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을 웅덩이에 담그자

밤중의 붉은 웅덩이,
여행가들의 기쁨이라.
아침의 붉은 웅덩이,
여행가들은 경고를 받으라.


사건 053/682/1129/354 - 1:
탈출한 변칙 존재들인 SCP-053, SCP-682, 그리고 SCP-1129가 20██/9/12 21:07에 제354구역에 도달하였으며 SCP-354의 격리를 파기했다. 탈출한 변칙 존재들은 SCP-354에 진입했다. SCP-053과 SCP-1129의 동시적인 노출이 제354구역의 직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공황을 일으켰다.


쿼르세타는 자신의 아래에선 아탄티가 몸을 쭉 뻗어 긴 목과 유선형의 지느러미가 나타나고, 위에서는 차-파누의 반짝이는 빛에 보호받으며 긴 여행을 대비해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쿼르세타는 아탄티가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아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며칠 전 별과 노래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선 어쩌면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찾은 것 같다고 하며 자신들이 집으로 만든 동굴에 다급히 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에 걸린 기쁨을 잊을 수 없었다. 그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붉은 빛 아래에 존재하는 모든 공간은 지구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을 만들어냈다. 이리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말이다.


그들이 도착했을 무렵, 쿼르세타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지구와 다른 점이었다. 이곳의 태양은 그들이 서 있는 웅덩이에 불을 붙이고 펼쳐 하늘 절반을 덮은 것처럼 굉장히 컸으며 밝은 적색을 띠고 있었다. 쿼르세타 주위의 지면은 완전히 평평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평선이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서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기 때문에 쿼르세타는 그곳에 공기조차 없는 것인지 헷갈릴 뻔 했다. 바뀐 것은 풍경뿐이 아니었다. 쿼르세타는 자신이 다시 연약하고 순진한 어린이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파누를 이루고 있는 물질 사이의 간격은 좁아져, 회오리치는 구름이라기보단 누군가 정교한 로브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거인과도 같은 크기였던 아탄티는 이 공간의 광활함으로 인해 난쟁이가 된 것만 같았다.

쿼르세타는 아탄디의 등에 올라 녹빛으로 가득한 해안가를 헤쳐나갔다. 그들은 이끼로 뒤덮인 지형을 몇 시간 동안 이동한 이후에 암석 지대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짧은 풀이 자란 거대한 평원에 도달했다. 쿼르세타는 발 밑에 있는 차가운 풀숲이 우거진 곳을 껑충 뛰거나 걸어서 지나가려 했지만, 풀이 쿼르세타의 신발과 발을 뚫어내려 하자 아탄티의 등으로 재빨리 다시 뛰어올랐다. 긁힌 자국은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따끔거렸다.


추가적으로 몇 시간을 이동한 끝에 그들은 더 마르고 날카롭지 않은 풀이 있는, 나무처럼 생긴 것들의 숲 근처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쿼르세타는 차-파누의 시선 아래에 음지에서 빠르게 잠들었다. 아탄티가 잠드는 데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희망과 의심이 아탄티의 머릿속에서 뒤섞이고 소용돌이치며 잠을 달아나게 했다. 이곳의 모든 것은 그가 알고 있던 고향과 완벽하게 일치한 것 같았지만, 아탄티는 아무 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를 둘러싼 땅과 하늘은 그의 웃어른들이 들려주곤 했던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아 경이로운 감정을 그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능해보였지만, 이 장소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친숙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베헤모스의 수면 속 깊은 곳에서 희미해지고, 흐릿해질 때까지 지속되었다.

쿼르세타는 자신의 다리에 작은 물체가 계속하여 부딪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뜨고 야구공 크기의 보송보송하고 동그란 녹색 뭉치를 내려다보았다. 쿼르세타의 다리를 굴러 넘어가려 몇 번을 더 시도한 끝에 뭉치는 넘어가는 것을 포기하는 듯 하였으며, 둥글게 만 몸을 펼쳤다. 모습을 드러낸 생명체는 족제비와 아르마딜로, 쥐며느리가 섞인 이상한 모습처럼 생겼다. 자신의 무릎에 작은 외계 생명체가 올라타는 것은 커피만큼이나 효력이 뛰어나 쿼르세타는 남은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쿼르세타가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들 주위로 수십 마리의 생명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몇 마리는 세 명의 불청객을 호기심 넘치게 살펴봤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생기 없는 풀을 땅에서 벗겨내며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기어다닌 모든 장소는 막 새로 돋아나는 약간의 푸른 싹이 있는 붉은색 지면의 선이 남겨져 있었다. 불행히도, 여행가들이 생명체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은 채 몇 분이 되지 않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금속성의 굉음이 울려퍼지며 쥐족제비딜로pillweaseldillos를 산림 속으로 굴려넣었다. 그 중 하나 이상의 쥐족제비딜로가 쿼르세타의 배낭 속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내가 아는 소리는 아닌 것 같구나," 아탄티가 자신의 주둥이에서 나오는 걱정을 숨기려 하며 말했다. "다시 길을 떠나는 게 좋겠다."


