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분서의 사중주: 제3엽 - 혈우와 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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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카나가와현 경계의 계곡에, 그 도로는 바싹 붙어 있었다.

이른바 버블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이 길을 따라가 봤자 폐허가 된 별장지나 붕괴만 기다리는 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심으로 향하기에는 너무 우회해서, 이제는 지나가는 차도 드물다. 정비의 손도 미치지 않는지, 가드레일은 풀에 파묻히고, 녹이 떠오른 교량은 자살의 명소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 폐도 직전의 도로를, 지프 한 대가 달려나간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산길을 기어다니는, 조용한 뱀처럼.

지프에 탄 것은 연령도 복장도 다양한 남녀 네 명이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을 존중하는 그들에게 공통의 복장은 없다. 무수한 눈을 가진 뱀이라는 유일한 도 지금은 마음속에 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 물리면 백 걸음 걷기 전에 절명한다는 맹독사가 그 이름의 유래다.

뱀의 손 제파 가운데 과격파 중의 과격파로 알려져, 여러 GOC 직원──그들은 이라고 부르는──을 혈제의 제물로 바쳤다. 타파의 멤버들은 별명으로 "제네랄대"라고도 부른다. 저래서야 놈의 사조직일 뿐이라는 비난을 담아.

그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내기는커녕 득의양양하던 제네랄은 몇 시간 전에 죽었다. GOC 타격조에게 아지트가 습격당해 살아남은 멤버는 여기 있는 네 명 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 더 있긴 하지만.

돌멩이가 널려 있는 노면 때문에 차체가 바운드하자 뒷좌석에 앉은 소년이 신음한다. 붕대로 감은 왼팔이 어깨에 매달려 있다. 상처가 났을 것이다. 평범한 학생복 차림으로, 용모에도 별다른 특징이 없다. 학급의 단체사진을 찍으면 주위에 매몰되어 부모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타입. 굳이 특징을 찾자면, 항상 힘없이 처진 눈썹 정도일까.

「아프냐, 히나? 이봐, 파벨, 조금만 천천히──」

옆에서 염려해 주는 것은 모랫빛 머리칼의 청년이었다. 긴 속눈썹에 가장자리가 처진 눈, 뾰족한 턱. 장신이면서 숙부드러운 체격. 탐미적 탐미적이라고 넋을 잃고 볼지, 연약하다고 우습게 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미국 원주민 같은 테이스트의 복장을 입었는데, 간신히 일반적인 복장의 범위 안에 드는 풍이다. 민속음악계 뮤지션이라던가 거시기라던가로 보이지도 않는다.

파벨이라고 불린 운전수는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커브를 반복하면서, 거울 너머로 삐뚤어진 미소를 돌려준다.

「그랬다가 놈들한테 쫓겨도 되는 건가? 뭐어, 나님은 전혀 상관 없지만」

건장한 체격이지만 꺼칠한 뺨과 눈 밑이 왠지 건강하지 못한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화려한 색으로 물들인 모히칸 머리에, 펑크와 밀리터리를 섞은 것 같은 패션이 묘하게 어울린다. 어울리기는 하지만, 일본의 일반 사회에 녹아들려는 노력은 완전히 포기한 것 같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알렌씨. 신경쓰지 마세요」

히나라고 불린 히나야마雛山 류자부로龍三郎──이름값은 자병아리산의 셋째 용    있다──는, 어떻게든 가냘픈 미소를 띄어 보인다. 확실히 느긋하게 드라이브할 때가 아니다. 그들은 도망 중이니까.

정상성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GOC는, “인간형 위협존재”의 집단인 그들을 혈안이 되어 찾고 있을 것이다. 이따위 길을 선택한 것도, 그들에게 발견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다.

「저희들 탓──인 걸까요」

히나야마가 어두운 목소리로 노까린다. 아지트가 습격당했을 때를 떠올렸을 것이다.

『죽어라, 바케모노!』

그렇게 외치면서 총탄을 뿌려대는 타격조 조원들에게는, 정말로 적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성에는 증오 뿐 아니라 공포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아지트는 백보사의 소유도 아니었다. 일본에 소재한 뱀의 손 가운데 온건파에 속하는 의 아지트였고, 습격의 희생자도 대부분 그쪽 멤버들이다. 특정 거점을 가지지 않고 세계 각지에 암약하는 백보사는 부득이할 경우 다른 손의 거점을 빌릴 수도 있다. 다른 손들도 보이지 않는 데서 헛짓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떨떠름하게 응해주는 것이 통례였다.

