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목에 방울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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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TIMES

3222년 2월 19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3221년 결산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매출 추이: 전년대비 1254% 상승. 작년 동안 17경 5000조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3220년 2월에 새로 개정된 법안에 따른 시간선 조작을 통한 소급적 저작권법 변경의 합헌 결정과 일반적 개념에 대한 저작 소유권 인정이 계속해서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규 인수 합병:

  • 미합중국 국방부: 기업무기 생산 및 개발 산업, 무력 보안 서비스
  • UN: 기업 간의 외교 및 외부 무력 활동 서비스
  • MC&D: 특수 물품 거래 플랫폼 서비스, 특수 물품 운송, 판매 플랫폼
  • 원더테인먼트TM: 특수 제품 생산 및 판매 플랫폼, 특수 완구 산업
  • GOC: 특수 무기 생산 및 개발 산업, 특수 기술 연구 활용 플랫폼
  • SCP 재단: 특수 물품 및 특수 개체의 격리 서비스 제공, 특수 기술 연구 활용 플랫폼

이후 동향 예상: 지난해 새로 인수한 특수 현상과 관련한 다양한 기업/조직을 통해 특수 제품으로의 사업 확장, 그리고 작년부터 점진적으로 개념소유권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서 현재 많은 금융관계자들은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추가된 모회사의 새로운 개념적 금융 지불 방식인 EL페이의 지불방식이 확장됨에 따라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분석가의 한마디:
재작년 무력을 통해 인수된 기업/조직 중 하나인 미 대법원이 실질적 결정권을 불법적인 절차를 통해 미 국방부로 인가하였으나, 지난해 미 국방부까지 합법적으로 무력인수됨에 따라 현존하는 마지막 국가의 잔재까지 모두 인수합병되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전 세계의 기업,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높으며 영광이며 위대한 우리 E.P.C.O.T.의 영토가 되었음을 자랑스레 선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특수한 현상과 물품을 다루는 그림자 기업/조직이 발견되었으며 활발히 인수합병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 사업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만물의 합당한 저작재산권자이자 만인의 저작인격권을 합법적으로 양도받은 우리의 주인을 거부하는 이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퍼블릭도메인 보호용역'이라 불리는 이 무뢰배들은 계속해서 우리 기업이 소유한 재산들을 무단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탈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수 물품을 이용해 시간선을 뒤틀어 우리의 자산을 얻는 합법적이며 합당한 과정을 방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인수합병된 특수 기술 서비스 업체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의 존재를 소급적으로 소멸, 혹은 소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여러분은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Published by TIME,
a subsidiary of Warner Bros. Discovery,
a subsidiary of Walt Disney Company,
a subsidiary of Envelope Logistics

이 기사를 읽는 동안 귀하께서는 저희 기업이 소유한 다음 개념을 이용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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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 금액: 8,867.00 달러

월트 디즈니 컴퍼니 및 엔벨로프 로지스틱스의 서비스를 이용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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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발음과 엔진 소리.

그리고 커다란 타이어 마찰음과 고함 소리.

"빨리! 입구 닫아!"

"지금 닫히고 있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퍼지며 벙커의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육중한 철문은 끔찍하리만큼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저희 이러다 다 죽겠습니다!"

"장비가 손상되지 않게 해! 그게 최우선 목표야!"

오토바이 여러 대가 입구 너머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고대 로마의 팔랑크스 전법을 보듯, 오토바이의 정면에는 위협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미니건의 총열이 달려 있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알려 드립니다. 귀하께서는 본사 소유의 저작물(벙커, 승용차,(엔진, 바퀴, 시트, 운전대 등의 24개 부품 포함), 권총, 확인되지 않은 특수 장비)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계십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격발의 섬광과 동시에 입구 내부로 수많은 총탄 세례가 들이닥쳤다.
덩치가 큰 사내는 납의 소나기 속으로 온몸을 던져 그가 조금 전까지 타고 있던 자동차의 뒷좌석에서 커다란 장비를 꺼내었다.

"U263-AN 병장님!"

"씨발 내가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지! 이거 받아! 주디!"

