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제안서 2021-2317 "신의 가시나무"
  • 평가: +5+x

제목: 《신의 가시나무》

물자 소요:

  • 아무 종이든 간에 가시나무 화분 하나. 대략 높이 1.5m 정도.
  • 혈액 대략 2L. 내 것을 1년간 조금씩 뽑아둔 것을 이용한다.
  • 유일신 종교서적. 아무 것이든 좋다만,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책 성경을 이용한다.
  • 주홍왕 교리에 대해 적힌 팜플렛 되도록 많이
  • 포도주나 럼주 세 병.
  • 축음기.
  • 기적술사 (나)

초록: 기적술사에 의해 자극되면 즉시 인근의 모든 소속의 상징에 자연발화를 일으킨 후, 그 물품에 붉은 잿더미만 남기는 가시나무 화분. 이 가시나무는 적절한 변칙적 원예 개조를 거쳐 잎이 없으며, 불에 타지도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이 활성화될 때 불타는 물품은 상술했듯 소속을 나타내는 것이여야 하며, 유니폼이나 명찰, 사내 지급 키카드, 종교 물품 등 모든 것을 포함할 것이다. 다만 인간을 포함하여 동식물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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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

기적술사에 의해 자극되면 즉시 인근의 모든 소속의 상징에 자연발화를 일으킨 후, 그 물품에 붉은 잿더미만 남기는 가시나무 화분. 이 가시나무는 적절한 변칙적 원예 개조를 거쳐 잎이 없으며, 불에 타지도 않을 것이다.

가시나무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고난의 상징이였다. 예수가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으며, 가시와 찔레와 전갈을 고난의 상징으로 썼던 성서 구절도 존재한다. 주홍왕 숭배에서 가시나무가 가지는 상징은 많지 않으나 이러한 기성 종교 상징을 차용함으로써 관객들은 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불타는 가시나무는 야훼의 현신 중 하나였으며, 이에 익숙한 관객들은 불과 가시나무라는 두 존재의 조합에 신성함, 못해도 익숙함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의 가시나무》는 기적술사 즉 나에 의해 자극받아야 하므로, 주홍왕 교리에 대해 적힌 팜플렛을 하나씩 받고 이를 미리 읽어본 상태의 관객들이 입장하여 작품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 하고 기대하는 중 내가 입장한다. 이때 나는 붉은 의상만을 입었으며. 손목에는 헤나 문신으로 손목에 다양한 색상의 수갑 및 족쇄를 형상화한 인장을 새겨넣는다. 이때 준비해 둔 혈액에서 기적술의 불꽃이 타오르면, 그 문신은 산산히 깨진다. 오직 붉은색 문신만 빼고.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강렬한 적색의 자극에 영향을 받으며, 이 작품 중심 색상이 붉은색이라는 것을 깨닫고 미리 읽어보았던 주홍왕 교리를 연상하게 된다. 팜플렛에는 이미 강자가 곧 선이라는 논리와 무너진 자비부터 시작하여 적백합교회의 영아살해와 인신공양, 주홍왕의 아이들의 범죄. 주홍왕의 교단의 오만이 굉장히 노골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므로 관객들은 온통 붉은 색상 속의 나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을 지닐 것이다.

  • 저 사람은 주홍왕 숭배를 규탄하려 하는가? 그렇다기엔 뻔하고 노골적이며 우아하지 못한 비판 양식이며 방금까지 퍼포먼스에 비판의 의도가 어디 있었던가?
  • 저 사람은 주홍왕 숭배자인가? 그렇기 때문에 노골적 범죄의 내용을 귀띔하고 붉은 옷을 차려입으며, 붉은 수갑 문신만을 자신의 손목에 남긴 것인가? 그렇다면 저 사람은 우리에게 그 종교를 홍보하는 것일까?

이 작품이 활성화될 때 불타는 물품은 상술했듯 소속을 나타내는 것이여야 하며, 유니폼이나 명찰, 사내 지급 키카드, 종교 물품 등 모든 것을 포함할 것이다. 다만 인간을 포함하여 동식물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모든 소속의 상징은 불타 시뻘건 재로 화한다. 물론 다수(대략 50%?)의 관객은 이미 재산포기각서에 서명을 했을 것이라 아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수 가지의 상징을 소유한다. 내 예상대로라면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일순간 불이 붙더니 옷가지에서 붉고 뜨거운 재가 흘러나올 것이다. 불은 기적학적 화염이라 화상을 입히지는 않지만 재는 꽤 뜨거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당황하나 그 순간 내가 내 몸에 분신한다. 이는 가시나무의 기능이 아니라 내가 남은 혈액을 죄다 써서 기적술으로 몸에 불을 붙인 것이며 공간 내에서 가장 크고 밝게 타오를 것이다. 사람들은 열기와 빛 때문에 내게 이목을 집중한다.

