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회가 미쳤어요』 S05E12 - 즈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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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 꺼진 무대 가운데에 스포트라이트)
 (열렬한 박수)

진행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FBS 최대의 퀴즈 버라이어티 쇼, 『평의회가 미쳤어요』! 시즌 5도 드디어 마지막 회가 찾아왔습니다!"

 (격렬한 환호)

진행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 시즌은 11주 동안 우승자가 탄생하지 않아, 11주치 상금 55만 달러가 그대로 누적되어 있는 초유의 상황! 오늘의 게스트가 우승을 차지하면 무려 6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바로 여기서 그대로 현금으로 받아가게 됩니다!"

 (진행요원 두 명이 돈수레를 끌고 옴)
 (미친 듯한 환호)

진행자: "그럼 지체없이! 오늘의 도전자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낮에는 연구원! 밤에는 밴드 가수! 재단 내외 그 전례가 없을 '석사돌' 열풍의 주인공이죠! 제27기지 대표, 즈소~~~ 연구원입니다!!"

 (도전자 자리로 이어지는 등장 통로에 조명)

즈소: "야호!! 모두 안녕하세요~!!"

 (열화와 같은 함성)

방청객들: "제이☆에스☆오! 제이☆에스☆오!"
즈소: "고마워요! 여러분의 아이돌 즈소입니다~!!"
진행자: "이런, 벌써부터 엄청난 성원이로군요! 즈소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최근 새 앨범을 발매하셨다는데 그 영향일까요?"
즈소: "네! 3집 『FOUNDATION=SOUNDS』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약 5분간 근황 토크)

진행자: "그러면 지금부터! 『평의회가 미쳤어요』의 메인 코너, 〈에스컬레이션 퀴즈〉를 시작하겠습니다!!"

 (엄청난 함성)

진행자: "〈에스컬레이션 퀴즈〉는 이름 그대로 단계를 올라가면서 퀴즈를 푸는 도전 코너입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도전자의 직장 동료들이 출제자로 등장해 그들의 전문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를 냅니다! 어떤 어려운 문제도, 어떤 더러운 술수도 완전 OK!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출제자의 직급도 올라가, 5라운드인 파이널 라운드에선 O5 평의회 의원과 대결! 최종 우승을 거두면 누적된 상금을 모두 획득할 수 있습니다!! 즈소씨,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즈소: "물론이죠!"
진행자: "60만 달러를 탄다면 그 돈으로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요?"
즈소: "우선 밴드 장비와 기지 휴게실 비품을 최신품으로 교체할 생각이에요. 특히 고전과 신작 아케이드 기기를 잔뜩 잔뜩 들여올 생각입니다!"

 (방청석 한 쪽에서 절규에 가까운 환호)

진행자: "즈소씨의 선언에 기뻐 날뛰는 사람들이 있군요! 제27기지의 동료들일까요?"
방청객 A: "즈소님 제발『큰북의 달●』 사주세요오오오!!!"
즈소: "아, 매번 신청서 쓰시던 분이구나! 이번에 꼭 들여놓을게요!"
방청객 A: "우오오오오오!!!"
진행자: "퀴즈를 시작하기도 전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군요! 그러면 스테이지 1로 직행하겠습니다! 스테이지 1의 출제자는 바로 이 사람입니다! 만국 통역사, 하리우치 에이도 연구원!!"

 (1번 출제자 세트에 조명)

하리우치: "오랜만입니다, 즈소 선배님! (생글생글)"
즈소: "할! 반갑긴 한데… 이거 시작부터 난관이네요!"
진행자: "설명하죠! 하리우치 연구원은 지구상의 모든 언어를 존재만 인식한다면 즉시 완벽히 터득하게 되는 기막히게 편리한 변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실 동료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능력이지만, 이곳 『평의회가 미쳤어요』에서만큼은 스테이지 1의 학살자라고 불릴 만큼 지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왕 출제자로 유명! 발도 넓어서 온갖 게스트의 지인으로서 출연해오고 있지요! 시즌 4 최종우승자 샐리 박사조차 시즌 3 출연 당시엔 하리우치 연구원의 문제에 걸려 쩔쩔매다 탈락하고 말았으니, 두려운 상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동요하는 방청객들)

하리우치: "그럼 스테이지 1 문제 갑니다. 다음은 SCP-791-KO에 새겨져 있는 상형문자 중 일부입니다. 보기 중 이 문자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한 건 무엇일까요?"