"…네! 닉 병장님…"

"인명 '주디', '닉' 또한 본사가 소유한 저작물입니다. 이로 인한 벌금은 소요가 진압된 후 일괄적으로 부과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내려오던 문이 멈추었다.

"저.. 저거 또 왜 이런다냐!"

"저… 그…"

"뭐 하고 있어! 먼저 내려가!"

"U26… 닉 병장님은…"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들에게 그 장비를 전달해. 통로는 일직선으로 뚫려있어."

닉은 차 문을 떼어내 방패삼아 바닥에 몸을 낮춘 채로 능숙하게 권총탄을 발사했다. 하나둘씩 쓰러지지만 순식간에 입구 근처까지 다다른 디즈니 돌격대의 오토바이를 바라본 주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아래의 작은 철문을 여는 순간…

"주디!"

주디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벙커를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무전 소리와 결제 청구서가 뽑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잃어버린 동포들을 위해서 사명을 꼭 이룰 수 있기를."

닉의 말에 주디는 장비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그대가 양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러자 닉이 호탕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우리는…"

핀이 뽑히는 소리가 났다.

"음지에서 죽으리라!!!!!!!!"

커다란 폭발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콘크리트가 떨어지며 계단통을 틀어막았고, 주디는 철문 안쪽으로 고꾸라졌다. 삽시간에 벙커는 무너져 내려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틀어막았다.



"빨리… 그들에게… 장비를 전해야 해… 소식을 전해야 해…"

그녀는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희미하게 전깃불이 켜진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절뚝거리며 어둑한 복도를 걸어갔다. 한 손에 들린 장비는 끔찍하리만치 어두웠고, 웅웅거리면서 뜨거운 바람이 솔솔 올라와 기진맥진하게 하였다. 복도는 구불구불 이어지더니 과거에 지하철이라 불리던 교통수단이 지난 커다란 터널로 이어졌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 그 통로의 내부에는 한 줌의 빛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직선으로 쭉 가면 되겠지…"

하지만 주디의 발을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거대한 무저갱의 아가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 마냥 천천히 스산한 바람을 빨아들였다.

"시발. 될 대로 돼라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심연 속으로 걸어갔다.


뚜벅이는 소리, 간헐적으로 들리는 지상에서의 묵직한 충돌음, 그리고 레일 위를 뛰어다니는 수많은 토독이는 소리들.

쥐떼일 테다.

나는 쥐가 싫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휘파람을 불며 배를 운전하는 쥐는 잘 알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취업하고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멋진 직장이 인수합병되어 변질되어 가는 그 순간까지 그 좆같은 쥐새끼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나는 그것이 역겨운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SCP 재단에서 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정신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또, 유전자처럼 유전되고 변형된다. 만일 우리가 정해진 경험만을 하고, 우리의 윗세대가 정해진 문화만을 유전시켜 준다면 우리의 정신은 결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기일 때는 그들의 애니메이션, 청소년일 때는 그들의 하이틴 무비, 성인이 되어서는 그들의 히어로 영화…
그렇다. 나는 절대 그들이 의도한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이 밈의 정체였다.

그것도 비변칙적인.



어둠.

