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뉴스 이벤트: INC 라디오 부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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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한국어 위키 공보팀 공지

INC 라디오란 본래 MujinInRadio에 업로드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프로젝트로, 지난 경연의 의의와 그 출품작들에 대해 운영진들이 자유로이 담론을 나누는 라디오입니다. 이하에 나오는 내용은 모두 개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니 부담 없이 즐겨주세요.

— 공보팀 팀장 igangsu



igangsuigangsu: 됐다, 녹화 시작했어요.

NareumNareum: 저도 녹화 프로그램 켰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잠시만요. 설정 좀 하던 중이라서… 시작하면 될까요?

NareumNareum: 네, 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소개 및 개요


NareumNareum: 삼천리 제주 편에 이어서 돌아온 INC 라디오의 삼천리 경연 부산 편,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igangsuigangsu: 경연 출품작들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게스트 소개부터 하고 들어갈게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저번 시간에는 thd-glasses님을 게스트로 모셨는데요. 이번에는 모든 부산 경연 작품들에 비평 코멘터리를 남겨주시고 관련된 도전과제도 만들어주셨던 XCninety님 모셔봤습니다. 안녕하세요!

XCninetyXCninety: 안녕하세요, XCninety입니다. 반갑습니다.

NareumNareum: 저번에는 출품작들을 좀 살펴보다가 심화 설정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게스트를 모셨는데요. 이번 경연은 워낙 XCninety님이 깊이 관여를 하셨다보니까, 모든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아서 시작 부분부터 함께 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XCninetyXCninety: 말할거리가 그렇게 많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떠오르는대로 말해보겠습니다.

igangsuigangsu: 괜찮아요. 의식의 흐름 따라가다 보면 아무말이나 다 나오더라고요.


투고작 소개


NareumNareum: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제주 경연 다음으로 진행된 삼천리 부산 경연에 나왔던 출품작에 대해 소개하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igangsuigangsu: 이번에도 제주 경연 때처럼 총 6작품이 나왔네요. 소개 순서가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님부터 시작이네요.

NareumNareum: 네, 바로 소개 시작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SCP-398-KO ("미수령택배")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네, 그럼 이번에 제가 소개할 작품은 SCP-398-KO, "미수령택배"입니다. quiltquilt님이 작성하신 글인데요. SCP의 기본적인 내용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해있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해운대구 아파트 32층에 있는 한 세대의 창문으로 어패류, 두족류들이 날아들어오는 현상입니다. 날아오는 해산물들은 보통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종에 한정되지만, 꽁꽁 얼어있거나 심하게 썩어 악취가 풍긴다고 합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면… 이 집에는 박상준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요.

장모님이 계속 이런저런 생선류를 택배로 보내주셨는데, 그 아내가 생선을 싫어한다고 해서 받은 물고기들도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돌리기만 했다고 해요. 장모님이라는 분이 편찮아지셔서 입원하신 이후부터는 더 이상 그런 생선들을 받지 못했는데, 한두 해가 지난 시점부터 갑자기 썩거나 꽁꽁 언 해산물들이 집 창문으로 날아오기 시작한거죠.

재단이 이 세대에 살던 가족을 기억 소거를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변칙성 자체는 그리 위험하거나 특별할 게 없고, 음식을 버리면 천벌받는다는 류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부산하면 역시 해산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점을 활용하셔서 잘 작성을 하신 것 같아요.

NareumNareum: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포럼에 작가님이 부산에서 태풍이 일어나면 부산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 창문에 생선이 날아와 부딪친다는 가십 뉴스와 '고층 아파트인데 창밖에 누가 있다' 같은 괴담을 소재로 삼으셨다고 적어두셨네요. 이 부분이 사실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XCninetyXCninety: 일단, 지도를 보시면 마린시티 단지가 바다에 거의 딱 붙어있습니다. 멀리뛰기하면 바로 바다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igangsuigangsu: ㅋㅋㅋㅋ

NareumNareum: 오…

XCninetyXCninety: 파도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데, 솔직히 태풍 올때마다 왜 안 무너지는지 신기한 곳이고요. 따라서 태풍이 불 때 충분히 물고기가 날아다닐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에서처럼 32층까지 날아와 부딪친다거나 하진 않고요. 한 10층 높이 이하에서는 충분히 물고기가 날아와 부딪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gangsuigangsu: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나는구나…

XCninetyXCninety: 저는 이 작품 초안을 처음 봤을 때, 그 '부산 문어 근황'이라고 검색해보시면 마린시티 단지 유리창에 문어가 붙어있는 사진이 돌아다니거든요. 사실 진짜는 아니고, 중국 칭다오 시같은 해안 도시에 대해 찾아보면 꼭 등장하는 합성 사진이거든요. 그곳에 사시는 분들 놀려먹으려는 일종의 괴담인데, 이걸 모티브로 하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포럼에 작가님이 직접 언급하신 부분을 보면, 태풍 차바로 인해서 마린시티 단지에 물고기가 날아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셨다고 하시는데, 이 기사를 살펴보면 해안가인데도 제방 시설이 부족해서 바닷물이 넘어와 물고기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만약 물고기들이 넘어온게 아니라 바람 때문에 날아와서 떨어졌다면~ 같은 부분을 생각하셔서 작품을 쓰신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마린시티는 정말… 육해공이 합쳐진 곳이에요. 지상에 올라와있으면 육(陸)이고, 높은 옥상으로 올라가면 공(空)이고, 태풍이 불면 바다가 바로 옆에 있으니 해(海)죠.

NareumNareum: 꽤나 재밌는 곳이네요. 어떻게 보면 꽤 따듯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용만 본다면 시리즈 I 작품들 중에 있는.. 별칭이 기억 안나네요. 아버지의 죽이었나?

XCninetyXCninety: 아, SCP-348이요?

NareumNareum: 네, ZynZyn 작가가 쓴거요. 그런 류의 작품같이 부모의 따듯한 마음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작성을 하신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XCninetyXCninety: 저는 이 작품에 업보트를 드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재 자체는… 삼천리 경연이 한국을 소재로 하는 경연이잖아요?

NareumNareum: 네네.

XCninetyXCninety: '한국적인' 소재라고 한다면 뭔가 고증을 지켜야할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실제로 지금까지 투고되었던 많은 삼천리 작품들이 옛날 설화를 찾아보고 그 고증을 따르는 경우가 많긴 했죠.

