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제안서 1939-210: "나의 반쪽"
평가: +11+x

국제초상미술수집그룹 공지


이하 자료는 국제초상미술수집그룹의 한명희 회원께서 소유한 작품에 대한 수집된 기록들입니다.
한명희 회원님께서는 해외에서 이 작품과 관련한 자료를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수집하셨고, 이를 한데 모아 컬렉션을 만드셨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저평가되었던 작품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죠.
스크롤을 내리시면 한명희 회원님께서 수집하신 이 작품과 작품의 계획서, 그리고 당시 작가가 주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제안서 1939-210: 나의 반쪽

Soulful.jpg

《나의 반쪽》

제목: 《나의 반쪽》

물자 소요:
방령 코팅된 높이 2m, 넓이 1m의 캔버스
유화 물감
변색 염료
내 영혼 1.2mg
영혼을 조금 빼낼 암페타민 20 mg
영혼 채집기
그리고 약간의 ‘사랑’

초록: 이 그림은 기존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인다. 이 그림은 감상하는 자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는 형태를 취할 것이다. 기존의 변칙 예술이 그저 움직이는 그림을 ‘구현’하는데 그쳤다면, 이것은 개인마다 다른 그림을 보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갤러리의 조금은 외진 곳에 전시할 것이다. 조그마한 칸막이를 쳐 너무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작품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어느 정도 개인적인 체험을 보장할 것이다. 그림 앞에는 노란 선을 그어 그 안쪽으로 한번에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게 한다. 그 뒤로는 공간을 좁게 두어 관객이 보는 그림을 같이 관측하고자 하는 다른 관객은 많아 봐야 두세 명 정도가 되게 할 예정이다.

의도: 내 남편은 항상 내게 ‘네 눈빛은 영혼을 꿰뚫는듯하다’고 말했었다. 나와 눈을 맞대고 있으면 꼭 완전히 벌거벗은 듯, 아무것도 숨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이는 분명 그런 내 모습에 매료되었을 테지만, 이런 모습은 때론 그에게 불편함을 어느 정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눈빛을 조금 희생시킬 생각이다. 이 작품에서 내 영혼의 일부는 보는 이의 영혼과 감응해서 그 사람이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를 꿰뚫어보고 그 형상을 스스로 캔버스에 그릴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순수한 사랑의 모습에 누군가는 부끄러워하고, 누군가는 감동할 것이며, 누군가는 죄책감 또한 가질 것이다.
이 작품에 나는 (수사적인 표현으로도, 문자 그대로도)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가입을 거부했던 AWCY의 작가들은 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것이다. 세간에 존재하는 이들의 이중성과 그들 스스로 권위적인 정통 미술만을 추구하는 경직된 예술문화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발판삼아 남편과 내 여동생이 함께 운동을 한 덕분에 난 AWCY에 정식적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나를 하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매일 라운지에 무거운 휠체어를 끌고 들어올 때마다 북적이던 홀은 적막으로 가득 차고 내 휠체어의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감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내 작품은 완벽하게 작동한다. 내가 이 앞에 서면 캔버스 안에는 남편이 홀로 서서 따뜻한 미소로 날 바라본다. 어쩌면 난 이것을 위해 이 작품을 만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을 통해 테스트도 끝마쳤다. 이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두고 보라지.

부록: 수집한 기록

전시회는 대단했습니다. 특히 당신의 작품 《나의 반쪽》은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저와 같은 AWCY의 회원임이 정말 자랑스럽군요. 당신은 이제 AWCY의 VIP입니다.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 AWCY ‘편집자’ 마크 제임슨

너 괜찮아? 그 전시회 이후로 요새 카페에도 안 오고 방 안에만 있다고 들었어. 우리 다 널 걱정하는 중이야. 제발 이 편지를 받는다면 답장이라도 해줘

- 너의 제일 친한 친구, 에밀리아 안드레

언니, 언니가 그 그림에서 무엇을 본진 모르지만, 충격이 크다는 걸 나도 알아. 리베라씨도 언니한테 할 말이 있대. 제발 편지를 받아줘. 우린 모두 언니를 기다리고 있어. 생각이 정리되면 답장 보내줘.

- 언니의 영원한 여동생, 크리스티나

귀하의 결정에 유감을 표합니다. 귀하께선 우리 AWCY의 귀중한 인재입니다. 지금껏 당신을 무시해왔던 모든 작가를 대표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이전부터 남다른 상상력과 비전으로 가득 차 있고 리베라씨를 비롯한 다른 수많은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말이죠. 당신은 《나의 반쪽》을 통해 당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였고, 이에 저희는 AWCY 기반 사교클럽 역사상 최초로 여성 회원을 받아들임에 끝나지 않고 최초의 여성 VIP를 선정하였습니다. 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고, 이를 통해 AWCY은 더 개방적이고 더 평등한 정신으로 거듭나게 될 기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AWCY에서 탈퇴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확고한 결정이니만큼 마음을 돌리기에는 쉽지 않으시겠지만, 부디 저희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라며, 탈퇴 철회를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AWCY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릴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당신을 원합니다. 프리다씨.