며칠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챙긴 토끼와 물을 조달하며 천천히 여행했다. 그들이 여정을 떠날 때 쿼르세타는 생명체를 밖으로 꺼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결국은 "투키,,Tooki"라는 이름을 붙여 데려가기로 했다. 자신들을 감싼 정적과 고요에 저항하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주고받았다. 때로는 정적이 이겨버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시간 그 자체는 그들이 그 장소에서 보낼 시간보다 더 길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은 거대한 철제 문으로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아탄티와 차-파누는 약간의 힘만을 들여 문을 부술 수 있었으나, 전초기지나 경비같은 것들이 없는지 확인하고자 벽을 따라 조금 내려가기로 했다. 그들이 찾으려 했던 것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벽에 난 매우 큰 구멍은 찾을 수 있었다. 구멍의 저편에서도 마찬가지로 풀이 자라나 있었지만 광이 나는 흑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종이 벌집의 한쪽에 회반죽을 바른 것처럼 보이는 녹빛 직물로 된 거대한 삼각형이었다. 아탄티는 그것을 일종의 일지로 인식했으며, 그들이 마을이나 도시에 도달한다면 쿼르세타에게 그것을 어떻게 읽는지 바로 알려주기로 했다.


여행가들은 전에 없던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탄티는 익숙한 모습의 파편 덕에 활기가 불어넣어진 것 같았으며, 속도를 높여 석탑과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공간을 지났다. 대략 일주일이 지나자 두 번째 벽에 도달하였다. 그 벽은 이전의 것과는 뚜렷이 다른 모습이었다. 철제 벽은 아무런 무늬도 없었고, 실용적이었으며, 뭔가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던 반면에 이 벽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였으며 아름답고 복잡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이 벽은 조금의 노력만 한다면 반대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작은 굴들 또한 있었다.

벽의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원래 세상에선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색이 여행가들을 반겼다. 적녹색과 황청색, 스펙트럼을 통한 여러 색들, 그리고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여러 색들이 말이다. 삶과 죽음의 이중성을 초월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작은 식물들, 넓게 펼쳐진 목초치, 우뚝 솟은 궁전들. 여행가들은 그들 주위의 세계를 경외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환영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메아리치는 금속성의 굉음에 의해 흩어졌다.

세 여행가와 투키는 방향을 돌려 도망쳤다. 거대하고, 회색 빛의, 다리가 열 개 달린 무언가가 그들을 추격했다. 돌로 된 긴 사슬이 그 무언가의 발을 미끄러지며 감싸고 있었고, 턱에서 찰각이는 소리가 났다. 여행가들은 두 번째 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하였으나, 곧 사실은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든 간에 자신들과 야수들 사이의 거리를 벌릴 수는 없어 보였다. 첫 번째 벽에 도달한 직후에 야수들은 여행가들을 따라잡았다.

회색 야수가 아탄티에게로 돌진하여 그를 붙잡아 아탄티의 등에서부터 쿼르세타를 튕겨내어 날카로운 흑빛 풀로 떨어뜨렸다. 아탄티가 야수와 대치하는 동안 차-파누는 돌로 이루어진 생명체 둘을 제압하였는데, 세 번째 생명체가 쿼르세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생명체는 그 행동으로 자신이 죽게 되리라는 것은 알지 못한 채로 턱을 닫아 쿼르세타의 발목 근처를 물었다. 생명체의 마음 속 무언가가 산산이 부서졌고, 생을 그대로 마감했다. 돌덩이는 죽었지만, 쿼르세타는 여전히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상처에서 자라나는 수정들이 회복을 방해했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허공을 찢어댔으며, 아탄티의 귀에 이르렀다.

쿼르세타.

쿼르세타가 다쳤다.

쿼르세타가 자신을 필요로 했다.