XCninetyXCninety: 그런데 한국적이라는게 꼭 고증을 지켜야하고 그런 건 아니란 말이에요? 예를 들면 수능이나, 뭐… 화병이라거나, 현대 한국 사람들이 자주 겪는 것들도 한국적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도 그런 소재를 찾아 활용했다는 점은 가산점을 주고 싶습니다.

너무 삼천리가 설화 기반 작품만 추구하다보면 어떤 의미에선 획일적인 작품만 계속 나올 수도 있는데, SCP-398-KO는 그런 획일적인 분위기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주안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해요.

NareumNareum: 저번 편에서도 thd-glasses님이 그랑 비슷하게 말씀하셨죠.

XCninetyXCninety: 잘 이야기하셨죠.

NareumNareum: 저희가 삼천리 경연 진행하면서 계속 참여자분들께 말씀드리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그렇죠. 아무래도 얼마 전에 대화방의 홍문관 채널에서도 계속 삼천리 경연에 무속적인 소재의 작품들만 나오는 것 같다, 삼천리 경연이 너무 루즈해지지 않느냐 같은 의견이 나와서 그에 대한 개선점들이 논의되고 반영되고 있는 걸로 알아요.

igangsuigangsu: 개인적으로 제가 이 작품을 보고 느낀 건… 갑자기 제 집 창문으로 해양 찬거리들이 날아오는 거잖아요? 무슨 조개도 날아오고 문어도 날아오고, 근데 냄새는 엄청 나서 먹을 수도 없고 치우면 또 날아오고, 되게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얼어있고 썩어있는 생선들이 내 집 창문에 날아와서 부딪치는 거면…

NareumNareum: 그래도 내용으로 보면 가족이 먹을거리 보내주는 건데.

igangsuigangsu: 못 먹잖아요. 그리고 잘하면 날아오면서 창문 깨먹고 막…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이거 보면서, 그냥 창문을 열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XCninetyXCninety: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바닷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요. 그래서 아예 해안가 건물들은 창문을 활짝 열지 못하게 설계가 되어있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아~ 그렇군요.

NareumNareum: 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이것도 새로 알게된 사실이네요.

XCninetyXCninety: 그래서 태풍이 불어도 유리창이 깨지는 경우는 드무니까, 만약 이 SCP 때문에 창문이 깨지는 거면… 그 장모님이란 분이 엄청 빡치신거죠.

NareumNareum: 아 ㅋㅋㅋㅋ 저는 어머니의 마음 그런 걸로 생각했는데, 잘 받지도 못할 창문으로 던지는 이유가 있었군요. XCninety님 섭외한 보람이 있네요.

igangsuigangsu: 이 작품에 대해서 더 할 이야기들이 없으시면,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까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네네.

NareumNareum: 조금 더 있으면 좋겠는데, 다음은 제 작품 차례거든요.


SCP-976-KO ("장산범?")


NareumNareum: 다음으로 넘어와서, 제가 소개할 SCP는 SCP-976-KO, "장산범?" 입니다. 이게 제 삼천리 경연에서의 첫 투고작인데,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우선 도입부에는 저희가 익히 들어 떠올리는 장산범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흰 털이 온몸에 나있는 호랑이를 닮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서 잡아먹는다는, 저희가 잘 알고 있는 괴담의 크리쳐인데요.

설명 단락이 끝나고 부록을 보면 일종의 반전으로, 그 내용을 뒤집습니다. 사실 이 SCP의 정체는 특정한 괴물이 아니라 부산의 한 위치로, 그곳으로 다가간 사람의 정신을 조작해 바람소리가 그 장산범이 내는 목소리라고 착각이 들게 한다는 내용이에요. SCP-976-KO와 관련해서 발생한 사건들이 2010년대 중후반에 몰려있어, 인공적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나오고요.

그 다음 면담 기록에서 다시 이 내용을 뒤집는데요. 이 문서를 본 사람들이 자꾸 SCP 문서를 장산범이라는 개체가 존재한다는 내용으로 무단 수정한다는 내용에 대한 관련자들의 면담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설명하기보다 직접 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지만, 간략하게 이야기할게요.

한 연구 교수가 주무관에게 연락해서, 장산범은 실존하지 않고 사람들이 장산범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먹고 살아가는 개념적 독립체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장산범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끊긴다면 정말 장산범은 실존하지 않게 되어버리니까, 그 개념적인 독립체는 사라지지 않으려는 본능에 따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문서조작을 하도록 사람들의 정신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늘어놓아요.

주무관은 이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반박을 제시하고요. 여기에서 제가 또 반전 요소로 넣은 건, 지금껏 연락했던 교수의 목소리가 사실은 재단에서 꾸며놓은 SCP-976-KO의 모의 세트장에서 선풍기로 틀어놓은 바람소리라는 거에요. 주무관은 이 사실을 모른채 연락을 하고 있었고요.

말인즉슨 교수의 목소리를 흉내낸 SCP-976-KO가 주무관에게 'SCP는 개념적 독립체다'라는 내용으로 문서를 수정하도록 한거잖아요? 그런 의문점을 남기면서 작품이 끝이 납니다.

내용을 보면 그래서 이 SCP가 장산범이라는 실재하는 괴물이냐, 아니면 장소이냐, 그것도 아니면 무슨 사람들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무언가냐, 라는 의문이 드실텐데요.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정해둔게 없습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너무… 난이도가 높지 않나요? 읽는 입장에서 사실 뭐가 뭔지 굉장히 헷갈렸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장산범이 범이라는 건지, 장소라는 건지… 너무 헷갈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NareumNareum: 그게 이 작품을 쓰면서 의도한 바이기는 해요. 헷갈리게 하는거.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사실 작가 면전에 대고 이야기를 하니까, 뭔가 청문회 같기도 하고 뒤늦은 비난같기도 해서 굉장히 기분이 묘한데. 독자로서의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장산범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가지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내용부터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NareumNareum: 아하… 그러니까 나폴리탄 괴담이라고나 할까요. 중요한 부분은 밝히지 않고 미상으로 남겨두는 그런걸 노리면서 적었던 거였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여러가지 수정 버전이라던가, 그런걸 천천히 보여주면서 진행을 했다면 약간 드라마틱한 반전을 노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NareumNareum: 좀 고민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바꾸진 않을거에요.

XCninetyXCninety: 제가 이 작품 비평드릴 때 했던 이야기를 하자면요. 지금은 없고 초안에만 있었던 내용인데, 5분이 지나야지 그 목소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나? 그런게 있었거든요.

