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턴의 죽음과 N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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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언제더라-, 아, 2014년 12월 13일. 그날은 우리가 모두 기억하는 제일 끔찍한 날 일 거야. 시작은 점심시간 중 노턴 박사가 하자고 한 농담 대회였어.

"자, 솔직히 이제 오후 중엔 다들 할 일도 없을 텐데, 농담 대회를 하면서 쉬는 것이 어떻습니까? 솔직히 위험한 개체들도 다 다른 기지에서 돌아가면서 관리하고 있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게 그 끔찍한 사건의 시작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었지. 그리고 항상 먼저 시작한 사람이 크게 당하는 것만 생각하고 노턴 박사를 이기자는 생각만 했어. 우리 기지 인원 중 노턴 박사한테 안 당해본 사람은 기지 관리자랑 O5 임원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지.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당연하지만 기지 관리자였어.

"농담대회? 위험한 개체? 재단에 위험하지 않은 개체가 어디 있어? 일이나 하면 안 되는 거야?"

뭐, 그때도 언제나 그러하였듯 반대를 하셨지.

"뭐 어떻습니까, 운동회는 매년 하면서. 올해만 해보고 재미없다 싶으면 관두면 되죠."

"운동회는 재단 규칙상 매년 체육행사가 필요하기 때문이잖아."

"그 체육행사가 필요한 이유가 농담대회랑 겹치네요?"

"뭐라 하기도 귀찮네, 무슨 문제 생기면 노턴이 다 책임지는 거로 할 거면 하고. 난 책임 안 진다. 대회 끝나면 작년에 실험 중 사라진 SCP-504 하나는 어디 간 것인지 다시 한 번 찾아봐."

"봤지? 나 허가받았다!"

뭐, 대충 점심시간이 끝나고 식당에서 '노턴 박사 주최 제1회 제 ██기지 농담 대회'가 시작되었어. 그런 사건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모두 들떠서 그런 사건이 터진 것일지도 모르겠어.

"제1회 ██기지 농담 대회를 시작합니다! 상품으로는 재단 농장산 유기농 토마토가 주어질 것입니다! 상품의 신선도를 위해 채취는 대회가 끝나기 직전에 다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뭐, 항상 그런 사람이었지만 노턴 박사는 들떠서 사회를 하고 있었어.

"시끄럽다!" "빨리 시작이나 해 노턴!"

노턴 박사의 동기들은 당연하게도 평상시처럼 노턴에게 화를 냈어. 그 와중에 노턴 박사는 순서표를 뽑았지.

"이 영광스러운 대회의 첫 시작은, 에이든 밀러!"

마지막을 기대했던 내가 제일 처음이 되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날 살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 적어도 그게 나한테 날아온 건 아니니까. 그래도 그때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억울했었는가는 그 자리에 있던 내 동기들만 알 거야. 뭐, 그런 건 넘어가고 나는 내가 할 줄 하는 최고의 농담을 머릿속으로 몇 번은 되새김질하며 앞으로 나섰어.

"여러분은 제가 재단에 들어온 게 20번째 회사인 걸 아시겠죠? 제가 14번째 회사에 있었을 때 잘린 이유를 아십니까? 담뱃불을 켜다가 제 코트에 불이 옮겨 붙어서 잘렸습니다(got fired). 그 다음 15번째 회사는 왜 잘린 지 아십니까? 컴퓨터가 고장 나서 뭐가 문제인지 뜯어보다가 스파크가 튀어서 그대로 제 가운에 불이 붙어서 잘렸습니다(got fired). 그 다음 회사인 16번째 회사는 사내에 테러리스트가 들어와서 제압하려고 호신용 권총을 쐈다가(fired) 운 나쁘게 사장 다리에 박혀서 목숨을 구한 건 신경 안 써서 잘렸습니다(got fired)"

뭐, 씨발 난 왜 이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아직도 쪽팔린다.

"하, 하하하, 재미있는 경험담이었습니다. 네, 뭐, 다, 다음 순서는, 알렉스 헌터!"

