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에 대한 크로우 교수의 답신

수신한 전문의 내용은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만, 그전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E계급 요원의 진급 방침에 관해서입니다. 현재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새로 발견된 SCP가 있을 경우 그것에 파견된 E 요원에게 해당 SCP에 걸맞은 등급을 부여한다. 문제는 요원들이 아직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불쑥 보안 단계가 뛰어오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형식적인 등급에 불과하다고 해도 말이죠, 엄연히 숫자가 표시된 보안 카드를 받는다는 점이 중요한 겁니다. 그건 곧잘 문제가 될 소지가 크죠. 그리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최근 루핀 박사가 보고한 ██████의 특정한 실험 결과가 굉장한 보안을 요구하는 성질의 것이었음에 따라-참 궁금하군요- 루핀 박사와 E계급 요원 여섯 명이 5등급 보안 승인을 받았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곧 이어서, E계급 요원이었던 다섯 명이 줄줄이 2~3등급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SCP에게 재단의 망원경을 빌려준다던가, 뭐 그런 멍청한 짓거리를 해서 말이죠. 재단 내에서 일한 지 반년도 채 안된 애송이들이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무작정 교육 방침이 어쩌고저쩌고, 제 탓만 하시면 상당히 곤란합니다, 이겁니다. 이봐요, 이건 사실 교육이 불가능한 문제란 말입니다. 이 직장은 그야말로 통제불능이에요. 브라이트 박사의 경우를 생각해보시죠.

그리고 해킹 시도에 관해서는, 글쎄요. 난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적임자를 알아서 다시 물색하시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이거 정말 싫군요.

진지한 문제로 넘어가자면 요즈음 재단 내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아마 어느 정도쯤은 눈치 채셨을 거라 믿는데 정체불명의 종교가 성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기독교나 비슷비슷한 다른 신화를 뒤죽박죽 섞어놓은 것이라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기가 힘듭니다. 이는 재단 내의 신학자나 종교인들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집단 최면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아직까지 큰 말썽은 없습니다만 기지 내 다른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신도'들이 하는 짓거리는 대부분 벽에 종교적인 낙서를 가득 싸지르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낙서로는 '첫 번째 나팔은 이미 불어졌다. 두 번째 나팔이 멀지 않았다'라는 기독교적 내용이군요. 그 외 '궁니르를 찾아라' 따위의 게르만 신화 관련 내용도 있습니다. 지금 인원을 동원해서 교주-뭐든 간에-를 추적 중입니다만 아무 성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동원한 인원 중에서도 이 종교에 빠져든 직원이 나오는 지경이에요. 꽤 심각한 상황입니다. 인원이 많은 제19기지가 가장 큰 규모를 보이고 있으며 그 외 제17기지, 심지어는 일부 SCPS에서도 많은 숫자의 신도 무리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조치가 필요합니다. 진지하게요.

케인 P. 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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