한톨의 빛도 없는 이곳에서 오로지 감각만으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보니 점점 현실감각이 사라져 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디까지 왔을까. 이것은 더이상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저 멀리서 반짝이는 노이즈로 이루어진 구름이 밀려오듯 시야를 채워갔다. 그것은 온 시야를 뒤덮고는 천천히 나를 감싸 안았다. 어떤 구름은 마젠타색으로 빛나며 형이상학적인 춤사위를 보였고, 녹색의 연기가 달라붙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것은 처음엔 모호했지만, 점점 자세한 형체를 갖추어 갔다. 다리가 다섯, 아니… 네 개에 큰 귀를 가지고 있었고, 다리처럼 보였던 건 큰 코였다. 그래 코끼리다. 분홍 코끼리는 눈앞에서 네 개의, 아니 다섯 다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발레를 하듯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였다. 분홍 코끼리의 코에서 마치 색소폰처럼 부드럽고 늘어지는 소리가 났다. 색소폰의 구멍에서 나오는 분홍 연기는 또 다른 코끼리가 되었고, 그 코끼리의 코에서는 또 다른 코끼리가…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계속 반복하였고, 이내 색소폰 빅밴드의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점점 커져갔다. 그들은 눈앞을 빙글거리며 메우고 증식하여 무한한 검은 공간에서 불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따뜻하고 윙윙거리는 장비를 한 손에 들고 무도회의 한 쌍의 커플처럼 분홍 코끼리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은색 장비는 우스꽝스럽게 얇은 다리로 땅을 딛고 내 손을 잡은 채 우아하게 내 춤을 리드했다. 장비는 오른편에, 나는 그 왼편에, 다시 오른편에, 그는 내 왼편에. 둥둥 떠다니는 하프와 첼로, 침대와 벽난로.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다 다시 쪼그라드는 분홍 코끼리들은 나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며 이 무도회를 응원했다. 장비는 능숙하게 나를 회전시켰고, 들어 올렸으며 나를 안고 공중에 던지기도 했다. 점점 격렬해지는 춤사위에 나도 지지 않고 장비를 회전시키고 들어 올렸으며 그를 안고 공중에 던졌다.

콰당탕!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파악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장비를 더듬어 손을 뻗었고, 더 이상 직사각형이라 말하기도 힘든 형체와 덜렁이는 패널을 만지작거리다가 그제야 내가 모든 것을 망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런 이런 이런… 닉… 죄송해요… 아… 아니야… 이건…"

다시 환영이 시작되었다. 나는 복도에 있었고 발가벗겨진 채 부서진 장비를 끌어안고 있었다. 붉은 융단이 복도 양옆에 솟아올랐다. 그것들은 부르르 떨리며 마치 합창단처럼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그들에게 소리쳤다.

"Mea Culpa!"

그들이 화답했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크게 소리쳤다.

"Mea Culpa!"

그들도 더 크게 소리쳤다.

"인간이 너무 나약한 탓이야!"

"Mea Maxima Culpa!!"

그리고 복도의 끝에서 불이 타올랐다.

그것은 나를 감싸 안아 파멸로 이끌 지옥불이었다.

아니, 그것은 불새가 뿜어내는 용암의 미광이었다.

아니, 그것은 창조신의 심장이 내뿜는 생명의 빛이었다.

아니, 그것은 오래된 집을 지키는 마법의 양촛불이었다.

아니, 그것은…







"주디! 당신이 주디인가요?"

손전등이 주디를 비추었다.

"…"

"세상에, 주디! 당신 살아있었군요!"

"…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아지트로 갑시다!"

"당신들이…"

"퍼블릭도메인 보호용역입니다. SCP 재단 소속이시죠?"

"… 네, 저는 SCP 재단 시간변칙부 소속입니다."

주디는 얼이 빠진 모양새로 장비를 손에 들고 그에게 보여 들었다.

"잠깐, 그건…"

"크샹크-아나스타샤코스 시공간적 특이점 제어기입니다. 저작타격대가 당신들을 노리고 있어요. 이것이 당신들을 시간선에 고정시켜 지켜줄 것입니다. 아니, 그러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장비는 아직 작동하고 있어요. 아직 시간이 있어요."

주디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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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남은 회개과 인원인가요?"

"회수임무원까지 포함한 게 이거입니다."

그녀는 일곱 남짓한 사람들이 반쯤 파손된 장비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깨지고 찌그러지고 그을린 장비들은 이제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먼지가 옅게 배여 있는 걸로 미루어 보건대, 사용하지 못하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이것들은…"

"수명이 다한 저희 장비입니다. 타키온을 더 이상 합성하지 못하고 과부하로 망가져 버렸지요."

돋보기 안경을 낀 박사가 말했다.

"더 이상 남은 타임머신은 없는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망했군요."

