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진출: 5

방문이 닫히자마자 위틀록은 게리마를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위틀록은 더듬더듬 게리마의 벨트 버클을 찾았고, 게리마는 위틀록의 목과 어깨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둘은 느적느적, 옷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어가며 침실로 갔다.

아무 말도 둘 사이에 없었다. 둘이 침대에 눕자마자, 위틀록이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상당한 힘에 부드럽게 저항하느라고 게리마는 벌써 땀을 뻘뻘 흘렸다. 결국 시간을 번 게리마는 셔츠를 마저 벗었다. 밀당도 준비운동도 없었다. 애초에 시간이 없었다.

게리마가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위틀록은 몸이 떨려왔다. 눈은 꼭 감기고 몸은 홱 구부러졌다. 게리마는 숨을 헐떡였다. 자신을 맞는 위틀록의 긴장감을 느끼며, 또 자기 두 팔을 꽉 잡은 위틀록의 손힘을 느끼며. 고통은 이미 위틀록이 가져다주는 쾌감과 구별할 수가 없어졌다. 정신 나간 듯한 광란의 리듬으로, 위틀록은 게리마의 온몸을 더 깊숙이 끌어당기며 그를 조용히 재촉했다. 침실 탁자가 넘어지며 위에 있던 것들을 땅바닥에 와르르 쏟아도, 뚜껑 열린 약통에서 약이 우수수 쏟아지고 물컵이 타일 바닥에 쨍그랑 부서져 흩어져도, 둘은 알 줄을 몰랐다.

맞잡은 손 두 쌍이 맞깍지를 끼고, 절벽 바위에서 서로를 끌어당기는 듯이 서로를 꼭 붙잡았다.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숨소리 하나가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 같은 호흡이었다. 땀이 줄줄 흐르는 게리마의 얼굴이 윤기가 돌아 밝았다. 창백하던 위틀록의 뺨은 어느새 붉어져 온통 복사빛을 띠었다.

서둘러 둘은 시작했다. 전광석화처럼 둘은 차곡차곡 과정을 밟아나갔다. 위틀록의 입이 벌어지고, 목구멍 저 깊숙한 곳에서 깊은 후두음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그때, 게리마는 절정을 맞이했다. 앞으로 수행할 임무, 그리고 그 결과, 모두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잠깐 동안, 도무지 다른 이에게 표현할 길 없는, 무한한 깊이로 꽃피는 빛살의 느낌, 둘 모두에게 오직 그 느낌만이 존재했다. 이 느낌이 나를 태워버리겠구나, 이 행복한 고통 속에서 나를 완전히 쓰러뜨리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위틀록은 두 눈을 감았다. 위틀록의 목소리와 어슷비슷한 어떤 것이, 그 느낌을 녹초가 된 신음소리와 감탄사의 형태로 불완전하게 옮겼다. 이 잠깐이 있기 전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엉켜 떼어내지 못할 두 몸뚱아리의 힘에 내몰려 잊혀졌다.

둘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로 있었다. 10초, 그리고 20초. 30초가 됐을 때 둘은 눈을 마주쳤다. 이 침대에 올라온 이후로 맨 처음으로. 어느새 우주는 다시 돌아와, 저지하는 것들을 모두 옆으로 밀치며 둘에게 원래의 자신을, 그리고 둘의 기억과 둘이 원래 품었던 기대들을 다시 불어넣었다.

삶의 무게는 돌아왔다. 앞에는 미래만이 남아 있었다. 사라 위틀록은 조너선 게리마의 가슴팍에 얼굴을 꽂아넣고, 슬픔을 가누지 못하면서 울었다. 게리마는 위틀록을 꼭 안았다. 둘 사이에 할 말이 있었더라도, 적어도 게리마에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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