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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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지, 매년 생일날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뭐어, 안 좋은 일이라고 해도, 대개는 날붙이에 베인다거나, 삐어서 염좌가 생기거나 하는 가벼운 상처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에,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오늘 너무 덥잖아? 그래서 좀 무서운 이야기라도 해볼까 싶어서.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니까.

참, 먼저 초에 불부터 붙여야지. 자, 전등도 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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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됐어.


놀러 와 봤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우리 집 아주 오래 되었잖아? 실제로도 조상님을 거슬러 올라가면 꽤 유서깊은 집안인가봐.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는 어떤 규칙이 있거든. 그게 뭐냐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액막이 부적을 지니고 다닐 것」과 「생일, 그리고 태어난 시각에는 집 밖에 있을 것」. 게다가 이거, 장녀 한정. 남자나 차녀 아래로는 아무 것도 없으니까. 해서, 나 장녀라서 이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고, 철들기 전부터 규칙을 지켜왔어.

참, 아까 「액막이 부적을 지니고 다닐 것」이라고 했잖아, 이게 그냥 부적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가 내가 아직 우리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만든 거래. 그것도 만드는 데 꽤 수고가 드는 걸로.
응, 나? 나도 물론 만들 수 있지. 할머니와 엄마에게 배웠고, 만드는 법이 적혀 있는 고서를 읽게 시켰으니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고. 가르쳐줘 봤자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 없으니까.

그래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치, 생일날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 이게 말야, 아까 말했던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정말 가벼운 걸로 끝난다? 부적을 지니고, 정해진 시간, 내 경우에는 오후 10시 41분이거든, 그 시간에 집 밖에 나가 있기만 하면 돼. 간단하지? 게다가 나가서 스마트폰 만지고 해도 문제될 거 없거든.
그러면 입는 부상이래 봐야, 예를 들자면, 새똥이 머리 위에 떨어지거나,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다리를 물리거나. 정말 그 정도 일로 끝나고 끝. 김샌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해마다 부상의 정도가 조금씩 심해지고 있는 게, 3년 전에는 오른발목 뼈에 금이 갔어. 뭐어, 금방 나을 정도로 가벼운 금이었지만.

그런데 지금까지 그 시간대에 집 안에 있었던 경우가 두 번 있었거든. 첫번째는 내가 중1 때였는데, 정말 내 부주의였던 게, 게임하다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 버렸거든. 엄마가 깨워서 급하게 밖에 나갔는데, 시간에 대지 못했어.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할머니가 죽었어. 61세였지. 아직 젊은 편이고, 건강하고, 노인회에서 골프를 즐기시던 할머니가, 딱 10시 41분에 심근경색이 일어나서. 바로 구급차를 불렀지만 허사였지. 그런데,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말이지, 집 바로 위에 검은 구름이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지는 걸 봤거든. 그걸 보고, 이 규칙은 절대 지켜야만 하는구나 생각했지.

그럼 두번째 지키지 못한 건 왜냐고? 여기에는 이유가 있거든. 두번째는 재작년 중2 때였어. 그 해 생일 2일 전에 말야, 엄마가 어떤 이야기를 해 줬거든. 아참, 우리 엄마도 장녀야.


그 이야기란 게 말야, 엄마가 고2 때 이야기래. 엄마 생일은 6월 11일 오전 11시 18분인데, 잘 시간도 아니다 보니, 평범하게 생활하기만 하면 규칙을 지킬 수 있었대.

그래서 고2때도 평범하게 등교했는데, 고등학교에 도착해서야 부적이 어딘가로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던 거야. 그래서 학교 안을 온통 뒤졌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조회시간이 되어 버려서 포기하고 그날을 보냈다다봐.
그래서 벌벌벌 떨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11시 18분에 특별교실동에 있는 과학실에서 실험을 하던 밤에서 알코올 램프가 넘어지고, 거기에 불이 붙어서 번지고, 결국 그대로 특별교실동이 싹 탔대. 맞아맞아, 우리 학교, 특별교실동만 새 건물이잖아. 그게 우리 엄마 때 불이 나서 그렇게 된 건가봐.

그래서 부적을 잃어버렸으니까, 우리 엄마도 죽었을 거 같잖아? 근데 엄마는 도망칠 수 있었대. 뭐어,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점에서 당연한 거지만. 그래도 그 화재로 21명이 죽었고, 그 가운데 엄마 친구들도 있었다고.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부적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생일날 밖에 안 나가도, 안 좋은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되었대. 올해까지 쭉.


실제로 나는 엄마가 생일날, 아, 우리 엄마 생일은 6월 11일, 그 날 엄마가 밖에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계속 신기하다고 생각했어. 그랬다가, 엄마한테 이야기를 듣고 납득한 거지. 할머니도 18세 때 영국에서 철도사고를 겪었지만 무사했었는데, 그러고 나선 엄마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안 좋은 일이 안 생겼대.

그리고 재작년 내 생일날, 엄마가 나한테

「오늘은 집 밖에 나가지 마」

라 그러고 아빠랑 같이 밖에 나갔다가, 그대로 두 사람 다 교통사고로 죽어 버렸어. 이게 바로 두번째.
10시 41분에 집 상공에 빨간색과 검은색의 구름이 소용돌이치다 사라지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생일날6월 11일

「오늘로 21년째인가. 올해가 마지막이네」

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어.

그리고 작년에 나한테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거든.

그걸로 전부 알게 되었어.

──사키早紀쨩,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다들 왜 그래? 응, 부적? 오늘은 집에 두고 왔어. 왜냐면, 가져오면 의미가 없는 걸.

안 돼, 가면 안 돼. 다들 내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했잖아.

봐봐, 아직 1분 남았어.

그럼 이야기도 끝났고, 슬슬 촛불을 꺼뜨릴까. 오늘 생일을 축하하려 와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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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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