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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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7시 39분. 재단에 감지된 112에 걸려온 신고 기록.

<녹취록 시작>

████: 저- 저기, 경찰이죠? 시- 신고할 게 있- 있어요.

112 상황실: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 집에 강도가 든 거 같아요. 집이 완전 난-난장판이고, 창문도 깨져있고요, 발자국 같은 것도 보여요.

112 상황실: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 ███에 있는 ████, ██████이에요.

112 상황실: 네, 곧바로 그쪽으로 경찰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집안은 확인하신 상황이신가요?

████: 아-아뇨, 아직 확인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아들이 집안에 있-있어요.

112 상황실: 아드님 상태는 확인하셨나요?

████: 아-아니-니요. 위층에 방이 있어요. 지금 올라가고 있어요.

112 상황실: 혹시라도 아직 집안에 강도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일단 집에서 나오도록 하세요.

████: 아-아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나갈게요.

112 상황실: 부인,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침묵,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들림)

112 상황실: 부인? 조심하세요.

(침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침묵이 이어짐)

112 상황실: 괜찮으신가요? 상황이 어떻죠?

████: 어…

112 상황실: 아드님은 괜찮으신가요? 혹시라도 사건이 발생했다면 구급차를 보내겠습니다.

████: 아들이… 굳었어요.

112 상황실: 네? 굳었다는 게 무슨 말이시죠?

████: 옷은 다 입고 있는데, 석상처럼 변했어요.

112 상황실: 석상처럼 변했다고요? 마비 증상을 보이나요? 출혈은 보이시나요?

████: 아-아뇨. 정말 돌이 됐어요. 검은색.

112 상황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 어… 말 그대로인걸요…

112 상황실: 어… 일단 어찌 되었건 안전을 위해서 집 밖으로 빠져나가 주시겠어요?

████: 아, 네…

112 상황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경찰이 금방 도착할 겁니다. 기다려주세요.

이 시점에서 비정상적 통화 내용이 재단에 감지되었고, 경찰 잠입 요원이 자원하는 형태로 해당 위치로 파견되었다. 이후 녹취록은 무의미한 정보로서 생략되었다.


🎁🎄🎁



2019년 12월 24일 20시 1분 / 도로 위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 위를 달리는 경찰차에는 두 사람이 타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운전을 하고 있는 도중임에도 마치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처럼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여성은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 더 도로 상황에 집중하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운전 도중에 계속해서 어딘가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조수석에서 조용히 훔쳐보려고만 하면 재빠르게 손목을 살짝 돌려버렸다.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출동하는 경찰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저기… 돌이 됐다는 게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세요?" 몇 분간 이어지던 침묵을 깬 것은 여자가 건넨 말이었다.

"글쎄… 어떤 의미도 될 수 있지. 돌이 되어버렸다든가, 석탄이 되어버렸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보디페인팅이겠지."

"좀 진지하게 생각해주세요. 살인 사건일 수도 있어요."

"몇 번 있었던 일이거든."

"네?"

"그 말 몇 번이나 들었다고. 강도 사건인데 시체가 없다면, 납치겠지, 뭘. 그냥 빨리 가서 흔적이나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야. 범인 신상 파악하고 빨리 추적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리지."

"그렇다면 더 살인 사건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농담이나 하시고."

"나도 사람인데 농담 좀 할 수도 있지. 거참."

"사람이 죽는데 농담이 나와요?"

"나도 사람이라니까. 살다 보면 이것보다 끔찍한 것도 많이 본다니까? 이 정도는 유쾌하게 받아드려도 된다고."

"그건 또 뭔소리에요? 유쾌한 살인사건이 어딨어요?"

"의외로 꽤 있는 법이야."

"선배, 경찰 맞아요?"

"사실 아니야. 난 스파이걸랑."

"어디 스파이요? '뉴 월드 오더'라고 말하지 마요. 저번에도 그랬으니까. '신디케이트'도 안 돼요."

"어… 프로제니터?"

"그건 또 뭐예요?"

"의사들."

"가서 정신 상태 좀 고쳐달라고 해주세요."

"가봤자 심리 상담하고 약이나 처방해줄걸."

"원래 정신과 치료가 다 그래요. 어… 가보신 적 있어요?"

"아마? 기억은 안 나지만."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해요?"

"기록으로."

"기록까지 해두고 까먹어요?"

"그런 약이니까."

"부작용이 심한 거 같네요. 그 약."

"그렇긴 하지. 항상 메스껍더라고. 음, 다 왔다. 저기인 거 같네. 저분이 신고하신 분 같고. 나와계시네."

두 사람이 탄 경찰차는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와 거의 똑같은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남자는 계속해서 운전하는 내내 쳐다보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두고 주머니에 넣었고, 그사이에 이미 황급히 뛰쳐나간 여자의 뒤를 쫓았다.

"경찰입니다. 신고하신 분 맞으신가요? 돌로 변했다고 하셨죠?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남자가 이제 겨우 차 밖으로 몸을 빼고 있는 동안, 여자는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네. 제가 전화드렸어요. 그- 그러니까.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갔더니 온통 난장판이고 창문도 전부 깨져 있었어요. 그리고 검은 발자국이 계단으로 이어져 있어서 위층에 아들 방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나서 올라가서 봤더니, 방에 있던 아들이 돌로 변해있었어요!"

"네, 알겠습니다, 부인. 그럼 잠시 저희 경찰차에 타셔서 대기해주세요. 날이 춥네요. 저희가 빠르게 현장 수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입하죠."

