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연은 즐겁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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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부터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부두가 있었다. 그 부두 위엔 천막들이 자리했다. 이 천막들은 서커스단의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빨갛고 하얀 줄무늬의 향연 대신 흙빛으로 빛나는 색깔을 띄었다. 천막들 사이사이론 흥겨운 음악이 흘렀다.

변칙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이 음악들의 흐름이 마치,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이라는 음악 단체의 결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치들이 맞았다. 이들이 홈그라운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공연을 하는 이유는 쉽사리 알 수는 없었으나, 어찌 되었건 행인,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 지나가는 개까지 천막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게 편안하고 잘 될 것만 같은 느낌.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

참고로 이곳엔 광대도 있었다.


광대

"얼마라고요?"

"새들의 지저귐만큼,망각의 고요함…"

"아 진짜!"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벌써 몇십 분째 표를 파는 노인과 입씨름 중이었다. 조는 건지 깨 있는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눈을 꾹 감고 있는 노인은 내가 물을 때마다 항상 단조로운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놈의 새들과 망각. 값을 치르겠다는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들어온 장소였다. 여기서 공연하는 치들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솔직히 알 방도도 없었다. 단지 아름다운 선율이 있었기에 매혹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슬픔에는 반응하지 못하지만, 예술에는 끌리도록 생겨먹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폴과 제임스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머리가 무겁고 차가워서 짜증이 났다. 매장에서 큰 소리로 컴플레인을 넣는 인간들을 줄곧 혐오해왔는데, 이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겠다.

저 멀리 한 천막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나왔다. 다들 손에 악기 하나씩을 쥐고 있어 연주자임을 쉬이 유추할 수 있었다.

한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보았다. 손에는 새싹이 난 플루트를 들고 있었다. 나무 플루트라니. 검은 눈동자가 조금 커지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모양이 느린 동작으로 내 뇌리에 입력되었다. 흑단 같은 머리칼 운운하는 게, 뭔지 알 것도 같았다. 그 사람의 형체가 갑자기 내게 강렬한 시각적 자극으로 작용하는 듯 인식되기 시작했다. 분명 멀리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코 닿을 것 같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서 뭔가가 어긋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뭔가에 이끌리듯 자꾸만 그녀 쪽으로 한없이 발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불쑥 나타난 여자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크고 동그란 안경에 젊어 보이는 그녀는 내 우스꽝스러운 비명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레티샤 존스에요. 도우미죠. 뭘 도와드릴까요?"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조금 몸을 젖히며 말했다. "어… 푯값을 알고 싶은데요."

"이분께 문의하시면 될 거에요." 그러면서 존스는 노인을 가리켰다. 노인은 때를 놓치지 않고 웅얼거렸다. "새들의 지저귐만큼, 망각의 고요함만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속도만큼."

곤란한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나는 조금 소심한 투로 웅얼거렸다. "글쎄… 제가 문학을 그닥 잘하는 건 아닌지라. 아님 과학인가? 측정해오면 표 주나요? 보물찾기 같고 좋네요. 와우."

여자가 의아하단 투로 물었다. "아니… 값을 모르세요?"

"저는 숫자체계에 밝질 않아서 '새들짹짹, 망각조용, 사랑와우'란 단위가 있는 줄을 몰랐거든요."

"어… 이상하네, 보통은 그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제값이 입력된다고요… 왜 이러지." 그녀의 얼굴이 힘없이 침울해졌다. "단장님께 이번엔 결코 성공해 보이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죄송해요." 여자는 이내 값을 일러주곤 표를 내밀었다. 나는 냉큼 받아들고 천막들 사이로 들어가기 전에 노인 옆에 쪼그려 앉아 낙담하고 있는 존스를 흘끗 바라보았다. 어째… 그냥 가? 말아? 나는 한숨을 쉬고는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위로할 요량이었다.

"너무 걱정 마요. 아무래도 밈이나, 정신재해나 뭐든 쓴 것 같은데, 그런 걸 너무 많이 접해서 내 머리가 제대로 받아들이질 못했나 봐요. 그야말로 수백만분의 일의 확률을 뚫은 거죠, 내가.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좋아할 테니, 그냥 하도록 해요."

존스의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나는 그녀에게 눈인사만 하고 천막 속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어쩐담? 나는 눈에 보이는 천막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이름 모를 연극이 진행되고 있었다. 배우들이 뻣뻣한 몸짓으로 서로에게 사랑의 밀어를 웅얼거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독기가 가득하다. 작위적인 파국.

나는 한참을 보다 이것이 맥베스, 혹은 그 오마주 격인 내용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워낙에 잘 만들어졌어야지. 팔짱을 끼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다 밖으로 나와버렸다. 저런 공연을 보려고 다리 근육을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무대가 활기를 띌 때는 고작 마녀 노인이 나와 으스스할 느낌을 줄 때뿐이었다. 하지만 주연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무엇하겠는가.

