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의 봄

1. 개요

SCP-343: 반갑다, 바빌론. 제17기지까지는 웬일이느냐?

라이츠 박사: 바빌론이라니, 무슨 별명이 그래?

SCP-343: 그대의 아름다움은 고대 문명의 찬란함에 필적하는구나!

라이츠 박사: 좋아, 알았어, 낯간지러운 소리는 그만둬. 다른 사람들까지 다 듣는데서 그놈의 사랑 고백을 들어야겠어?

SCP-343: 후후, 할 수 있을 때 즐겨두라는 의미지.

라이츠 박사: 뭐?

SCP-343: (걸어가버림)

 
2. 사건 자료 요약집

<종교 개혁의 봄>

작성자: O5-██

금년 3월 9일 제17기지를 비롯해 재단 소유 기지 전역에 걸쳐 발생한 폭동에 대한 자료집이다. 재단 내에서 성행하던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 자행한 사건으로 현재 구금된 모든 신도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은 하고 있으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집단 최면이나 혹은 그 비슷한 류에 의한 것으로 보임.

이하는 사건에 관련된 보안 기록 및 문서들이다.

03. 09. 2011. AM 9:53. 제 17기지에서 송신된 문서

제17기지에서 폭동이 발생했습니다. 급식소에서 누군가 라이츠 박사에게 포크를 던진 것으로 시작해서 현재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무리들이 라이츠 박사를 표적으로 삼아 쫓고 있습니다. 이 무리들은 모두 재단 내 직원들인데 이상한 신앙에 휩싸여있습니다. 오딘이 뭐라느니 바빌론이 어쩌니……. 지금 기지 전체가 맛이 간 상태입니다. 보안 요원들 중에서도 정신 나간 자식들이 넘쳐흐르는 판에 통제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니,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하겠습니다. 무장 요원으로, 팀 하나를 통째로 투입하십시오. 확실하게 말입니다.

제17기지 R47-133번 보안 카메라. AM 9:32

루핀 박사: 이게 무슨 소리지?

앨버트 박사: 박사님, 적색경보입니다! 비상사태에요!

루핀 박사: 이런 제길. 난 항상 빨간색이 싫었는데.

앨버트 박사: 어떻게 하죠? 어쩌면 위험한 SCP가 탈출했을지도…….

루핀 박사: 여긴 제17기지야, 앨버트. 위험한 녀석들은 없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직원 거주 시설로 가보지. 누구든 간에…… SCP라면 자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은 충분할 테니까, 그 녀석들은 잠깐 잊어둬.

글라스 박사의 소견

루핀 박사? 좋은 사람이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정말로 좋은 사람이오. 제17기지에 적색경보가 울려 퍼졌을 때 그는 직원 거주 시설로 향했소. SCP들을 걱정했었던 다른 박사들과 비교하자면 정말 인간적인 결정이지. 아 물론 그들이 잘못했다는 소리는 아니지. 그들은 인간적인 방향 대신 합리적인 길을 택한 거지. 재단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다 그렇게 되는걸. 그렇지만 루핀 박사는 재단에서 일한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잖소. 순수한 녀석이지. 난 그 보고를 듣고 약간 감동까지 받았다니까. 이런 사람을 재단에서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소? 뭐? 보고를 숨기는 경향? 아, 그걸 두고 하는 소린가? 분명 보고서에 입을 열지 않았다는 언급이 있긴 했었지. 그렇지만 별거 아니잖소? 흠…… 알겠소. 심리 검사에서 한 번 물어보지.

제17기지 R08-005번 보안 카메라. AM 9:27

라이츠 박사가 무어라 소리치며 급식소로 통하는 오른쪽 화면에서 뛰어나옴. 뒤이어 다른 연구원 몇 명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고, 적어도 16명은 되는 무리가 그들을 쫓으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포착. 일부 연구원들이 다른 통로로 방향을 틀었으나 추격자 무리는 모두 무시하고 라이츠 박사만을 쫓아갔음. 그들이 외친 내용 중 알아들을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오딘 신의 가호가 따르기를!

