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씽킹) 더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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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 몇십 년 동안 일해 온 기어스 박사를 당황시킬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무감해지는 방법으로 재단 연구원으로서의 커리어에 적응해 온 터였다. 많은 동료들이 그를 감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나, 심지어는 고도로 발전된 형태의 자동인형으로까지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평판을 신경썼다 해도, 그는 그런 생각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기어스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고는, 컴퓨터를 켜고 scipnet에 접속했다. 그는 최근 SCP-049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던 CK급 현실 변경에 대한 보고를 갱신하려다 화면에 뜬 무언가를 보고 아주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기까지 했다.

재단 로고가 갈색과 검은색 선이 위에 그려진 무지개 깃발로 채워져 있었다.

살짝 놀라고 약간 걱정된 채로 기어스는 손을 뻗어 책상의 인터컴 버튼을 눌렀다.

"클레프 박사님, 제 사무실로 와주십시오." 그는 말하고 그의 동료 선임 연구원이 올 때까지 조용히 화면을 쳐다보았다.

"여 찰스, 무슨 일인데?" 클레프가 무심히 물었다.

"유감이지만 재단 인트라넷이 해킹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어스가 바뀐 로고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정비 기술자들에게 전체 진단에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범인은 아마도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로드한 후 우리를 비웃으려는 의도로 이걸 명함처럼 남겨둔 것이겠지만, 악성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와 수정된 파일 또한 어찌됐건 확인해야 할 듯합니다. 자신들의 온라인 게임 능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오락용 대마초 사용을 반대하는 그 요주의 단체의 소행일까요?"

"웬일이야, 약이라도 했어 기어스?" 클레프가 다소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해킹당한 거 아냐. 저 로고는 그냥 프라이드 달을 기념하는 거라고."

"프라이드 달이요?"

"엉, 6월이 LGBTQPIA 프라이드 달이잖아."

"LGBTQP-"

"게이 프라이드 말이야, 기어스, 게이 프라이드. 로고에 있는 무지개는 우리의 이성애 규범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거라고."

기어스는 혼란스러운 동작으로 화면을 쳐다보다가 클레프에게 몸을 돌렸다.

"우린 초자연적 현상의 연구와 격리에 중점을 둔 국제적 비정부 비밀 조직입니다. 그게 동성애자 인권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죠?"

"요즘엔 모든 게 다 정치적이야 기어스. 뭔가를 지지하지 않으면 반대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니, 근 30년 동안 어디 있었길래 그래?"

"바깥 세계의 정보는 거의 접하지 못하는 상태로 재단 기밀 작전 기지에서 일했지요." 기어스가 사무조로 대답했다.

"…그럴 만했군."

"제가 현재의 사회 정치적 변동에 대해서 어두운 사실은 인정합니다만, 확실히 재단에는 아직도 꽤 많은 수의 문화적 보수파 직원들이 소속돼 있을 텐데요. 이 로고가 그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재단 활동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이 사안에선 중립을 유지하는 편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이런 일에 중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클레프가 슬프게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우린 아주 양극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고. 6월은 프라이드 달이고, 우리가 그걸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반대하는 셈이 되는 거야. 반대한다는 건 우리가 극우파나 마찬가지란 소리고, 그럼 우리 인트라넷에 슬픈 개구리 페페 짤이나 온통 뿌려놓는 게 차라리 나을걸."

"페페가 무슨-"

"나치 개구리 말이야, 기어스. 나치 개구리."

"나치 개구리요?"

"나치 개구리. 망할 개구리들을 나치로 바꿔놓는 인터넷 밈 말이야!" 클레프가 최선을 다한 알렉스 존스 흉내를 선보이며 말했다. "자, 더 볼일이 없다면 난…"

"아, 무지개 위쪽에 검은색과 갈색 선이 그려져 있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포괄성을 위해서지. 우리의 유색인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거야. 게이 프라이드라고 해서 다른 불평등이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 우리는 모두 다함께, 뭐 그런 히피 헛소리였나."

"하지만 진짜 무지개는-"

"그게, 진짜 무지개는 요즘 시대엔 포괄성이 부족하다고." 클레프가 끼어들었다. "진짜 무지개여야만 하는 게 아냐 기어스. 평등과 수용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상징이지."

기어스는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만약 그런 거라면,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분홍색 선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 또한 현시대에 중대한 정치적 운동이지요?"

클레프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다 선을 더 그려야겠구만. 로고 안에 색칠할 수 있는 픽셀은 한정돼 있단 말이야."

"그렇군요." 기어스가 여전히 자신없는 투로 말했다. "클레프 박사, 실례인 줄은 알지만, 당신이 이 모든 걸 너무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조금 당황했습니다. 실제로 당신은 대량의 화기를 소유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된 거의 모든 여성들을 화나게 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은 어떤 정치적 올바름이건 간에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는 부류라고 생각했는데요."

"내 2조 권리를 보장받는 한,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클레프가 대답했다. "그리고… 드레이븐이 나한테 잠시라도 극우 어그로짓을 관두지 못하겠으면 걔랑 탈로란 결혼식에 초대 안 해줄 거라고 했다고. 난 거기 안 갈 수는 없어 기어스. 쪽팔릴 거란 말이야. 유명한 사람들이 전부 다 그 결혼식에 갈 텐데."

"예, 적들에게도 한 번의 공격으로 우리 고위 직원의 많은 수를 없앨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겁니다. 지정생존자가 있어야겠군요." 기어스가 세심히 논평했다. "저, 제가 제대로, 아니 확실히 이해한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정리하겠습니다만, 우린 해킹당하지 않았고, 게이 프라이드를 지지하며, 재단 로고는 부정확하지만 인종 면에서 포괄적인 무지개인 것이 맞습니까?"

"그래, 행복한 프라이드 달 보내라고 찰스." 클레프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곤 기어스의 등을 두드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기어스는 다시 컴퓨터를 향해 몸을 돌렸고, 바뀐 로고를 잠시간 응시하다 곧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누가 개구리한테 페페라는 이름을 지어준단 말이야?" 그는 조용히 자문했다.

"나치들!" 복도에서 클레프의 희미한 대답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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