난 그때 당시 내 최고의 농담이 무시당한 것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서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었어. 특히 나 빼고 전부 누군가가 웃는 소리가 났기에 더더욱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 그냥 게임기 하나 때문에 환풍구에서 잠입 액션 하던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며 정신을 놓고 있었어. 환풍구 안은 따뜻하기라도 했지, 적어도 그곳처럼 춥지는 않았거든. 뭐, 조금 냄새는 났었지만.

"하하하, 재미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박사. 다음 순서는 요원 S와 요원 P! 태그로 나와서 하는 건가요? 기대됩니다. 요원분들!"

작년에 죽은 요원 S와 P의 순서가 됐을 때쯤 정신을 차렸는데, 그들의 농담은, 뭐, 나보다 심했지. 아니, 그냥 슬랩스틱이었어.

"종을 쳐 P!" "칠 도구가 없다고 S!" "그냥 머리로 치라고!" "으, 으아아아!" 쾅!

뭐, 사실 슬랩스틱보다는 그냥 자살시도에 가까웠지,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교회 종탑에나 달릴 만큼 큰 종을 머리로 치겠냐, 안 그래? 아마 요원 S와 P밖에 없을 거야. 어쨌든 요원 P가 응급실로 실려 가고, 요원 S가 경위서를 쓰러 가고 나서 다시 대회가 재개되었지. 어떻게 보면 요원 S와 P가 그 사건의 원인이 된 걸지도 모르겠네. 아닌가? 사실 지금도 모르겠어.

"흠흠, 이거 잠시 사고가 있어 대회가 지연되었습니다."

노턴 박사가 멋쩍게 말하고는 다시 대회가 진행됐지. 그러고는 몇몇 개는 들어 줄 만한 게 나왔었지…. 아니, 사실 모두 나보다는 훨씬 나았었어. 빌어먹을. 그러다가, 한쪽 끝에서 큰 상자가 나오고 있대? 물론 그게 토마토 상자란 건 나 말고도 모를 사람은 전혀 없었지. 그런데 "마침 상품도 도착했으니 마지막 순서로 제가 나오겠습니다!"

갑자기 거짓말같이 노턴 박사의 순서가 된 거야.

"순서 조작이냐!" "노턴 박사는 반성하라!" "내 돈 갚아 인마!"

노턴 박사의 순서가 되자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나왔었을 거야. 뭐, 평상시 행실이 그런 사람이니, 나도 게임기 얘기를 하며 같이 욕했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그게 그의 마지막일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야. 그걸 알았다면 다들 노턴 박사를 말렸겠지. 뭐,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

"근데 여러분, 마침 토마토가 오니까 생각난 건데요, 여러분은 토마토 맛 토랑 토 맛 토마토 중 어떤 게 더 낫다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난 솔직히 무슨 말을 했는지 못 알아들었어. 나중에 곁에 있던 사람에게 들어서 겨우 알아들었어. 근데 그건 분명 그 양반이 할만한 농담은 전혀 아니었단 말이야? 그때 듣고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말이 탁 끊긴 거야. 마치 유령이 지나간 것처럼.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귀찮다고 막 던진 거였을까? 심사위원이 따로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있었다면 그 사람들은 정색 피우면서 바로 퇴장시켰을지도 몰라. 근데 웬걸. 심사위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어.

콰직 "어?"

그게 그 박사의 마지막 한마디였지.

뭐, 다들 정신을 차렸을 때 즈음에는 중기관총을 수백 발을 맞은듯한 모습의 노턴 박사가 토마토 파편과 함께 쓰러지고 있었어. 다들 노턴 박사를 살리겠다고 응급실로 급하게 들고 가서 의료과 애들은 전부 치료하고, 관리부 사람들은 농장 관리 임원을 탄핵하라 하고, 요원들은 식당에서 파편 치우고 그날은 제 ██기지 전체가 혼란했었어. 아마 케테르급 개체를 다른 기지에 넘기지 않았다면 격리 실패로 전원이 죽었었겠지.
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의료과도 아니고, 관리부도 아니고, 요원도 아닌 데다 나는 전자공학과 출신이거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장 난 장비를 찾아서 수리하는 정도려나.
뭐, 내가 20번 회사에 다니면서 제일 싫어한 게 맨날 전자공학과라고 뭐 좀 고쳐달라는 거였지만 그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걸 전부 해야 할만한 상황이었거든. 하지만 아무런 장비도 문제없었기에 방에서 기도나 하고 있었지.

