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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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12살 정도 되는 소년은, 검은 도포에 작은 삿갓을 쓴 채 자신의 스승이 하는 일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외딴 섬의 어째서인가 경비가 삼엄한 작은 산자락이었다.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작은 봉분이 고운 손에 거침없이 파헤쳐진다. 젊은 여자가 밤중에 봉분을 파헤치는 건 보기 심란한 장면이었지만 소년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그는 묵묵히 자신의 스승이 무덤을 파헤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처녀의 고운 손이 처음으로 흙이 아닌 무언가에 닿았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는 서둘러서 관을 파냈다. 그녀는 소년의 도움을 받아 관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관의 안에선 백골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퀴퀴한 악취가 뼈의 낡은 의복 위로 피어올랐다. 무덤을 파헤친 장본인은 소년에게 나직이 말했다.

"본디 인간이란 덧없기 짝이 없는 것, 너는 그 덧없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덧없다는게 무엇인지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으면 안 돼. 그물의 생김새를 모르고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느냐. 내 너에게 인간을 옭아맨 그물을 보여주겠다."

한 때 이 나라의 주인이었던 시체 앞에서 그렇게 선언한 여자는 품에서 무두질한 짐승의 가죽을 꺼냈다. 검은 개의 가죽이었다. 그녀는 가죽을 시체 위에 올려놓고, 어디선가 꺼낸 구슬 위에 속삭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개의 가죽이 시체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내 시체는 커다란 개가 되었다. 붉게 불타는 눈빛으로 개는 그 자리에 있었다. 개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자는 소년에게 즐겁게 말했다. 소년의 대답은 늘 그래왔듯 무거웠다.

"피가 피인지라 꽤나 커졌구나. 자, 이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여자와 소년을 일별하더니, 개는 동쪽으로 무작정 뛰어갔다. 여자를 따라가던 소년은 먼 발치에서 개가 바닷물 속으로 그대로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꼬리가 수면에서 몇 번 흔들리더니 물 속으로 사라져간다. 개의 발자국에서 비린내가 나는 듯 싶었다.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하게 웃더니 소년에게 손짓했다.

"한 때 왕이었던 자가 개가 되어 날뛰고 있구나. 즐겁지 아니한가."

소년은 잠시 머뭇거렸다.

"즐겁습니다."

"개의 천기를 엿보아라."

소년은 품에서 부적을 하나 꺼내 불태웠다. 청록색 불빛이 칠흑을 잠시 밝혔다. 소년의 얼굴에 당혹이 나타남을 느꼈는지, 여자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 그것이다. 복수해야 할 대상도, 복수하는 방법도 잘못 짚은 채 미쳐 날뛰는 개 한마리일 뿐이다. 너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친 개와 왕의 차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뒤집어쓴 가죽에 다르지 않다."

소년은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 천천히 구름에서 내려오는 밧줄을 잡았다. 젊은 여자는 이미 밧줄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천기를 읽는 그의 머릿속에서 수천가지의 장면이 보였다. 벽에 피로 칠해진 글자, 아래에 짓눌린 갑사, 그리고 왕의 영혼을 물어뜯으며 북문으로 나가는 검은 개. 여자는 밧줄을 타고 올라가다 그 모습을 보더니, 짤막하게 물었다.

"전우치야, 너는 너를 옭아맨 그물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그것으로 되었다."

여자가 섬뜩하게 웃었다. 구름 뒤로 달이 숨어버릴만큼, 참혹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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