저 년을 잡아라!

고행하라, 악마를 네 손으로 처단하라!

우리는 세상의 종말을 막으리!

기록에 따르면 이 광신도의 무리들은 라이츠 박사를 일종의 악마 추종자로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제17기지의 지원 요청이 최초로 확인되었으나, 당시 재단 소유 기지 다수는 일전에 연락 체계에 혼란이 있었으며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책임자들이 맡은 영역이 서로 뒤섞인 상태에서 일이 터지자 그들은 상부의 지시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물리적인 접촉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제17기지에 대한 지원은 미루어졌다.

제17기지 R77-021번 보안 카메라. AM 9:40

크로우 교수: 클레프, 클레프! 큰일 났어, 광신도 무리들이 드디어 일을 터뜨려버렸다고!

클레프 박사: (휘파람)

크로우 교수: 망할 놈들. 수가 너무 많아. 지원을 요청해야겠어.

클레프 박사: (경보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함)

크로우 교수: 당장 카인에게 가. 그 자식들이 그를 건드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크로우 교수는 클레프 박사를 지나쳐 화면 오른쪽의 복도로 달려갔고, 클레프 박사는 왼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김.

클레프 박사: (흥얼거림)

제17기지 R83-121번 보안 카메라. AM 9:55

광신도 무리와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는 오랑우탄이 화면에 포착.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오랑우탄은 상대를 노련하게 공격했다. 경험이 풍부해 보임.

AM 10:21. W08-11번 섬에서 송신된 문서

아르테미스와 달의 석판을 도난당했습니다. 혼돈의 반란 세력의 소행이 거의 확실합니다. 아직 섬을 빠져나가진 못했으니 서둘러서 지원 바랍니다. 부상자 7명, 재산 피해 20,000$ 상당.

혼돈의 반란 세력의 도난 사건은 제17기지 폭동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같은 부대에게 두 지점으로 동시에 출동하라는 명령이 하달되는 등 연락 체계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었다. 사실 두 곳 모두 제대로 된 지원 부대가 도착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고, W08-11번 섬의 경우 특히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도착했기 때문에 부대가 섬에 발을 들이자마자 다시 귀환하는 웃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AM 10:22. O5-██ 요원의 답신

세계 오컬트 연합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은 기각합니다. 기지의 소재지를 밝히기에 그들은 너무 위험합니다. 우리 수준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니 제19기지에 지원을 요청하십시오.

기어스 박사의 기록

원더 아일랜드를 그들이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긴이 거기에 일조했다는 사실은 확실할 것입니다. 아르테미스와 달의 석판을 도난당할 당시 섬에 파견되어 있었던 저는 혼돈의 반란 세력을 추적할 인원을 당장에 편성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섬 자체에는 쓸만한 요원이 없었지만, 어쨌거나 그들을 쫓는 데는 인공위성의 도움과 주변 기지의 지원만 있었으면 충분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위성의 도움도, 다른 기지의 지원도 없더군요. 그렇습니다, 오딘에게 한 방 먹은 겁니다.

제17기지 R49-021번 보안 카메라. AM 10:24

클레프 박사가 몸을 뒤틀며 오른쪽 복도에서 나타남.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화면 중앙의 계단에서 잠깐 머뭇거리더니 느긋하게 층계를 내려감.

그 직후 위층에서 루핀 박사와 앨버트 박사가 계단을 몇 개씩 뛰어내려오며 다급하게 달려나옴.

앨버트 박사: 박사님, 적색경보가 울린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요!

루핀 박사: 망할, 계속 뱅뱅 돌다 보니 이만큼 시간을 끈 거야. 어딜 가나 광신도 녀석들이 있군. 서두르지.

루핀 박사와 앨버트 박사는 오른쪽 복도로 사라짐.