NareumNareum: 그랬을거에요. 저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5분 맞네요.

XCninetyXCninety: 초안에 그런 내용이 있었죠.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연락 기록이 성우 스피드로 읽어보니까 딱 4분 30초 남짓이었거든요. 그래서 Nareum님이 이걸 직접 의도하시면서 만드셨나 싶었어서 포스트로 여쭤봤어요.

NareumNareum: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의도하진 않았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XCninetyXCninety: 그래서 제가 Nareum님 보고 한국의 움베르트 에코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NareumNareum: 아이고야.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ㅋㅋㅋㅋ

XCninetyXCninety: 움베르트 에코가 소설을 쓸 때 캐릭터들이 수도원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을 구상할 때 직접 입으로 말하면서 걸음걸이를 세어보고 구상을 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하단부 내용이 성우 스피드로 여유롭게 읽어보면 4분 남짓이 되서 이건 의도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NareumNareum: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의도하진 않았다고 말씀을 드렸고요. 움베르트 에코보다는 댄 브라운1에 가깝지 않으려나… 운이 좀 많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소재 이야기로 돌아가서 장산범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 작품으로 활용되는 소재잖아요? 웹툰이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이제는 괴담을 넘어서 클리셰가 되어가고 있죠.

NareumNareum: 그렇죠. 현대 창작물들이 많아지다보니까.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그래서 '장산범'이라는 게 사실 실재하지 않고 그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다라는 내용으로 잘 비틀었다고 생각해요.

NareumNareum: 제가 이걸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조사해봤을때, 장산은 괴담에서 주로 묘사되는 크기의 생물이 살만한 환경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산범이라는게 사실 없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로 해보자, 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거기에서 확 급커브를 꺾는 제 나쁜 심보가 작용했다고나 할까요. 장산범이라는게 그래서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독자들이 알아낼 수 없도록 쓴 작품인데, 그런 식으로 봐주시는 것도 또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데요.

NareumNareum: 원래 작가도 모르는 걸 독자가 이끌어낼 수 있게 만들어놓는게 좋은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 장산범 작품이 좋은 작품인겁니다 여러분.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XCninetyXCninety: 와아아~ (영혼 없음)

igangsuigangsu: 스스로 말씀하시면서도 웃으시는데요.

igangsuigangsu: 장산범 소재에 대해서는, 재단 한국어 위키의 작품들 중에서 능구렁이 손 단체가 장산범의 정체를 과거 이자메아가 만들어낸 인조 요호라고 생각하고 수색한다는 작품이 이미 있어요.

장산범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이미 있는데도 부산 경연에 Nareum님이 장산범 관련된 작품을 내시겠다고 하셔서 과연 제대로 될까 싶었지만, 결국에는 포맷을 잘 비트시는 작품을 만드시는데 성공하셨다는 점에서 또 의미가 있죠.

NareumNareum: 요즘 한국어 위키에서 업로드되는 작품들을 보면 그 단체만의, 또는 카논만의 주요 설정들을 기반으로 작성되잖아요? 그러다보니 필수적인 수준이 아니더라도 고착화가 되어가는 설정들이 생기거든요.

예전부터 저는 '카논은 없다'라는 걸 활용해서, 기존에 있는 설정들과 호환되지 않는 작품들을 여럿 내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 류의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카논이 없는게 카논이다'라고 하지만, 장산범 소재로 나온 두 재단 작품들 모두 '괴담으로 이야기가 전해져내려오는 장산범이라는 존재는 사실 장산범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잖아요? 그래서 서로 호환되기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NareumNareum: 음~ 그것도 그렇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더 이야기하실 거리가 있나요?

XCninetyXCninety: 장산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제가 장산에 가본 적이 없네요.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장산에 지뢰가 많다고는 하는데, 가본적이 없어서요.

igangsuigangsu: 아, 그리고 마지막 부록에 등장하는 유서령 교수와 전기린 주무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않나요?

NareumNareum: 이야기가 있긴 한데, 말 그대로 제 헤드카논일 뿐더러 나중에 이걸로 이야기를 더 쓸지 안쓸지도 확실하지가 않아서…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나중에 작품으로 보여주시는 걸로 합시다.

NareumNareum: 편집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캐릭터는 서로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는 것까지만 이야기할게요.

igangsuigangsu,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XCninetyXCninety: 오오~

NareumNareum: 중간에 '자기'라고 부르는 호칭을 나름 복선이라고 깔아둔 거긴 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전 약간 그런건줄 알았죠. 친밀감을 잘 쌓는 여자 상사같은 경우는 부하 직원을 자기라고 부르는 경우도 가끔 있잖아요. 그런 경우인 줄 알았어요.

NareumNareum: 약간 능글맞은 말투로 여지를 두고 딱히 작품에 더 드러내진 않았죠. 이건 그냥 제 헤드카논일 뿐이고, 이후에도 뭔가를 더 쓸 마음은 아직까진 없어서…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네네, 그럼…

NareumNareum: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작품에서 그 SCP 장소가 있는 부분을 지뢰 구역으로 위장해서 격리한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실제로 장산에는 지뢰밭이 많습니다. 실제 장산 조사기록을 보면서 적은 작품이라서… 저도 의외의 고증을 따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등산하실 때 조심하세요.

그러면 이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까요.

igangsuigangsu: 와, 이제 제 차례네요.


SCP-904-KO ("책은 제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igangsuigangsu: 제가 소개할 SCP는 SCP-904-KO ("책은 제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입니다. 이번에도 shaftmetal님이 경연 막바지에 연장된 틈을 타서 재빠르게 쓰시고 업로드하신 작품인데요. 처음 사진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이 SCP는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중고 도서를 사고파는 상점 밀집 지역을 일괄적으로 의미합니다. 다들 익히 들어보셔서 아실 이른바 '책방골목'이에요.

이 책방골목에 있는 고서적들을 찾아보다보면 그 중에서 각종 변칙적인 특징을 가진 서적들이 조금씩 섞여있다는 내용인데요. 이 SCP의 변칙적인 특징은 총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특징으로는 책방골목에 영문 모를 이유로 계속해서 변칙적인 도서들이 유입되고 있거나, 또는 평범한 도서가 변칙적인 내용으로 바뀌어서 책방골목에 변칙적인 도서들이 계속해서 모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방골목에 숨겨져있던 변칙적 서적들의 기원을 따라가보면, 국제통일기적학연구센터(ISCUT)2에 다니던 학생이 갑자기 그 근방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갑자기 전공서를 팔고 싶어져서 헌책방에 팔았다거나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SCP가 사람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서 변칙 서적들이 책방 골목에 모인다는 특징을 잘 나타내준 사례입니다.

