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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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맙소사! 새로운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새롭게 만들어낸 한정판 시리즈, 리틀 미스터즈를 기어코 찾아내셨군요! 할로윈 양과 함께 오직 여러분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모든 미스터들을 모아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되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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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삼켜도 무해하나 먹지 마세요. 3살 이하 아동의 손에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위 상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원더풀 랜드를 나온 할로윈 양은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놀라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들숨과 날숨이었다. 할로윈 양은 벌써 꼬깃꼬깃해진 "미스터즈 명함" 종이를 사탕으로 만들어버리고는, 깨끗한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마법 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오늘의 첫 수확이었다.

할로윈 양의 머리는 잭 오 랜턴으로, 삐뚤빼뚤하게 파인 눈코입구멍 사이로는 따듯한 촛불 하나가 타오르고 있었다. 옷은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는 걸 따라입었는데, 원더풀 랜드를 나온 당장은 흰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할로윈 양은 할로윈을 기념해 만들어진 장난감이었다.

"좋아, 가볼까!"

할로윈 양은 과하게 활기찬, 어딘가 우스꽝스러워도 보이는 몸동작과 함께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할로윈 양의 오늘 목표는 사탕 100개였다.

볕이 잘 들어오는 이 사무실은 항상 특유의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다. 항상 조용하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따듯하면서도 어딘가 서늘한 그 분위기는 아마 그 방의 주인으로부터 비롯되었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짐작했다.

"세계 오컬트 연합 한국지소 작전운영관 가야금"이라는 기나긴 수식어가 적힌 명패도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할로윈 양은 이 방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막 문손잡이를 잡은 참이었다.

"절걱, 절걱."

"음?"

사실, 할로윈 양은 문이 잠겨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몇번이고 돌아가지 않는 문손잡이를 보며 의아함을 품는 할로윈 양이었지만 어찌되었든 큰 문제는 없으리라 짐작했다. 할로윈에 귀신을 환영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은 없으니까. 할로윈 양은 목소리를 큼큼 가다듬은 다음, 자신이 아는 한 최대한 경쾌한 박자로 문을 두드렸다.

"똑 또독 똑 똑."

반응은 없었다.

"똑 또독 똑 똑."

또 없었다. 이번에는 박자를 바꿔보았다.

"똑 똑똑똑똑 똑 똑똑"

할로윈 양은 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살폈다. 분명 안에 사람은 있는데,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가야금은 그런 할로윈 양의 모습을 보안 화면으로 보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한번쯤 있으리라고는 생각했다마는, 일개 초상위협에게 한순간에 연합 거점의 모든 보안 체계가 뚫리는 날이 오늘이리라고는 가늠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똑똑똑. 똑 똑 똑. 똑 똑—"

가야금은 문 너머의 누군가에게 반응해주는 대신 비상 버튼을 누르는 쪽을 택했다. 덕분에 무장경비들에게 신호가 전송된 상태였고, 1분이 지나기 전에 이 방에 도착할 터였다. 이제 침착하게 기다릴 일만 남았지만, 모든 보안 체계가 뚫린 시점에서 1분이라는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할로윈 양은 충분히 노크를 했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 너머의 상대가 통상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번의 발길질로 기타 잡다한—폭탄에도 뚫리지 않는—보안장치가 달린 문을 부숴버리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릭 오어 트릿!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야!"

가야금은 그 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다. 왼손으로는 책상 밑의 긴급 기적술 보호막 버튼을 눌렀고, 오른손으로는 서랍 속 권총을 꺼내들어 눈앞의 호박 머리에 두 발, 가슴에 한 발씩 쐈다. 커다란 총소리가 건물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가 쏜 납탄은 총구를 나서자마자 막대사탕으로 변해 할로윈 양의 발치에 툭하고 떨어졌다. 총구에는 화약 연기 대신 단내가 피어올랐다. 당황의 기색이 역력한 가야금의 얼굴을 마주한 할로윈 양은 그 막대사탕을 줍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사탕 감사합니다! 해피 할로윈!"

그러고선 할로윈 양은 비상 신호를 받은 경비들이 복도의 문을 격하게 열어젖히기 직전의 순간에 사라졌다.