재단 내에 감도는 정체불명의 종교에 관해 이미 조사가 명령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책임자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실제로 그가 해결할 성질의 문제도 아니었다. 책임자가 이에 대해 보고한 시점에서 지휘부는 적극적인 방침을 펼쳐야 했지만 우리들은 너무 안일했다. 결국 이 사건까지 벌어지고 나서야 신도들의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는 것이 밝혀졌다.

AM 10:31. 당시 제19기지에서 울려퍼진 방송

어떤 자식이 제럴드 박사 책상 위에 운전을 하라는 쪽지를 남겼지? 요원들 다 죽일 일 있어?! 지금이 이따위 병신 같은 장난칠 때냐고?! 시간이 없으니 지금은 넘어가지만, 이거 비슷한 짓거리가 한 번만 더 발견되면 그놈 소원대로 제럴드 박사가 운전하게 해주지. 그놈은 그 옆자리에 타게 될 거야.

제17기지 R79-002번 보안 카메라. AM 10:34

직원 거주 시설로 통하는 복도 끝에서부터 연구원 복장의 일대 무리가 사각 대형을 이루며 달려나옴. 반대 방향에서 나타난 크로우 교수가 잠시 지시를 내리더니 그들을 지나쳐 직원 거주 시설로 향함. 연구원 무리는 대형을 계속 지키면서 노선을 유지함.

기어스 박사의 기록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기지들에서 왜 지원이 없는가에 대해 아는 바가 전무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요청에 대한 답신은 없었으며,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고, 혼돈의 반란은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떠났죠. 당연한 대응으로, 저는 배를 타고 타 기지로 향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제17기지 R77-019번 보안 카메라. AM 10:37

루핀 박사와 앨버트 박사가 화면 위쪽 가장자리의 복도 끝에서 걸어오고 있음.

루핀 박사: 저놈들은 좀 웃기게 도망치는군. 완벽한 정사각형이라니. 이것 참.

앨버트 박사: 아마 저 사각형 중앙에는 보호해야 할 인물들이 있을 거예요. 어린애라던가.

화면 왼쪽 아래 구석 부분의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가 멈춤. 화면 오른쪽 복도에는 광신도들의 무리가 보인다.

앨버트 박사: 놈들이 우리를 봤어요, 박사님!

루핀 박사: 끝장이군, 안 돼, 이런, 망할, 다가오고 있어.

앨버트 박사: 제게 맡기세요, 박사님.

?: 저 녀석들을 잡아라!

앨버트 박사: 고행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적이 아니오!

글라스 박사의 소견

앨버트 박사는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오. 소년 상태에서 성장을 멈춘 것 같은 사람이지.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실제로 그렇소. 천진난만하고 뒷일은 딱히 생각하지 않아. 물론 재단 내에서도 이런 성향의 박사는 많지만, 겉으로 그런 티를 대놓고 드러내는 인물은 그다지 흔하지 않소. 더군다나 앨버트 박사의 독창성은 다른 박사들과는 차원이 다르오. 흠, 그러니까…… 좀 유치하다고 할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굳이 떠올리지 않으려 하는 것을 앨버트 박사는 정확히 찔러내는 것이오.

기지 내 보안 요원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입에 올리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일부를 제외하고서라도, 멀쩡한 요원들의 패닉 상태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다. SCP를 구조하려는 노력이 가상한 몇몇 정신이 제대로 박힌 요원들을 제외하면, 넘어지고, 벽에 부딪히고, 미끄러지고, 출구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고, 무기를 가지러 갔다가 탄창을 잊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거나, 속옷 바람으로 방에서 뛰쳐나오는 그야말로 개그 콘서트가 연출되었다. 그리고 대다수는 광신도 무리들에게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구타당했다.

제17기지 R72-065번 카메라. AM 10:44

오랑우탄을 등에 업고 있는 남성이 복도를 질주하다가 끝 모퉁이를 돌아 나온 광신도 무리와 마주침.