두번째로는 책방골목에서 사람들이 변칙 도서들을 발견하고, 구매하려고 하면 정신적인 영향을 받아서 갑자기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설령 누군가가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먼지 쌓인 변칙적인 내용의 책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책의 디자인이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그 책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정신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책방골목에 변칙적인 도서들이 높은 비율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민간에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세번째 특징은, 책방골목에 한번 들어온 책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다시 책방골목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주로 변칙적인 도서들에서 이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긴 하지만, 변칙적인 도서 외에도 책방골목을 거친 모든 책들이 결국에는 다시 책방골목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

이 SCP, 그러니까 책방골목은 2010년까지 재단이 온전히 격리하고 있었는데요. 그 즈음부터 '삼각분쟁'이라고 해서 요주의단체 세계 오컬트 연합엔트로피를 넘어서와의 대규모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고, 마찬가지로 요주의단체 능구렁이 손의 활발한 활동과 2010년 전후로 한반도내의 변칙성들이 폭증한 사건 때문에 재단 경영과 행정력에 구멍이 생겨 그 입지가 많이 줄어들어서, 책방골목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책방골목의 매출에도 영향이 생겨서 점포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결국 대한민국 정부 산하 변칙대응기관인 국가초상방재원이 부산의 문화유산 훼손, 재단의 관리 부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요청이 승낙되면서 지금은 재단과 방재원간의 공동 격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전체적인 줄거리는 대략 이러한데, 이제 이 SCP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합시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이 SCP의 작가님이신 shaftmetal님이 포럼에 남겨주신 포스트가 있는데, 보수동 책방 골목을 지키는 사람들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하셨거든요.

“책은 다 주인이 있어. 언젠가는 다 제자리를 찾아가.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게 헌책방 주인이지. 어떻게 보면 헌책 장사는 신선놀음이야.”

사실 이 작품은 재단 문서의 형식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감성적인 면을 자극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재단에서 이런 작품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멋진 면을 가진 책방골목이 갈수록 쇠퇴한다는 내용을 잘 담아내셔서 저는 이 작품을 읽는동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꼭 부산의 책방골목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는 헌책방들이 스러져가고 있고 책들도 많이 버려지고 있으니까요. 현실과 밀접한 SCP라고 생각이 들어요.

NareumNareum: 저한테도 이 감성이 꽤 강력하게 다가왔던게, 제가 비평을 드릴 때 '뭔가를 하도록 정신적인 영향을 미치는' 류의 변칙성은 더 이상 재단에서 새롭지 않다는 말씀을 자주 드리거든요. 이 작품에서도 그런 내용을 주로 다루셨는데도 불구하고, 그 감성적인 면을 잘 자극해내셨다고 생각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사실 다른 글들과는 다른게, 다른 글들에서는 보통 감성적인 포인트를 대놓고 짚어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재단 문서 작품들은 아무래도 보고서 양식을 하고 있다보니까 부록으로 몇몇 기록들을 길게 늘어놓지 않는 이상 그런 면을 묘사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절제된 문서 양식 내에서 그 감성적인 면을 잘 묘사해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igangsuigangsu: 이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은 점은, 이 작품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시면 전체적으로 문장들이 되게 정갈해요. 인용문부터 각주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되게 현실적인 보고서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쓰실 때에도 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신 것 같은데.

국가초상방재원에서 보내온 공문의 형식이라거나, 이 책방골목이 어떤 시대를 거쳐왔는지에 대한 내력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보고 있다보면… 진짜 재단이 실존하고 그런 단체에서 보고서가 작성된다면 이런 느낌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XCninety님도 이 점에 대해 포럼에서 말씀을 남겨주신 걸로 기억합니다.

XCninetyXCninety: 그렇죠. 제일 현실적인 SCP 보고서라고 포스트를 남겨뒀죠.

NareumNareum: 뭐라고 해야하지. 저와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님은 이 작품의 감성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igangsu님은 현실적인 보고서 형식에 대해서 말씀하셨잖아요. 그 두가지가 제대로 공존할 수 있는지가..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작품은 보고서 형식이라서 더 그런 점이 잘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인용문, 대화문 등을 넣어서 감성을 자극하려는 작품들은 많지만, 그런 부록 하나 없이 스러져가는 책방골목이라는 소재를 잘 이끌어내서 감성적인 면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될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님 목소리가 살짝 젖어계신데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네?

XCninetyXCninety: 감성적인 이야기하시다가 감정이 복받치셨나 해서.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ㅋㅋㅋ 그런 건 아니고 말하다보니 목이 잠겨서요.

NareumNareum: 감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것 같고, XCninety님께서는 소재에 대해서 더 말씀해주실 거리가 있으실까요?

XCninetyXCninety: 보수동 책방골목… 말이 필요없죠. 책방골목 중에서는 단연 보수동 책방골목이 제일입니다.

NareumNareum: 전국을 기준으로 잡아도요?

XCninetyXCninety: 한국에서요? 한국에서 책방골목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저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고를 겁니다. 이 책방골목이라는 곳이 한국전쟁 때 책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요. 제가 어렸을 때 부산에 이사왔었을 때에도 책을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책방골목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때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부지가 넓었어요. 요즈음에는 ◯◯문구나 ◯◯문구같은 대형 서점들이 많잖아요? 그런 대형 서점들이 온거리 곳곳에 형성되어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부산 경연 열리고 나서 SCP-904-KO를 읽어볼때 절로 한숨이 푹푹 나왔습니다. 책도 책방도 많이 줄어든게 현실이라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헌책방이 전쟁의 잔재이다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사라지는 부분에서 되려 많은 향취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사라지면서 더 주목받는 곳이 헌책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XCninetyXCninety: 904-KO에서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을 말씀드릴게요. 헌책방에는 거의 모든 책들이 무작위로 널려있잖아요. 그런데 그 책방의 주인은 그 책들이 전부 어디에 있는지를 신기하리만치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책방골목을 돌아다닐 때 책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었다고 할만한 곳이 한 곳밖에 없었는데, 어떤 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모르는 책방은 없더라고요.

igangsuigangsu: 어림잡아도 몇백권은 될텐데…

XCninetyXCninety: 네, 전부 알고 있어요. 책들에 쌓여서 안보이는 책들의 위치도 전부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변칙적인 도서들이 그분들 눈에 띄지 않고 유입되기가 많이 힘들 것 같아요.

