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 물건이라구요?"
"네, 오늘 문 앞에 이게 놓여져 있던데요?"
그녀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제법 큰 상자를 받고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은 이렇게 큰 상자를 들일도 놓고 갈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전 이걸 본적도 없는걸요. 제가 이걸 들고 갈만한 일도 한 것도 아닌데."
"여기 이름 적혀있네요. '마인'이라고."
"..그거 혹시 다른 사람 아니에요?"
"아뇨, 그 사람은 일주일 전에 전근 갔잖아요. 뭐, 일단 받으시고 가서 열어보세요."
그녀는 관리직원의 아무렇지도 않은 대답에 그냥 받아가기로 했다. 골판지 상자는 꽤 무거운 편이었다.
'뭐길래 이렇게 무겁지? 설마 저번에 처리안하고 냅둔 보고서 더미인가..'
상자안의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그녀는 개인실로 걸어갔다.
"에코. 다 왔다. 후-우. 도대체 이게 뭐지?"
책상위에 널브러진 앞으로 처리할 문서들을 바닥으로 저리 치우고 알 수 없는 상자를 올려놓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는 이것에 대해 알 수 없는 듯하다.
"음… 폭탄은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헬멧이라도 쓸까."
그녀의 창고 한구석에 박힌 헬멧을 후하고 먼지를 닦은 후, 머리에 쓰고 상자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고는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조심히 집는다.
"자.. 하나, 둘..셋!"
셋이란 말과 함께 뜯은 테이프 아래의 내용물은, 크게 '귀'라고 매직으로 쓰여진 또 다른 상자였다.
"..귀?"
그녀는 그 안의 상자를 조심히 꺼내 그 상자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우와. 이게 다 뭐야?"
그 상자 안에는 어느 가까운 빵집에서 사온 듯한 고구마케이크 상자와 그 위로 과자 몇 개, 그리고 각각 '노래맛', '마인맛', '노마맛', '래인맛', '오블리비언맛'이 쓰여진 포스트잇이 청량 과일 음료수 캔 5개에 하나씩 붙어져 있었다. 그리고 과자사이에는 간단한 편지 한 장이 끼어져있었다.
서프라이즈! 귀빠진 날 다시 귀를 찾아주게 된 걸 축하드립니다!
가끔은 일에서 벗어나서 여유를 가져보시는 게 어떨까요? 바로 이 먹을거리와 함께 말이죠.
이걸 먹으면서 창밖을 바라보세요. 세상은 의외로 눈부셔요.
다시 한 번 생일?/생신? 어쨌든 축하드려요!추신: 카드로 찌르지 마요. 아파요ㅎ
그녀는 투박한 글씨체로 쓰여진 편지를 읽으면서 입술이 올라가더니 결국 풋하고 웃는다.
"그 사람에 대해서 아세요?"
"음..아니, 별로."
"네?"
그는 선배가 아무렇지도 않게 모른다고 한 말에 적잖게 당황했다.
"아니 그럼 왜.."
"왜? 모르면 생일 안 챙겨줘야 하냐? 사람이 왜 이리 각박혀?"
"뭐.."
"그 사람, 내가 오기도 전부터 여기 있었던 사람이야. 어린데도 불구하고 일은 똑 부러지게 잘했었고. 지금도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상부한테도 인정을 받았지. 근데 다들 그 사람 생일을 챙겨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자기도 일하느라 바빠서 언제 자기생일이었는지 그게 이미 지났는지 신경도 못썼지. 적어도 자기가 태어난 날 정도는 챙겨줘야 할 꺼 아냐, 안 그래?"
"그건 그러네요."
푹. 그들의 문 쪽에서 뭔가 박힌 듯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선배가 문을 열어보자, 문 쪽에 직원카드가 박혀있었다. 카드에는 글씨가 매직으로 휘갈긴 채 적혀져있었다.
에잇!!ㅋㅋ
케익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와우, 이걸 어떻게 박은 걸까요."
"뭐, 좋아하면 다행인거 아니겠어?"
그는 카드를 주머니 속에 넣으면서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