대본이 끔찍하니까 그런 거겠지. 만약에… 만약에… 아니다. 나는 헛된 생각은 하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쪽이다. 이를테면, 이루어지지 못할 일들을 소망하는 것과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향유하지 않는 것이 내 좌우명이다. 더불어 사춘기 꼬맹이처럼 들떠했던 십분 전의 내가 더없이 한심해졌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보고 가슴이 뛴다고 착각하다니, 결코 전문적이지 못하다. 쇼맨쉽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머리가 다시 무거워지고 졸음이 몰려왔다. 의식에서 도피하려는 고질적인 방어기제였다. 내가 진정으로 벗어나야 할 것. 나는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흙빛 천막들 사이를 걸었다. 시간은 아직 멀었다.

그때 아름다운 선율이 내 귀에 꽂혔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망막에 그 아름다운 미소가 다시 불러와지는 것만 같았다. 선율을 따라 내달렸다. 중간마다 천막에서 나오는 관객들과 부딪히고, 유리 따위를 옮기는 덩치 둘 사이를 위태롭게 지나다니면서도 내가 방금 어딜 걸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하멜른의 피리에 매혹된 생쥐처럼, 내 목적지가 강제로 설정되었다. 가끔 천막들에 들어가 확인해보았지만 허탕이었다. 관객들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뒤따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할 일은 아니다. 나는 다시 달렸고, 중간마다 사람들을 지나치고, 음악이 멎어들 때 꼭 내 심장박동도 멎어드는 기분에 젖어, 그냥 미칠 듯이 앞을 헤메었다.

그리고 그곳에 음악이 있었다. 플루트와 바이올린, 많은 악기의 음색이 낡고 허름한 천막을 몸 삼아 울려대고 있었다. 울림으로써, 천막은 제 존재를 드러냈고, 드러냄으로써, 마치 당연한 알고리즘의 일부마냥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천막은 밖보다 안이 더 컸다. 앞서 표를 샀던 손님들의 대부분이 여기로 모인 것 같았다. 주요리인 셈이겠지. 나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성대한 연주회장이었다. 마치 어디 아트홀을 통째로 들어 옮긴 것만 같았다. 내가 지나왔던 문을 돌이켜 보니 매우 고급진 쿠션이 박혀있었다. 밖에서는 바람 불면 휘잉 날아갈 만한 천 쪼가리였는데. 나는 빈자리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는 연주자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는 막 연주를 마치고 다음 곡을 준비 중이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새싹이 돋은 그 악기, 플루트의 존재를 재확인하려 계속 눈길을 옮겼다. 이상하게 갑자기 그 선율이 맘에 닿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그 악기의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람은 묵묵히 악보를 정돈하며 악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다른 연주자들은 잡담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홀로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긴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쉬이 유추할 수 있다. 긴장해서 앞만 보고 날뛰는 경주마의 분위기, 그런 공기 따위가 그 사람의 아우라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 굉장히… 멋졌다. 연주가 저렇게 멋져 보일 줄이야. 시작도 안 했는데도 이렇게 가슴을 뛰게 하다니 말이다.

머리가 희게 센 남자가 기운차게 지휘봉을 휘둘렀다. 첫 음이 강렬하게 울리고, 뒤이어 유려하게 다음다음, 계속 이어졌다.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이었다. 흐름이 강력하게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잦아듬. 다시 강렬히. 위기감이 느껴지는 음색이 이어졌다. 가끔씩 잦아드는 부분에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선율이 청각을 짓밟는 것을 즐겼다. 변칙성이니 뭐니 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뉴욕의 음악가들이 떠올랐다. 정신재해를 사용한 그들의 음악은 한번 발표만 해도 수십억은 벌어들였다. 그러나 허무했다. 중요한 것은 허무함이다. 요즘 트렌드가 그랬다. 허망한 염언(艶言)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싸구려 전자음.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들을 봐. 이들을 보란 말이야. 니들의 그 쬐간한 거시기에 집착하지 말고, 진짜 실속있는 걸 보란 말야.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느껴졌다. 강렬한 감정. 곡은 어느새 절정으로 달려가고 있다. 악기들의 음색이 진해질수록 내 심장 박동은 점점 커져갔다. 혹시 이거 밈인가? 고개를 돌려 다른 관객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라, 저놈은 하품까지 하네. 다시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했다. 맥박이 빠르게 뛴다. 온 몸이 하나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너무나 강렬하다. 점점 손발이 차가워지고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의미는 너무나 명확하다. 에피파니.