NareumNareum: 이야기를 들어보면 책방골목이 아니라 책방의 주인들도 격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igangsuigangsu: 재단에서 고용하고 관리하게 해야..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실제로 저희가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변칙적인 도서들을 접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믿기보다는 그냥 흥미로운 소설책인가보다 생각할 것 같거든요. 아마 책방 주인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igangsuigangsu: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냐면, 책방골목에 가면 보통 사고픈 책을 골라두지 않고 둘러보다가 책을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아무 책이나 골라잡으려고 헌책방을 둘러보다가 변칙적인 도서들, 이를테면 화려한 마법진들이 그려져있는 그런 책들을 찾으면 신기하다, 보물을 찾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한 번 직접 가보고 싶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웹소설 포맷에서 자주 쓰이는 전개 방식 중 하나가 헌책방에서 얻은 책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이 발생한다~ 거든요. 그 자체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헌책방에서 가져온 책 덕분에 마법을 배운다거나, 이세계로 간다던가 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해요.

XCninetyXCninety: 약간 딴지를 두겠습니다. 헌책방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훑어보기만 해도 정말 펼쳐볼 염두가 안나는 책들이에요. 재미가 없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기가 굉장히 어려운 그런 책들 있잖아요.

igangsuigangsu: 자기계발서나 전공서라거나…

XCninetyXCninety: 자기계발서, 빙산의 일각이죠.

NareumNareum: 세상에나.

XCninetyXCninety: 어쩌면 그런 무채색의 책들 사이에서 변칙적인 도서들이 몰래 끼어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igangsuigangsu: 문득 생각이 난건데,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작가님이 '책은 다 주인이 있어. 언젠가는 다 제자리를 찾아가.'라는 인터뷰를 인용하셨잖아요? 그리고 이 작품의 별칭도 '책은 제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고요. 그렇다는건 변칙적인 도서들이 유독 책방골목에 몰리는 이유는, 언젠가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NareumNareum: 책들이 무슨 수를 써서든 다시 책방골목으로 돌아온다고 하니까, 책방골목이 책들의 자리일 수도 있죠. 그러니까 책방 주인들을 격리해야했다니까.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igangsuigangsu: ㅋㅋㅋㅋㅋ

XCninetyXCninety: 아유, 책방 주인들을 격리하면 그 책방들이 전부 죽어요. 안돼요.

NareumNareum: 그도 그렇네요.

igangsuigangsu: 생각해보면… 재단이 경영난이 생기자 책방골목 점포들이 열 곳 넘게 줄어들었잖아요? 그렇다는건 재단이 뒤에서 엄청난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는 소리인데, 만약 재단이 그 관리를 아예 끊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싶네요.

NareumNareum: 뭐 그때는 방재원이 알아서 잘 해주겠죠.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아, 이제 관리 소관이 방재원으로 넘어갔으니까 방재원에서 알아서 할거다?

igangsuigangsu: 누가 어떻게든 해주겠죠.

XCninetyXCninety: 이런 관료제 특유의 떠넘기기가…

NareumNareum: ㅋㅋㅋㅋ 재단도 관료제니까요.

igangsuigangsu: 이 SCP에 대해 더 이야기하실 분이 없다면, 슬슬 다음 SCP로 넘어갈게요.


SCP-733-KO ("갈매기에게 음식물을 주지 마시오")


NareumNareum: 다시 제 차례네요. 이번에 소개할 SCP는 SCP-733-KO ("갈매기에게 음식물을 주지 마시오")입니다. 이 SCP는 한국어 명칭에서 '갈매기'로 칭해지는 조류 종들로 구성된 개체군인데, 서로 다른 종임에도 불구하고 협동 사냥을 하거나 양육을 돕고 천적을 쫓아내는 등 일반적인 생물에게서 발견되지 않는 변칙적인 특성을 가진 갈매기 무리를 의미합니다.

부산의 토도(土島)를 근거지로 삼아서 활동하던 무리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들이 갈매기에게 주는… 과자먹이의 양이 늘어나다보니까 먹이 사냥의 필요성도 감소하고, 야생성도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1996년 이후로는 그러한 특성을 보이는 갈매기들도 없어져서 무효 등급으로 재지정되었고요.

그런데, 2020년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잖아요? 그 영향으로 관광객의 수도 심하게 줄어들었는데, 그 직후로 관광객에 의한 먹이 의존도가 낮아지며 SCP-733-KO의 개체들이 보이던 특성이 야생 갈매기들에게서 다시 발현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품 하단부에 이를 근거로 변칙동물연구팀에서 SCP-733-KO의 복원을 위하여 인위적인 먹이 지급을 강력히 단속할 것을 요청하는 메세지가 첨부되어있는데요. 자연적으로 무력화된 해당 변칙 개체군을 인위적으로 복원해야 할 필요성 자체가 부족하며 확실하게 복원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며 요청을 거부하는 공문이 나오면서 작품이 마무리됩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Nareum님이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씀해주시긴 하셨지만, 사실 첨부된 내용들이 많아서 작품 자체가 조금 길이가 있는 편이죠. 그래서 결말부까지 읽는데에는 꽤 시간이 걸리고…

NareumNareum: 그렇죠.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갈매기 무리들은 야마시나 오가이(山階鷗外)라는 아마추어 연구자에게 처음 발견되었고, 조선떼갈매기라고 불리우면서 연구되었어요.

이 조선떼갈매기는 종에 관계없이 여러 갈매기떼가 모여서 함께 움직였고, 수리의 먹이를 뺏고 다른 갈매기들의 번식을 도우면서도 동시에 사람을 공격해서 음식을 빼앗은 적도 있었다고 하고요. 굉장히 지능이 높고 굉장히 협력적이며, 심지어는 작은 갈매기들이 먹이를 운반하고 큰 갈매기들이 공격에 우선하는 등, 정확하게 분업이 이루어져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고지능화 되고 잘 분업화 되어 있는 굉장한 무리인데, 이런 갈매기떼가 결국은 새우깡이라는 과자 때문에 결국 남지 않게 되었다라는 내용을 보니 좀 웃프면서도 뭐 재단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이 드네요.