주디는 잔해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나… 단 하나만이라도 작동하는 타임머신만 있었으면… 아니, 다시 살려 보세요. 제발요! 이렇게 열심히 제어기를 들고 왔는데…! 딱 이 둘만 있으면 되는 거였는데…"

"진정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줬어요."
졸린 눈을 한 사람이 말했다.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시나요…? 이… 이거… 특이점 제어기는 현재의 어떤 사실 하나를 고정할 수 있어요. 지금은 당신들의 존재를 고정하고 있기에 다른 시간선에서 침입해오는 저작타격대들로부터 지켜주고 있지만, 충분한 양의 타키온만 있으면… 과거 시간선의 한 사건을 인과율을 뛰어넘어 고정시킬 수 있어요. 만일 당신들이…"

그녀는 발로 잔해의 한 장비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 이거 하나만 있었다면 500년전 18차 저작권기간연장법이 수립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테고요, 저, 저것까지 살아있었다면 300년전 디즈니가 정규군을 수립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을 거고… 당신들이 조금만 더 타키온을 아껴 썼다면 씨발놈들의 엔벨로프 로지스틱스가 디즈니를 인수하는 것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요…!!"

"그래, 그랬겠지."

인자한 인상을 가진 자가 체념하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타임머신을 남용하면서 잊어버린 한가지 사실이 있지.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 우리는 무를 수 있는 찬스도 다 써버렸고. 더는 방법이 없어.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패배했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시간선의 데이터 급류torrent도 모두 막혀버렸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두 디즈니가 소유하고 막아버렸죠.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더 이상 타키온을 얻을 수 있는 시공특이점은 없어요."

박사의 말에 정적에 휩싸였다.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와 주디의 손에 들려있는 장비가 비틀거리듯 웅웅대는 소리만이 방안을 채웠다.

"… 시공간 특이점이라면 하나가 남아있죠."

주디는 반쯤 찌그러진 자신의 장비를 바라보았다.

"크샹크-아나스타샤코스 시공간적 특이점을 타키온을 만들 수 있게 개조하자고?"

"이론적으로 둘은 동일한 시공특이점이에요. 문제가 있다면…"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제어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겠지. 그럼 말짱 도로묵이야."

"… 그… 특이점을 회전시키면 특이점은 고리 형태가 돼요. 그렇게 된다면…"

"재귀적인 루프를 만들자는 것이군. 자신이 만든 타키온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말이야."

주디는 더듬거리며 펜을 들고 종이에 수식을 적었다.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열심히 계산하는 그녀를 둘러쌌다.

"내부 에너지의 일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시켜 준다면… 아주, 아주아주 턱걸이로 가능해요. 가능한 시간대도 한정적이고, 거스를 수 있는 인과도 정말 적지만, 분명히 가능해요."

주디가 벌떡 일어나 벽에 숫자를 적었다.

"1954년부터 2012년까지의 시간대에 아주 약간의 인과를 조정할 수 있어요. 충분히 가능해요."

"1천년 정도 전이군. 충분히 큰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어."

"그, 그, 그런데…"

어눌한 말투를 가진 자가 말을 더듬으며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내,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그러면… 저, 저건 더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모, 못 한다는 건데…"

"… 맞아요. 아직까지 이것은 당신의 존재를 보호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이것을 개조해서 실행시키는 순간, 그 인과율을 감싸던 보호막이 내려가고, 그들에게 노출되게 돼요."

"그럼 결국 우리가 살고 세계를 구하지 못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죽고 세계를 구하는가에 대한 문제겠군."

"뭐 그렇죠."

"… 일단 준비작업을 마치도록 해요. 저희는 그동안 …"

박사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여러분이 결정한 바에 따를게요."

주디의 말에 일곱 명은 동시에 가볍게 웃었다.

"저흰 이미 오래전에 이런 상황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이야기가 끝나 있었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작업을 완료하는 동안 무장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내 소심하게 구석에 앉아있던 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전까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네, 고마워요. 박사님은 남아서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그럼 여러분, 건투를 빌게요."

장비를 들고 작업실로 향하려던 찰나 누군가 그들을 잡아 세웠다.

"노, 노, 노랫소리를 주의해요. 그놈들이 오, 오기 전엔 항상 노래가 들려요."

"저도 들어 봤습니다. 준비되면 신호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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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는 몇 시간쯤 걸렸을 것이다.

