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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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에 또 다시 조용한 하루가 흐르고 있었다.

마을의 동쪽에는 은행이 하나 있었다. 그 은행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냥 은행이였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작았고, 참으로 고맙게도, 궁금한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왜 마을에도 살지 않는 이 이상한 사람들이 이 은행에 자주 들른다던지. 하지만, 알고보니 그들은 시체에서 비누를 짜내는 기업(Soap from Corpse Products)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런 기업에 근무하는 미치광이들이랑은 상종하지 않는 것이 최고였다.

은행 바로 앞에 두대의 차가 멈춰섰다. 낡은 붉은색의 페인트를 칠한 VW버스 한대와 거의 그 버스만큼 늙은 푸른색 포드 머스탱 한대. 두 대 전부 차량 주인의 입맛에 맞춰 특별히 식별할 만한 표시는 없었다. 그 차량들의 번호판을 조사하는 자는 몇 주정도 떨어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대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차의 문이 열렸고, 5명의 남자들이 차례로 빠져나왔다. 그들의 옷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으나, 그들이 들고 있는 총이 말해주었다. 9mm 구경 핸드건과 펌프식 샷건, 그리고 최소한 그들 중 하나는 자동 소총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이 보통 터는 곳에 비해서 이 은행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으나, 언제든지 공짜 돈은 환영이였다. 그들은 총을 든채로 은행의 문을 열었다.

"모두 엎드려. 당장!"

은행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순히 그들이 시키는대로 따랐다. 남자, 여자, 심지어 보초를 서고 있던 두명의 보안관까지.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창구 앞에 서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무리의 사람들을 시체 비누 사의 직원들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리는 도저히 비누회사의 직원들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약간 피곤에 쩔어보였으며, 혹은 방해받아 짜증이 난듯 했고, 심지어 바빠보이기까지 했다. 실험 가운을 입은 한 남자가 강도들을 잠깐 멀뚱히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당신들 지금 씨발 나랑 농담따먹기라도 하자는거야? 월급날에?"

잠시 약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물론 강도쪽이였다.

"너 귀가 처먹기라도 한거냐? 병신아? 엎드려!"

실험가운을 입은 무리는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계속 서 있기만 했다 — 짙은 색의 머리를 뒤로 묶은 키가 작은 여자가 푸흡, 하는 소리를 내더니, 누가 봐도 웃음을 억지로 눌러참으려고 하는 의도로 손을 입에 갖다대었다. 스키마스크를 쓴 강도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째려보았지만, 실험가운을 입은 다른 남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손을 얼굴에 갖다대었다.

"라이츠, 그만해."

"노력하는 중이란 말이야."

"자자 여러분, 이건 정말 웃긴 짓이에요." 덩치가 크고 문신을 한 흑인남자가 말했다. 그는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는데, 그 느낌의 중심은 남자의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로부터 나오는 듯했다. "당신들 진짜 여길 그런 태도로 털려는 속셈이오? 내 말은-"

"그 입을 닥치지 않는다면 쏴죽여버리겠어."

"자자 진정해요. 그런 종류의 말투는 진짜 쓸모없고, 진짜 예의따윈 갖다ㅂ…"

쾅!

덩치큰 흑인이 구멍이 뻥 뚫린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별다른 반응없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막 이 몸을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놨던 참이었는데." 그의 눈이 흰자위만 남더니, 결국 나무판자처럼 죽은 상태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아름다운 목걸이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대로 망했네." 라이츠라 불린 여성이 중얼거렸으나, 그녀는 키득거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민 키 큰 남자가 무리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왔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차분해 보였으며, 이상한 기계같은 목소리로 강도들 중 하나를 지명해 불렀다. "선생님. 저는 당신이 이 곳을 떠나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당신들의 행동은 저희가 일로 복귀하는 것에 지장을 끼칠 수 있으며, 추가로 말하자면 그 "지장"은 이미 당신들이 브라이트 박사님을 살해함으로써 생겼습니다.

뻣뻣한 머리카락과 짧은 수염을 가진 남자가 앞으로 나와, 머리를 민 남자에게 총을 들이대었다. "당신들 진심이야? 당신 지금 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한테 대드는 거야?!" 그가 크게 웃더니 총구로 머리를 민 남자를 콱 찔렀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거야? 저 죽은 사람 안보여? 우린 지금 장난하는게 아니라고!!" 그가 총을 들어 천장에 한 발을 쏘자 대부분의 은행원들이 몸을 움츠리거나 바닥에 엎드렸다. 머리를 민 남자는 별다른 변화없이 계속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였다.

"당신이 저를 위협하려고 쓰는 방식에는 오류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특이한 정신상태를 빼놓고 보더라도, 샷건은 저나 저의 직장 동료들에게서 동요를 이끌어 내는 적절한 도구가 아닙니다. 총에 쏘이거나 중화기에 의해 다치는 것은 저희 기준에서 봤을때 그다지 위험한 수준은 아니며, 사실 굉장히 낮은 터라 우리 직원 몇몇은 환영의 뜻으로 쓰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빵모자를 쓴 남자와 매부리코에 이상할 정도로 큰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주어야 하는 공포를 자아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현재 취하는 행동은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안겨주지 않을 것입니다."

샷건을 든 긴머리의 남자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미친…당신들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예수님, 알라신, 부처님…기어스, 말 좀 적게 해줘. 불쌍한 강도들이 혼란스러워하잖아!" 여성이 딱 잘라 말했다.

총을 든 강도들 중 하나가 — 그는 무리에서 가장 키가 작았다 — 땅에 떨어진 목걸이를 집어 자신의 목에 걸었다. 어찌되었던간에 수입은 수입이였으니까.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교체되고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총구를 돌리고 실험가운을 입은 자들의 무리에게 윙크를 날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는 했다.

"이게 무슨 장난인줄 알아?!" 긴머리의 남자가 반복했다. 키가 작은 강도가 총구의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에게 겨냥되어 있던 총구가 머리를 민 남자에게로 향했다. "이게 당신들한테는 농담으로 들려?!" 총부리가 빵모자를 쓴 남자에게로 약간 더 움직여 갔다. "이 총이 장난감으로 보여?!" 마지막으로 움직인 총구는 긴 머리의 남자의 등을 향해 사각으로 겨누어졌다. 동시에, 긴 머리의 남자가 아직도 키득거리고 있는 라이츠 박사에게 총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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