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SF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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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 자네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부검의인가?”
토마스 박사는 아직 새로운 직장이 익숙하지 않은 듯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몸을 잠깐 움츠렸다. 그는 속으로 정말 의아해하고 있었다. 앞에 앉아있는 노인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안 교육 때나, 오리엔테이션 때, 심지어 면접 때에서도 들었지만,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노인이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는 않았다. 토마스는 속으로 이 노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겠다고 다짐하고 자세를 바로잡고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크필드 박사님.”
노인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자 토마스는 큰 고비를 넘긴 것만 같았다.
“그래그래, 싹싹해서 좋구만. 아마 여기는 그냥 일반적인 법의학 연구소와는 크게 다를 걸세. 사인도 훨씬 더 기괴하고 다양하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아서, 자네도 나처럼 여기서 20년만 근무하면 아마 의학 분야를 완전히 새로 쓸 수 있을 걸세! 아, 내가 쓴 ‘SCP 의학 백과’를 자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자네는 아마 내가 너무 과장해서 말하는 것 같겠지? 천만에! 이번 주에 끝낸 부검 카드를 보여주지. 가만 있자, 어디 있더라…..”
아크필드 박사가 서랍을 계속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고개를 홱 들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부검 보고서를 컴퓨터로 쓰도록 바뀐 지가 언젠데. 잠깐만 더 기다려주게나. 자네 보안 등급은 1등급이지, 아마?”
아크필드 박사는 책상에 놓인 두 대의 컴퓨터 중 하나를 켜더니 독수리 같은 손길로 키보드를 천천히 눌러 창을 몇 개 띄우더니, 모니터를 토마스에게 돌려주었다. 스크린을 점차 읽어나가며 토마스의 얼굴은 일그러져 갔다.

관여 실험/사건: 오류 SC1/SC2로 인해 열람 제한됨
이름: D-1876
사인: 입을 통해 다수의 개미가 유입. 식도, 위, 간으로 퍼져갔으며 이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임. 직접적 사인은 뇌를 갉아 먹힌 것.
주의: 이 기록은 보안 등급(현재 접속된 등급:SC1)에 맞추어 간략하게 편집되었음.

관여 실험/사건: 오류 SC1/SC4로 인해 열람 제한됨
이름: 현장 요원 [데이터 말소]
사인: 개체의 탈출을 막기 위해 분사된 신경가스에 의해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고 호흡기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음. 직접적 사인은 신경가스로 인해 폐 내부에서 발화가 일어난 것.
주의: 이 기록은 보안 등급(현재 접속된 등급:SC1)에 맞추어 간략하게 편집되었음.

관여 실험/사건: 오류 SC1/SC4로 인해 열람 제한됨
이름: D-7791
사인: 젠장 토사물 분석하라고 가지고온 줄 알았네. 시체의 극심한 손상으로 인해 사인의 추정에 실패하였다.
주의: 이 기록은 보안 등급(현재 접속된 등급:SC1)에 맞추어 간략하게 편집되었음.

여기까지 읽고 나서 토마스는 구역질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의자에서 비틀비틀 대며 가까스로 일어나, 간신히 물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딥니까? 우우욱….”
“자네 괜찮나? 쯧쯧,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 어디다 쓰려고. 이런 건 일상다반사인데. 왼쪽 코너로 돌면 있네. 부검해야 할 시체 있으니까 빨리 오고.”
아크필드 박사가 그 인자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하자마자 토마스는 그대로 부검실을 뛰쳐나가 당장 일을 그만두겠다고 다짐하며 왼쪽 코너로 달려 나갔다.

2.
토마스가 뛰쳐나가자, 아크필드 박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또다시 그는 그 망할 인사 담당자에 맞서 자신의 부검실을 지켜낸 것이다. 그가 부검 중 우연찮게 발견한 개체 덕분에, 그는 7년 전부터 지금까지 건방지게 자신의 부검실을 나누겠다고 달려드는 풋내기들에게 상상을 초월할 구역질과 역겨움을 선사해 줄 수 있었다. 그가 서랍에서 위스키 한 병을 꺼내 잔에 따르며 생각했다.
이 부검실은 내 차지야, 그렇고말고.