NareumNareum: 결론은 인간이 미안해…

igangsuigangsu,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ㅋㅋㅋㅋㅋㅋ

igangsuigangsu: 이 SCP는 삼천리를 완주를 목표로 하고 계신 dt644님의 작품인데, 첨부된 내용들만 보아도 굉장히 전문적이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책방골목 작품처럼, SCP재단이 실존하면 이런 문서가 쓰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NareumNareum: 앞으로 INC 라디오 진행할 때도 이 작가님 이야기 계속 나왔으면 좋겠네요. 완주까지 파이팅입니다. igangsu님이 얘기하셨듯이 상당히 사실도가 높은 작품이에요. 아까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님이 얘기하신 내용에 더불어서, 갈매기 무리에 어떤 종이 있는지도 다 전문적으로 서술되어있는 그런 부분들을 보다보면.. 이 작가님의 전공이 궁금해지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경연을 주관하시는 Salamander724님이 포럼에 포스트를 남기셨는데요. 동물계 SCP 전문인 dt644님께서 각 고장을 대표하는 동물들로 SCP를 만들어 나가시니 삼천리 금수강산 국토대장정 완주자로 가장 높은 가능성이 보인다고 반쯤 농담을 섞어서 얘기하셨는데, 실제로 이렇게 대표되는 동물들을 소재로 하나씩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나가고 계시니 완주하실 가능성이 꽤 있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XCninetyXCninety: 그런 점에서 저는 부산 작품으로 갈매기가 나온게 살짝 마음에 안 들었어요. 물론 부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창원, 거제, 사하구 모두 상징물이 갈매기거든요. 정작 토도가 속해있는 강서구의 상징은 청둥오리이고요. 부산의 상징물을 생각하시고 갈매기를 쓰신 것 같긴 하지만 정작 강서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만큼 약간 아쉬움이 남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아쉽게도 토도의 상징은 갈매기가 아니였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부산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는 차이가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저를 비롯한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부산하면 갈매기가 떠올라서… 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NareumNareum: 갈매기가 행정구역을 따지면서 살지는 않다보니…

XCninetyXCninety: 제가 포럼에서 조금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했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부산하면 갈매기고, 갈매기하면 과자먹이고 그런 얘기가 나왔잖아요. 이 작품이 그런류의 스테레오타입스러운 이미지에 의해서 쓰여진 작품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읽는동안 이 작품의 배경이 부산을 재현한 공간일 뿐이지, 진짜 부산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웠어요. 그것 때문에 포럼에 관련한 이야기를 조금 남겼었죠.

NareumNareum: 네, 그러셨죠.

XCninetyXCninety: 제가 삼천리 작품들을 보면서 제일 아쉬웠던 게 그거였어요. 쓰시는 분들이 지도같은 걸 한번씩 살펴보셨다면 좀 더 지역적인 고증에 충실한 작품을 쓰실 수 있으셨을 법한데,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이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이 작품같은 경우는.. 토도가 있는 위치가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근처인데, 이 근방은 배도 꽤 자주 지나다녀서 갈매기들을 발견하기가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그리 어렵진 않았을 것 같아요. 토도 자체도 면적이 잠실야구장만하니까, 갈매기들 서식지치고는 너무 좁다 싶기도 하고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고정관념같은 부분에 의지해서 글을 쓰시다 보니까, 아무래도 현실 고증 면에서는 조금 멀어진 부분이 있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네, 고증을 했으면 좋겠다는게 뭐 옛날 자료들을 찾아보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저는 지도가 고증에 가장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산을 넘어서 한국 전체의 실질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게 지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재 자료들에는 재구성된 내용들이 많지만, 지도는 거의 날것 그대로가 담겨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도를 살펴보다보면 '아, 이런 설정은 나오지 않았을 법도 한데..' 싶은 것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지도를 근거삼아 조금 더 핍진성을 가진 삼천리 작품들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NareumNareum: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것 같기는 하네요. 저도 광주경연 때 잘 써먹도록 하겠습니다.

XCninetyXCninety: 제가 이렇게 배경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작품 자체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긴 해요. 설정적인 면에서도 꽤나 세세하고, 그런 점에서 읽는 쾌감이 있는 작품은 맞습니다.

NareumNareum: 그러고보니 제가 소개하면서 이 작품의 배경인 토도가 사라진 얘기를 안했네요. 작품의 후반부 메세지에서도 SCP 복원에 반대하는 이유 중에서도 토도 복원 하는 것이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던 걸로도 기억하는데, 토도에 대해서도 조금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얘기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XCninetyXCninety: 토도는 앞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 근방에 부산신항이 들어섰는데, 선박들의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2017년에 철거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고… 딱히 그 위치가 아니더라도 가덕도신공항이 곧 들어설 예정이라서, 재현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 갈매기들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이 예전같지는 않겠죠.

NareumNareum: 안타깝네요. 네, 그러면 이 SCP에 대해서 더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신 분 있나요? 없으시다면 대망의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대망의… 라고까지 하기엔 좀 그런데. 하긴 그 말이 틀리진 않네요. 삼천리 경연 최초의 이야기 출품작이거든요.


광안리 참사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우선 제가 소개할 이 작품은, '광안리 참사' 라는 제목의 이야기 작품인데요. 이 작품 자체가 SCP-790-KO를 소재로 하고 있으니까 그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만 하고 넘어갈게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SCP-790-KO는 여러 물고기처럼 생긴, 지방막으로 구성된 생명체들을 통칭합니다. 이 생명체들의 체내에 흐르는 체액이 강산성 내지는 강염기성이라서, 다른 것들과 닿으면 빠르게 녹는다는 특징이 있고요.. 문서를 보시면 이 SCP들의 포식적인 성질에 중점을 두고 서술되어 있는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생명체들이 왜 SCP로 지정되었냐면, 이 생명체는 핵산을 유전물질로 삼지 않습니다. 아예 기존의 진화론을 부정하는 완전히 새로운 생물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광안리 참사라는 작품은 이 790-KO들로 인해서 광안대교에서 일어난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 작품인데요. 주인공이 오랜만에 부산의 한 해수욕장으로 휴가 차 여행을 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그 해수욕장에서 심하게 다친 러시아인 하나를 만납니다. 러시아인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지만 언어를 몰라서 알아듣지는 못하고요. 그는 꺼림칙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앰뷸런스를 불러주고 바다로 들어가서 놀기 시작해요.