  1. 거인이 일어나매 보라 멸망이 눈 앞에 있도다
  2. 거인이 일어나매 보라 죽음이 눈 앞에 있도다
  3. 거인이 일어나매 보라 태양이 눈 앞에 있도다

진행자: "고대문자!! 이럴 수가, 고대문자 문제가 나왔습니다아아!!"
방청객 A: "안돼 내 큰부우우욱!!"
즈소: "그래도 보기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진행자: "도전자에겐 스테이지마다 5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과연 즈소씨는 난데없이 시작부터 앞길을 가로막은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던 즈소, 주어진 상형문자 중 엎어진 반원 도형에서 선분 다섯개가 위로 짧게 뻗어나오는 모양의 그림을 가리키며)

즈소: "문제의 단어는 바로 저 그림이겠네요."
진행자: "오오, 어째서죠?"
즈소: "바로 뒤에 눈 모양의 그림이 있으니까요. 어순은 잘 몰라도 가장 가능성이 높겠죠."
진행자: "그럴 듯한 추론입니다. 그렇다면 그 그림의 뜻은 무엇일지 알 것 같습니까?"
즈소: "일단 간단한 형태로 미루어보아 1번은 아니겠네요. 그리고 제가 아는 어떤 상형문자에서도 태양 그 자체를 뜻하는 문자로 일출 장면을 따 온 사례는 없었어요. 대부분 지평선 위에 떠있는 완전한 원형의 태양을 형상화하는데, 그렇다면 3번도 아니라는 결론이 됩니다."
진행자: "도전자 즈소, 거침없이 풀이를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스테이지 1의 정답은 2번이라는 것이죠?"
즈소: "네. 무덤의 분봉을 형상화한 문자가 아닐까 싶네요. 2번을 선택하겠습니다. (버튼 누름)"

 (관중 환호)

진행자: "즈소씨가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제 되돌릴 순 없습니다! 하리우치씨, 정답을… 공개해주세요!!"
하리우치: "정확한 풀이입니다. 2번 정답입니다!"

 (정답 SE1)
 (우레와 같은 환호)

진행자: "정답~~이었습니다!!"
즈소: "앗싸!"
진행자: "하리우치 연구원의 비장의 카드, 고대문자 문제였습니다만 기지를 발휘해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테이지 2의 출제자는 과연 누구일지? 바로 공개합니다! 몸은 하나여도 인격은 두 명! 시즌 4 최종우승에 빛나는 샐리 박사의 운명공동체, 샐 박사입니다!"

 (2번 출제자 세트에 조명)

샐: "여업, 모두 반갑습니다."
진행자: "원래는 샐리 박사를 섭외하고자 했습니다만, 근무 일정상 부득이하게 샐 박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연고도 없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해준 샐 박사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엄청난 박수와 환성)

샐: "오우… 뭔가 직접 겪어보니까 꽤나 압도되는 광경이네요."
즈소: "헤헤, 잘 부탁드려요, 박사님!"
진행자: "그러고보니 샐씨, 최근 사내 가십 뉴스에서 즈소 밴드의 3집 수록곡인 『지킬 박사와 보석의 소녀』의 모티브가 샐 박사와 샐리 박사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데 알고 계셨습니까?"
샐: "찾아서 들어보긴 했는데, 영 아닙니다. 샐리가 어떻게 소녀에요, 다 큰 처자라고 해야 맞죠."
진행자: "즈소씨, 진상은 어떻습니까?"
즈소: "노코멘트…하고 싶지만, 네, 사실 맞아요. 설마 그런 곳에서 오류를 지적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관객 웃음) 혹시 샐리 박사님 본인의 감상은 어땠어요?"
샐: "처음 듣고는 별로라는 듯이 굴더니 일주일 내내 그 곡만 휘파람으로 불고 다닙니다."

 (객석 곳곳에서 열렬한 환호)

진행자: "오호, 샐리 박사는 내심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군요? 서로 솔직하지 못한 콤비이니 두 사람 다 괜히 튕기는 것 같은데, 즈소씨, 안그렇습니까?"
즈소: "그러게요~ 딱 그런 느낌인데요?"
샐: "크흠…! 됐습니다, 문제나 빨리 내지요. 다음 보기 중 SCP-995-KO 실험에서 아직 나타난 적 없는 제2 인격은 무엇일까요?"