물론 타격조 조원들이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다. 그럼에도 청대장 멤버들은 리더인 청의 지시에 따라 도주에 투철했다. 그런 상대를 쏘아 죽일 뿐이면서, 어떻게 그들을 바케모노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자네가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어」

「그도 그럴 게, 그 둘의 짓이겠지」

모랫빛 머리칼의 알렌의 위로를 가로막은 것은, 네 사람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가늘고 길게 째진 눈초리에, 유려한 선을 그리는 콧마루, 허리까지 기른 까마귀의 젖은 깃털 같은 머리칼도 훌륭하지만, 미녀라고 불러주기에는 너무 단맛이 없다. 채찍처럼 탄탄한 지체를 잘록한 바지정장으로 감싼 자태는 대기업 중역비서 같은 분위기다. 다만 재킷 소매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뒤얽힌 뱀을 모티브로 한 황금 팔찌만이 다소 튄다.

시에스타 샴발라낮잠의 낙원──뭔가 로맨틱한 코드네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녀야말로 제네랄의 오른팔──본인은 부하일 뿐이라고 겸손하겠지만──이었던, 백보사의 새로운 리더였다.

「렌지와 람다. 그 새끼들이 분서꾼들한테 정보를 흘린 거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단언하면서, 시에스타의 눈은 과거를 회상한다──.

──그 날 처음으로 시에스타는 제네랄에게 대들었다.

『어째서 우리에게 명을 내리지 않습니까? 레──아가씨의 원수를 갚으라고!』

제네랄이 죽으라 하면 죽을 것이 틀림없다고 시에스타를 생각하는 멤버들이 봤다면 아마 놀랐을 것이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의식하고 그런 자신을 연기하고 있었다.

『침착해라. 너의 충성을 의심한 건 아니다』

청대장의 아지트는 과거 예배당으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미는 빛이 역광이 되어 제네랄의 표정을 감추었다. 신의 존안을 직시하는 것은 불손하다고 말하는 듯이.

시에스타에게 있어서 제네랄은 인형 이하의 쓰레기 취급을 받던 처지에서 구해준 은인이자, 절대적인 주인. 거역하는 것은 그가 부여해준 자신의 가치의 부정, 존재이유와의 모순. 하지만 그녀도 주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람다 새끼가, 탈퇴를 하겠다 지껄이더군』

『람다가?』

단단한 성격 때문에, 제네랄에게 반드시 충실한 것은 아닌 그녀와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GOC에 대한 복수심은 공유할 터였다──그 람다가, 백보사를 탈퇴하겠다고?

『이제 살인은 그만하고 싶댄다. 예의 그 학교에 잠입시킨 뒤로 아무래도 쓸데없는 지혜를 얻은 것 같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딴 학교 따위 속히 태워버렸어야 했다』

『그래서, 탈퇴의 조건으로 마지막 암살을 명하신 겁니까』

푸념이라기에는 소름끼치는 뒷말에는 일부러 반응하지 않고, 시에스타는 대답을 촉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역광에 가려진 제네랄의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입가를 비틀며 웃고 있는 것만은 분간할 수 있었다.

『표면적?』

『우연이란 무서운 것이로다. 레나데를 죽인 남자가, 설마 녀석의 “동급생”의 부친이라니』

시에스타는 필사적으로 전율을 억눌렀다. 물론 총명한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제네랄이 람다에게 표적의 상세를 알려주지 않은 것도, 그녀가 변한 것은 그 동급생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얻었기 떄문이라는 것도.

『그 새끼가 현장에서 그걸 알게 되어 임무를 포기하면 숙청의 구실이 된다. 나중에 알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면 되지.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도 다 분서꾼들의 탓이다. 여기서 정말 도망하겠느냐, 라고』

해가 지면서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미는 빛이 약해지자 제네랄의 얼굴이 드러난다. 눈에는 핏발이 서고, 엄니를 드러낸 복수귀의 미소가.

벽에 걸린 십자고상에서 구세주가 슬픈 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알겠느냐? 어느 쪽이던, 제네랄대에서 탈퇴자는 나오지 않는다』

(이 분은──친딸의 죽음마저 복수에 이용할 생각이신가)

제네랄이 왜 이렇게까지 GOC에 한을 품었는지, 시에스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복수는 너무 가혹하여 이제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 람다와도 공유할 수 없었다.

