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제위
가장 먼저, 여기서 일하는 직원 하나하나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내가 그 자갈길에 발을 들였을 때는 우리가 지금 해낸 것처럼 시공간을 부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은 내가 한때 상상할 수 없다고 여겼을 정도의 양이며, 그럼에도 아직 우리가 창조해낼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다. 우리의 일은 완결되기에는 멀었으며, 멈추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기도 전에 밟아야 할 절차가 많다. 실험을 진행하며 우리는 우주를 파괴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과 그 파편을 격리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우리가 해 온 모든 일은- 증오에 찬 별부터 텔레킬 합금까지- 완전한 성공이었다. 이처럼 앞으로도 재단에 오랜 시간 동안 성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이 편지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이 편지의 목적은 내가 행한 최신 실험의 성공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 나는 미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실험의 이유부터 밝혀야겠다.
내가 이런 종류의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우리가 활동을 시작하고 약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안다. 그렇게나 큰 힘을 가진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것을.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이렇게나 멋진 것들을 만들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비밀로 해야 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게끔 해야 했다. 몇 달이 느릿느릿 지나가자, 걱정은 더욱 심해졌다. 거대한 회사의 수장쯤 되는 사람이 거의 완벽히 모습을 감추었다가 몇 달 후에 다시 나타나게 되면 항상 의심이 따라붙는 법이다. 어떤 SCP가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헛소문이 들릴 때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내 연구실 안에서 왔다갔다하며 내 흔적을 지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이 지닌 지식을 발전시킨 일로 처벌받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이 지배권을 꽉 쥐고 있고 싶었고, 그 생각은 다른 이들 모두가 같았다. 우리는 힘을 합쳤다. 몇몇 개체가 발견되게끔 조치하고, 다른 것들은 연구 보고서를 써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았다. 누구도 절대로 나나 내 주변 사람을 찾아낼 수 없도록 할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곧 엄청난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나 자신을 공식적 존재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나 자신을 죽이고 싶어했다는 것처럼 들리는 것을 안다. 내 삶을 끝낼 생각은 없었다. 내가 하려던 것은 문서상에서 나를 지워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 적 없던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내 흔적을 은폐하는 최고의 방법은 흔적 전부를 파괴하는 것이었으니까.
몇 달간의 노력이 들긴 했지만 나는 성공했다. 내가 공식적으로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만드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 위험한 방법이었다. 실험이 내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나는 안전을 위해 내 연구실 주변에 패러데이 상자를 짓고, 내 방 주변으로 오지 말라고 모두에게 일러둔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실험은 성공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처음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내 동생이 방으로 걸어 들어와 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을 때였다.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내가 있다는 걸 그냥 잊어버렸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식당으로 갔고, ‘저 패러데이 상자를 언제 만들었는지’ 궁리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내가 상자를 짓고 있다는 걸 말해준 상대가 많지 않기에 그것은 무시했다.
내가 있던 방을 상세하게 묘사한 문서를 발견했을 때, 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SCP로 분류되어 있었다.
나는 문서상으로 내 존재를 지운 것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내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내 연구실을 찾아와 나의 사진을 찍고, 나와 대화하고, 내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고등급 연구자들, 내 친구들, 동생조차 나를 더 이상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할 수 없었다. 쉰 번째로 방문하고 고작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는 내 연구를 계속했다. 이런 것들을 더 만들고 격리했다. 거의 곧바로 사람들은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문서에 관해서는 내가 손을 썼으므로 서면에 드러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토마스와 내 동생이 목소리를 낮추어 자기네는 이것들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때. 그때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깨달았다.
내가 재단을 만들고 재단이 격리하는 것들을 만든 이유는, 원래 탐구를 위해서였다. 우리가 현실을 조작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 물론 다른 이들에게는 저만의 이유가 있었다. 몇 명은 개인적 이득 때문에, 몇몇은 시작점 이후로 갈망해 온 새로운 발견을 위해, 더 많은 이들은 불가능을 창조해낼 기회를 얻기 위해. 하지만 그것으로도 내 논리는 설명할 수 없다.
요점만 말하자면, 물리법칙을 몇 번이고 조작한 이후로 나는 신 행세를 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제 나는 신이 될 수 있었다. 무대 뒤에서 현실을 조종할 수 있었다. 나는 내 등급을 케테르로 지정하고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것이 기억에서 완벽히 사라져버리는 일에 대해 당신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구경했다. 나는 우리의 시작점에 대한 문서에 내 이름을 적어넣었으나, 당신은 내 이름이 그곳에 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 자신이 둥글지 않다고 모두에게 말하고 다닌 후, 그것은 당신들이 나에 대해 유일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내가 만들어낸 SCP의 수는 몇 안 되지만, 내가 생겨날 수 있게 한 발상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사람들 또한 조종하기 시작했다. 고위 연구원들에게 내 방으로 오라고 한 뒤 SCP를 가지고 달리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계를 숭배하고, 예술품을 만들고, 대량생산해 이득을 얻거나 파괴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방을 떠났을 때 그들은 나를 잊었지만 그 생각들은 기억했다. 그들은 그 생각이 자신의 것이라 믿고서 실행에 옮겼다. 그것은 세뇌와도 같았다. 내게 더 큰 힘을, 재단의 시작점부터 내가 욕망해 오던 힘을 주었다. 나는 이 모든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 당신마저도. 그야 이 편지를 읽고 나면 당신은 누군가에게 말을 전하러 달려나갈 것이다. 가는 길에 당신은 편지를 떨어뜨리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릴 것이다. 당신은 이 편지를 처음 읽은 사람일 수도 있고, 백 번째로 읽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 다음 순간 당신은 오로지 내 지배력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불쌍하고 힘없는 장기짝이나 진배없는 존재로 돌아갈 것이다.
재단과 다른 조직이 한 일들은 모두 나의 책임이며 오로지 나만의 책임이다. 나는 이따금 새로운 발상을 떠올려 연구자들에게 말해주곤 한다. 다른 때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을 격리실에 집어넣는다. 탈주 사건을 계획해 내 창조물들의 힘을 시험하기도 한다. 당신이 그 형편없고 하찮은 쓰레기 삶을 사는 동안 떠올린 모든 발상, 모든 생각은 내가 생각해냈거나 만들어낸 것이며 오로지 나에 의한 것이다.
당신이 나를 악하다거나 옳지 못하다, 아니면 부패했다고 여길 것을 안다. 당신이 이를 용서할 수 없는 거대한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할 것을 안다. 진실을 말해주자면, 신과 같은 자들은 당신 같은 초라한 벌레들처럼 거추장스러운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는다.
당신이 곧 잊을 벗으로부터,
아론 시걸
>또는 O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