아디다스 자켓을 대충 걸쳐입은 여자와 한 중년 남성이 편의점 앞에 앉아있었다. 길가에 할로윈 코스튬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흘겨보며, 이 둘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마요네즈를 넣은 도시락 라면이었다. 여성이 입은 아디다스 자켓 옆에는 대충 쑤셔넣은 듯 한 명함이 들어있었다. 명함에 인쇄된 "심 시 영" 세 글자가 편의점 불빛에 반짝였다.

할로윈 양은 뒷골목 사이에서 그 둘을 잠시 지켜보고는, 달려가 여성 앞에 착지한 뒤,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트릭 오어 트릿!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야!"

촛농이 흘러내리는 잭 오 랜턴 형태의 머리를 본 두 사람은 놀라더니, 잠시 말을 교환했다. 할로윈 양은 딱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들의 눈빛에서는 무언가를 잃은 듯한 절망이 서려있었다.

"얼마만에 휴가인데…" … "그래도 좀 순한 개체같은데 그냥 보내버리면…" … "보고하면 분명 휴가… 짤리겠지..?"

"친구야, 우리가 지금 사탕이 없어서 그런데 그냥 다른-"

"사탕!" 할로윈 양이 손으로 컵라면을 엎어버리자, 엎어진 국물과 면은 바닥에 닿기 전 수많은 사탕으로 변했다. 갈 곳을 잃은 사탕들은 마치 폭포처검 바닥으로 우수수 굴러떨어져 두 사람의 발을 덮었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할로윈 양은 신경쓰지 않았다. 사탕이 모조리 쏟아지고도 두 사람이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 않자, 테이블부터 시작해 의자, 파라솔, 편의점의 간판까지,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손인섭… 주문관님." 여성이 논이 동그랗게 뜨인 채로 말했다.

"응..?"

"저희 휴가가 아니라 팔다리가 잘릴것 같은데요."

할로윈 양이 다시 번쩍 손을 치켜들자, 여자는 서둘러 편의점으로 들어가 카운터에 동전을 던지고 눈에 보이는 츄파츕스 두 개를 뽑아 나왔다. 머릿속으로 시말서를 떠올리며 여성이 던진 사탕은 즉시 할로윈 양이 들고 있던 자루에 쏙하고 들어갔다.

"사탕 감사합니다, 해피 할로윈!"

할로윈 양은 그렇게 외치고는, 온갖 브랜드의 사탕으로 길바닥이 도배된 편의점을 뒤로 한 채 시끄러운 도심 어딘가로 깔깔거리며 사라졌다. 반쯤 사탕으로 변하다가 만 간판 하나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한바탕 사건이 지나고 난 후, 두 사람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서두는 이러했다. "좋아요, 감독관님. 제가… 저희가, 휴가 첫날에 인간형 SCP를 만났어요. 어떡하죠?"

"흠!"

할로윈 양은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골똘히 살펴봤다. 복도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네온사인 몇 개가 반짝거렸고, 오싹한 음질의 스피커에서 비발디의 "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할로윈 양이 서있는 곳 바로 옆에는 노란 회전 톱날들과 위험천만하게 생긴 금속 원판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것인지 먼지와 녹이 가득했다.

"흠."

할로윈 양은 다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게 칠해진, 커다란 의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할로윈 양은 그렇게 바보같이 생긴 의자는 본 적이 없었다. 팔과 다리 부분을 묶을 수 있는 가죽 끈과 여러 전선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모습으로 미루어보건대 겨우 한 사람이 앉을 수 있을까 말까한 의자였다. (물론 대부분의 의자가 그렇지만!) 다시 보니,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의자인 것도 같았다.

"흠…."

의자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Nobody was sitting there.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만큼 미묘한 차이였지만, 다행스럽게도 할로윈 양은 은유와 말장난이라는 개념을 방금 막 깨달은 참이었다. 할로윈 양은 천 주머니를 꺼내곤 허공에 치켜들며 외쳤다.

"트릭 오어 트릿!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야!"