?: 빌어먹을, 멍청한 지원 부대 자식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03. 09. 2011. AM 10:50. ████에서 송신된 통화 내용

웬 싸이코 자식들이 SCP-682 보관실을 개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지만 끝도 없이 몰려온다고요!!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SCP-682와 관련된 통화가 있은 뒤에야 지휘부는 이 상황을 통제할 만한 병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제17기지는 거의 연락 두절 상태였고, W08-11번 섬에서 올라온 보고는 절망적이었으며, 제19기지까지 폭동이 번지고 있었다. 아주 우연한 일이었지만 노련한 박사들 대부분이 이곳 기지들에 몰려있었다는 점도 적잖이 끔찍했다. 다른 기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출동할 여력이 남아있는 기동 부대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 폭도들이 다른 SCP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SCP-682를 물론 제외하고.

03. 09. 2011. AM 10:51. ████에서 송신된 통화 내용 중

?: 콘드라키가 필요해!!

제17기지 R49-021번 보안 카메라. AM 11:01

클레프 박사가 층계를 타고 천천히 올라옴. 손에는 사냥총을 쥐고 있다. 층계 끝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왼쪽 끝으로 느린 걸음을 통해 사라짐.

제17기지 R11-007번 보안 카메라. AM 11:17

앨버트 박사: 저기, 크로우 교수님이에요!

크로우 교수: 어디서 오는 길인가? 직원들은 대부분 대피를 끝냈어.

루핀 박사: 흠. 많이 늦었군.

크로우 교수: 클레프는 봤나? 여태 안 오는군…….

앨버트 박사: 아니, 못 봤습니다. 그렇지만 설마 클레프 박사님이 위험에 빠지겠어요?

크로우 교수: 확실히, 걱정은 하지 않지만.

루핀 박사: 그럼 직원 거주 시설은 빈 건가?

크로우 교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내 생각엔 그렇네. 모두 나왔어.

앨버트 박사: 라이츠 박사님도요?

크로우 교수: (개 짖는 소리) 뭐?! 라이츠가 여기 있어?!

루핀 박사: 급식소에서 히히덕거리던 그 여자 말인가?

앨버트 박사: 기억에 남는 여성이었지요.

크로우 교수: 여기 계속 서있었지만 라이츠는 본 적이 없어. 거주 시설에서 나가려면 이 복도를 꼭 통해야 할 텐데!

루핀 박사: 꼭 거주 시설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잖소.

앨버트 박사: 급식소는 들어가는 길이 두 개잖아요.

크로우 교수: 아래층 급식소? 그럼 왼쪽 길로 갔겠군! 당장 쫓아가야겠어, 층계로 가자.

루핀 박사: 왜?

크로우 교수: 왜냐하면 여길 나가던 연구원 하나가 폭도 놈들이 라이츠를 쫓고 있다는 말을 해줬거든. 제길, 난 또 그 사이코들이 '권리들(rights)'을 쫓는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줄 알았지.

03. 09. 2011. AM 11:26. 제██지휘부에서 송신한 문서

까마귀 후긴이 보안을 뚫고 다시 침입해 들어왔습니다. 지금 무닌이 격리된 보관 유닛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만으로는 놈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크로우, 클레프, 아니면 노련한 다른 박사들이라도 당장 파견해주십시오.

AM 11:31. O5-██ 요원의 답신

세계 오컬트 연합의 도움을 요청해아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고 중입니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니 아직 섣부른 행동으로 옮기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기동 부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기지 내의 인력을 총동원해서 폭도 무리들을 붙잡고 있으시기 바랍니다. 기억하십시오, 그들을 구금해야 이 모든 일의 원흉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03. 09. 2011. AM 11:49. ████ 보안 기록 T682-033

아이스버그 박사가 허공에 권총을 난사하며 포박된 폭도 무리를 위협하고 있음. 만 박사는 연구 보조원들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정비 중이다.

아이스버그 박사: 총 맛이 어떠냐, 얼간이 자식들아! 무기도 없이 SCP-682를 풀어주려고 해? 별 미친 새끼들을 다 보겠군.

