까."

"배경이 엄청나군.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데?"

"소연이가 선택한 거야." 나루는 대답했다. "그 아이는 더 이상 자길 포함해서 누구도 해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불행한 일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회귀하기로 결정했지. 좋은 것들은 포기하지 않은 채로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취사선택을 할 자격이 있으니까. 여하튼 그래서 지금 언덕에 서 있는 이 아이는 소연이의 사고 이전 기억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스스로를 소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 그래서 자기도 약간 혼란스러운가봐."

"이름은?"

"아직 없어."

"보아하니 옷도 없는 모양이지." 파스칼이 아이가 입고 있는 나루의 코트를 슬쩍 보고 말했다.

"그거야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 됐어." 나루는 달달 떨면서도 자신있게 말했다. "사실 약간 막막하기는 해. 하지만 없는 사람 호적도 여러번 만들어 본 적 있으니까, 아마 이번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서 말인데, 고마워."

"뭐가?"

"네 상관한테 우리 둘이 죽었다고 해 준 거. 그쪽도 들통나면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

파스칼은 헛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 끝난 일을 두번 세번 건드리는 건 감독관님 취미가 아니고, 또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나름대로 유능한 요원이란 말이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아."

"그건 다행이네."

"그리고, 어디까지나 너희가 향후에 재단의 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서서 한 일이니까 너무 낭만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않는 게 좋아. 저번에도 그런 식의 판단을 내렸다가 큰코다친 적 한 번 있었잖아. 앞으로는 재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 거야. 그것도 만에 하나 나랑 마주치게 된다면…… 뭐, 넌 내게 빚을 졌다는 걸 기억하라고."

"알겠어." 나루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파스칼은 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지금 당장 긴장하라는 소리는 아니었던 거 알지? 안심해."

"어, 그래."

"함께해서 즐거웠다, 강나루. 다신 만나지 말자." 파스칼은 손을 흔들고 약간 걸음을 서둘러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언덕 위에는 나루와 아이만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추위에 몸을 있는 대로 움츠리면서도, 밤하늘에 뜬 밝디 밝은 보름달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아름답지?" 나루가 아이에게 물었다.

"네, 아름다워요." 아이가 대답했다. "그리고 아주 밝네요."

"보름달이니까. 달이 지구에게 방해받는 일 없이, 태양빛을 그대로 받아서 반사하고 있는 거야. 아, 그렇지."

나루는 달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아이에게 향했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저렇게 밝게 빛나는 달을 '휘영청 밝다'고 말하곤 했었지."

아이는 나루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달의 아이인 네게는 그런 표현이 이름으로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루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덧붙였다. "'휘영청'은 어감이 그닥 예쁘지 않으니, 한 글자만 떼어내서 '휘영'이라고 부르자. 이제 휘영이 네 이름이야. 어때?"

"'휘영'이요?"

"그래."

"휘영이라……" 아이는 코트를 턱까지 끌어올리면서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그래요. 좋은 이름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데?"

휘영은 코트에 얼굴을 파묻고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그…… 쪽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나루는 킥킥거리면서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온갖 호칭들로 가득 차 볼풀처럼 된 그의 머릿속 단어장을 휘저은 끝에, 그는 제일 덜 부담스러울 것 같은 호칭을 생각해냈다. "내 이름이 강나루니까, 그리고 소설도 가끔 쓰고 있으니까…… 강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될려나."

"'강 작가님'?"

"아니면 그냥 '작가님'이라고 불러도 돼."

"알겠습니다, 작가님!" 휘영이 갑자기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루는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 했다.

나루는 당황 때문에, 휘영은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벌게진 얼굴을 모두 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밤하늘의 고귀한 여신이,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하며 미소를 지었다.


moonchild.jpg

<아마테라스와 달빛>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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