즈소: "잠깐, 이거 전부 인격(人格)이 아니잖아요!!"
샐: "후후… 제가 멀쩡한 사례들로 문제를 낼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진행자: "보고서를 미리 제대로 봐놓지 않았다면 쉽게 맞추기 어려운 문제가 나왔습니다! 샐 박사, 놀려서 삐졌는지 본인 전문분야를 가지고 심통을 부리고 있습니다!"
샐: "난 천문학자거든요?!"
진행자: "(태연히 무시함) 자 그럼 즈소씨! 5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문제를 풀어주세요!"

 (즈소가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음)

진행자: "그런데 샐씨, 이 문제는 즈소씨가 그 문서를 안읽어봤다면 절대 못 맞추는 문제 아닌가요?"
샐: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제가 그정도로 가혹하게 문제를 냈겠어요? 열람 기록 있는거 다 확인하고 왔죠."
진행자: "오호! 그거 다행이군요."
샐: "…2014년 1월이었지만."
진행자: "이럴수가! 즈소씨, 무려 2년도 더 전의 기억을 되짚어야 하는 상황이군요! 앙갚음이 분명합니다!"
샐: "아니라니깐!"
즈소: "분명히 닥스훈트는 봤는데…"
진행자: "도전자 즈소, 과연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정답을 낚아올릴 수 있을까요?!"
즈소: "진행자님, 정말 남의 집중을 잘 흐트리시네요! 대단해요!(활짝)"
진행자: "…죄송합니다, 잠시 집중할 시간을 드려야겠군요!"
샐: "저 해맑은 긍정이 더 무섭다니까…"

 (즈소, 다시 집중해서 고민하기 시작함)

즈소: "분명 세 동물 다 실험 기록에 있던 것 같은데… 아! 동물 실험도 있었구나!"
샐: "빙고. 셋 중 하나는 제1 인격이었지."
즈소: "동물 실험… 앵무새에서 여자아이가 나온 건 기억나는데."

 (방청석 한 구석이 웅성이며, 한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급히 자리를 뜸)

샐: "(눈을 약간 찡그려 방청석을 관찰함) …저거 블랙버드 연구원 아닌가?"
진행자: "어라, 그렇군요. 우연찮게도 당사자가 방청중이었던 모양입니다. 무대로 모시고 싶지만 문제 풀이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음을 기약해야겠군요!"

 (한편 즈소, 아직 기억을 떠올리는 중)

즈소: "개는 분명 제2인격에 있던 걸 봤어요. 제1 인격으로 못 돌아가서 그냥 개로 키우고 있었는데. 그러면 쥐랑 뱀… (웃음)"
진행자: "오오, 즈소씨. 꽤나 자신만만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답이 떠오른 걸까요?!"
즈소: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였어요. 세상에, 동물 실험을 하는데 실험쥐를 빼놓을 리가 없잖아요? 답은 3번, 쥐! (버튼 누름)"

 (관중 환호)

진행자: "오랜 고민 끝에 즈소씨가 버튼을 눌렀습니다! 과연 정답일지? 샐씨, 정답을… 공개해주세요! 괜히 심통부리기 없기입니다!"
샐: "전. 절대. 삐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직하게 답을 발표하겠습니다. 3번 정답입니다!"

 (정답 SE)
 (관중 열렬한 환호)

진행자: "정답이었습니다ㅡ!! 도전자 즈소, 스테이지 2도 무사히 통과합니다!!"
즈소: "(주먹을 치켜올리며) YES!"
샐: "그런데 말이야, 쥐가 제1인격 제2인격에 다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즈소: "그렇게 되면 뱀을 가져다가 995-KO에 갖다 댔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을 했겠어요?"
샐: "엇… 하긴 그도 그렇군. 잘 맞췄어."
진행자: "아주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군요! 그러면 지체없이 스테이지 3로 넘어가겠습니다. 스테이지 3의 출제자는 저 바다 멀리 SCP-217-KO에서 영상 연결로 출연해주셨습니다! 카이-17 "더 퍼시픽" 사령관, 고든 소령입니다!!"