아탄티의 꼬리가 한 짐승의 다리를 휘감아서 멀리 집어던졌다. 자신의 어린 친구에게로 신경을 돌리고, 쿼르세타를 등 뒤에 휘둘러 올리고선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과 같은 단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아탄티는 자신 주위의 세상이 비로소 자신들의 생명과 여정을 끝내고자 뒤틀리는 것을 보았다. 아탄티는 무시했다. 적막함이 그들을 느리게 하고자 했다. 아탄티의 속도가 정적을 부숴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며칠이 걸렸지만, 나가는 데는 오직 몇 시간만이 걸렸다.

막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에 여행가들은 붉은 웅덩이에 도달했다. 차-파누는 쿼르세타를 아탄티를 도와 쿼르세타를 그의 등에서 내렸다. 쿼르세타가 추락하며 난 구멍이 치유되었으며 다리의 수정은 더 이상 자라나지 않는 것 같았으나, 쿼르세타는 기절했다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두 오래된 모험가가 웅덩이를 내려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머지않아 회색 짐승이 지평선 꼭대기에 도달하며 다시 한 번 끔찍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탄티는 그 포효의 의미를 알았다. 저것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웅덩이를 통해서도 자신들을 따라올 것이다.

아탄티가 쿼르세타의 귀를 막은 에드리세크-차-파누를 향해 끄덕이고는 야수를 마주했다. 아탄티는 어째서 인간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감금했는지 종종 의문을 가졌다. 어느 정도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아탄티와 인간들의 본성이 서로 이질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아탄티를 두려워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탄티는 인간보다 더 강했다. 그들에게 아탄티는 죽음이었다. 그는 불사의 여행가인 아탄티-클-페뉴였다. 그리고 이 장소가 그의 친구를 다치게 했다.

아탄티가 포효했다.


사건 053/682/1129/354 - 2:
탈출한 변칙 존재들인 SCP-053, SCP-682, 그리고 SCP-1129는 SCP-354의 내부에서 빠져나와 제354구역을 탈출했다. SCP-053과 SCP-1129의 동시적인 노출이 제354구역의 직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공황을 일으켰다. 이 사건에서 SCP-354의 내부에서 빠져나온 개체가 더 이상 관측되지 않았다.


다음 며칠간 그들의 아늑한 거처인 동굴은 웅덩이의 정적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아주 조용했다. 아탄티는 하루의 대부분을 사냥을 하는 데 보냈으며, 거처에서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만 입을 열었다. 차-파누는 굴 주변에 수리해야 하는 작은 것들을 처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으며, 남는 시간은 쿼르세타를 돌보는 것에 썼다. 쿼르세타는 동료들이 일상을 지속하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투키와 함께 누워 자신들이 찾은 일지를 읽어나갔다. 다리에 물린 부위 주위에 난 수정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으나, 여전히 상처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더욱 필요했다.

아탄티가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로 늦은 밤에 사냥에서 돌아왔다.

"그만두자."

"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계속 찾고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그 장소가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단 하나의 실수를 범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무나. 이런 일이 다시 생기는 걸 감당할 수 없단다, 그러니 그만둘 거야."

쿼르세타가 잠깐 동안 아탄티의 발언을 이해하고자 했다.

"싫어요."

"뭐라고?"

"멈출 수 없어요, 아탄티. 봐요. 이 일지는 테푸르-진-엄헤드라는 자가 썼어요. 우리랑 같은 자였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으려는 여행가 말이에요. 그 여행가는 우리를 고향으로 되돌릴 수도 있을 몇 가지 길을 이미 탐험했어요. 우리가 그 방법을 해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또 자신이 발견한,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또 다른 몇 가지 방법도 적어놨어요. 아탄티,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다 여기에 있으니 괜찮아요. 사실은 포기하고 싶지 않잖아요? 불안감에 하는 말이잖아요. 우리 둘 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잖아요.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요."

쿼르세타는 아탄티가 여전히 그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쿼르세타의 연설은 아탄티의 우울과 자기불신을 약간이나마 지워낸 것 같았다.

"좋아. 그래도 그 다리가 완전히 낫기 전까진 다시 출발하지 않을 거란다, 이해했니?"

쿼르세타가 미소지었다.

"네, 대장님."


붉은 낮과 밤,
여행가들은 도망을 간다.
뒤로 하게 된 붉은 웅덩이,
고향을 찾는 여행가들의 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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