회수임무원들은 작은 소총과 방탄조끼로 무장했다. 타임머신이 사라진 이들에게는 이것이 최선의 무장이었다. 각 복도에 이들은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나타날 수 있는 저작권의 망령들을 경계했다.

회개과의 인원들은 재단과 이들의 강령을 담은 데이터를 캡슐에 담아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데이터 급류에 떠내려 보냈다. 어딘가의, 그리고 언젠가의 누군가가 이 급류에서 이것을 발견할 것이다.

주디와 박사는 발전기의 전기를 내렸다. 장비는 스스로의 에너지로 주황빛을 내며 따뜻한 온기를 뿜어냈다.

"이제, 가속을 시작할 것입니다. 가속이 완료되고 재귀적 루프가 생성될 때까지는 약 100초가 걸려요. 여러분은 그동안 저작타격대로부터 이 장비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수신, 알겠습니다."

"수, 수신…"

"알겠네."

"그럼…"

주디는 버튼을 눌렀다.

웅웅거리는 소리, 방 안은 점점 온기로 뜨거워져 가고 있었다.

t - 78s

"자, 그럼, 어떤 현실을 천년전의 과거에 심어줄지 결정 하셨나요?"

"아주 작은, 하지만 큰 불길이 될 수 있는 불씨를 만들어 주어야지요."

"미래의 일을 경고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겠지요."

"네, 그리고 대응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그 불씨를 심어줄 겁니다."

t - 66s

"그 당시의 사람들 입장에선 당황스럽겠군요."

"네, 하지만 분명히 이것을 기록하고 연구할만한 곳을 알고 있습니다. 당시의 재단이라면 분명히 알아차릴 겁니다."

"알아차려야만 하겠죠."

When you wish upon a star…

마치 사방의 공기가 진동하듯, 잔잔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작타격대다! 모두 교전 준비!"

"수신! 교전 준비!"

t - 53s

"하하… 이 녀석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지난번엔 10초도 안 되어서 나오더니만…"

"조심해. 어느 시간대에서 침입하는지에 따라 생김새랑 교전 방식이 완전히 다르니까."

"저… 저기…!"

사각 문의 모서리에서 마치 알록달록한 연기가 새어나오듯 혹은 거미줄이 어른거리듯 어떤 형체가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씨발, 저게 뭐야!"

"놈들이다! 발포해!"

졸린 눈을 한 자가 빠르게 총탄을 퍼부었지만, 총알은 그대로 통과해 벽에 부딪혔다.

"처음 보는 형태의 타격대다. 저거 사람이긴 한 거야?"

t - 47s

"너 뒤에!"

탁자의 모서리가 꿈틀거리며 또 다른 형체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의 시계에도, 천장의 네모난 전등에서도…

"제기랄, 너무 많아!"

t - 42s

형체는 어른거리며 사람의 형태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서 보랏빛 섬광과 함께 빛이 뿜어져 나와 졸린 눈을 한 자를 관통했다.

"이, 이 개새끼야!"

험악한 인상을 가진 자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인간형의 형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귀하께선 본사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계십니다."

네모난 탁자에서 뽑혀나온 형체가 말했다.

"나… 나, 나도 알아."

그가 나무 탁자를 개머리판으로 내려쳐 부수자 형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놈들이 나오는 사물을 공격해! 놈들은 사물을 통해 침입하고 있어!"

t - 34s

나뭇결을 따라 산산조각이 난 탁자에서 뽑혀나온 형체는 점점 더 비틀리더니 몸집을 키워갔다. 잘게 조각난 나무 파편 중 여전히 사각 모서리에서 뿜어져 나온 실들이 엉킨 채로 말더듬이를 덮쳤다.

"아니야! 저, 저놈들은…"

"모서리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야. 모든 네모난 것을 통해 나타나고 있어. 네모난 거… 특이점 제어기!"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말했다.

"특이점 제어기는 안전해요! 왜죠?"

"주디! 찌그러진 부분! 찌그러진 부분 때문이야!"

t - 25s

번쩍이는 섬광이 몇 번 더 번쩍였다. 비명 소리와 절규가 들려왔다.