(틀림없이 이건 람다의 복수다)

그녀는 죽이고 나서 표적이 동급생의 부친임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 후의 행동은 제네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설마 GOC에 정보를 흘려서 아지트를 습격시킬 줄이야. 람다는 이미 시에스타가 아는 그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견하는 대로 숙청이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처리한다. 람다의 입에서 제네랄에게 속았다는 폭로가 나오면, 백보사는 이번에야말로 와해다. 그것만은 내버려 둘 수 없다. 제네랄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손이 필요하다.

시에스타는 품에 넣은 책의 감촉을 확인했다. 권총을 숨기는 암살자처럼. 함락당하는 아지트에서 간신히 빼네온, 제네랄의 유품이다.

(이것이 우리의 복수를 이루어 준다)

「찬성~」

파벨의 목소리에는 휘파람이라도 부는 것 같은 해방감이 있었다.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에스타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디 한번 그 새끼들하고 마음껏──이 아니고, 배신자는 어쩔 수가 없지, 제네랄대의 체면에 관련된 문제고, 응응」

스스로 배틀마니악을 자처하며, 스릴을 올려준다면 누구와도 싸울 수 있다고 공언하는 거리낌 없는 남자다. 그것이 옛 동료라도 관계없다. 쾌락살인귀와 큰 차이 없지만, ㅇ러떤 의미에서는 다루기 쉽다.

오히려 버거운 쪽은──.

「두 사람 모두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지」

알렌의 목소리에는, 거의 도망 중 같지 않은 온화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심지에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이전부터 분서꾼들이 아지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 남자는 뱀의 손의 이념은 이해하지만, 사람을 살상하는 것에 반대한다. 온화하지만 강고하게. 그래서 임무는 양동과 바애 등 서포트에만 충실하고 있다. 그 정도로 충분히 유용하니까 제네랄도 떨떠름히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나──도구로 간주한다면, “그런 기능밖에 없으니까”라고 역으로 잘라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와 같이 잘라 말하기에는, 시에스타는 그를 너무 잘 안다.

「그, 그렇습니다. 동료를 의심하다뇨」

즉각 알렌을 추종하는 히나야마를 파벨이 비웃는다. 백보사의 최연소 멤버인 이 소년은 원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자신의 이능에 도리반거리다 자살에 이르던 것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알렌에게 구조받은 것이다. 이후 그를 형처럼 따르고 있다.

파벨의 표현으로는 「」 같다고 한다. 시에스타의 평가는 그 중간──자신도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에 아지트를 덮쳐온 건, 그럼 우연이란 말이냐」

「그, 그건」

시에스타가 냉정하게 지저가자 입을 다문다. 가믓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느도 귀중한 전력이다. 감정론으로 무리라면, 논리적으로라도 찍어누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시에스타는 내심 한숨을 내쉰다. 렌지와 람다의 처우에 관해서는, 원래 멤버들 사이에도 의견이 나뉘는 감이 있었다. 하필 생존자들이 두 의견의 급선봉이라니. 백보사는 그다지 일치단결과 연이 없는 것 같다.

「현 시점에서는 판단재료가 너무 적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더 절실한 문제가 있지 않나?」

알렌이 말하는 도중에 그들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위압적인 프로펠러음이 뒤에서 쫓아옴을 알아차린 것이다. 바위틈의 뱀을 노리는 맹금처럼, 헬기가 고도를 낮추며 접근한다. 외관은 메탈릭 블루 도장을 한 현경 소속 헬기지만, 잘 보면 기총이나 유도탄발사관을 장비하고 있다.

GOC의 추격자다.

「어떻게 살아남을지 문제 말이지」

「아니, 벌써 따라잡혀요!?」

「히야호오, 그렇게 나와야지!」

히나야마의 비명과 파벨의 환성은 완벽히 대조적이었다.

유도탄이 꼬리에서 불꽃을 내뿜고 맹렬하게 지프를 덮치기 직전.

파벨은 주저없이 핸들을 놓고 차창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 근육질 팔뚝 여기저기에 틈이 벌어지더니, 옛날 로봇 애니메이션을 생각나게 하는 철컥철컥 하는 움직임으로 변형한다. 일순 후, 그의 팔은 기묘한 기계로 변했다. 전체 형상은 바주카포 같지만, 포신은 홍백 줄무늬로 도장되었고, 발사구는 입을 크게 벌린 삐에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퐁, 하고 얼빠진 발사음. 만국기나 색종이 따위와 함께 물방울 모양의 볼이 쏟아져 나온다. 파티용 조크굿즈인가, 하고 희생자는 생각할 것이다.