만 박사: 어, 아이스버그, 뒤쪽에 또 오고 있네.

아이스버그 박사: 이─런─씨이이이바아아아아알──!!!

제17기지 R55-069번 보안 카메라. AM 11:47

라이츠 박사가 화면 왼쪽 끝에서 반대쪽의 폭도 한 명을 노려보고 있음. 화면 오른쪽에 위치한 폭도는 라이츠 박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 바빌론의 탕녀! 드디어! 이제 도망칠 곳이 없을 거다!

라이츠 박사: 사람들이 왜 전부 나한테 맛이 갔지?

?: 네가 계시록의 그 여자였을 줄이야…… 내가 여기서 널 죽이면 세상의 파멸을 막을 수 있을 거다. 용서해라, 라이─

(둔탁한 타격음)

클레프 박사: 이제 박사가 왜 그렇게 성적인 일에 자주 휘말리는지 알 것 같군. SCP-261 실험 기록은 괜한 게 아니었어.

라이츠 박사: 클레프! 드디어! 두 시간 동안 뛰어다니는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클레프 박사: 글쎄,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던 순간에 개머리판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남자의 기분보다는 나쁘지 않을걸.

03. 09. 2011. AM 11:51. ████ 보안 기록 T682-034

아이스버그 박사: 확실히 콘드라키가 있어야 어떻게 될 것 같아. 맨, 그놈이 어디 있는지 알아?

만 박사: 어, 그건 나도 모르는데.

아이스버그 박사: 훌륭해.

아이스버그 박사는 갑자기 권총을 집어던지고 폭도 무리를 향해 달려들어 사람들의 벽을 뚫고 오른쪽 복도로 사라짐.

만 박사: 훌륭하다고? 빌어먹을.

그날 오후 정각이 된 시점에 기어스 박사가 제19기지에 도착했다. 박사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기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에게 기지 통제권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솜씨만큼은 최고였다. 덕분에 지휘부에서는 제19기지에 대해서 마음을 놓고 제17기지에 대한 지원을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러지 않는 편이 나았지만.

AM 11:59. 지휘부에서 보내는 전문

안전 등급 SCP들의 격리를 위해 파견된 보안 요원들의 귀환을 결정합니다. 이 전문을 읽는 관련 요원들은 당장 제17기지로 향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그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기지 내부 인원들에 의한 폭동 사건이니 되도록이면 실탄을 사용하는 일은 자제하세요.

03. 09. 2011. PM 12:27. 제██지휘부에서 송신한 문서

스트렐니코프 요원이 무닌을 붙들어서 후긴이 데려가지 못하게 막는데 성공했습니다. 후긴이 스트렐니코프 요원의 화를 돋우며 손을 놓게 하려고 몇 번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해 포기하고 그냥 기지 밖으로 날아가더군요. 제19기지에 있는 줄 알았는데 파견이 빨라 다행입니다. 그러면…… 이제 이 요원 좀 다시 데려가 주시면 안됩니까?

제17기지 R55-069번 보안 카메라. PM 12:48

크로우 교수: 아! 클레프. 드디어 만났군. 라이츠 박사도 무사하네. 카인은 잘 처리했나?

클레프 박사: 그래, 폭도 놈들이 SCP들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더군. 그래서 그냥 방문을 단단히 잠그고 방구석에 처박혀있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 아주 쉬웠어.

루핀 박사: 다른 것들은? SCP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닐 텐데.

클레프 박사: 물론 내가 다 처리했지.

앨버트 박사: SCP-053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하군요.

클레프 박사: 두 번째로 쉬운 과제를 묻는 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녀석에게 술래잡기를 한다고,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절대로 목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말한 뒤 다시 문을 닫아 잠갔지. 원래 혼자 잘 노는 애니까 내버려 둬도 상관없어. 방에 장난감하고 먹을 것도 충분하고 화장실도 있으니 말 잘 들을걸.

라이츠 박사: 대체 지원 병력은 언제 오는 거야?

