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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천하장사 흑돈까스>

새 간판과 대비되는 비좁은 건물에서,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자신의 손보다도 더 큰 튀김을 허둥대면서 테이블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의 앞으로 옮겼다.

중년의 남자는 그 엄청난 크기에 놀라면서도, 곧바로 칼을 들어 거대한 돈까스를 썰어서 먹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는 거대한 사내는 긴장한 듯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절반 정도 먹었을까, 남자가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

"태완아. 어…맛있어. 맛은 있는데. 뭔가…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 지 모르겠네."

그 말에 장태완은 한숨을 푹 쉬었다.

"김 주무관님."

장태완의 딱딱한 호칭에 남자는 손사래를 내저었다.

"삼촌이라 부르라니까."

"방재원에서 도청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거기서 꽤 높아."

"명우 삼촌. 7급…이 높은 거에요? 40대이신데."

남자는 살짝 뜨끔한 표정을 짓더니 장태완의 넓은 팔뚝을 살짝 쳤다.

"그 급수는 안 높아도 현장 짬밥이란 게 있어 임마. 특히 방재원은 급조된 데라 높으신 분들은 잔뜩 있는데 현장 인원은…아이고, 됐다. 애한테 무슨 말을 다 하냐."

"저 이제 애 아니거든요."

"애 맞거든요? 임마, 손님들 위장이 다 너만한줄 아냐? 이렇게 크게 하면 무조건 장사가 다 잘 되는줄 아나봐."

"그래도 크게 만듦으로서 천하장사라는 이미지도 사용하고…"

남자는 장태완의 커다란 손을 잡았다.

"태완아. 너 천하장사인거 삼대천밖에 몰라. 삼대천 지하격투장에서 딴 거잖아. 뭐 딱봐도 덩치를 보면 천하장사 백번도 하고 남게 생기긴 했지만…삼대천한테만 장사할 거 아니잖아."

"그럼 어떡해요. 제가 자랑할 건 삼대천 챔피언 하나밖에 없는데. 태양이형이랑 명우 삼촌 아녔으면 거기서 그냥 죽었을 거고. 거친 일은 삼촌이 하지 말라고 했고…"

"자, 조금만 정상적으로 접근해 보자구. 아무리 그래도 돈까스 크기가 거의 사람 몸통만 한건 너무…뭐랄까…변칙적이잖아."

그때, 문 밖에서 큰 소리와 함께 백발의 청년이 난입했다.

"아, 듣다가 못참고 들어왔습니다."

청년은 남자에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백태양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그 소개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예. 태진건설 김부장입니다."

사내는 자연스럽게 가짜 명함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손의 떨림을 지웠다.

백태양. 그 신상정보를 모르는 건 아니다. 요주의 인물이고, 그 위험성에 비해 생각보다 온순한 성격이라 별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높으신 분들은 알고 있지만, 장태완의 폭주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 알 거였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내릴 수 있어. 때로는 상황이 사람을 악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 역시 공의 경지를 알지 못했다면 힘에 취했을 거야. 이해한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주변의 모든 걸 부스려 했던, 반-정령, 팔라스의 후신 장태완을 제압한 백태양의 진짜 힘을.

그렇기에 남자는 백태양의 소개에 잠시동안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태양은 돈까스를 바라보며 말을 쏟아냈다.

"물론 김부장님 말씀에도 일리가 있어요. 너무 크기만 한 건 문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이슈화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혹시 김부장님 인스타 하세요?"

"예. 합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하신다고요?"

"예."

"아, 하시는구나…언제부터요?"

"한 4년 정도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업이 마케팅이다 보니."

신나서 인스타에 대해 설명하려던 백태양은 멈칫했다.

'…난 3개월 전부터 시작했는데.'

"아, 아무튼! 그럼 더 잘 아시겠네요. 인스타 감성 이라는 게 있거든요. 시각적으로 처음에 충격을 확! 주면 손님들이 찾아올 거라고요."

백태양은 뭔가 기억났다는 듯 핑거스냅을 쳤다.

"태완아! 내가 손님이 클레임 걸면 뭐라고 말하라고 했지?"

그 물음에 장태완은 어색한 듯 커다란 손을 합장하며 외쳤다.

"자, 자세한 문의는 DM 부탁드려요오…"

"더 크게!"

"자세한 문의는 DM 부탁드려요!"

장태완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자, 그제야 백태양은 만족한 듯 박수를 쳤다.

'뭐지 이 병신들은.'

방재원의 산전수전 다 겪은 에이스 요원인 김명우는, 처음으로 강력한 인지부조화에 정신을 차리기 힘겨웠다. 과연 이들이 2년 전 삼대천 지하격투장에서 싸우던 그 둘이 맞는가.

그때 그 둘은 가히 전장의 영웅들이자 신들의 대리자와 같은 위용을 보여주었다.

헌데 지금은…

"후우."

"어, 부장님. 할 말 있으십니까?"

백태양의 말에 김명우는 허탈하게 웃으며 질문했다.

"그 조언들, 어디서 보신 겁니까?"

"네? 저 그…헤헤. 티비 같은 데서."

"티비요? 태완이는 진짜 장사를 하려는 애입니다. 장난하는게 아니라고요! 똑바로 대답하세요."

김명우는 순간 소리를 지르고는 아차했다. 사심이 너무 들어가 버렸다. 요원이라는 것 자체는, 이제 자신은 화이트 요원이니 들켜도 되지만, 장태완을 정말 친아들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알려져서는 그리 좋을 것이 없었다.

장태완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두 사람의 사이에 섰다.

"형님…그럴때는…"

장태완은 조용히 손바닥을 마주쳤고, 그걸 본 백태양은 땀을 삐질 흘리면서 똑같이 합장했다.

"자세한 문의는 DM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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