 (3번 출제자 세트에 조명)

고든: 《아, 아, 잘 나오고 있습니까?》
즈소: "어머, 소령님. 반가워요!"
진행자: "고든 소령은 현재 작전 해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시간을 내어 특별히 출연해주셨습니다!"
고든: 《시간이 많이 없으니 바로 출제하겠습니다. 지금 SCP-217-KO는 어떤 임무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음 보기 중 SCP-217-KO가 미 해군 함선일 시절에 참가하지 않은 전투가 벌어진 곳이죠. 다음 중 정답은 무엇일까요?》

  1. 산호해 해전
  2. 미드웨이 해전
  3. 과달카날 해전

진행자: "아앗! 허를 찌르는 일반상식 문제입니다! 아니 밀리터리 지식일까요? SCP-217-KO, SCPS 엔터프라이즈는 태평양전쟁 당시 활약한 전설적인 항공모함으로 유명하죠! 지금까지도 해군과 미디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USS 엔터프라이즈의 행적을 즈소씨는 잘 알고 있을까요?"
즈소: "후후… 일주일 전, 간만에 소령님이 27기지 근교에 방문하신다길래 몇몇이 모여서 양주 들고 찾아가려다가 연락을 안받아서 저희끼리 해치운 일이 있었죠."
진행자: "오호, 그렇습니까?"
즈소: "그때 딱, 감이 왔죠. 소령님이 출제자로 섭외됐다는 감이! (번뜩)"
진행자: "!! 이럴수가, 도전자 즈소! 우연찮은 계기로 출제자를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즈소: "아무래도 밀리터리 정보는 제가 잘 모르니까 고든 소령님까지 나와서 낼 문제라면 분명 이쪽이라고 확신했죠. 그래서 늦게나마 몇 자 보고 왔는데… 딱 거기서 나왔군요! 답은 1번 산호해 해전입니다! (버튼 누름)"

 (관객 열광)

진행자: "이럴수가! 출제자를 콕 집은 예습의 결과로 단 30초만에! 자신만만하게 답을 골랐습니다!! 과연 정답이 맞을까요?! 고든씨, 정답을… 공개해주세요!"
고든: 《눈치는 기막히게 좋다니까요.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정답 SE)

진행자: "정답이었습니다!! 스테이지 3도 거침없이 돌파!"

 (터질듯한 환호)

진행자: "그렇습니다. 엔터프라이즈는 둘리틀 특공대를 전개하는 호넷을 호위하느라 산호해 해전에 참가하지 못했죠."
즈소: "헤헤… 사실 엔터프라이즈 관련 내용밖에 예습 못해왔는데 다행이었네요."
진행자: "그럼 임무 관계상 고든 소령과는 여기서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머나먼 바다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계시는 소령에게 다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관객 일제히 박수)

고든: 《감사합니다. 교신 종료. (영상 끊어짐)
진행자: "자, 어느새 쇼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스테이지 4! 최종관문을 향한 마지막 시험대가 즈소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케이크의 화신! 한국 사령부의 원조 아이돌(우상)! 이번 출제자는 바로, 한국 지역사령부 중앙기지 관리자! 노래마인씨입니다!!"

 (4번 출제자 세트에 조명)

노래마인: "여어! 다들 반가워요."
즈소: "관리자님도 반가워요~!"
진행자: "현재까지 『평의회가 미쳤어요!』 출제자 출연 횟수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노래마인 관리관이 다시 한 번 도전자를 시험하러 나왔습니다. 긴 소개는 필요 없으리라 믿고! 스테이지 4, 퀴즈로 넘어가겠습니다!!"
노래마인: "어머, 이번엔 요란한 소개 더 안해요? 그럼 바로 문제 나가죠. 다음 중 KO 넘버링이 부여된 SCP의 별칭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흥미진진 방 탈출 게임 키트
  2.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알록달록 폭격
  3.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어린이 외과의사용 이식 키트

진행자: "오호, 별칭 문제로군요. 연구원인 즈소씨에겐 쉬울 수도 있지만, 별칭만 보고 언어코드까지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죠! 심지어 이번 경우엔 전부 원더테인먼트 박사 태그가 붙은 SCP입니다!"
즈소: "흠. 쉽지 않네요. 하지만 서류작업의 달인인 저를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진행자: "자신만만한 도전자 즈소! 풀이 시간 5분 드립니다!"

 (즈소, 다시 기억을 더듬고 있음)

즈소: "방 탈출 게임 키트. SCP-134-KO였죠. 이건 KO입니다."
진행자: "이럴수가, 즈소 도전자! 일련번호를 외워내고 있습니다!"
즈소: "알록달록 폭격… 600번대였던 것 같은데. SCP-613-KO인 것 같습니다. KO."
진행자: "1번과 2번의 일련번호를 제시한 즈소, 그러나 정확히 맞췄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즈소: "번호는 틀렸을 수도 있죠. 하지만 확실한 건,"
진행자: "확실한 건?"
즈소: "어린이 외과의사용 이식 키트가 시리즈 II라는 거죠. SCP-1103! 정답은 3번입니다! (버튼 누름)"

 (관객 환호성)

진행자: "거침없이 일련번호를 전부 제시하며 정답을 골랐습니다! 관리관님, 정답입니까?!"
노래마인: "솔직히 놀랐어요. 일련번호까지 전부 정확합니다. 정답입니다!"