물론 대답을 받지는 못했다. 할로윈 양은 혹시나 자신이 잘못 짚었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을 믿어보기로 하며 그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할로윈 양은 팔이 저려올 때 쯤 천 주머니에 고개를 처박고 들어있는 사탕의 갯수를 세기 시작했다. (물론 눈은 없지만!) 곧 그녀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고서는 당당히 바깥으로 향했다.

사탕의 갯수가 하나 늘어있었다.

할로윈 양은 어느 어두운 방 안에 나타났다. 광원이 없는 방 안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이 된 할로윈 양은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할로윈 장식처럼 보일 수도 있을 터였다. 할로윈 양은 할로윈 장식으로써의 삶은 어떨까 생각해보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오후의 방은 고요했다. 캐비넷과 책상, 서류와 명패, 작은 사진 액자와 그 앞에 엎드린 남자까지, 할로윈 양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고, 할로윈 양은 그 풍경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로윈 양은 가능한 한 많이 숨을 들이쉬었다.

"트릭 오어 트릿! 사탕 주세요!"

할로윈 양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방에 있던 적막을 일순간 몰아내듯이. 의자가 넘어가는 소리와 명패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서너조각으로 갈라져 깨진 명패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조합해보면 "K.Spandau"라고 적혀있었다. 그 모습이 꼭 퍼즐이라고 생각하는 할로윈 양이었지만, 할로윈 양은 글을 읽어본 적도 퍼즐을 풀어본 적도 없었다.

"으어후, 뭔 일이…니?" 슈판다우는 넘어진 의자를 다시 일으켜세우며 물었다. 그의 시야에는 호박의 두 눈구멍에서 이글거리며 뿜어져나오는 안광만이 들어왔지만, 감히 허둥거리며 빈틈을 내보여선 안되겠다는 본능적인 감각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사탕 안 주면 장난칠거야!"

슈판다우는 짐짓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눈앞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 초간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책상에 있는 비루한 물건들 중 달력을 짚어 살피고는 할로윈 양을 보며 안타까운듯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지금 이 방에는 사탕이 없단다. 대신, 라운지로 올라가면 사탕이 좀 있을테니—"

"사탕 안 주면 장난칠거야!!" 더욱 커지는 할로윈 양의 목청에, 슈판다우는 빠르게 방법을 고쳤다. 그는 재빠른 손동작으로 서랍에서 빳빳한 종이를 꺼내서 무언가 끄적인 뒤 할로윈 양에게 건넸다.

"자, 이건 사탕 교환권이란다. 이걸 가지고 4층만 올라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탕을 달라고 해보렴. 사탕은 아니지만 사탕으로 바꿀 수 있으니 사탕 맞지?"

그 말을 들은 할로윈 양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탕으로 바꿀 수 있다면 사탕일까? 그렇다면 전세상이 다 사탕일텐데. 하지만 어느쪽이든 사탕을 받았다면 그걸로 좋았다. 할로윈 양의 머릿속에는 오직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사탕을 받아야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어있지 않았으니까.

"사탕 고마워요! 해피 할로윈!"

할로윈 양은 즐거움이 담긴 종종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슈판다우는 발걸음 소리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경비, 지금 B동 지하의 폐쇄회로 카메라 좀 확인해보겠나?"

대답이 돌아오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상 없습니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별 일 아냐. 이상 징후 보고거리가 생겨서 말이지…" 슈판다우는 서랍에서 탄창이 사라진 권총 한 자루를 꺼냈다.

할로윈 양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수영장 물 속이었다.

수영은 할 줄 몰랐지만, 그 사실이 할로윈 양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 속에서도 할로윈 양의 호박머리는 밝게 빛날 수 있었으니까. 할로윈 양은 수영장에 바닷물을 들여올 수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들여온 바닷물은 매우 짜다는 사실을 배웠다.

수영장의 한 구석에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상어의 모습을 한 마나 대원이 물길을 따라 수영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바다에 빠진 먹이를 쫓는 상어처럼 보였다. 할로윈 양은 기척을 죽인채 슬금슬금 따라가다가, 상어 대원이 수면 위로 올라가자 그 뒤를 쫓았다.