곧, 다른 전시품으로 위장하고 있던 유일신 종교서적과 술병에 내가 불씨를 옮겨 붙인다. 이를 신호로 종교서적은 방어 주술이 깨진 후 가시나무의 영향으로 타올라서 붉은 재만 남는다. 술병은 온도 차로 깨지며 엎질러지는데, 이 병이 깨지면서 안에 넣어 두었던 축음기 소리가 들리며 다양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다. 한마디로 전시장은 지옥 같은 꼴이 될 텐데, 그 중심에는 가시나무만이 남는다. 사람들은 당연히 동요할 것이다.

이후 불이 꺼지며 사태는 진정된다. 축음기 또한 내가 직접 끄든 타이머로 종료되든 불에 녹든 간에 꺼지게 된다. 나는 다시 나타나며 준비해 두었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옷은 아주 평균적인 것 — 오피스룩이라던가 무신사 따위 옷 시장에서 구비한 것이다. 이는 근대적인 모습으로의 귀환이나 정작 모든 상징물, 종교물, 축음기가 불타버렸음에도 내 몸에 새긴 문신은 멸하지 않은 것이 보일 것이다. 이후 나는 관객들 앞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한다. 이 악수를 하면 그들의 소지품이 있던 곳에 어설프게 소지품을 본딴 붉은 태엽 모형이 나타난다 (아직 어떻게 실행할지는 고안 중). 그리고 막이 내리고 준비해두었던 주홍왕 역사에 대한 교육 방송이 포르노그래피티 및 명천구의 일상 클립 영상과 섞여 송출된다.

《신의 가시나무》 자체가 일회 공연성 전시회를 위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기간성 전시회 도중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기적술사가 항상 가시나무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2019년 12월 19일 오후 8시 5분, 전시회가 끝나면 가시나무는 명천구에 주둔하는 재단 인원들을 통해 재단에게 기증될 것이다. 재단은 이 작품의 의도를 알고 있더라도 확보 격리 강령 덕택에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도: 나 홍하나는 주홍왕 숭배자,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홍운동가로서 오랜 기간 곤혹과 고심을 겪었다. 주홍운동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주홍왕이라는 신이나 개념을 숭배하거나 드다르거나 하는 일련의 운동이며 현재 초상세계에서 종교인들의 소수를 차지하고 있다. 불행히도 SCP 재단과 세계 오컬트 연합(GOC)는 주홍운동이라는 상호 간의 연결성이 적은 분류군을 이미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광신도로 이해하고 있다. SCP 재단이 남긴 유명한 기록을 보자면,

외교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는 [……] 주장 하에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주홍왕의)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개인은 목격 즉시 살해한다.

비록 이것이 몹시 구식의 기록이라 더는 쓰이지 않아, 나와 같은 사람들은 재단의 잔혹 행위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단 및 연합의 주홍운동에 대한 관념은 몹시 적대적이였으며 실제로 적대 행위가 자주 이어져 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숭배 단체 중 하나인 적백합교회가, 2018년에는 주홍왕의 아이들이 재단 및 그 동류에 의해 영영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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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용되는 주홍운동 집단의 인장.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그 이유란 탄생 이래 주홍운동가들이 자행한 짓일 것이다. 주홍운동의 역사는 다에바 제국과 같은 가장 오래된 변칙 종교 집단에 준하며, 그 뿌리는 여느 종교와 같은 자비와 관용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아주 미숙하지만 확인된다. 에레키샨이라는 집단은 주홍왕을 숭배하였던 고대 종교 집단인데 재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의 기록을 대거 은폐하며 아쉽게도 진실된 기록은 불명이나 알려진 바

사대째의 자손들은 내게 축복하고 감사하였으며 거룩한 불꽃으로 나를 인도하였다. 내 잿더미에서 야생화가 피었다. 나의 힘이 지상으로 돌아왔고, 나는 평안히 안식하였다. 자비를, 자비를, 자비를, 위대하신 이는 그의 천사를 물에 묶는 붉은 신이시요. 주께서 내게 멍에를 다시 한 번 지우실 때까지 천상이 내 뼈에 자비를 베풀리.