 (정답 SE)
 (무대가 떠나갈 듯한 환호)

즈소: "(환히 웃으며 어퍼컷 세레모니) 해냈다!"
진행자: "그러면 막힘없이 다음 스테이지! 최종 관문인 스테이지 5로 진행하겠습니다!! 출제는 O5-11 의원님이 수고해주신다고 합니다. 다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5번 출제자 세트에 조명)
 

 

 

 (모니터 꺼진 채 있음)

진행자: "…? 무슨 일이죠? 모니터가 먹통인 모양입니다. 방청객 여러분, 기기 문제로 잠시 진행이 중단될 듯 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객석 웅성거림)

즈소: "어, 저기… 누가 서 있는데요."

 (즈소, 어느새 무대 가운데에 와 서 있는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를 가리킴)

진행자: "어어, 이건 대본에 없는 사태인데요. 실례지만 거기 당신, 비켜주시죠. 이제 평의회 의원님이 영상 연결해서 문제를 출제해야 한단 말입니다."
???: "음… 그거 이상하군요. 스테이지 5의 출제자는 저랍니다."
진행자: "(무대 뒤를 향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모니터 상태는 어떤 거에요?"
???: "아, 혹시 내가 준비를 덜 해놨나? 미안해요, 노선을 좀 급하게 바꿔서."
즈소: "당신, 정체가 뭐죠?"
진행자: "그래요, 당신 정체가 뭡니까?"
???: "에이, 다들 눈치 챈 줄 알았는데."
하리우치: "설마… 아무도 아닌 자?!"
 

 

 (스포트라이트 꺼지고 무대 전체 조명 켜짐)

 

thd-glasses: "전데요."

 

 

즈소: "…헤?"

thd-glasses: "아아, 알아요 알아. 왜 또 뜬금없이 진부하게 메타 소재냐 하겠죠. 원래는 예산을 아끼는 악덕 의원을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계획 취소입니다. 이건 재단 이야기인데, 멀쩡한 TV 쇼로 시작해서, 아무런 반전도 없이 끝난다면… 그게 뭐가 좋은 쇼겠어요?!"

진행자: "이, 이건 대체…"

thd-glasses: "미안해요, 이름도 안 지어진 진행자. 이제 역할 끝났으니까 들어가봐도 좋아요."

 (진행자 사라짐)

즈소: "…?!"

thd-glasses: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아마 위에서부터 약간 이상하다 생각하신 시청자도 있을 거에요. 떡밥이라든가 뭐 그런 거죠. 고작 1등급인 하리우치가 접힌 부분의 기밀정보를 알고 문제로 내고, 진행자는 샐의 전문분야를 지킬 박사의 보석이라 하고, 고든은 기밀사항이어야 할 특무부대의 이동 목적지를 문제로 술술 누설하고, 막판엔 세계관의 분류방식을 위키의 분류방식으로 바꿔쳤죠. 사실 나도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이 모든 억지를 해명하려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즈소: "그래서… 마지막에 다 와서 이 사단이 난 게 어쩔 수 없다는 거에요?"

thd-glasses: "다들 느꼈을 거에요. 재단이 뭘 하는 동네인지 생각해보면, 『재단방송』이라는 존재는 절대 헤드카논으로 존재할 순 없어요. 설정은 없다고들 하지만 작가의 억지가 통하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요. 결국 방법은 하나에요. 작가가 마음껏 신적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평행세계, 그것도 일일이 매번 다른 세계를 만들고, 메인 세계관에서 캐릭터들 잠깐 빌려와서 앉혀놓고 카메라 쫙 돌린 다음, 아무일도 없었던 양 끝내버리는 거죠. 그렇게 하면 평행세계도 캐릭터의 기억도 사라지고, 기밀 유출 사실도 사라지고, 필름만 남는 겁니다. 즈소, 당신도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다른 테일로 돌아간다면 이 일은 모두 잊고 그저 원래의 즈소로 돌아갈 거에요. 누군가 이 미쳐돌아가는 세계관의 끝을 부여잡고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한 말이죠. 적어도, 난 그럴 자신은 없어요. 내가 등장함으로써 이미 이 플롯은 막장에 다다른 거에요. 재활용할 가치도 방법도 없죠."

