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이름이 있었던 나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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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 SCP-262-KO, 김정수, 한정훈, 불명

요약: 사물과 생물의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변칙능력자. 예컨대 장미와 권총이 있다면, 장미를 권총으로 권총을 장미로 서로 정체성을 뒤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면 장미를 권총으로 권총을 장미로 인식하게 된다. 다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의 정체성을 덮어씌울 수 없다. 재단 제145K기지에 격리 중.

위협: 아마도 낮음. 그의 능력이 비실존인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아마도 같이 재단을 적대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협력 가능할 확률이 무척 높다.

…이상이 본래 준비해 두었던 자료지만, 막상 그를 만나보니 아주 비협조적이였다. 아니 그냥 미치광이였다. 게다가 무슨 이사관 목을 따고 기지를 지배하겠다느니 말도 많았고, 하필 더 최악인 것은 그의 변칙성이 내게도 통했다는 것. 눈앞에서 물건의 상태는 휙휙 바뀌지, "나는 화를 참지 못해 이사관의 얼굴에 커피를 뿌렸다"느니 "이사관은 내 경마용 말에 불과하다"느니 그 남자는 개소리나 떠들어대지…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와 함께하면서 내 이름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제시카 톰슨 Jessica Thomson. 이름 없이 아무도 아닌 자로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이 이름이 정말로 내 이름이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만일 그가 인과정체성 능력으로 내 이름을 바꾸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더 이상 이름 없는 존재로 살고 싶지 않다. 제145K기지 격리 파기 이후 그는 영구적으로 구금되었으니 진위를 알아볼 수도 없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이 이름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정말, 정말로 궁금하다. 나는 내 본명으로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아마도 남에게서 빼앗은 거짓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가. 그 무례한 망상증 환자는 내게 큰 짐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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