볼이 헬기에 닿는 순간, 화염의 꽃을 피우고 유도탄발사관을 분쇄했다. 기성을 울리는 파벨의 얼굴은 불장난에 흥분하는 아이 그 자체였다. 원래 허먼 풀러의 불온한 서커스에 있었기에 이런 재주를 부리는 것일까. 헬기는 충격으로 흔들렸지만, 어떻게 자세를 되찾는다.

「호수의 여인이요, 그대의 베일을 지금 여기에」

알렌이 라틴어로 주문을 외우니, 골짜기 바닥의 맑은 물이 중력을 거스르고 피어올라 공중에서 여성과 같은 형태로 응고한다. 아니, 응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 머리카락도, 토가 같은 의상도, 한시도 그치지 않고 출렁이며 계속 흐르고 있으니까.

그 가련한 입술을 오므려 헬기에 안개의 입김을 내뿜는다. 그것은 헬기를 고치처럼 감싸고, 헬기가 시속 200 킬로미터 이상으로 비행하고 있는데도 흩어지지 안는다. 탑승자들의 시각에서는 무한한 안개의 바다에 빠져든 것 같다. 광범위를 안개로 둘러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효율이 좋다.

알렌의 의상에 짜여넣어진 정령환기의 인발이 엷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다. 색다른 디자인은 그것을 카모플라주하기 위함이다. 사슴대학 정령마술학과 수석졸업생만 입을 수 있는, 정령수의 털로 짠 옷이다.

산마루에 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헬기가 고도를 올렸지만, 여전히 쫓아오고 있다. 닥치는 대로 기총을 풀 회전시키자 노면에서 탄환이 도탄하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지프의 창을 두들긴다. 무서운 집념이다.

(그렇게도 무서우냐, 정상성인지 뭔지를 잃는 것이)

뱀의 손 지도자 L.S.는 GOC의 태도를 그렇게 비난한다. 독사가 위험하다고 해서 그런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퍼뜨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우리도 예전에는 진심으로 그렇게 분노하고 있었지)

시에스타는 팔찌를 입가에 대고 속삭인다. 환자의 머리맡에서 남은 수명을 고하는 저승사자처럼.

「저 놈들 전원의 영혼을, 삼십초 이내로 바친다」

「어이어이, 적어도 1분은 더 줘」

쓴웃음을 짓는 파벨을 상대하지 않고, 시에스타는 지프 문을 열고 차밖으로 몸을 날린다──.

아지트에서 아지트를 떠도는 시에스타에게, 집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어떤 한 아지트가 그것에 가까웠다.

카루이자와 외곽에 위치한, 과거 펜션이었던 그 집은 백보사로서는 드물게 1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었다. 남들의 눈에 띄기 어렵고, 주변의 풍부한 자연이 그녀의 ──아지트의 주인의 일에 적합함이다.

『다녀오셨어요! 아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완만하게 출렁이는 아마색 머리칼의 처녀가, 임무에서 돌아온 시에스타를 맞이했다.

(변함없이──)

꽃송이가 큰 장미가 개화한 것 같은 미소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보면, 시에스타는 확실히 「다녀왔다」는 기분이 되는 것이었다.

『방금 돌아왔습니다, 아가씨』

후방지원 담당인 그녀는 전선에 나올 수 없다. 본인은 항상 그것이 떳떳치 못한 것 같았지만, 그것으로 됐다고 시에스타는 생각했다. 그녀가 없으면 자신은 전장에서 돌아올 수 없다. 그대로 죽어 버리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으니.

『정말, 아버님 안 계신 데선 레나데라고 부르라고 했지요』

『─실례했습니다, 레나데』

부친을 전혀 닮지 않은 그녀야말로 제네랄의 딸 레나데 클로델 리노프탈. 시에스타의 또 한명의 주인──당사자는 친구라고 말하며 양보하지 않았지만.

『잠깐만, 다쳐서 온 거에요!?』

시에스타가 뺨에 거즈를 붙이고 있는 것을 눈치 빠르게 발견한 레나데는 신록색 눈동자를 치켜떴다.

『찰과상입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못 써요, 여자애는 피부에 흉 지고 그런 거 아니야』

(여, 여자애?)

레나데는 유무를 막론하고, 의무실을 겸하는 자기 방에 시에스타를 끌어들인다. 의무실이라 해도 일반적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거의 없다. 다양한 약초다발이나 , 어디의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이 즐비하다. 마녀의 집──그런 인상을 주는 방이었다.