크로우 교수: 음, 아까 연락을 받았는데, 다른 기지도 웬만큼 당하고 있대.

앨버트 박사: 정말입니까?

라이츠 박사: 망할 녀석들 같으니. 후딱 처치하고 튀어오란 말이야. 아무렴 여기만큼이야 하겠어?

크로우 교수: 애거서, 이 때는 자식 걱정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라이츠 박사: 괜찮아, 걔들도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클레프 박사: 서투른 어머니의 표본이로군.

루핀 박사: 저기, 흠, 저거 어떻게 해야 되는 녀석 아니오?

클레프 박사: 또 다른 광신도네.

라이츠 박사: 쏴버려! 저놈은 나를 죽이고 싶어서 눈깔이 뒤집어졌다고!

클레프 박사: 이봐, 좀 더 많은 무리 사이에 둘러싸여서 칭송받고 싶은거야? 내 총소리는 우쿨렐레로 연주되는 불협화음보다 더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고.

루핀 박사: 무슨 소리야?

앨버트 박사: 그럼 어떡하죠? 저 녀석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고 있어요!

클레프 박사: 숫자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몽둥이는 생각을 못했는걸.

라이츠 박사: 클─레─프─!

클레프 박사: 뭐 어쩌라고?

그때 일행의 뒤편에서 오랑우탄 하나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폭도 앞으로 점프하더니 머리를 부딪히는 기이한 행동을 펼침.

루핀 박사: 이런 씨─

브라이트 박사: 안녕, 여러분. 3시간 만에 드디어 사람을 보게 되는군.

크로우 교수: 이 기지에 맙소사도 있었나?

라이츠 박사: 브라이트! 신기술을 선보이는군. 이제 목걸이도 자유자재로 옮겨 걸 수 있게 된 거야?

브라이트 박사: 관성의 법칙이지.

루핀 박사: 당신 누구야?

클레프 박사: 설마. 이 재단 내에 아직 브라이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브라이트 박사: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SCP-343에게 망원경을 빌려줬다는 소리를 함께 들은 사이지.

루핀 박사: 뭐? 그때 그 사람은 당신과는 전혀……

앨버트 박사: 박사님, 브라이트 박사님은 저 목걸이에요.

루핀 박사: …….

브라이트 박사: 컬처 쇼크로군.

클레프 박사: 앨버트,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게.

크로우 교수: 잠깐, 방금 SCP-343이라고 했나?

브라이트 박사: 그렇다니까. 진짜 웃기는 짓이었지. 그 녀석 지금 어떻게 됐나 몰라.

앨버트 박사: 클레프 박사님, SCP-343은 어떻게 처리하셨죠?

클레프 박사: 어, 생각해보니 그 신 나부랭이를 못 만났군.

크로우 교수: SCP-343…… 그 녀석이 이 사이비 종교를 조종하는 녀석이 아닐까?

브라이트 박사: 그건 별로…… 재밌는 반전이 아닌데.

크로우 교수: 하지만 이 사람들 중에 오늘 신을 본 녀석이 아무도 없잖아! 앨버트, SCP-343이 망원경을 가지고 뭘 했지?

앨버트 박사: 그게 그러니까 어디 보자…… 게 성운을 보고 싶다고 했던 것 같아요.

루핀 박사: 거기 뭐가 있는데?

클레프 박사: 증오의 별! SCP-1548이 그쪽에 있어!

루핀 박사: 그건 또 뭐지?

라이츠 박사: 저 박사는 기록 읽는 데 별 취미가 없나 본데.

앨버트 박사: 지구를 파괴하고 싶어 하는 성질 더러운 별이에요. 지금도 꽤 사나운 기세로 여길 향해 날아오고 있죠.

크로우 교수: 클레프, 기어스 박사가 올린 글 읽었어?

클레프 박사: ……로키?

03. 09. 2011. PM 01:21. ████ 보안 기록 T682-037

아이스버그 박사가 오른쪽 복도에서 다시 나타나 바리케이드 앞의 폭도 무리에게 무언가를 던짐.