수면 위에서 숨을 고르던 마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호박 머리의 할로윈 양과 눈이 마주쳤다. 놀란 마나 대원이 균형을 잃고 뒤로 첨벙 소리와 함께 가라앉았다가, 몇 차례의 물장구로 금방 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할로윈 양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엣, 호박이 살아 움직인다?!""えっ、カボチャが生きて動くの?!"

"아."

할로윈 양은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새로 깨우쳤다. 다음 순간 할로윈 양은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야'를 이 나라 언어로 뭐라고 하지?"라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가, 그냥 하던대로 말하기로 했다.

"트릭 오어 트릿!"

"호박이 말도 할 줄 안다?!""カボチャが話もできる?!"

마나는 즉시 우당탕 소리와 함께 수영장에서 빠져나왔고, 할로윈 양은 그대로 둥둥 떠있었다. 마나는 수영장 밖에서 할로윈 양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경계했다.

"오늘 수영장 사용허가는 분명 나한테만 내려졌을 텐데, 너 설마….""今日のプールの使用許可はきっとうちにだけ下されたはずなのに、君まさか…。"

"할로윈인데 사탕이 없는건 별로야."

할로윈 양은 이 어린 상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사탕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더라도 사방이 물인 수영장에서 사탕을 꺼내주는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할로윈 양은 한 번의 손가락질로 수영장 풀에 담겨있던 물을 죄다 사탕으로 만들어버리고는, 경악하는 마나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수많은 사탕들 밑으로 가라앉았다.

드넓은 도서관에는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제아무리 할로윈 양이라고 하더라고 이곳에서는 정숙해야 했다. 할로윈 양은 방금 만들어진 책의 온기와 냄새를 기억하는 법을 배웠다. 사탕보다 조용하고, 또 가치있었다.

할로윈 양은 눈에 보이는 책, 잡히는 책 모두에 관심과 흥미를 가졌지만, 전부 읽어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커다란 아쉬움을 느꼈다. 할로윈 양의 호박 머리 안의 촛불이 따듯하게 일렁거렸다. 할로윈 양은 책장을 쓰다듬다가 주변에 들리는 두런두런 말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에는 여러 특색을 지닌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지만, 할로윈 양이 그 중 가장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를 따라 걸어가니 한 책상에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둘은 작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이래저래 다투듯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성난 것처럼도 보였지만 막상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는데, 할로윈 양은 그 사실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그러니까, 옥리들의 거점에 이런게 또 있다 이거지?"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책은 표지에 신라 향가 삼대목 필사본新羅郷歌三代目筆写本이라고 적힌 오래되고 낡은 종이집이었다. 너무 오래되다 못해 노랗게 변색되고, 세게 내려치면 바스라질 것처럼 약해보였다. 그래서인지 할로윈 양의 눈에 그들은 그 책을 조심스레 다루는 듯 보였다.

할로윈 양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도도도 달려가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만큼의 목청으로 외쳤다. "트릭 오어 트릿! 사탕 안주면 장난칠거야!" 뉴스보이 캡을 쓴 쪽이 그런 할로윈 양에게 힐긋 눈길을 주고는 할로윈 양의 머리를 가볍게 밀어냈다. "뭐야, 저리가."

"트릭 오어 트리이이—" 예상 외로 가볍게 밀려난 할로윈 양은 이마 부분을 문지르며, 처음으로 뚱한 감정을 느꼈다. 정작 머리를 밀어낸 당사자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쿡쿡거리던 나머지 한 사람은 겉옷 주머니에 남아있던 사탕 몇 개를 할로윈 양에게 건넸다.

"너도 아까 율이한테 받은 사탕 조금 있지 않았어? 할로윈인데 너무하네."

"어, 그래. 할로윈이랍시고 나 먹으라고 포도 케이크나 사온 놈이 할 말 답다."

할로윈 양은 명명백백히 그 사람이 "트릭 오어 트릿" 중 "트릭"을 골랐다고 생각했다. 받은 사탕을 천주머니에 담은 할로윈 양은, 슬그머니 물러나는 척 주변 책장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조용히 지켜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머리에 얹힌 뉴스보이 캡을 사탕더미로 만들어서 자신을 밀친 사람을 사탕에 파묻힌 바보로 만들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그럴만한 타이밍은 그리 늦지 않게 찾아왔다.