결국, 몇 시간 뒤 노턴 박사가 죽었다는 방송이 나왔어. 사인은 과다출혈. 아마 그 빌어먹을 심사위원이 그 농담을 엄청나게 싫어했던 것 같아. 노턴 박사의 몸은 완전히 걸래 짝이 되었으니까. 인생에서 퇴장당한 거지. 생각해보면 문제가 생기면 노턴 박사가 책임지라던 기지 관리자의 말을 지킨 것일지도 모르겠네. 어찌 됐든 그 뒤부터 우리 기지에서 12월 14일은 노턴 박사를 추모하며 토마토를 먹지 않는 날로 지정한 거야. 그리고 내가 노턴을 추모하며 N이 된 날이기도 하지. 그의 의지를 이어 살아가는거야.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준 이유는 뭡니까?"

내 얘기를 듣고 있던 내 후배가 물어봤다.. 그리고 가짜 의도를 말해주었다..

"오늘이 12월 14일이지..?"

"네. 그렇죠."

"그러니까 스파게티는 안 사줄 거야.. 토마토 들어갔잖아.."

그러면서 나는 다시 그때를 생각해보며 스스로에게 의문점을 제시했다.

'뭐, 애들 앞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충 얘기 했지만 아직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다. 우선 노턴 박사가 순서를 조작하면서까지 마지막을 하려 한 이유. 그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SCP-504가 날아올 때의 노턴 박사의 표정은 놀랐다기 보다는 예상대로 되었다는듯한 표정이었다. 목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뭐, 이거는 내 착각일수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분명 사라진 SCP-504는 하나였다. 거기서 더 자라서 생긴다고 해도 20개를 넘기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 누군가가 적어도 우리 기지 인원을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거는 거의 확실하다.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서야 그게 20개씩이나 나올리는 없다.

'마지막 세 번째, 이런 상황이 되면 보통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자기 자리에서 내려와야 된다. 보통 그 사건을 일으킨 부서의 높으신 분이나 중간 즈음이 내려오지. 하지만 내려온 것은 엉뚱한 의료부 부장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누군가가 SCP-504를 이용해서 주요 인물을 죽이고 의료부 부장을 내쫓으려 한 짓이라는 소리가 된다. 아마 노턴 박사는 그걸 대충 예상하고 행동 한 것이겠지. 나는 현재 의료부 부장이 제일 수상하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건 현재의 의료부 부장 밖에 없으니까. 아마 요주의 단체와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토마토를 채취한 것도 그쪽 녀석들이겠지.'

젠장. 대회 하나가 이렇게 큰 음모에 연관되는 추측이라…. 혹시 누가 들으면 날 과대망상증으로 생각할거야.

그러면서 스스로 질문과 응답을 하던중 후배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말 끝 안 늘이시네요? 평상시랑 많이 다르신데, 무슨 생각 하십니까?"

뭐, 이런거 알려줘봤자 이해도 못할 녀석이다.. 대충 넘기자..

"아니, 그냥 오늘 저녁 고민 중이야.. 오늘 저녁 케밥 먹을래..?"

허나 그는 나의 예상과 다른 말을 던졌다.

"그것보다 그 사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 뭐가..?"

"노턴 박사가 자기 순서를 꼭 끝에 두려던 이유를 모르겠어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그들을 모아서 노턴 박사가 죽은 이유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인가?'

아마 그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다른 나라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그렇다는건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사건 전후로 의료부 부장이 바뀌었는데 그것도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고요."

일단 난 내 생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얘기했다..

"그렇다면 그 사건 이후에 온 사람중 비슷한 생각을 할만한 사람을 모아서 1214호로 모여줄래? 다 같이 추리해보자."

어쩌면 금방 노턴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중에 재단 내 스파이를 전부 잡을 수도 있는것이다. 이건 재단과 나와 노턴을 위한 일이다. 이제부터 믿을만한 사람을 모아서 원인을 추리해볼 것이다.
-("The N의 재단 조사록"의 프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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