"방 안에 존재하는 모든 모서리를 없애요!"

주디의 말에 박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문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나 주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 모서리에서 실로 이루어진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 동그란 문이 있는 곳을 알아요. 시간선 이동을 위한 감압실로 가요! 바로 이 너머에 있어요!"

t - 18s

주디와 박사가 네모난 복도를 달렸다. 말이 없던 자가 묵묵히 둘을 인도하고 자신은 뒤편에서 쫓아오는 형체를 향해 의미 없는 총탄을 퍼부었다. 그것들이 파도치듯 복도의 틈에서 새어나와 그를 덮쳤고, 그를 휘감으며 잠시 속도가 줄어들었다.

"어서! 문을 열어요!"

박사가 끙끙거리며 동그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삐걱이며 문이 열렸고, 박사와 주디가 감압실 안으로 들어왔다.

t - 10s

"녀석은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겁니다."

박사가 숨을 돌리며 말했다.

t - 9s

"소지품 중에 네모난 건 없죠?"

"물론이죠."

t - 8s

"그럼 저희의 승리군요. 하하…"

그 말을 끝으로 박사의 몸이 실에 휘감기며 공중에 매달렸다.

"안돼!"

t - 6s

실의 시작점을 눈으로 쫒아 보니, 감압실 위에 페인트로 칠해진 글자까지 시선이 향했다.

PDPS

표지판 속 P와 D의 끄트머리에 있는 직각에서 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t - 5s

"전 신경 쓰지 마세요! 시간을 끌 테니까!"

박사는 매달린 채로 권총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벽을 쏘았다.

t - 4s

몇 번의 사격 후에 D의 한쪽 모서리에 총알이 명중했다. 풀린 실타래가 하늘거리며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의 목을 휘감았다.

"으아아아악!"

t - 3s

"커억, 남은… 시간은…?"

형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커지며 주디의 발목을 잡아챘다. 주디는 바닥에 끌려가는 그 순간에도 장비를 놓지 않고 바라보았다.

t - 2s

"조금만 더…"

섬짓한 느낌이 그녀의 피부를 타고 기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발목이 비틀리고 꺾이는 고통이 순간적으로 전해지자 장비를 놓칠 뻔 했다.

t - 1s

"조금만 더…"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박사가 두 동강 나는 것을 본 주디는 장비를 끌어안았다.

t - 0s

버튼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주디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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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특이점은 스스로의 에너지 피드백에 의해 강렬한 복사열을 내뿜었을 것이다. 거대한 열이 일으킨 폭발이 반경 100m 이내의 모든 사물을 녹여버리는 데에는 아마 몇 밀리 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에너지 폭풍은 민코프스키 세계선에 기록되었고, 적어도 현재 시간대 기준(2022년) 약 1천년 뒤에 있을 어떤 한 사건을 강하게 암시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 시간변칙부 인원은 크샹크-아나스타샤코스 시공간적 특이점이 이러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연구 중에 있으며 유력한 후보가 바로 앞선 재귀적 피드백의 상황이다. 이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선 적어도 인위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또한, 그에 더해서 아주 약한 정도의 범시간적 인과율 고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이로인해 현재 시간변칙부 내에선 다음 의도를 유추하고 있다.

  1. 누군가 폭발을 목적으로 피드백을 일으켰다.
  2. 누군가 민코프스키 시간선의 기록을 목적으로 피드백을 일으켰다.
  3. 누군가 약한 범시간적 인과율 고정을 목적으로 피드백을 일으켰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일으켰는지, 특히 3번의 경우 이렇게 유도된 인과율 고정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현재 시점에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무엇이 있는지 조사 중에 있다.


붙임.
폭발이 일어난 시기가 디즈니 저작타격대의 주요 기원 시기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 그렇기에 일각에선 SCP 재단을 포함한 다양한 단체에서 출현되었다 보고된 '항-디즈니부'가 이 범시간적 인과율 고정의 사례가 아니냐는 가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조사와 후속 연구가 필요하기에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 제04K기지 시간변칙부 이시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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