곧이어 여러 사람들이 그들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먹고서는 곧바로 무언가에 대한 토의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는 할로윈 양보다 키가 작은 여자였고, 누구는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누구는 아예 종족이 달랐고, 누구는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누구는 하지 못했다. 서로서로 크고 작은 차이를 안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재밌거나 그렇지 않은 농담이 오갔고, 진심을 담지 않은 짜증이 오갔고, 진지한 논의 끝에 간단하면서도 쾌활한 결론이 따라왔으며, 그 후로는 서로를 위하는 걱정과 덕담이 다시금 오갔다. 그들의 언행과 행동 하나하나에 서로를 위하는 상대를 위한 배려라는 것이 녹아들어 있었다. 할로윈 양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한참을 말없이 서있던 할로윈 양은, 조용히 다음으로 향했다.

하늘은 슬슬 검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할로윈 양은 비척거리며 이 세상 어딘가를 거닐었다. 해변가인지 도심인지 달인지 명왕성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할로윈 양이고, 사탕을 받아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머릿속에 사탕이라는 단어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메아리쳤다. 할로윈 양이 느끼기에 이는 누가 머릿속에 커다란 주사기를 꽂은채로 "사탕"이라는 개념을 꾹꾹 눌러가며 주입시키는 것만 같았다.

사실 할로윈 양은 정작 사탕을 먹어본 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양의 사탕을 받았고, 또 필요하다면 이 세상 전부만큼의 질량을 가진 사탕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할로윈 양은 그런 사탕을 바라지는 않았다. 할로윈 양에게 필요한 건 사탕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할로윈 양은 참을 수 없는 무언의 감정에 몸서리치다가, 머릿속 울림에 따라 다음 가야할 곳으로 천천히 발을 떼었다.

"사탕 하나 먹을래요?" 할로윈 양은 침대에 누워있는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야윈 소녀에게 사탕을 건넸다.

그 방은 비좁았고, 왠지 꿉꿉한 냄새가 가득했다. 먼지는 없었지만 바닥은 더러웠고, 여러 의료 기구들이 갖가지 정보를 화면에 띄우고 있었다. 수액이 똑똑거리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유일하게 적막을 채우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는 흐린 눈으로 사탕을 내려다보며 머뭇거렸다.

"먹어도 돼요. 맛있어요." 할로윈 양은 바스락거리는 사탕 껍질을 깠다. 작은 크기의 알사탕이었고, 맛은 달콤한 딸기맛이었다. 조심스레 사탕을 집어든 아이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인위적인 감미료의 단 맛이 아이의 혀에 고루고루 퍼져나갔다. 아이에게 있어서는 아주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맛이었고, 그만큼 달콤한 맛이었다. 할로윈 양은 아이의 팔에 꽂혀있던 수액 주사기를 상처가 남지 않도록 뽑아주었다. 서서히 아이의 배가 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가까운 곳 어디선가 붉은 경광등이 돌아가며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할로윈 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천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사탕은 빠르게 녹아 아주 작아졌고, 아이는 고개를 꾸벅거렸다. "한숨 푹 자요. 계속 깨어있기에는 악몽이 너무 길었어요."

아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탕이 다 사라질 때 즈음에야 아이는 비로소 그 나잇대의 건강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할로윈 양은 처음으로 끔찍한 감정이란 것을 느꼈다. 초가 다 녹아버린다면.

"달콤한 꿈꿔요." 마른 입술이 뻐끔거리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할로윈 양은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봐주었다. 몇 번을 편안히 뒤척이다가, 비로소 아이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할로윈 양은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할로윈 양의 눈에 들어온 것은 권총을 든 채 쏠 준비를 마친 경비들이었다. 그들 중 가장 직급이 높아보이는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침입자는 당장 투항—"

그리고 다음 순간, 펑펑 소리와 함께 갖가지 맛의 사탕 무더기가 복도를 뒹굴었다. 할로윈 양은 복도에서부터 최고 관리실까지, 기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사탕 한 무더기로 만들어버리고는 떠났다.