그러던 차에 갑자기 광안대교가 굉음을 내면서 끊어지고, 해수욕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사람들은 파도와 함께 넘실거리던, 희꾸므레한 해파리처럼 생긴 790-KO에 의해 붙잡혀 죽고요. 주인공도 구조원의 제트스키에 올라타서 겨우 해변으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파도가 그를 덮치면서 얼굴이 녹아내려 죽게됩니다.

작품 하단부를 보면, 강산성 체액으로 포식을 하는 790-KO의 한 종이 이상증식되면서, 광안대교의 교각이 심하게 부식되어 붕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적혀있어요. 부산하면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그 중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광안대교란 말이죠. 이 광안대교가 붕괴하는 과정에 대해 충격적으로 잘 묘사하셨다고 생각해요.

XCninetyXCninety: 이 중에서 광안대교를 직접 보신 분이 있나요?

NareumNareum: 저는 부산 갔었을때 두어 번 본 것 같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사진으로는 많이 봤어요.

igangsuigangsu: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XCninetyXCninety: 다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들은, 멀리서 보면 멋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그리 멋져보이지는 않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광안대교는 현수교라서, 지나다니면서 그 케이블이 매달리는 모습이 되게 멋져요.

NareumNareum: 그리고 그 멋진 다리를 작가님이 무너뜨렸군요.

XCninetyXCninety: 무너뜨릴 수도 있죠. 랜드마크가 무너지는건 이미 숱한 영화의 전통이니까..

NareumNareum: 랜드마크가 무너지는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외계인들이 침공해서 거대한 포를 쏜다던가, 엄청 거대한 괴수가 조각상 머리를 날려버린다든가, 자연재해라던가, 그런 것들이 주로 나오는데 물에서 살던 해양생물들이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다고 하니, 생각해보니 좀 특이한 것같기도 같네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광안대교가 그래도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다리가 790-KO라는 변칙적인 생물들 때문에 무너진다면 엄청난 격리파기 사태이면서 동시에 장막정책의 붕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에 무슨 일들이 있을지가 궁금해지는 이야기에요.

과연 이 사태를 은폐할 수 있을것인가, 그리고 790-KO가 이렇게 또다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등에 대한 의문이 확실히 자리잡는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일단 수영구 해운대구 그쪽이 되게 부촌이거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절대로 작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른 다리가.. 이를테면 뭐 거가대교가 무너져도 그 정도 파급력에는 못 미칠걸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저는 작품 중간에 나오는 러시아인이 하는 말들이 궁금해서, 결국 번역기를 통해서 읽었거든요. 사실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했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무시하고 물에 들어갔겠지만, 외국인이 하는 말이라서 주인공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라는 점이 또 괜찮은 서술적 트릭이었다고 생각해요.

NareumNareum: 주인공 뿐아니라 독자들도 알아들을 수 없고 말이죠.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저희는 번역기를 돌릴 수 있잖아요.

NareumNareum: 에이, 일단 처음은 모르고 봐야지 재밌죠. 이제 강수님도 말씀하세요.

igangsuigangsu: 일단 광안리 참사라는 작품을 처음 봤었을 때는 단편으로 무난하게 잘 쓰셨구나 싶었는데요. 저도 이 작품 이후의 일들이 조금 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광안대교가 부식돼서 무너지고, 해파리 떼들 몰려오고 하는 것들을 재단이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만약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런 부분이 다뤄지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NareumNareum: 결국 다들 후속작을 원하시는거군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후속작을 원한다기보다는, 사실 이 작품 자체만으로는 그냥 격리실패로 일어난 사태에 대한 얘기에서 끊기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거죠.

XCninetyXCninety: 저는 뭐 뒷이야기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실제로 부산 바다에 해파리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이거는 생각보다 있을법한 일이구나. 내가 해운대 해수욕장을 걸어가면 이 작품이 생각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NareumNareum: 이 작품에 대해 더 이야기하실 분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대망의 작품 소개를 시작해보독 합시다! 삼천리 부산경연의 1등 작품!

igangsuigangsu: 제 차례가 다시 돌아왔네요. 으아악~


SCP-934-KO("우리가 다시 만날 곳")


igangsuigangsu: 이제 마지막으로 제가 소개할 작품은, 부산 경연의 우승작! DrdobermannDrdobermann님의 SCP-934-KO ("우리가 다시 만날 곳")입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SCP-934-KO는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에 있는 한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변칙현상입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가 점술점 천막이 밀집해있는 유라리 광장인데요. 유라리 광장의 옛모습인 '점바치 골목'에 대해 알고 있고 실종된 친인척이 있는 사람이 그 동네로 향하면, 그 근방에 특별한 주황빛 천막 하나가 나타납니다.

그 천막에 들어가면 한 사십 대 오십 대로 보이는 한국 여성분이 앉아 계세요. 그 분께 가서 실종된 사람 대해 여쭤보면, 그 실종된 친인척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그런 SCP입니다.

실종된 동생이 있는 한 요원이 녹음기를 가지고 그 천막에 들어간 기록이 첨부되어있는데요. 대화 끝에 이 분이 실종된 사람의 위치, 생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줍니다. 그 말을 듣고 뛰쳐나간 요원은 담당 구역을 이탈했으며 다음날 복귀했는데, 그 동생은 결국 계곡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권상진 요원과의 면담에서, 그 요원의 할머니되시는 분이 과거 점바치 골목의 한 점집을 들렀다가 한국전쟁 당시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던 할아버지를 찾게 된 것으로 처음 이 SCP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대략적인 내용은 이게 전부입니다. 세세한 내용들은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우선, 제가 이 작품을 보았을 때는 약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천막이 나타나려면, 우선 친인척이 실종된 상태고, 가능한 모든 절차를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찾을 수 없는 상태여야 하잖아요?

권상진 요원의 이야기를 보면, 천막의 그 분이 그 할아버지나 동생의 위치는 알려주었지만 결국에는 시체인 체로 찾게 되었잖아요. 그렇다는건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실종자를 찾을 때, 찾으려한 사람이 이미 죽은 상태에서만 찾을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슥 들더라고요.

그냥 평범하게 가족을 찾아주는 SCP라고 보는 편이 일반적이겠지만, 반대로 그런 상황에 몰아넣어서 절망을 즐기는 SCP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느꼈고요.