나는 벙뜬 폐인처럼 비틀거리며 천막을 나섰다. 공연에 대해 논하는 관객의 말소리가 머릿속에서 진동하는 느낌에 짓이겨지고 으껴져 배경에 깔렸다. 술을 진탕 마신 느낌이었다. 그러나 의식은 또렷하다. 그 사람의 얼굴, 연주, 플룻, 모든 것이 다시 망막에 불러와졌다 사라진다. 잠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처럼 몽롱하다. 잠깐 나무 상자에 기대 정신을 추슬렀다. 횡경막 근처에서 긍정적인 진동이 일었다. 곧 나는 피식대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도, 모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예술성이 여기 있다니.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한참 전부터 울고 있던 배의 투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니 이런 젠장. 내 손엔 버거 하나와 맥주 한 캔이 들려있었고, 코트엔 온갖 잡동사니, 이를테면 가스통과 주머니쥐, 그리고 눈깔 모형이 들어 있어 어딜 좀 앉고 싶었는데, 대체 이놈의 벤치는 가는 곳마다 낑낑거리며 미어터지게 채워져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느새 바람은 매서워져 내 코트는 쓸모없어졌고, 팔에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원흉은 내 끔찍한 싫증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이 지독한 무력감.

나는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나는 훌륭한 관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로써 살지 않는 시간은 내게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가뜩이나 내가 원하지 않는 쇼로 기분을 더럽히고 왔는데, 이런 시간마저 부과 당하다니.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꼬맹이 형제 둘이 지나가도록 했다. 둘은 사이가 퍽 좋은지 작은놈이 큰놈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신물이 올라왔다.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이 불쾌하게 지나갔다. 형제란 개념에 회의감을 주게 하는 기억이었다. 물론 저 녀석들은 이십대까지도 사이가 좋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우리하곤 다르지. 영영 다르지. 그러고 보니 돌아가면 형에게 돈 좀 더 뜯어야겠어. 이 엿 같은 시간의 보상이라고 할 작정이었다.

갑자기 뭇 사람들이 저돌적인 자세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돌적인 것도 저돌적인 것이었지만, 마치 무슨 운동선수라도 되는 것 같은 몸집의 인간들이 수십 명이나 되니 슬슬 다른 손님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얼굴에 띄우기 시작했다. 슬그머니 매표소 쪽으로 가보니 존스가 굉장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돈도 안 내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달려 나와 잡지도 못할 것이, 두어 명이 존스를 막고 서 있었다. 고압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태도에서부터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의 그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열자의 분위기가 일었다. 구역질 나는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새로 유입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했다. 슬그머니 외딴 천막 뒤로 숨었다. 그러곤 코트에서 가스통을 꺼내 풍선 하나에 채웠다. 벌써부터 시끌시끌한 양이 예감이 좋지 않았다. 풍선이 떠오르자 얼른 붙잡았다. 그리곤 하늘 위로 몸이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천막 위로 불쑥 튀어나왔을 내 얼굴 쪽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그 천막 위로 착지했다. 풍선을 얼른 묶어두었다. 날아가면 맨몸으로 바닥에 내리꽂혀야만 할테니까.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봐야 했다. 검열자들이 왔다면, 그건 예술가인 나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지금 이 사람들, 관객들, 연주자들, 그리고 그 사람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 벌써 천막 여러 개로 검열자들이 들어가 헤집고 있었다. 놀라 하며 천막 밖으로 튕기듯이 끌려 나오는 연주자들과 배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객들 역시 강제로 퇴출당하고 있었다. 저항하던 한 연주자가 덩치가 갖다 댄 무언가로 기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나는 혼자고, 느낌상 이들이 무슨 강력한 힘은 없는 것 같고, 검열자들은 힘 깨나 하는 덩치들에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까. 게다가 무고한 관객들이 너무 많았다. 설령 내가 여기서 풍선을 던진다 해도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역시, 쇼맨쉽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후각이 살이 썩고 매캐한 냄새를 감지했다. 내가 등진 곳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등을 돌려 뒤에서 뭐가 오고 있는지 보려 했다. 솔직히 아무런 생각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나가는 쓰레기 운반 차량이겠거니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보았다. 내 손에 힘이 풀려 그 고작 한입 베어 물은 버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느린 움직임으로 느껴졌다. 곧이어 내 정신은 시신경으로 옮아갔다. 저 군대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려 애쓰는 시신경. 저 살덩이들의 물결, 추악하고 끔찍한 붉음이 사취와 함께 행진하고 있었다. 비예술적인 요소들의 집합이었다. 나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들. 사르킥교도들이 나를 잡으러 오고 있다.

나는 재빨리 묶어놨던 풍선을 풀어 들었다. 빨리 저것들이 온 걸 알려야 한다. 빨리 알려서—

저 멀리서 무언가가 날아와 내 흉부를 때리며 저 머나먼 심연으로 날려버렸다. 내 등에 맞부딪히는 바람의 형태가 느껴졌다. 때에 맞지 않는 평화가 느껴진다.

그것도 잠시, 죽음 같은 격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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