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진출: 8

더 이상 바깥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 금성은 창밖으로 보일 때마다 조금씩 더 커 보였다. 우주선이 근접해서 그럴지, 중요하다는 상징성 때문일지는 알 수 없었다.

공기는 연기로 자욱했다. 자단(紫檀)과 정향(丁香), 마리화나 향이 매콤하게 섞여 몸을 축 늘어지게, 정신을 더 빨라지게 만들어 줬다. 숨을 깊이 들이쉬자 오만 까치 생각들이 의식의 안으로 밖으로 소용돌이치고 굽이쳤다.

눈을 감고, 팀이 나아가는 그 숨은 곳을 떠올렸다. 단지 정보가 부족해서, 사실들 사이로 2474 모양 구멍이 뚫려서 알지 못했던 사항들이 이제 밝혀지기 시작한다고 느꼈다. 다룰 수 있는 모든 혜안이 저마다 팀에게 저울추가 되어주며, 대원들 모두를 죽을지 살지 결정지었다.

눈을 떴다. 앞에 파랗게 빛나며 일렁이는 여자가, 메모장을 든 채로 있었다.

그래, 마누. 숨을 내쉬며 단어가 입에서 천천히 내뱉어졌다.

연기 속에 나타난 홀로그램 이미지가, 자기 가상의 메모를 들여다봤다. 알아두셔야 할 듯해서요, 카심 박사님. 팡 하사님이 지금 톱니장치 정교 공작원 한 명을 취조 중입니다.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지만, 그 소식을 받아든 마음은 진작에 차분했다. 이제 와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다니 이상하네, 대답했다.

공작원은 별 말을 안 하고 있어요, 마누가 덧붙였다. 그리고 연필 모양을 한 파란 빛을 씹으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또 덧붙였다.

또 뭐야?

해골을 봤어요.

유머감각 업데이트했구나, 마누.

아니, 진짜예요. 빛나는 금속 해골이 중장비구역으로 가는 걸 봤어요. 별로 재밌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요.

둥근 번개가 생각의 구름 사이를 내리쳤다. 그리고 정신에 자기가 친 안개가 거두어졌다. 기도용 로브를 벗고, 방탄복을 찾기 시작했다.

팡 하사님을 도우시겠나요, 카심 박사님?

먼저 장갑부터 꼈다. 서둘러야 했다. 마누, 앞서서 출발해야겠어. 사건이 일정을 앞질렀어. 가능한 사람 모두 긁어모아서 날 따라오라고 해 줘. 이르니니산으로 가야겠어. 당장.

자신이 아는 한 처음으로, 마누에게 걱정하는 낯빛이 드러났다. 카심 박사님, 궤도상 비행은 뉴샴발라 도킹 정거장에서 출발할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도 벌써 늦었을지 몰라. 누군가 우리 길을 훨씬 앞질러서 달려가.

계획은 파기되어 한 가닥 연기처럼 날아가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다음 일은 오직 알라께서 아실 뿐. 전술 조끼를 조이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다. 이제 준비되었다.

마누가 방에서 사라지며, 카심의 지시를 다른 이들에게 알린다. 카심은 달려나간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