"그래, 잠만 기다려. 뭐 좀 할 게 있어서. 아니면 먼저 들어가든가."

여자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총을 들고 문을 조용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이 약을 드셔주세요. 여기 물이요. 먹는 게 앞으로 도움이 되실 겁니다."

"ㄴ-네? 무슨 약인가요?"

"심리적 고통을 줄여주는 약입니다. 진정 효과도 있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

"삼키셨나요?"

"네."

"그럼 차에 타신 다음에 여기 스마트폰에 적혀있는 문서를 읽어주세요. 밈적 암시 효과가 있습니다."

"…네."

여자는 풀린 눈으로 눈을 찌르는 듯한 그림과 글자로 가득 찬 전화기를 한 손으로 든 채 경찰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럼 전 방화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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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전부 확인했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마당 쪽에서 침입했고 창문을 깨고 들어온 것 같네요. 발자국은 흙인가 했는데 흙은 아니고요."

"그을음이야. 위층으로 가자고."

"그을음이라… 그런 것 같네요. 어떻게 그렇게 한 번 쓱 훑어보고 다 아신대요?"

"한 번 봤으면 몰랐겠지. 빨리 와, 놓고 간다?"

"전에도 이런 일을 보신 적이 있으세요?"

"내가 너랑 일한 지 몇 년 됐지?"

"3년이요."

"그럼 이번이 4번째 보는 거겠네. 어, 5번인가? 아무튼."

"그건 매년마다 봤다는 소리 같은데요…"

"자, 여기가 아들 방이다. 진입하지."

"네!"

두 명의 남녀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기 있네."

"저건… 뭐죠? 검정 석상 같은데… 돌로 변했다…라는 표현밖에는 어울리는 말이 없네요."

"석탄으로 변한 거야. 나쁜 짓 많이 하고 살았던 탓이지. 얘는 뭐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네. 도둑질…은 돈이 별로 없는 걸 보니 아닌 것 같고."

"앗, 그거 현장 훼손이에요."

"살인은 최근에 사건이 없었고, 성범죄나 괴롭힘 쪽이겠네. 그리고 범인은 저쪽으로 나갔을 거고. 저쪽 창문 좀 살펴봐 줘. 흔적이 남아있네."

"네. 어, 흔적이 다시 마당 쪽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그럼, 마당으로 내려가자."

"어, 사건 현장 조사는 어쩌고요?"

'말했잖아. 납치 사건이라고.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납치범을 추적하는 게 최우선 아니겠어? 그리고 지원 요청을 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와서 처리할 거야."

"그래도 2층을 한번 전부 수색하는-"

"먼저 간다."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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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23시 54분 / 경찰서

"선배, 오늘 좀 이상한 거 같아요. 평소답지 않게 일에 집중하고."

"난 원래 일에 집중해. 사람 무시하긴."

"납치범 추적한다고 1시간 가까이 걸은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요. 결국 찾지도 못하고 실패했는데도 아무 화도 안 내시고."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니까."

"평생 안 하던 말을 하시네요. 그나저나, 정말 이 사건 어떻게 된 거죠? 그 흔적도 그렇고, 그… 석상도 그렇고. 이해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 나쁜 아이에겐 검은 산타가 와서 선물 대신 석탄을 준다는 이야기 아세요? 그걸 모방한 걸까요?"

"글쎄… 크리스마스인데 그냥 좋은 것만 주고받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때로는 그럴 상황이 안되는 거겠지. 자, 크리스마스 선물 줄게."

"아직 3분 남았어요."

"그럼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저… 저기… 잠시만요."

"음? 뭔데?"

"저도 선물 드릴게요."

여자가 들고 온 것은 금색 리본이 묶여있는 붉은색의 상자였다.

"제가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받아주세요. 선물 교환하죠!"

"…"

사건 보고서 XMAS12-2019

사건 설명: ████의 ████에서 12월 24일에서 12월 25일 사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석탄으로 변화하는 현상. 19██년 재단에 발견된 이후 매년 최소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건 일자: 2019/12/24
위치: ████, ██████
후속 조치: 경찰에 잠입해있던 요원이 자원하는 형태로 현장에 출동해 현장을 정리하고, 후속 지원 인원이 영향 받은 대상이 있는 주택에 방화하고 방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위장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과 잠입 요원의 동료 경관에게는 B급 기억소거제가 처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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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5일 11시 54분 / 경찰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경찰서에 나서고 있었다. 둘은 크리스마스지만 경찰서를 지켜야 한다며 남았고, 결국 완전 밤이 되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여자의 주머니를 주의 깊게 쳐다본다면 금색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자의 주머니에는 조그만 선물상자가 들어있었고, 주고자 마음먹은 지는 하루 이틀을 넘어, 한 주 두 주가 되더니, 한 달 두 달이 되고, 이제 오늘이 정확히 마음먹은 지 1년 차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물은 주지 못했다.

여자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리본을 살짝 붙잡고 약간 차갑다는 생각을 했다.

"저기."

"ㄴ- 네? 무슨 일에요?"

"크리스마스 선물. 너 주는 거야."

"저… 저기… 잠시만요."

"그래."

"저도 선물 드릴게요."

여자가 꺼낸 것은 금색 리본이 묶여있는 붉은색의 상자였다.

"제가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받아주세요. 선물 교환하죠!"

"선물 고마워. 정말로."

"뭐, 저도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이제 다 끝났다고요. 그래도, 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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