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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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게 대체 뭔가요?" 소녀는 큰 아이스크림 통을 오른 팔에 끼고 있었다. 그녀의 크고 냉철한 눈망울은 거대한 하나의 배양통을 담아내고 있었고, 동시에 그 눈망울엔 호기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건 장난감이란다."

의학박사 겸 철학박사 겸 치의학박사 겸 변호사인 레지널드 필버트 라이오넬 아치볼트 웨스팅하우스 원더테인먼트 박사 3세가 대답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바보스러운 웃음을 띄고 있기도 했다.

실험실의 공기가 그들을 조금씩 건드리자, 박사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좋은 사업가가 되는 것과 별개로, 그는 좋은 아버지가 되는 일이 너무나도 힘겨웠다.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그의 할일이 몇 배는 더 불어난 것만 같았다. 아버지도 이랬을까? 그는 골똘히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아마 결코 알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는 조심해야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의 아들이었음으로.
그는 자신이 쥐고 있는 딸아이의 작고 여린 손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엄청난 아이를 만들어냈다니. 아차, 감상에 젖어 벌써 몇 초나 말을 안했다. 그는 어색함이 찾아올세라 냉큼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은 아빠가 새로 만들어낼 장난감들의 프로토타입… 아니, 선배이기도 하단다." 선배라.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 엉성한 게 선배라니. 이미 인간형 장난감 프로젝트는 한참 전에 시작되었고, 개중엔 뛰어난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이게 선배라고 지칭받다니, 안될 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박사는 자신의 말을 후회했다.

소녀는 아이스크림 통을 바닥에 얌전히 내려놓고는 배양통으로 다가갔다.

"그냥 갓난 아기같아요."

박사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물론 갓난 아기는 맞지만, 그냥 갓난 아기는 아니야. 그 아이는 매우 특별한… 뭐였지? 제시?"

그의 비서는 조용히 그들 뒤의 어둠 속에서 걸어와 그의 손에 사전을 쥐여쥐고는 떠났다.

"아, 그렇지. 이 아이는 변칙 능력…아니, 초능력이 있어! 아직 한 생명체에 몸에 인위적으로 초능력을 쑤셔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아주 작은 초능력밖에 부여하지 않았단다. 아쉬운 일이야. 내가 생각할 때는 달이나, 물고기나, 달콤한 걸 한데 뒤섞으면 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구나. 우리 딸은 어떻게 생각하니?"

"저도 동의해요, 아빠. 그런데 이 아기의 이름은 뭐에요?"

"그게 문제란다. 아빠가 작명에 조금 약하잖니. 그래서 생각한건데… 이 아기를 네게 선물로 주마!"
박사는 매우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여주는 것은 현실의 일을 체험하게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발상이었다. 그는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소녀는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스크림 통을 다시 주워들고는 그 속에서 스푼을 찾아 퍼먹기 시작했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그녀만의 표시였다. 박사는 얼굴을 굳혔다. 또 실패다.

"대체 알렉실바 논문은 왜 이 모양인 거지? 유아교육과에 전화 좀 해야겠어. 제시? 버튼 갖고와."

비서는 그에게 크고 빨간 버튼의 리모컨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는 버튼을 눌렀고, 모든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우리 딸은 어떻게 생각하니?"

"별로요."

그는 다시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는 아이스크림 통을 집어 들었다.

다시 시작.


"어떻게 생각하니?"

"전 이런 걸 선물로 받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빨간 버튼이 눌러진다.


"어떻게… 아니, 됐다."

박사는 딸아이가 아이스크림 통을 집는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1520번째 딸아이였고, 이젠 제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한 번만 더 해보지. 버튼 줘."


"어떻게 생각하니?"

"우와! 이런 선물은 정말 새롭고 처음이에요! 아빠, 감사해요. 정말 잘 키워볼게요."

박사는 너무나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빙그레 웃었다. 이번 딸애는 자신과 마음이 정말 잘 맞는 것같았다. 어느새 소녀는 배양관에 달라붙어 아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돌아가서 아내에게 아이스크림을 올린 팬케이크를 해달라고 할 작정이었다. 딸애와 함께 나누어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아빠! 저 얘 이름 정했는데 말해봐도 돼요?"

박사는 더욱 기쁨을 느꼈다. 자신을 닮은 듯, 이런 넘치는 아이디어까지 가지고 있다니! 정말 최고의 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한 쪽 책상에 내려놓은 빳빳한 종이를 쥐었다. 와우!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맞춤형 인간형 장난감… 그는 주머니에서 빨간색 크레용을 꺼내 종이에 커다랗게 X표를 쳤다.

"말해보려무나."

"저기요 씨는 어때요?"

"씨?" 그는 잠시 고민했다. ~씨라는 호칭이 아이들에게 먹히지 않은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사업가적 두뇌가 돌아갔다. 저게 잘 팔릴까? 그러나 한 쪽 구석에서는 아버지적인 의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이사벨 혼자만의 장난감이니, 맘대로 하게 냅두자. 그는 생각을 멈추고 소녀에게 얼굴을 돌려 웃어보였다. 그러라는 뜻이었다. 좋은 아빠가 되기란 너무 쉽군.

그는 주머니에서 지우개를 꺼내 예의 그 종이의 X표를 지우고 맞춤형 인간형 장난감 부분에 리틀 미스터라는 글자를 적어 넣었다.

1521번째 이사벨은, 자신의 쌍둥이 자매들의 시신을 발로 걷어내곤 배양관에 얼굴을 갖다대었다. 신기하게도, 아기가 이사벨 쪽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넌 이제부터 저기요 씨야. 그리고 넌 내 동생이야."

아기가 꿈틀대는 것을 바라보며, 이사벨은 아빠의 그것과도 닮은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장난감 상인에 어울리는 미소였다.

저기요 씨는 죽음과도 같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20분 뒤 집 거실로 올라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비명을 들을 것도, 2주동안 경이적인 속도로 자라나 자신의 누나에게 신기하다고 조금 꼬집힘당할 것도, 앞으로 그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 것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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