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진출: 1

카심이 작은 기도상 위에 책상다리로 앉은 채로 있는 동안, 그녀 주위로 방의 소박한 벽들이 천천히 돌아갔다. 카심이 만든 이 간소한 단(壇) 속 기름 잘 친 베어링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그 복된 고요함 속에 주위 모든 것이 카심의 관점에서 움직이며 빙글빙글 돌아갔다. 긴 창이 다시 한 번 보이자 새로운 별들이 보였다. 사람들에게 인공 중력이 느껴지도록, 우주선이 고유의 회전 패턴으로 돌아가는 결과였다.

너는 아직 카심이다.

카심의 주(主)의 목소리가 뜻밖에 말을 걸었다. 정신의 아치문 속에서 말하는 그의 거칠은, 완고한 높은 소리가 카심에게 또렷이 들려왔다. 카심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래. 나는 카심이야.

마을을 나설 적부터 카심의 주는 자기 자신이었다. 어르신들 들으면 격노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럼 격노들 하고 계세요, 라면서 카심은 오래 전에 마음먹었다. 매주 금요일 기도를 마치는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전달받곤 하던 어르신들의 그 선언하는 말씀들은, 진실한 지식 앞에서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몰아치는 바람을 대비하듯 맨발을 단 위에다 꾹 딛으면서, 카심은 일어섰다.

알라 외에 신은 없어. 하지만 알라께서는 내게 계시를 주셨지. 나는 그 계시를 들을 만한 자가 되어야 해.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창문이 다시 보였다. 카심이 바라보는 쪽으로 우주선은 이제 저 행성을 마주했다. 사암 색깔 행성은 저 두꺼우며 앞으로도 치워지지 않을 구름층 속에 비밀을 숨긴 채로 창문을 꽉 채운 참이었다. 저 안에 우리 임무가 있겠지. 이제는 내 가장 깊은 곳으로 닿아, 거미줄처럼 가는 혜안(慧眼)의 가닥을 찾아야 해. 우주선의 앞길에, 닿기만 해도 몸이 불타는, 경솔한 자들을 단죄하는 두꺼운 구름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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