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진출: 3

메카네께 닿기까지 이제 며칠이다. 몇 달을 분투했다. 우주선의 메인 시스템에 보안 심상을 강제로 집어넣고, 그를 시스템이 잊어버릴 때쯤이 되기까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산을 올라가 콘피키에게까지 닿되 알맞은 시간에 그늘이 가려줄 경로는 진작 정확하게 다 그려뒀다. 탄샨Tanxian 제4형을 조종하는 방법은 한 번도 만져보지 않고 이미 다 배워뒀다. 이제 필요한 속도를 얻을 수 있게, 탄샨의 동력장치를 냉난방 장치와 연결을 끊어버리고 경골 구동장치의 성능을 증폭시키도록 코드를 600,000줄만 조정하면 끝이다.

코드가 차츰 화면에 떠오른다. 작성하는 그 순간에 코드를 백트랙하고 오류를 찾아 준다. 셔츠 너머로 갈빗대가 보인다. 약간 어지럽다. 뭘 좀 먹어야겠다.

이런 걱정 할 필요가 없으려면 아직 조금 남았다. 나는 내 육(肉)을 경멸하진 않는다. 몇몇 총대주교들께서 우리한테 바라는 만큼으로는. 다만 육이 이제 더는 나한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든다. 자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만, 여기까지 하는 데 도움은 많이 됐다. 아직 이걸 갖고 할 일이 좀 더 남기도 했고.

나는 자리를 잡아두고 일어나 몸을 쭉 편다. 그리고 몸 뒤로 손을 뻗어 오른쪽 어깨뼈 뒤의 조그만 자국을 찾는다. 자국 안쪽을 파고드는 느낌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움찔한다. 자국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어깨를 따라 난 이음매를 더듬어본다. 혈관이 뜯어지거나 인대가 늘어나지 않게, 조심해서 이음매를 느슨히 해 준다.

목 옆으로 탁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는 내 머리를 꺼낸다. 머리를 둘러싸는 육(肉)두겁 밖으로 고개를 팍 숙이면, 열어둔 이음매를 뚫고 머리가 빠져나온다. 이제 나머지도 마저 꺼내본다.

나를 육에서 벗겨내는 작업은, 처음에는 매우 깊이 자란 털을 뽑아내기를 30분 동안 계속 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끼는 셔츠를 벗는 정도일 뿐이지만. 팔다리를 빼내도 이들을 감싸던 이 탄탄한 덮개는 비어 있는 채로 나머지 부위를 꼿꼿이 세워준다. 이윽고 나는 완전히 빠져나온다.

육껍데기는 깔끔하게도 뒤로 돌아서서 나를 쳐다본다. 껍데기가 움직이면 주요 관절 및 기관 근처에 이식해 둔 쪼끄만 서보(servo)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지금 이걸 들고 어디 조용한 방으로 갈 시간이 나는 자, 그 중에서도 듣는 기능이 있는 자는 그 소리들이 들리겠지.

내가 정말 저렇게 생겼나? 저렇게… 얼멍덜멍 헝클어져서? 뭐 상관은 없다. 눈앞으로 한 손을 가져가본다. 반짝이게 가공한 황동, 하나하나 내가 손수 정성껏 연결한 관절들, 세밀한 에칭으로 금줄세공한 손가락들. 쓸데없긴 하지만 항상 나는 이 모든 작업들을 내가 이전의 형태일 때 해냈다는 데 경탄한다. 자화자찬이다만 나는 정말 걸작이다. 기능은 얼추 하지만 장식 하나 안 달린 그 뼈들보다 훨씬 우아하다. 이런 모습을 얻은 이상, 파란 눈도 더는 굳이 가질 것이 없다. 이제 남은 꼭 필요한 육이라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것 정도랄까.

두 손을 육껍데기의 어깨에 올려본다. 몸은 가볍고, 움직임은 문제없고, 훨씬 강력해졌다. 가서 뭐 먹고, 절대 필요한 것 아니면 말은 하지 말고, 바로 돌아오면 된다, 이상. 내 육얼굴이 얼핏 움직거리면서 알겠다는 듯 반응한다. 이 안에 있을 때 내가 이런 얼굴은 아니었으면 하는데. 다른 자들은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공신경 유닛을 달면 작업이 좀 버거워진다. 척추에 결합하느라 공간이 빠듯해지기 마련이니까. 육껍데기는 내 방을 나가 문을 닫아준다. 이제 콩버거 하나 먹고 작은일까지 처리해 주겠지. 그 시간에 나는 더 중요한 것 하고.

다시 단말기 앞으로 가 앉는다. 내 금속 프레임이 멋지게 자리를 잡고, 인터페이스는 훨씬 명료하고 예리해졌다. 아까 만지던 코드를 다시 들여다본다. 곧장 깜빡했던 오류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재빨리 오류를 고쳐 준다. 다음 코드 200줄이 지구 맑은 날처럼 또렷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타자 치는 황동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날아다닌다.

훨씬 낫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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