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S의 서랍장에서 발견한 그 문서를 보아버린 이후 재단이 엉망진창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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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연구원은 즉시 O5-1 사무실로 올 것.

— O5-1

모두가 기지 게시판의 쪽지를 보고 수군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O5가 한 연구원을 바로 이렇게 불러내었다는 것. 거기다 아무런 이유도 적혀 있지 않다는게 가장 이상했다. 쪽지 앞의 사람들은 저마다 연구원 S가 심각한 격리 파기 행위나 변칙적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 무엇이 있었는지. 하지만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게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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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제66기지 연구원 H다. 이름을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 최근 한 동물형 변칙 개체에 대한 연구를 맡게 되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어떤 개체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약간 새 같기도 한데 또 어떻게 보면 다른 분류군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일단 연구에 앞서 분류학적 위치부터 특정해야겠다고 생각한 난 S의 개인 연구실로 향했다. 그 녀석과 나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재단에 들어왔고, 어쩌다 보니 같은 기지에서 계속 일하고 있었다. 그는 분류학을 전공했고, 나는 생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은 대부분이 해괴망측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서로 머리를 쥐어짜야지 이 녀석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나랑 S는 서로의 방에 드나들며 자료를 돌려쓰곤 했다.

    S의 연구실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책상 위에는 논문과 자료가 잔뜩 쌓여있긴 하지만 뭐가 뭔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타자기가 놓여 있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한데, 그건 S의 독특한 취미 중 하나로 가끔 타자기를 사용해서 메모를 작성하곤 했다. 한편 그 옆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놓기도 하였다. 별로 이런 것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지만, 그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그는 방에 없었다. 아마 화장실에 갔든 아니면 어디서 표본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책상으로 가서 포스트잇을 뜯어서 '자료 좀 빌려 간다.'라는 메모를 남겨놓았다. 그러고는 서랍장을 열어 안을 살펴보았다. 일단 조류라고 써 있는 파일을 뭉텅이로 집어 슥슥 넘겨보았다. 그다음엔 난분류(難分類)군에 대한 자료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만 봐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중에 S에 개체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서랍장을 뒤지던 중 나는 아무런 분류도 되어 있지 않은 종이 더미를 발견했다. 잘 보니 프린트된 문서가 아니라 손 글씨랑 타자기를 사용해서 적은 문서 같았다. 나는 그 문서를 꺼내서 제목 같은 게 있나 살펴보았다.

    ' O5 하렘에 빠져들어 버렸다. '

    나는 당황했다. 아니 하렘이라고? 그리고 이 O5가 내가 아는 '그' O5가 맞는 건가? 당황은 금세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그냥 위장용이 아닐까? 뭐 독특한 번식 체계를 가진 생물이라도 연구하고 있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마치 자기 방어기제 같은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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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범한 연구원으로 재단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날 변칙 개체가 나를 삼켜버렸다.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원들이 나를 데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발걸음을 옮겼다.

      요원들이 날 데려간 곳은 회의실 같은 곳이었다. 반원으로 된 원탁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주변은 어두웠다. 나는 환한 빛을 받고 있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요원들이 밖으로 나가자 갑자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가 그 연구원이야? "

      어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건 검은 색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키가 작은 미소녀였다. 모습만 보면 마치 10살 같았는데 걸치고 있는 실험복에는 O5-1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게 내가 생각하는 O5-1이라고?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백살은 족히 넘게 산다고 알려진 O5가 저렇게 귀여운 모습이라고?

      " 자료를 보니까 그렇네요. 이번에 6974에 노출된 인원 맞죠? "

      O5-3인 것 같은 사람이 말했다. 갈색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고 작은 안경을 쓴 그녀는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침착한 누님 같은 목소리로 손에 든 자료를 넘기며 나에게 물었다.

