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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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요원은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다듬었다. 최대한 위압적으로 보이고 싶었다.

SCP-039-KO의 격리가 실패하면서 재단의 마법이자 치트키는 더는 소용없게 되어버렸다.

꼭 게임에서 버그가 패치된 느낌이구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의 목격자가 있는 취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다고 버그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안녕하십니까, 덱스터 요원."
"안녕하세요, 빅스 요원."

취조실 문 앞에는 무장상태의 빅스 요원이 서있었다. 덱스터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머리 좀 어떤가요?"
"왜요?"
"좀 위압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그랬는데 어떤가 싶어서요."

빅스는 덱스터의 머리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한마디 툭 내뱉었다.

"전혀 안 그래 보이니까 안심하세요."
"아…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저 웃는 면상에 주먹 자국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안녕하신지요, 폴먼씨."
"…."

취조실의 책상 앞에는 목격자인 폴먼이 앉아있었다. 처음 보는 곳으로 끌려와서인지 그는 상당히 불안한 기색이었다.

"왜 이곳으로 오셨는지 알고 계십니까?"
"…저는 아무런 위법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말에 덱스터는 빙긋 웃었다. 대개 이 취조실에 끌려온 사람의 반응은 세 가지이다. 자신이 한 짓으로 불안해하거나, 태연하게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왜 끌려왔는지를 모르거나.

이 폴먼이란 작자는 세 번째 유형인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이 목격한 것이 무엇인지, 심지어는 그것이 변칙적이고 이상하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으리라.

"지난주 금요일에 말입니다, 폴먼씨. 저녁 7시경에 잠깐 바깥으로 드라이브하러 나가셨었더군요?"
"…그래서요? 제가 정당한 값을 지급하고 구매한 자동차를 정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면허증을 가지고 교통법을 준수하며 운전한 것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설명을 깜빡 잊었었네. 덱스터는 폴먼의 잔뜩 비꼬는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며 낄낄 웃었다. 그런 그를 폴먼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하…하…아, 아닙니다. 그저 선생께서 저희를 오해하고 계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오해…라고요?"

덱스터는 살짝 헛기침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경찰이 아닙니다, 폴먼씨. 음…그저 특이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것들을 확보하려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꼭…웨어하우스 13같은 느낌이군요."

폴먼의 중얼거림을 들은 덱스터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능글맞게 웃는 얼굴을 폴먼의 얼굴 바로 앞에다가 가져가며 말했다.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멍하게 쳐다보는 폴먼을 보다가 덱스터는 다시 등을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책상 위에 놓인 파일을 펼쳤다.

"자, 그럼 본론으로 다시 가볼까요? 그 날 자동차를 타고 해안가를 달리셨죠?"
"…네."
"그 때 바닷가에서 남녀 서너 명이 놀고 있는 것을 보셨나요?"

덱스터의 물음에 폴먼은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는지, 눈을 감고 한손으로는 눈썹을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는 것을 느낀 덱스터 요원은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 하나를 꺼내 봉지를 벗기며 생각했다. 바이러스가 자연적 망각은 막지 않는다는 것이 이럴 때는 아쉽군.

"…네, 있었습니다. 얼핏 보긴 했지만, 평소에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라 기억에 남는군요. 아마 관광객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군요…그렇다면 폴먼씨. 그때 무언가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까?"
"이상한…일이라…"

폴먼은 또다시 기억을 되짚는 것 같았다. 덱스터는 입안에서 사탕을 오른쪽, 왼쪽으로 굴리며 폴먼의 말을 기다렸다.

"…네, 있었어요. 분명히 있었어요."
"어떤 일이죠?"
"처음 그들을 보고나서 몇 초간 사이드미러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쪽을 보니 그 사람들이 사라져있었어요. 그때는 단순히 잘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군요……."

덱스터는 그의 말을 종이에 받아 적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폴먼씨.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신다면 곧 귀가시켜드리죠."

덱스터는 폴먼을 두고 취조실을 나와 파일을 빅스 요원에게 넘겼다.

"어떻습니까?"
"역시 AC-819-CHRONO 사건과 같더군요. 같은 양상이라면 3일 후 발견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파일을 받아든 빅스는 특수 유리를 통해 이직 의자에 앉아있는 폴먼을 보며 덱스터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목격자는 어떻게 하죠?"
"어떻게냐뇨…. 당연히…"

덱스터는 취조실 문 옆에 있는 버튼 중 붉은 버튼을 눌렀다. 곧 유리창이 꽤 어두워졌다. 그리곤,

화아악!

"무, 무슨…!"

취조실 내부 벽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한동안 유리창으로는 불꽃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덱스터는 버튼 위 전광판에 O 표시가 점멸되자 붉은 버튼 옆의 초록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화염이 사라지고 냉방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빅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와 같은 취조실이었다.

폴먼만이 없을 뿐.

"지, 지금 도대체…."
"어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빅스 요원?"
"목격자를 죽이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빅스의 말에 덱스터는 기가 찬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아니, 빅스 요원. 새로 바뀐 지침 안 보셨습니까? SCP-039-KO가 쫙 뿌려져서 기억소거제도 안 먹히니 이렇게라도 해야죠."
"그래도 어떻게…."
"허, 참. 이 분 진짜로 지침 안 보셨네."

덱스터는 소거 과정에 잠긴 취조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말했다.

"아까 그 목격자, 복제인간이에요."
"…네?"
"복제인간이라고요. SCP-222로 만든 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막장도 아니고 민간인을 막 죽일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자기가 뭘 목격했는지도 모르는 사건 같은 건 복제인간을 쓰는 거예요. 지금쯤 진짜 폴먼은 회사에 있을 걸요?"
"자, 잠깐만요. SCP-222에서 나오는 복제인간은 원본의 기억까지는 복제 안 되지 않아요?"
"그렇죠."
"그럼 도대체 어떻게 신문을 한 겁니까?"

빅스의 물음에 덱스터는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해주었다.

"SCP-039-KO가 기억의 소거와 변형은 막아도, 기억의 전이는 못 막아요."
"…네?"
"간단한 겁니다. 목격자의 기억을 복사해서 039-KO에 감염되지 않은 D계급 인원이나 요원 아무나 한 명 복제한 뒤 그 복제품에 덮어씌워요. 복제품을 신문한 뒤 제거하면 되는 겁니다."
"자, 잠깐만요. 그러면…."
"아까 여기 있던 '폴먼'도 사실 기억만 '폴먼'인 거죠. 어디더라? 아마 알파-감마 039-KO 청정구역에서 온 D계급 인원의 복제였을걸요?"
"그냥 목격자를 바로 복제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SCP-222까지 가는 기억은요? 아, 뭐 수면제 같은걸 먹인다 치죠. 거기서 깨어나는 기억은? 이탈리아까지 갔다 와야 하는데, 목격자가 없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기억은 어떻게 하죠? 차라리 이 방법이 더 편해요. 어차피 039에 감염된 사람 복제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까지 복제되어서 기억을 덮어쓰지도 못하고요."
"…."

얼빠진 모습을 서있는 빅스 요원을 보며 덱스터는 다 먹은 사탕 막대기를 바닥에 버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공문하고 지침이 갱신되면 제때 읽으란 말이에요, 이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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