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과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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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올란드만 불렀다. 하지만 올란드는 조던을, 조던은 셔먼을 셔먼은 오스먼드를 불렀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목표로 모였고, 결국 그 간격 사이에 모두가 빠져버렸다.

부름만 받은 오스먼드가 가장 먼저 죽었다. 조던은 기회다 하고 셔먼을 몰았으며, 셔먼은 방에 갇혔다가 조던에게 죽었다. 살인범을 처단한 우리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올란드와 나는 여전히 목적이 남아있었다. 올란드는 지붕의 눈을 치운다는 이유로 조던을 불러냈다. 옥상의 눈은 붉은 비로 녹아 떨어졌다.

올란드는 시체와 함께 지붕 구석에서 서있었다.

눈은 조심스럽게 밟으면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올란드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


현관에선 오스먼드 씨의 윤곽으로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는 셔먼이 돈도 안 갚고 자기 죽일 궁리만 했다며 투덜거렸다. 날 보고 어딘가 익숙한 얼굴 같다고 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여기서 풀려나기만 하면 장부를 보고 찾아오겠다고 했다. 나는 애써 무시했다.

매트리스에서는 셔먼의 모습으로 핏자국이 묻어나왔다. 핏자국은 자신이 절반의 목표는 이뤘으나 절반은 실패해버렸다고 말했다. 전자보다 덜했지만 자기 때문에 거액을 잃어버린 사람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원한을 산 사람에게 더 들을 말은 없었다.

지붕에는 조던이 누워있는 자리에만 눈이 비껴나갔다. 눈 하나 없는 공허는 셔먼을 보고 잘 죽었다며 한기를 뿜어냈다. 나는 내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 공허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굳이 그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말까지만 들었다. 배신자를 향한 평가는 듣고 싶지 않았다.

마당에는 올란드를 묻은 곳 위로 눈사람이 쌓였다. 올란드는 조던이 자기 돈만 노리고 접근한 사람이며, 고가의 물품을 사줬더니 이후 잠적했다고 말했다. 이후의 말은 후회에 나를 향한 사과일 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오래 남아있었다. 올란드의 말은 언제나 눈사람의 목이 떨어지면서 끝났다.

눈이 며칠 전부터 잦아지고 있다. 겨우겨우 잡힌 라디오에선 며칠 내로 기상이 좋아질 거라고 했다. 구조대가 곧 도착한다는 말이었다. 시체 4명이라 해야 할지, 실종자 4명이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창문 밖으로 눈사람의 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현관에는 그림자가 있고, 방 안에는 핏자국이 있으며, 옥상에는 공허가, 마당에는 목이 떨어지는 눈사람이 있다. 모두 다 한 번 씩 지웠지만 언제나 다시 나타났다. 시체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감을 풍겼다. 그리고 나는 그 시체들의 범인이 되는 것이다.

언제 올라갔는지 모르는 눈사람의 목이 또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함께.”

예전에 올란드가 나를 안아줬을 때 속삭여줬던 말이었다. 이걸 이런 상황에서 써먹을 줄은 몰랐다. 내가 결국 설득당할 때까지 올란드는 목을 얼마나 떨어뜨렸을까.

산장에 노끈은 많다. 내가 쓸 거 하나는 있겠지.

숨이 막혀올 때, 그림자와 핏자국과 공허와 눈사람이 나에게로 다가와 달라붙었다. 그들의 무게와 함께 내 몸도 밑으로 내려갔다. 목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채 나는 거기서 죽은 듯이 매달려 있었다. 오직 올란드의 한기만이 느껴졌다.


피가 배어나오면서, 다양한 총탄의 연기와 핏자국이 물속에 퍼졌다. 그들의 색깔과 함께 내 피는 계속해서 배어나왔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언제까지 나올까 싶어 나는 욕조에 조용히 누워있었다. 익숙한 일라이의 담배냄새가 났다.

재단 기지에서 손에 닿는 게 칼과 총 뿐이라 안타깝다.

일라이가 피를 토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결국에는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자 마지막 비밀을 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했다. 끝없는 피를 흘리면서.

“이 살인극은 자살로 끝내야 해요.”

일라이가 피를 토하는 모습이 또 생각났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었으며, 복도에 널브러진 시체는 그림자를, 화장실이나 샤워실에 쓰러진 시체는 피를 끊임없이 흘려댔다. 누굴 죽일 의지가 없었던 나와 일라이가 SCP-444-KO와 관련된 일이라는 말로만 기지 봉쇄를 요청했으며, O5가 개입해야 겨우 봉쇄가 됐다. 그리고 종지부로 내가 찍게 되었다.

다른 기지의 상황은 함부로 알 수가 없다. 심심할까봐 둔 라디오에선 매일 비슷한 목소리와 프로그램만 들린다. 저 DJ 좀 누가 바꿔줬으면. 몸에 붙은 물속의 연기들에게 의견을 묻고 싶었지만 순간 피가 더 왈칵 쏟아졌다.

칼에 꽂혀 죽은 일라이가 어느새 유골이 되어 물에 섞였다. 일단 당장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이라고 일라이는 말했다.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라이가 라디오 채널 좀 바꿔달라고 했다. 나는 내가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을 일라이에게 전했고, 일라이는 수긍했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을 얘기했다. 총알에 맞아 총알의 연기로 남은 이 중 하나는 소홀히 대해버린 친구에 대한 미안한 감정과 돈을 갚지 않고 다른 기지로 날려고 했던 다른 친구에 대한 증오를 내비쳤다. 녀석이 일라이를 죽였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울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피 묻은 거울조각으로 남은 이는 여기저기 남긴 빚으로 월급을 타도 빈털터리라며 한탄했으며, 자기가 악덕 사채업자 같았던 동료를 죽인 게 옳은 일이었냐고 물었다. 연구원이라기엔 너무나도 멍청한 질문이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추락해서 나무에 꽂힌 이는 나뭇가지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남에게 돈도 잘 빌려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누굴 죽였냐고 물어보자 그는 침묵했다. 아마 술에 취한 상태라서 기억을 못했으리라고 오랜 침묵 끝에 말했다. 결국 이 정도밖에 안됐다.


나는 일라이의 말을 들었다.

일라이의 피 묻은 손이 절박감에 부르르 떨었다.

살인의 순간적인 쾌락은 어린애도 놓치지 않을 빈틈이었다.

나는 내 손으로 마지막 살인을 행했다.

아마 알코올 중독자였던 누군가의 짜증과 모함과 비난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휴게실에서 난투가 벌어졌고, 골 때리게도 그 와중에 한 명씩 죽는 센스도 있었다. 서로가 가지고 있던 사소한 감정이 바람이 들자 거기서 터져버린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인원은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고, 밖에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사람을 잡고 미친 듯이 울다가 웃으며 그를 휴게실로 끌어들였다.

휴게실에서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 있었을까? 난투의 마지막 생존자가 죽으면서, 난투 속 광란의 살인극은 휴게실 밖으로 벗어났다. 대낮에 누가 누군가를 죽이고, 밤에는 누군가가 암살되며, 다음날이 되자 그 암살자는 숙청되었다. 기지의 인원은 점점 줄었고, 우리는 외부와 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남은 사람이 5명도 안 됐을 때는 사방이 피와 연기와 그 때문에 나온 토악질 때문에 눈과 코가 시끄러웠다. 작은 산장에서 하나의 기지로 커지다니, 그 다섯 명은 기뻐하지 않을까?

결국 이렇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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