      " 네… 그… 그런데요? "

      " 다른게 아니라 너가 노출 된 그 6974말이야 상당히 머리 아픈 특성이 있는 것 같아. O5-6! 설명 좀! "

      나는 1이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에 음침한 인상의 여자가 헤헤헤 하고 웃으며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검은 색 터틀넥에 실험복 단추를 잠갔는데, 당장이라도 가슴 부분이 터질 것 만 같았다.

      " 그… 그러니까… 연구원이 노출된… 그 개체의 특성이… 후후…후… 참 음란하단 말이지… 후후… 왜인지 모르게… 이성을 매혹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재미있네… 후…후후… "

      그녀가 왠지 모를 마이너스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몸을 비틀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책상 위로 다리가 턱 올라왔다. 염색한 금발에 태닝한 피부, 연구복 아래로 상당히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눈매가 사나운 O5-7이 귀찮은 듯이 말했다.

      " 이런 이야기는 질린다구~ 내가 연구원쨩을 잘 케어할 테니까 내 사무실로 불러두면 안될까? "

      " 뭐?! O5-07 지금 뭐라는거야! 내가 먼 아니… 그게 O5가 할 소리야? "

      " 하여간 1은 너무 고지식하다니까~ 조금 즐거우면 좋잖아? "

      " 우리는 인류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 "

      " 자자 다들 그만 싸워요~ 일단은 문제를 해결해야죠? "

      O5-02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갈색 머리지만 정말 아줌마 같지는 않았다. 쳐진 눈 끝에는 눈물 점이 하나 나 있었는데 과연 연륜이 있어 보였다.

      " 맞아! 이렇게 싸워봤자 바뀌는건 없어! 일단 이자리에 있는 인원들 만이서라도 해결책을 강구해봐야해! "

      O5-11이 말했다. 그녀는 핑크색 땋은 머리를 동그랗게 묶었고 상당히 정의감이 넘치는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 그래… 11말이 맞아… 이렇게 시시콜콜한 논쟁을 할 시간에도 이미 변칙적 영향을 받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

      " 혹시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적 있나? "

      " 아… 아니요…? 근데 그건 왜… "

      " 그렇다면 축하해! 너는 이제부터 우리 O5 전원과 사귀는거야! 거부권은 없음! 다들 찬성이지? "

      " 네… 네?! "

      그렇게 나의 O5 하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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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과연 상사를 상대로 이런 허무맹랑한 소설을 써도 되는 걸 까? 내가 읽은 부분 이외에도 종이는 몇십장이나 있었다. 7과 빠른 진도 6에게 당하는 이상한 실험 사실은 엄청 음란한 3…

        클라이막스는 1이 연구원의 품에 안겨 울면서 하렘은 싫다고 내 것으로 하고 싶다는 장면이었다. 나는 점점 이 문서가 세상에 밝혀져도 좋을까. 아 차라리 자료를 빌리러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이제 다시는 S를 예전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저주받은 글을 상부에 보고해야 할까? 그렇다면 S는 아마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몇 년간의 정을 생각하여 그 문서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것이다… 하면서 나는 황급하게 챙기려던 자료를 챙겨서 내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끝났어야 할 일인데… 결국 들켜버린 것 같다. S가 얼마나 심한 벌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그 녀석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이젠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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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5-01의 방 안에서 S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의외로 불안해 보이는 기색도 없었고, 오히려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를 등진 커다란 의자 뒤에서 01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글을 쓰고도… 과연… 대단하네… 평소에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거지? "

          의자가 빙글 하고 돌아가더니 O5-01이 S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정말… 이런 글을 쓰면… "

          O5-01의 모습은 키는 140도 안 될 것 같이 아주 작고, 긴 검은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고. 얼굴은 마치 10살짜리 어린 애 같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S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 정말!!! 그런 글을 써버리면 우리의 비밀을 모두가 알아버리잖아!! "

          소리치는 그녀는 S의 품에 안겨서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에 얹고는 토닥였다. 그의 하렘 생활은 정말로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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