- AWCY ‘편집자’ 마크 제임슨

사랑하는 아내, 프리다 칼로에게,
그 전시회에서 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양이네, 상처받게 했다면 정말 미안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내 예술 활동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너도 봤다시피, 다른 AWCY 회원들도 비슷하게 나온 사람들도 많았잖아. 내게 있어 그것은 순전히 예술적 영감을 주는 그럼 지극히 감정적인 활동에 불과해. 하지만 그것이 네가 내게 있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그 그림 속의 여자들 중에서 네가 제일 맨 앞에 있었잖아. 난 널 여전히, 그리고 가장 사랑한다는 증거야. 부디 마음을 열어주길 바래. 난 당신을 원해.

-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디에고 리베라

역겨운 새끼.

- 프리다 칼로










프로젝트 제안서 1940-105: 나의 반쪽

Soulless.jpg

《나의 반쪽》 2판

제목: 《나의 반쪽》

물자 소요:
기존에 그린 《나의 반쪽》
그 위에 덧그릴 유화 물감
내 영혼 10.5 g
영혼을 빼낼 시안화칼륨 60mg
영혼 채집기
그리고 ‘증오’

초록: 날 원한다고? 그럼 가져.

의도: 그 사건이 있고, 난 디에고와 이혼을 하였다. 그와 1년간 떨어져 지내고 나니 그를 향한 증오와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영혼을 꿰뚫는 눈을 가진 내가 그것을 완전히 몰랐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내심 알고는 있었으나 부정해왔던 것뿐이다. 오히려 그것을 재차 확인하고 싶어서 《나의 반쪽》를 그린 걸지도. 이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래 난 그를 여전히 사랑한다. 그리고 여전히 증오한다. 그 동시에 변칙 예술 또한 애증 한다.
그러나 디에고와 AWCY는 나를 원한다. 아니, 그들 모두 내 껍데기만을 원할 뿐이다.
난 그들을 사랑하기에 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증오하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절대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부록: 수집한 기록

프리다의 1년간의 침묵을 깨고 세상의 공개된 작품은 전작과는 달리 AWCY 평단의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칙성은 없고, 특이하지도, 특출나지도 않은… 그냥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시 AWCY에 돌아와 줘서 고맙긴 하지만 그간 복귀를 기다려온 작가들의 관심이 도리어 그녀에게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이 그림에서 그녀의 전작들보다도 밝게 빛나는 눈을 볼 때, 꼭 그녀가 실제로 자신을, 더 나아가 자신의 영혼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말한다. 이것이 작품이 지닌 변칙성 때문인지, 혹은 비변칙적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인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당사자는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AWCY ‘비평가’ (1940년 전시회 평론에서 발췌)

돌아와서 다행이야. 친구들이 많이 걱정했다고.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너 전엔 그렇게 자주 웃지 않았잖아.

- 너의 제일 친한 친구, 에밀리아 안드레

칼로씨, 괜찮은 거 맞으시죠? 다시 AWCY에 복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만, 사실 전과 같은 생기가 없어 보여서요. 전보다 자주 웃고, 또 적극 활동에 참여해 주시지만… 그러느라 최근 너무 무리하신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아무쪼록 너무 무리하시진 마시고 이번 겨울 동안 잠시 휴식기간을 가져보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 AWCY ‘편집자’ 마크 제임슨

언니, 디에고씨가 요새 언니가 예전과 다르다고 자주 이야기 하는것 같아. 별일 없는거지?

- 언니의 영원한 여동생, 크리스티나

제목: 《나의 반쪽》
작가: 프리다 칼로
수령인: 한명희 회장
낙찰가: 750 달러
작가 프리다 칼로와 AWCY은 1942년 1월 21일부로 위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함에 동의합니다.


Frida Kahlo.


- MC&D 예술품 경매 인가 증서

프리다 칼로씨,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만, 최근 들어 귀하께선 변칙예술작품을 거의 만들지 않기도 하고, 이전과 같은 영감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신 거 같다는 작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많은 작가의 요청에 따라 우리 AWCY 사교클럽은 귀하의 회원자격을 1944년 7월 8일부로 회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런 내용을 전해드리게 되어서 정말 유감입니다.

- AWCY ‘편집자’ 마크 제임슨

여보. 영원히 함께할게.
내 전 부인, 전전 부인과 달리 넌 내게 정말 특별한 존재야.

- 디에고 리베라

나도 사랑해.

- 프리다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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