본래 태초의 주홍운동은 타인을 배려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에 기반했다. 이 시대에 자본주의는 부재했으며, 침략은 주홍왕의 이름 아래 금지되었고, 불살과 화염 숭배를 기반으로 했던 원시 공산사회였으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에바 제국과 그 이후 몽골의 대량 침공과 지배 하에, 주홍왕 숭배는 그 두 집단의 이권에 맞도록 강자를 추앙하는 식으로 변화하였다. 몽골인들의 주홍왕 숭배는 암암리에 유명하며, 다에바인들은 주홍왕이라는 존재를붉은 색으로 아로새겨진 왕이라 하여 살덩어리 신의 여섯 종복 중 발작하는 막내로 삼았다. 오죽하면 그 시대 학자들이 이르기를, "몽골인들이 알고 있는 왕은 이전 시대의 왕이 아니라 다만 걸신 아귀일 뿐이다"라고들 했다. 그만큼 고귀한 운동의 존재는 없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주홍운동이라는 이념에 무엇이 남았는가? 적백합교회, 주홍왕의 아이들, 주홍왕의 교단, 철호의 기사단… 이러한 싸구려 이름들마다 하는 말들이 다 하나같이 몽골인들이나 다에바 가모장들이 하는 말들과는 똑같아져서 저마다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기를,

"강자는 약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가 된 것이 아닌가? 주홍운동이 내세웠던 자비(mercy) 윤리는 이제는 일종의 선민사상 윤리가 되어 버렸기에 강자들만이 영원토록 향유하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이 믿는 주홍왕이라는 존재 앞에서 그들은 신에게 감히 자비를 빌 수 있을 것인가? 주홍왕이란 이제 신이 아니라 독재자가 내세우는, 구멍이 뚫려 오염 물질이 줄줄 새는 핵폭탄이 되었다.

이러한 논리는 악순환을 낳기 마련이다. 현 주홍왕 숭배자들의 행적을 되짚어보자. 내가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는 적백합교회는 영유아 6명을 인신공양했다. 가장 유명한 주홍왕의 아이들은 7명의 소녀를 납치해 변칙적 개조를 저질렀다. 주홍왕의 교단은 범죄자 군벌들인 혼돈의 반란 및 다에바의 잔당과 손을 잡고 재단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런 짓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보다 수백 배는 큰 재단에 대고 우리들은 미쳤고 미친 신을 섬긴다고 자랑하여, 화형을 염원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고 알량한 기적을 보고 듣고 바라기 때문이라면 인간이 애당초 신의 기적과 악마의 놀음을 구별할 수 있던가? 그러니 재단이 우리 주홍운동 전체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있던가?

《신의 가시나무》는 일종의 변명이다. 아직 살아남은 주홍왕 숭배자들, 현대적인 자들은 부서진 신의 교단 및 낼캐교도 따위와 비교하자면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나, 그리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주홍운동가들을 위해 작품을 만든다. 이것은 살아남기 위한 변명이며, 숭고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와 같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머나멀게만 보이는 현실 직시와 고대 태초 윤리로의 회귀. 이것이 변명의 방침이다.

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나라는 실재를 접한다. 주홍운동가들은 불로서 대표됨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불타지 아니하는 문신에서 오는 진실성에 감탄할 것이고 이후 교육 영상에서 그 역사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주홍운동은 숭배나 종교를 넘어 문화로 뻗어나가는 그것, 내가 새로운 참뜻을 진정한 주홍왕의 진실성과 같이 세우는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면은 피와 불을 따르지만, 우리는 결국에는 사교도 아닌 사교도로, 우리가 "피와 불을 사르고 그 위에서 야생화가 필 것이다"하는 종교적 주술을 외우듯이 우리는 보통 인간처럼 어느 정도의 합리성과 정중함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공연은 에피타이저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재단에 넘어간 가시나무와 이 초안은 연구되고 분석되어 재단이 메카네교와 낼캐교도들을 재평가했듯이 나 또한 재평가될 날을 기다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 주홍운동가들은 사람을 죽이고 무고한 자의 피를 마시며 불을 지르지 않으나, 우리를 내보임에 있어서는 망설이지 않아야 하리라. 참된 짐승처럼 살아간다. 붉은 하늘 아래에서 전진하라 주홍군대 불타는 붉은 꽃잎 휘날리고 군악대 짐승처럼 울부짖으니 피의 자비가 우리에게 와 닿는도다. 이제 내가 칼과 불을 차고 군악대의 소리를 연주하리.

Are We Scarlet?



메모: 이러한 퍼포먼스가 너무 과격하고 기이하며 난잡하다는 비평을 들었다. 게다가 이 제안서 자체가 너무 과격하다거나 나의 기적학적 역량보다 더욱 대단한 수준의 역량을 요구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다. 하지만 뭐 어쩌라는 말인가. 주홍운동의 생사를 건 모습인 것을!



메모 2: 명천구에서 방화가 금지되었단 것이 방금 생각났다. 어쩐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운이라면 아이디어가 있겠지. 일단 가 보자.







홍하나, 명천구의 숭배 예술가, PoI-6019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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