선풍기가 경추를 골절당해 죽었다. 갑자기 나타난 할로윈 양에 의한 타살이었으며, 수리 기사의 손을 거쳐 위태롭게나마 소생하고서 반 년만의 일이었다. 의도치 않게 큰 소리를 내며 난입한 할로윈 양은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피로해보이는 남자는 잠시 쓰러진 선풍기를 바라보다가, 할로윈 양을 향해 물었다.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무슨 일로 머리에 호박까지 쓰고 돌아다니고 있니?"

할로윈 양은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해 아무렇게나 말했다. "오늘은 할로윈인걸요. 트릭 오어 트릿!"

그는 가만히 할로윈 양을 살폈다. "내가 아는 동자생들 가운데 그만한 체구는 몇 명 없을텐데… 또 저번처럼 이상한 도술이라도 부렸니?"

할로윈 양은 도술이 뭔지 몰랐다. 그렇지만 아무렇게나 떠오르는대로 답했다. "할로윈은 죽은 사람들이 살아돌아오는 날인걸요. 영의 축제날이니까, 죽은 사람들한테 사탕을 주면서 쫓아내야해요. 안 그러면 온갖 장난을 당하니까요!"

그는 할로윈 양의 말을 듣고 허허 웃었다. "귀신날이라… 사탕을 받으려고 이리 늦은 밤에 호박까지 써가면서 왔던 거구나. 원체 단 것들을 두고다니지 않는 편이라 있을지 모르겠다마는…" 그는 몸을 일으켜세워 방 한 쪽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할로윈 양은 그런 그의 모습을 의아하게 여겼다. "귀신이 두렵지 않으세요?" 머리를 거치지 않은 말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질문을 받은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적지 않게 살아보았지만 죽은 사람보다는 산 사람들이 더 무섭더구나." 할로윈 양은 그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사탕이 주제가 아닌 이야기를 꺼낼 수록, 천천히 할로윈 양의 머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할로윈 양은 다시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죽은 사람이 장난을 치러 오면 어떻게 하실거에요?" 그는 이번에도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이윽고 답했다. "누구냐에 따라 다를 것 같구나."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그가 입을 열었다. "기왕이면… 나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주면 좋겠구나.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다시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럴 수만 있다면…"

할로윈 양은 갑자기 없는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울렁거림에 휩싸였다. 그는 잠시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책상 서랍을 마저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남아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그는 서랍에서 꺼낸 계피 사탕을 할로윈 양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가 알기로 이는 동자들 중에서도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종류였다마는, 남아있는 것이 그것 뿐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탕을 받아든 할로윈 양은 왠지 불쾌하고 무언가를 토해내야할 것만 같은 충동에 휩싸였다. 할로윈 양은 머릿속에 사탕이 아닌 다른 이미지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언젠가는 볼 수 있으실거에요…" 할로윈 양은 그가 끼고 있던 반지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왠지 머리가 답답하고 울렁거렸다. 할로윈 양은 자신이 사탕을 만들어내는 것 말고도 무언가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할로윈 양은 뒤틀린 속을 부여잡고 억지로 말을 쏟아냈다.

"사탕 감사합니다, 사탕이라면 아무래도 좋아요. 해피 할로윈!"

할로윈 양은 감사인사를 끝마치자마자, 방문을 열어젖히고 뛰쳐나가 어디론가 달려가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내의 머릿속에서 '살아있었다면,' 하는 공허한 물음이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다시 침전했다.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 적막은 오래 가지 않아 한 여인의 신음과 함께 사라졌다. 요즈음 들어 더욱 불규칙적으로 변한 여인의 수면 패턴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도 그를 잠들지 못하게 하였다.

"깨셨습니까, 가모장이시여."

작은 손님 김철현은 천천히 뒤를 돌았다.

할로윈 양은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거리를 내달렸다. 달리다못해 숨이 차올라 몇 번은 넘어지기도 했다. 심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촛불이 녹고 있었다. 달이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길거리에는 분장을 하고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웃었다. 할로윈 양의 눈에 들어오는 한 모두가 그랬다. 피곤한 사람은 집에 들어가 잠에 들었고, 흥이 돋은 사람은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며 깔깔댔다.