아이스버그 박사: 먹어라, 떨거지들아!

폭도 무리들이 공격을 중단하고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

만 박사: 아이스버그, 뭘 던진 거야?

아이스버그 박사: 가스탄이지! 자네도 숨을 참는 게 좋을 거야!

이후 폭도 무리는 이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제압되었음.

PM 01:48. 지휘부에서 보내는 전문

안전 등급 SCP를 격리하던 보안 요원들의 귀환 명령을 취소합니다. 지금 당장 본 위치로 복귀하세요.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음.

기어스 박사의 기록

오후 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제17기지로 파견할 팀이 꾸려졌습니다. 제19기지는 안정화 상태로 돌입했으며 피해를 점검할 수 있게 되었을 정도로 상황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작업이 끝난 지금, 다행스럽게도 유실된 SCP는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일일 테지만, 제 생각에 그 이유는 아무래도 이 폭동의 목적이 단순히 주의를 끄는 용도에 지나기 때문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17기지 R01-167번 보안 카메라. PM 01:55

브라이트 박사: 그러니까 SCP-343이 오딘이었다고? 그런 얘긴가?

크로우 교수: 그래. 지금 생각해보니 그 녀석이 후긴과 대화했다는 기록까지 있었어. 왜 그걸 몰랐을까?

앨버트 박사: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퍼뜨렸을까요? SCP-343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을까요?

클레프 박사: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난 예전부터 그 녀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어.

크로우 교수: 놈이 광범위적 기억 조작이나 집단 최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라면 충분히 설명이 돼.

브라이트 박사: 그러니까, 그놈이 돌덩어리를 햄버거로 바꾸는 마술이 다 거짓 나부랭이였다는거지?

루핀 박사: 난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목걸이가 박사라는 건 대체 무슨 소리야?

클레프 박사: 그래, 우리 모두 그 자식한테 멋지게 속았군.

브라이트 박사: 이제 놈을 살려둘 이유는 없어. 한번 잡으면, 격리고 뭐고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줄 거야.

라이츠 박사: 설마! 브라이트, 이제까지 놈한테 별 사고를 치지 않은 게 돌멩이를 햄버거로 만들 수 있다는 거 때문이었어?

████ ███에 파견된 보안 요원이 송신한 문서

우리가 똥개 훈련을 다녀온 사이에 놈들이 저장고를 깡그리 털어갔습니다. 이제 통 한 개도 남지 않았어요. 내 생각인데 추적할 만한 단서는 전혀 없을 겁니다. 빌어먹을.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죠?

제17기지 R01-009번 보안 카메라. PM 02:13

앨버트 박사: 오딘은 대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요? 우리 모두 기지의 주요 이동 경로에 한 명씩은 서있었잖아요.

크로우 교수: 어쩌면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지 몰라. 우리가 방금 한 얘기에 따르면 놈은 적어도 손을 안 대고 최면을 걸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기지 전체에 그런 능력을 펼칠 정도면 승산이 별로 없는데…….

루핀 박사: 음, 혹시, 그러니까, 그냥 하는 말인데, 전에 봤던 그 사각형 대열 있잖아.

앨버트 박사: 아!

크로우 교수: 뭐? 이……런 망할! 눈앞에서 놈을 놓치다니!

클레프 박사: 마음 편히 먹어, 케인. 저기 우리들의 천사가 도착했군.

라이츠 박사: 젠장맞을 지원 부대 놈들. 내가 쫓기기 시작한 때가 다섯 시간 전이라고.

브라이트 박사: 동감이야.

기어스 박사의 기록

그날 오후 2시경 제17기지에 지원 부대가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기지 내 요원들을 규합해서 광신도 무리들을 효과적으로 진압했으며, 다른 기지 내의 위기 상황도 거의 종료되었습니다. 사상자 ████명, 재산 피해 $█████, SCP-343이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보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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