레나데는 시에스타를 앉히고, 시렁에서 은팔찌를 꺼냈다. 뒤얽힌 만초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다. 팔찌를 입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숲의 백성이여, 치유의 날개를 주소서』

팔찌에서 반투명한 인영이 솟아나왔다. 나비 날개가 붙은 신장 10 센티미터의 소녀다. 귀는 뾰족히 길고, 흰자가 없는 푸른 눈은 사파이어 같다. 그야말로 동화에 나오는 요정이다. 무엇인가 탐내는 얼굴로 가만히 소환주를 올려다보고 있다.

『부탁해, 나중에 벌꿀이 들어간 쿠키를 구워서 줄게』

요정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시에스타의 주위를 휙휙 날아다닌다. 황황한 이 흩날리자, 뺨의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에게도 이런 힘이 있다면)

일순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떨어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지금쯤 자신도 양친과 같은 인종이 되었을 것이다. 마술사 이외에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 구제불능의 어리석은 자들.

『시제품이었는데, 문제없겠어. 카루이자와는 재료가 모으기 쉬워서 다행이야』

레나데는 알렌과 같은, 사슴대학 정령마술과 출신이었다. 다만 방법은 다르다. 알렌이 어느 장소에 있는 정령의 힘을 임기응변으로 빌리는 데 반해, 그녀는 정령이 미리 깃들어 있는 호부를 쓴다. 용도는 한정적이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누구라도 쓸 수 있음이 장점이다.

레나데는 요정에게의 답례를 겸하여 다과를 준비하면서 시에스타에게 말을 걸어왔다. 표현만 바꿔가며 벌써 여러 번 말했던 것을.

『있지, 시에스타. 네가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복수까지 함께해야 할 필요는 없어. 은혜라면 이미 충분히 같고 있잖아. 그러니까──』

『개의치 마세요. 저는 제 자신의 의지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을 물어도 변함이 없는 대답에 우아한 한숨을 내쉬었다.

『알렌한테도 말이지, 나는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 좋다고 늘 말하고 있어. 그런데 그 사람도, 자네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막 그러면서, 그거하고 이거는 이야기가 다른데도 말야』

그녀의 입에서 알렌의 이름을 들을 때, 시에스타는 흉중에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알렌은 그래도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다. 자신은 쓸모가 있지 않다면──무가치다.

『괜찮다면 이 아이도 데려가 줄래. 답례는 자연소재 과자가 베스트지만, 없다면 시판품이라도 괜찮으니까』

『네, 고맙습니다』

레나데가 내민 팔찌를 시에스타가 받아든 순간.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팔찌에서 요정이 튀어나왔다. 아직 쿠키도 먹지 않았는데, 곧바로 창문을 넘어 도망친다. 두 사람이 굳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 것은 한 순간 뿐이었다.

『시에스타, 너 뭘 차고 있니?』

『이뇨, 아무것도──』

『보여줘!』

레나데는 시에스타의 팔을 잡고, 평소의 그녀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억지로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그 아래에서 드러난, 뒤얽힌 뱀을 모티브로 만든 황금 팔찌를 보고.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뱀의 눈에 박힌 루비를 통해 비치는, 팔찌에 깃든 것의 흉흉한 모습을.

『크로울리급? 아니, 솔로몬급일지도. 그건가. 저번에 저번에 가져온 모습을 숨기는 호부를 아버님이 개조한 거구나? 이런 것을──이런 고위 악마에게 의뢰하면 그 대가는 수명이나, 혹은 넋──』

부친에게 항의할 생각인지 분연히 방을 뛰어나가는 레나데를 시에스타는 필사적으로──아니, 냉정하게 막았다.

『괜찮습니다, 레나데. 우리에게는 힘이 필요합니다』

『시에스타, 왜 그렇게까지──』

(당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원하니까)

라고는 당연히 말할 수 없다.

『──스스로를 위해서입니다』

(그 핑계가 설마 진짜가 되어 버리다니)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는 노면에 내동댕이쳐져 짜부가 되기 직전에, 시에스타의 몸을 팔찌에서 솟아나온 검은 안개가 감싼다.

지옥으로 이어질 것 같은 그 암암리에, 울컥하고 진홍색 홍채가 열린다.