3.
아크필드 박사는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서도 오늘 왔던 토마스라는 신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달려 나가는 꼴이라니. 그는 킬킬거리며 침대에 누워 불을 껐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갑자기 쿵쾅거리는 발소리를 들었다. “뭐야…?” 박사가 중얼거렸을 때, 갑작스레 누군가가 그를 위에서 덮치고는 손발을 묶기 시작했다. 박사는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만약 CI나 다른 조직이라면, 나는 그냥 부검의니까 니들은 완전히 번지수 잘못 찾은 거라고!!!!”
그러나 그를 묶은 침입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대와 재갈까지 씌운 후 다른 사람과 함께 그를 들어올렸다.
“박사, 그간 7년간의 지속적 감시에서, 당신이 변칙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의심되므로 즉시 구금하도록 하겠소. 지금부터 당신은 표준 격리 절차가 적용될 것이며 인간형 SCP 개체로 취급될 수도 있소.”
박사는 몸을 버둥거리며 고함쳤지만, 그들은 그를 들고 빠르게 이동했다.
“빌어먹을 멍청이들, 내가 SCP로 보이냐? 이 등신 같은 것들아! 내가 어딜 봐서 변칙 능력이 있다는 거야! 이 편집증에 과대망상증 환자들아! 만약 7년 동안 부검의가 새로 아무도 안 온 걸 말하는 거라면, 그건 다-“
박사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만약 그가 지금 밝혔다가는 강등에 징계를 받기 딱 좋았고, 까딱하면 윤리위원회에 소환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얌전히 끌려가면, 얼마 안 있어 오해가 풀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풀려날 수 있을 것이고, 그 차만 몰면 사고를 낸다는 박사처럼 재단에 계속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박사는 이제 버둥거리는 것도 포기하고, 애써 다시 잠을 취해 보려 했다.

4.
그러나 박사의 예상은 틀렸다. 며칠은 지난 것 같은데 지금 이 빌어먹을 격리실 밖에서 질문하는 이는 오로지 변칙 능력을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느냐는 것만 되풀이해서 물어보았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 젠장맞을, 여기서 이렇게 뒈질 수는 없다고!
박사는 그런 생각에 미친 듯이 달려 나가 문을 내리치며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이 개 같은 것들아, 날 내보내 달라고! 그건 그냥 인식재해 능력이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거였다고! 그래! 내가 부검실을 나 혼자 차지하려고 그랬다! 이제 만족하냐? 당장 날 풀어달란 말이다! 나 같은 노인이 어떻게 탈출을 한다고 가둬놓는 거냔 말이다-“
그가 문을 계속해서 내리쳤을 때, 갑작스레 비상벨이 울려 퍼졌다. “비상, 비상. 79번 격리실에 탈출 시도 감지. 자동 방어 기제 가동. 신경가스 29호 분사.”
갑작스레 하얀 가스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박사는 끔찍한 두통과 함께 바닥에 쓰러지며 생각했다.
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5.
박사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꾸, 꿈인가?” 박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셨다. “빌어먹을, 정말이지 끔찍한 꿈이군.”
어쩌면 그 꿈이 사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박사는 다시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그래, 전 요원이 편집증에 시달리는 기지를 생각해 보면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내일 그 컴퓨터를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고 토마스를 다시 불러오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6.
”흐흠….대단하군요. 7년 동안 무슨 말을 해도 똥고집만 부리던 아크필드 박사가 하루아침에 바뀌다니.”
”이걸로 충분히 카스프(KASF) 작전의 요원 교육 효과는 입증된 것 같은데요. 이제 그럼…”
”재촉하지 마시죠. 좋습니다. 요청을 승인하죠. 당신의 KASF(Keeping A Straight Face) 작전을 담당할 비밀 부서를 만드셔도 좋습니다. 아, 참.”
”예?”
”요원 교육용 말고도, 권고사직용도 짜 줘요.”
”하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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