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제
평가: +3+x

Loading, Please Wait……

……
Ini Odr 9
……

Warning : Every input is useless at this point. Please Wait……

……
Autzn P. Key 941/757
……

USB Found.

Warning : Security Breach. No Unauthorized Access Beyond…
Welcome Special Personnel. Please Type Your Command.

……
bash-3.2$ version 3.2.51-x86_64-grape-darwin13
read arg f/sdcard1/Kahlar_XII
popd expr pwd f/sdcard1/MSBI/Ivericks_0
……

‘이제 나머지는 알아서 다 되겠지.’
눈을 모니터에서 뗀다. 좁고 어둡고 너저분한 방이 눈에 들어온다. 3일 전에 분명 말끔하게 닦았는데. 퀴퀴한 냄새가 날 것이다. 내 코가 감각을 잃은 지 꽤 되서 정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졸음과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있지만, 기대감에 눈꺼풀은 내려오지 않는다.

본체가 열기 가득한 공기를 내뿜는다. 아무 생각 없이 드라이아이스 몇 개를 냉동고에서 꺼내 올려 놓았다.
차디찬 이산화탄소가 알아서 식힐 것이다.

삑!

[File Found]

……
shw Dtil

삑!

[Unknown Command : Dtil]

“아…짜증나”

이 빌어먹을 인간들이 지들 명령어를 따로 만들어놓고 help조차 못 쓰게 만들어놓을 줄은…정말 몰랐다. 분명 이건 SCiPNET 밖의 다른 네트워크다. 소규모이고, 아주 튼튼한 보안을 가진.
'근데 왜 그럴거면 내가 만든 빌드를 그대로 가져다 써서 내 백도어까지 그대로 복사한 것일까?귀차니즘?백도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챘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Dtil이라는 명령어가 있을 리는 없지.

내 모니터들 뒤에는 메모지들이 너덜거리고 있다. 각종 명령어들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들. 빵의 포장지와 부스러기, 도무지 어디에 쓸지 나조차 기억나지 않는 케이블들, 아직 바닥에 몇 방울은 남아있을 에너지드링크 캔들 사이에 있어서 쓰레기처럼 보이겠지만 내게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다.

몇 개를 힐끔거리고 키보드를 두들긴다.

shw Dtl

[Name : readme
type : .txt
Size : 1129KB
Creation Date : 1900/01/01 00:00
Modification Date : 1900/01/01 00:00]

'생성일자나 편집일자 같은 경우는 아예 데이터 손상으로 못 읽어서 저렇게 뜬 것일테지. 세상에, 안티 포렌직이라도 저렇게 망가뜨리진 않을 걸.'

'readme같은 흔한 이름 써놓아봤자 용량이 이렇게 크면 안 속을텐데.'

읽을 수 없는 평의회의 생각이 손끝에서 가물거리다 사라진다.

open

……Decryption Complete.


확보하라.
격리하라.
보호하라.

우리는 이 문서를 모두가 읽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산 채로 지옥에서 죗값을 치른 이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SCP재단의 O5 평의회 의원들이다. 우리는 재단의 모든 변칙 개체를 관리한다. 우리는 재단과 세계와 문명의 존망을 지키는 이들이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양심에 어긋난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속죄해야 한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D계급들을 지옥으로 밀어넣은 것 뿐만이 아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었을 기회들을 박탈한 것에 대해 우리 자신을 단죄하여야만 한다.
우리는 A계급 5등급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모두 그랬었다. 그러나 1945년의 회의 이후, 우리는 새로운 조항을 제정하였다.

O5-13은 D계급 i(허수)등급을 유지한다. 다른 D계급과의 차별 없이 모든 실험에 투입될 수 있다. i등급은 모든 문서에 접근 가능하나, 열람 후 A등급 기억소거를 받는다. SCP-006과 기억소거제가 충돌하는 현상을 보이므로, 실험에 투입하거나 문서를 열람하는 O5-13은 SCP-222로 복제한 개체를 쓰는 것만을 허용한다. 이마나야-싱크(Imanaya-sync)절차1를 매 달 실시해 복제한 개체와 원 신체의 두뇌를 동기화한 뒤 복제한 신체를 폐기한다.

O5-13은 두 경우에 배정된다. 처음으로 O5에 배정되는 경우와 O5에서 은퇴하는 경우이다. 두 경우 중 한 번은 반드시 배정되어야 하며, 시기는 자신이 선택한다.

O5-13의 임기가 끝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만이 존재한다. 새로운 O5-13이 배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O5-13의 임기는 일정하지 않다. 가장 짧은 경우는 1년 7개월이었으며, 가장 긴 경우는 93년 5개월이었다. 평균적으로는 약 40년이다.

O5-13의 원래 신체는 복제할 때와 이마나야-싱크 절차를 진행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동면 상태에 있어야 한다.

부록 :


편지 :

………..

삐!

메시지가 왔다.

'이걸 보낸 사람은 분명 나보다도 한 수 위일거야. 내 프로그램이 역추적할 수 없다니.'

[안녕하시오.]

[당신 누굽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소.]

[당신 누구냐고.]

[내가 말했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나한텐 중요한데?]

[왜 내 말을 못알아듣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등골에 싸한 느낌이 스쳤다. 기분이 무지하게 나쁘다.'

[중요한 건, 너에게는 진실을 조금 알려주고 싶었다는 거야.]

[이건 모두 의도되었다는 것인가?]

[Correct.]

'끔찍할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샤워하고 소파에 쓰러져 12시간 정도 잠들었을 테지만, 랜 선 뒤에 있을 사람이 그렇다는 대답으로 Correct를 쓰는 경우는…'.

'어떤 쪽으로는 SCP-074-KO를 마주친 기분이야.'

[최근,2014 7/17 2310에 D급 정보유출을 일으킨 일이 있었지?]

'있었지. 덕분에 박사 하나와 사서 하나가 기억소거를 당했다던데. 나는 보안부에 끌려갔고.
그 빌어먹을 빅 브라더같은 걸 만드는 건 내 신념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단 말이지.'

[원래대로라면 넌 D계급으로 강등당해 처리당할 예정이었지. 하지만 너는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어. 왜냐하면 이미 그러고 있기 때문이지.]

불길한 느낌에 식은땀이 흐른다.

[잘 가, 다시는 험한 꼴 보지 않기를 바래.]

[정신자적 살해 물질 활성화. Mors est Redemptio-죽음은 안식]

풀썩.

힘없이 쓰러진 육신은 제 가슴을 키보드 위에 엎어버린다.
부자연스럽게 꺽인 목이 모니터에 제 얼굴을 문질러 넘어뜨린다.
영문 모르는 컴퓨터가 삑삑거리며 알 수 없는 명령어라고 운다.


"괴롭습니까?"
"당연하죠. 사람 하나를 죽였는데."
"끔찍하게 죽을 최후를 인도적으로 안락사시킨거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안락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던가요?"
"……."
"나는…우리가 충분히 속죄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너무나 슬픈겁니다."
"……."
"……."
"한 잔 하겠습니까?"
"그게 수면유도제라면 좋겠습니다."
"아주 훌륭한 수면유도제지. 훌륭하고말고…"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