검은 안개를 찢어발기고, 황금색 비늘로 덮인 날개 달린 가 용솟음친다. 꾸물꾸물 뱀만이 가능한 움직임으로 몸을 날려 헬기에 돌진한다.

안개 너머에서 꿈틀대는 그림자를 알아챘는지, 헬기의 기총이 조준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시계가 나쁜데다가, 마치 번개와도 같은 불규칙한 비행에 속수무책이다. 유도탄이 무사했으면 열감지로 록온할 수도 있었겠지만──물론 그것을 예상하고 먼저 유도탄부터 조져놓은 것이다. 직전까지의 험악한 분위기가 거짓말 같은, 훌륭한 연계였다.

퍽, 하는 둔한 파괴음과 함께 뱀이 창문을 꿰뚫었다.

「엑」

칼 같은 이빨이 조종사를 물고 헬기에서 끌어냈다. 재킷에는 날개를 펼친 보라매 휘장이 새겨져 있다. 아마 타격조 "참매"オオタカ의 조원이다.

「으, 으와아악!」

겨우 사태를 파악한 조종사가 비명을 지른다. 이대로 물려 죽거나 공중에 내던져진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편한 죽음 허락할까보냐)

진홍색 홍채 아래로 탄환이 튄다. 조종사가 최후 발악으로 쏜 것이다. 적이지만 훌륭한 투지,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뱀은 붕 하고 머리를 쳐들고, 입에 물고 있던 조종사를 휘둘러──.

프로펠러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 꼴은 완곡표현을 사용하자면 마치──믹서기에 던져진 토마토였다.

붉은 비를 뿌려대며, 헬기가 엉겁결에 하강하기 시작한다. 역시라고 해야 할지, 그 눈 깜짝할 사이에 누가 조종을 대신한 것 같지만, 프로펠러가 충격으로 찌그러진 데다 눅진한 이물질들이 들러붙어 있는 상태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헬기가 교량에 격돌해 박살이 나는 것을 확인한 뱀은 도로에 내려선다. 황금 비늘이 검은 안개로 변하고, 그 안에서 시에스타의 모습이 나타난다. 계약 선서로부터 29초에 맞췄다.

눈 밑을 달리는 상처에서, 한 줄기 피가 눈물처럼 흐른다.

(이제 상관없다. 뱀의 손의 이념 따위.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레나데를 앗아간 분서꾼들의──)

이다──.

「앞으로도 추격자가 올 거다. 그 두 사람 없이 헤쳐나갈 자신은, 적어도 나는 없어. 돌아오라고 설득해야 해」

토하려 하는 히나야마의──물론 차멀미 때문은 아니다──등을 문질러 주면서, 알렌은 똑바로 시에스타의 눈을 보고 말했다.

참고로 눈 밑의 상처는 이미 지혈했다. 스스로.

「────」

여기가 분기점이었을지도 모른다. 제네랄의 업보를 털어놓고, 그래도 따라와 줬으면 한다고 알렌에게 부탁했다면, 운명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에스타는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건 배신을 용서할 이유가 못 되지」

──또 한 개의 희망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아, 아무튼, 이 차를 계속 타면 위험하겠죠. 갈아타요」

일동이 내리자 지프는 순식간에 작아진다. 마침내 미니카가 된 그것을 집어들며 히나야마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아직도 이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건드린 완구가 왠지 진짜가 되는, 그런 괴기현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왕따 가해자들을 모델건으로 사살했을 때도 살의는 없었다. 다만 이것이 진짜라면 어떨까 희미하게 몽상하면서 방아쇠를 당겼을 뿐──그뿐이었는데 그의 평범한 인생은 날아가고 말았다.

뱀의 손의 멤버들이란 모두 그런 것. 변칙과 관련되어 버리면서, 기댈 데가 없어진 인간들.

(그렇기에 우리는)

괴물제네랄을 계속 연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약해서 추한 자신은, 결코 천사레나데는 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님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시에스타? 설마 대책없이 도망만 친다 그런 건 아니겠지」

갈아탄 트럭을 운전하면서, 파벨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빨리도 맡은 것 같다. 이 길의 앞에서 기다리는 살육의 기미를.

「물론이다」

트럭의 머리 위로 안내표지가 지나간다. 요코하마까지 앞으로 ✖✖ 킬로미터.

「요코하마시──제네랄이 일찍이부터 눈독들여온 땅이다. 여기를 분서꾼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주자고」

시에스타는 품 속의 책의 감촉을 확인했다. 권총을 숨긴 암살자처럼──인형을 끌어안은 미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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