그러나 할로윈 양만큼은 여전히 사탕을 받는 할로윈 양이었다.

할 일을 마치고 원더랜드로 돌아온 할로윈 양은 묵직한 천 주머니들을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책상 위에 잔뜩 늘어놓고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늘 하루동안 모은 딱 10개의 사탕들이었다.

"보이시죠, 아버지?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를 만들어주셨으니 그렇게 부를게요. 아무튼 여기저기를 쏘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구요. 하루종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탕을 백 개씩이나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요?"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요,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시킨 일들을 꽤나 만족스럽게 처리해드렸고, 이제 원하는 보상 하나 정도는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데요.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요?"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또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방에는 애초부터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없었다.

"좋아요, 있잖아요. 아버지? 아빠? 어느 쪽이든, 저는 오늘 태어났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철없는 어리광인 셈 치자고요. 그리 어려운 걸 부탁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돼요."

할로윈 양은 대답을 기다리는 양 허공을 바라보며 몇 초씩 텀을 두었다. 그녀의 촛불이 위태롭게 일렁였다.

"좀 더 살게 해줘요."

할로윈 양의 호박 얼굴, 그 안에 남아있던 양초의 심지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양초에는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원더풀 생명양초!"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불을 붙이면 천천히 녹아 정확히 하루만큼만 타오를 수 있는 크기였다.

"더 오래오래, 기왕이면 더 평범한 모습으로요. 이런건 필요없어요. 나는 오늘 만난 사람들보다도 더 일상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요. 고작 태어나서 24시간동안만 깨어있다가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건 불공평해요."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였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원더테인먼트 랜드의 원더메이커 공장은 오늘도 신나는 배경음악과 함께 작동을 준비했다. 이제 오케스트라에서 총지휘자가 막대기를 치켜올리듯,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명령만 있다면 어떤 놀라운 것도 만들어낼 준비가 된 셈이었다.

"왜? 이럴거면 왜 만들었어요? 진짜 사탕이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용도면 나를 이렇게 만들 필요도 없었잖아요!"

사무실의 책상 위에는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잠시 휴가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내일이면 돌아올거니까요!"라고 적힌 보라색 캘린더가 세워져있었다.

"제발요. 오늘 하루를 살아봤는걸요. 그것도 하루종일 머릿속에 '사탕'이라는 단어 하나만 쑤셔박힌 채로요.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사탕은 더 필요 없어요. 더 살고 싶어요. 오늘 만난 사람들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단 말이에요."

이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는 할로윈 양이었지만, 호박을 깎아만든 그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있는 한 언제까지나 원더테인먼트 박사가 만든 호박 머리 할로윈 양일 뿐이었다. 이제 초는 거의 녹아 없어졌고, 아주 작은 끄트머리만 남아 미약한 불을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었다.

여전히 방에는 할로윈 양 뿐이었다. 벽에 붙은 우스꽝스러운 시계에서 뻐꾸기가 튀어나오며 자정을 알렸다.

"당신은 정말 최악의 아버지야."

심지의 불이 완전히 꺼지자, 할로윈 양은 설탕과 밀가루, 온갖 사탕들로 변해 바닥에 쏴아 소리와 함께 쏟아졌다. 커다란 호박 머리가 그 가루들 위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눈구멍에서는 꺼진 불씨의 검은 연기가 잠깐 새어나오다가 말았다.

텅 비어버린 사무실에 달빛을 따라 기다란 그림자가 지어졌다. 책상을 따라 길게 이어지던 그림자는 점점 커졌고, 길어졌다. 그 그림자는 어느새 사람의 모습을 하고선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보라빛이 감도는 정장에 앳된 얼굴,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증오하던 얼굴이었다.

휴가에서 막 돌아온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사무실 바닥에 놓인 수많은 사탕 가운데 하나를 집어들고서는, 껍질을 까서, 입안에 넣고 굴렸다. 그의 기준에서는 쓸데없이 단 맛이었다. 그가 이빨로 사탕을 씹어 깨뜨리자, 호박의 눈구멍으로 녹아내린 촛농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밤하늘 너머로 떠오른 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릿속에서 다음 미스터에 대한 원더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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