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시즈메 ██ ██씨의 서거를 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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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구락부 회보

전 하시즈메 ██ ██씨의 서거를 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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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삼종】
니코고리
근피 나메로우
육초밥

【니쿠스이】
우듬지 오스이모노 구기자 시타테

【무코츠케】
석류 로스트

【고한모노】
뚝배기밥


시오코시는 술로 푹 삶고 식혀 굳혀서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니코고리에,
나메로우는 근피를 두드려 된장과 참기름으로 무치고, 얇게 회뜬 석류를 올린 육초밥에는 향기 높은 와사비를 곁들였습니다.
우듬지 오스이모노는 구기자 맛이 풍부하면서도 육수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고, 로스트는 아주 부드러워 씹자마자 터지는 감칠맛이 뚝배기에 지은 밥과 어우러지니,
이 날을 위해 준비해온 십번대의 『카롤 디 프로스페리타』도 식탁에 꽃을 더했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쿄토는 코죠에서 전 하시즈메 ██ ██씨를 애도하는 만찬회를 치뤘습니다.

전 하시즈메와의 기억이 지금도 아직 선명합니다.
그와는 같은 구락부에 속하는 동지였을 뿐 아니라, 서로 친분을 쌓은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인지 그의 상실은 저에게 뜻밖의 외로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수십년 전, 의학 종사자로 유명한 그가 왜 구락부에 들어왔느냐 물은 적이 있습니다.
무례한 물음에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그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아직도 제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다랑어의 붉은 살이나, 영몽의 단면이나, 꼬투리 속의 완두나 ― 그런 것들로부터 다양한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소리라 하면 또 파악하기 어려운 말씀이지만, 보는 것에 따라 각기 물소리나 범종 소리, 또는 나뭇잎이 사각대는 소리나, 짧은 피아노 선율이니 뭐니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며, 그는 특히 좋아하는 소리와 분위기가 비슷한 것으로 바흐의 아리아를 꼽았습니다.

모종의 공감각 같은 것일까 하며 저는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동시에 저는 첫 질문의 대답을 생각했습니다.

즉 그의 귀는 ― 엄밀한 정의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 재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는 직장에서 병리해부를 하던 중에, 따오기색으로 떠는 지방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을 들은 뒤로 저는 그가 무언가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저것은 어떤 소리가 났던 것일까” 궁금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들은 소리는, 저에게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가시고, 만찬을 위해 그 유체를 회뜨면서 ―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라 그의 귓불을 덥석 물었을 때, 바로 그 때에만 저는 그의 석류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그것은 확실히 골트베르크 변주곡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제가 아는 한 아주 특별히 깨끗하고 투명한 소리였습니다. 겸손하고 총명했던 생전의 그 그 자체의 소리였습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석류를 사랑했던 그의 유체는 매우 기막힌 미미였고, 차마 입에 담기도 저어되는 방순함이 있었습니다.
위대한 공적을 남기신 전 하시즈메 ██ ██씨에게 깊은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이 자리를 빌어 애도의 뜻을 표하겠습니다.
또 전날 발표되었던 대로, 새로운 하시즈메는 ███ █씨가 습명합니다.


(記・아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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