노래마인: "그렇게 말하면 마치 여기서 벌어진 모든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처럼 돼버리잖아요!"

thd-glasses: "오해하지 말아요. 나도 방송이라는 이 아이디어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실, 당신들도 이 모니터 밖으로 나와서 재단방송의 발단이 된 작품을 읽어본다면 다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역시, 장대한 다회차 경연을 마치 카논처럼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묶고 뒷받침할 설정으로는 빈약하죠. 어디까지나 스핀오프 단편이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설정이라는 제약 자체를 깨트려버렸으니, 다음 경연 참가자들은 상충하는 설정에 너무 목매다가 글이 막혀버리는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내가 그랬거든요. 히."

샐: "거 말 많네. 그래서 할 말은 다 한 겁니까?"

thd-glasses: "그러게요.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흠. 좋아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퀴즈로 마무리를 짓죠. 승리하면 60만 달러는 진짜 세계관에서 지급할테니, 진심으로 해주세요."

즈소: "좋아요! 약속 지켜야돼요?"

thd-glasses: "물론이죠. 그럼 스테이지 5, 마지막 문제 나갑니다."

 (조명 꺼지고 스테이지 5 출제석과 도전자석에 각각 스포트라이트)

thd-glasses: "다음 중, SCP-173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세요."

  1. SCP-173의 표면 일부에는 크릴론(Krylon) 상표의 스프레이 페인트가 뿌려져 있다.
  2. SCP-173이 벽을 긁는 행동 양상에 변화를 보인다면 즉시 HTML 담당 감독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3. 한국 시각 2016년 7월 21일 기준, 한국어 위키의 SCP-173 문서의 평점은 +21이다.

즈소: "흐으음…"

하리우치: "응원이라도 해야 할까요, 관리관님?"
노래마인: "그냥 지켜봐주는 걸로 충분할 거에요."

thd-glasses: "룰은 같아요. 시간은 5분. 당신이 맞추면 승리에요."
즈소: "받아들이죠."
thd-glasses: "그럼, 시작하세요."

즈소: "우선 작가양반, 재단 직원이라면 HTML과 HMCL을 헷갈릴 일은 없어요. 2번은 정답이 아닙니다."
thd-glasses: "윽, 소설 독자와 현장 실무자의 지식수준을 동일시한 건 실수였나보군요."
즈소: "그리고 3번. 저게 뭔지는 모르지만, SCP-173이 평가를 받는다면 고작 21에서 멈출 리가 없죠."
thd-glasses: "계속하세요."
즈소: "마지막으로 1번. 크릴론이라는 낯선 상표명을 굳이 그대로 둔 시점에서 그대로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게 함정이라면 2번 보기와 완전히 같은 발상이죠. 설마 그렇게 수준낮게 문제를 내진 않았을 거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간 호흡을 둠)

즈소: "저렇게 요란하게 끼어들고 자기가 이겨버리면 재미 없다는 건 자기가 제일 잘 알테니, 자신있게 찍으면 정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답은 1번입니다! (버튼 누름)"

 (방청객 전원의 열광적 호응)

thd-glasses: "마지막 추측이 굉장히 인상깊네요. 흠,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하리우치: "정답이네."
샐: "시간 끌면 정답이지."
노래마인: "클리셰죠."

thd-glasses: "쳇, 안 먹히네. 정답 맞습니다!"

 (정답 SE, 이어서 우승 축하 OST)
 (객석 전체에서 어마어마한 축하 함성)

즈소: "이겼다!!"
방청객 A: "만세에에!!!!"

thd-glasses: "뭐, 이래저래 고생도 많았지만 즐거웠어요. 다들 잘 돌아가요."
즈소: "그래요. 가끔은 이렇게 그냥 어우러져서 노는 것도 재밌잖아요?"
노래마인: "맞는 말씀."
하리우치: "흠, 어차피 공식 세계관이 아니면 앞으로는 적대단체나 제단 멤버도 불러서 놀아도 되겠네요."
샐: "징계 먹기 싫으면 돌아가서 그 얘긴 꺼내지 마라."
하리우치: "에이, 기억도 못한다잖아요."

thd-glasses: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즈소: "? 뭔데요?"

thd-glasses: "사실 SCP-173 한위키 평점은 +20이에요. 헷."

전원: "…?!"
 

.
.
.
.
 

이리하여, 이 작품의 등장 인물, 단체명은 실제나 메인 세계관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방송 하나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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