NareumNareum: 세상에나, 저는 이 작품도 감성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면 저는 뭐가 돼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충분히 감성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작품 중에 그런 문구가 하나 있었잖아요? 이 SCP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파악할 일을 알려준 것인지, 아니면 이 SCP의 변칙성으로 인해 사건이 일어난 건지 그 인과 관계는 불명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저는 그 부분을 보고 좀 쎄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igangsuigangsu: Nareum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 작품에 감성적인 포인트가 아주 없다고 보긴 어려운 게, 친인척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기 위해서 점집이 모여 있는 장소에 찾아가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께는 점술가분들이 해주시는 살아있다, 죽어있다, 동쪽에 있다 같은 말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위안이 될 수 있을텐데, 이 SCP는 직접 그 위치도 짚어주고 생사 여부도 알려주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희망적인 분위기의 SCP라고 보는게 일반적일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님 말씀 듣고보니 죽어있는 사람만 찾아주는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XCninetyXCninety: 생각보다 너무 흉악한 해석들이 나왔는데요.

NareumNareum: 약간 일리가 있어보이기도 하는게, 그 할머니분께서 마지막에 해주시는 말씀이 있잖아요? 녹음에는 담기지 않아서 맥거핀으로 남은… 이 부분 덕분에 그런 류의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제 해석 때문에 많이 분위기가 다크해진 것 같은데..

XCninetyXCninety: 딥다크죠 이건.

NareumNareum: 지금 3명을 동시에 충격에 빠뜨리셨잖아요.

XCninetyXCninety: 설명 들으니까 완전히 악귀가 됐어요 이거.

NareumNareum: XCninety님은 직접 부산 점집 찾아가보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XCninetyXCninety: 아, 네. 제가 점바치 할머니들이 마지막으로 남아계신 점집을 찾아갔습니다. 지금 영도대교 밑에는 지금 점집이 하나도 안 남아있어요. 그래서 저도 영도대교 밑에 있는 점집을 찾아가 본 적은 없고요.

근데 옛날에 영도대교 복원하기 전에, 한번 다리 밑에 여러 상점들이 있던 거는 기억이 나네요, 그게 마지막 기억이지만. 지금 영도대교 밑에는 점바치 기록관이라는 게 있는데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재정비한다면서 텅 비어있어요.

옮겨간 점집들은 다리 건너서 영도구 안에 있고요. 어딘지는 알려드리지 않겠는데 인터넷에 있는 자료로 장소를 찾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igangsuigangsu: 오오..

XCninetyXCninety: 원래 영도대교를 재가설할 때 부산시에서 점바치골목을 복원하겠다 해놓고 안했거든요. 그래서 점집들이 쫓겨나다시피 해서 영도구까지 간 건데. 보수동 책방골목도 많이 죽었다고 했지만, 여긴 아예 없어질 판국이에요.

현실적으로 충분히 어두워요. 앞으로 점바치 골목이 또 부활할 가능성이 있어야 되는데… 사회적으로 좀 암담합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그렇네요.

XCninetyXCninety: 그래서 저는 934-KO의 할머니가 그런 점바치할머니들의 원념이 모여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좀 깊게 들었어요. 작품 자체는 Drdobermann님이 구성을 잘해놓으셨다 보니까, 제가 추천을 안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igangsuigangsu: 작품을 보면 천막을 나중에 찾아보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내용도 여기 점집들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이런 걸 시사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시사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이제는 현실적으로는 점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변칙이라고 해도 될 수준입니다.

NareumNareum: 훈훈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어두워지네요. 생각해보면 SCP라는 장르가 원래 어두운 분위기니까요. 충분히 우승할 만한 분위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ㅋㅋㅋㅋ 제가 너무 어둡게만 생각을 해서 죄송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NareumNareum: 긍정적으로 보자고요. 영상각은 많이 나왔어요.


마무리


NareumNareum: 제가 마지막 작품까지 보면서, 뭔가 공통점이라고 느껴진 게 하나 있어요. 이제 점집은 없어졌고, 책방도 이제 없어지는 추세고, 광안대교는 무너졌고, 토도도 사라졌고, 장산범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다가 그리고 어머니를 무시한 아들 내외까지. 그런거 보면은 이제 부산경연에 나온 작품들 대부분은, 사라진 것,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아련함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요.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취라고 해야 될까요. 부산이 좀 큰 도시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도시가 성장해나갈수록 점점 옛것들이 사라져간다는걸 이번 기회로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NareumNareum: 벌써 사라진 것 두 개가 SCP로 남은 것부터가 상당히 슬픈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 침략 한 번도 안 당한 도시인데.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옛 것들이 남아 있어서, 이제 와서 하나씩 사라지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XCninetyXCninety: 부산은 한국전쟁 때문에 좀 크게 덕을 많이 본 도시였어요.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면서 피난민이 다 부산에 몰렸잖아요. 또 유엔군 유입이라던가 해서 문화적으로 많이 뒤섞이고, 그 전쟁을 지나오면서 대한민국의 조강지처 같은 도시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말하자면 부산과 함께 우리가 이 아픔을 이겨 낸 거죠. 그래서 또 제가 또 아쉬운 것 같아요 아픔을 같이 견뎌낸 흔적들이 계속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저희 집도 간척지를 메워서 만들었거든요. 부산 환경이 점점 도시화되면서…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던 경연이 된 것 같습니다.

NareumNareum: 우… 우시는 거 아니죠?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사실 저희 주변에도 찾아보면 한때 부산에 피난민들이 몰렸던 것 때문에, 부산에서 유래한 음식이라든가, 부산에서 유래한 놀이라든가 이런 게 상당히 많이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있는 상태거든요.

그만큼 부산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깊은 연이 있는 도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본연의 이런 가치들이 훼손되고 퇴색되는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세월이 흘러가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좀 아쉬워요.

NareumNareum: 좋습니다~ 마지막 정리도 깔끔하게 잘됐네요. XCninety님은 따로 소감을 여쭤보려 했는데 어쩌다가 바로 이렇게..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너무 가슴 절절한 말씀을 딱 해주셔서..

igangsuigangsu: 심금을 울리는 절절함이..

catsi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ㅋㅋㅋㅋ 아무튼, 저희가 지금까지 삼천리 경연 부산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아무래도 최다 투고가 됐던 울산경연으로 찾아오게 될 것 같아요. 12작품이라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지만…

지금까지 사라져가는 향토에 대해서, 혹은 그와 관련된 작품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던 INC 라디오였고요. 다음에 또 다른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와아~

NareumNareum: 예~ 다들 긴 시간 동안 봐주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igangsuigangsu: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XCninetyXCninety: 불러주셔서 감사하고요. INC 잘 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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