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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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음…… 여보세요?”

화이트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벌렸다. 한 밤 중에 걸려온 전화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커다란 고함소리가 그의 귀에 고스란히 쏟아졌다.

“교수님!”

“이런, 스트링. 이 늦은 시각에 무슨……”

“교수님, 제 호텔 예약 교수님이 하신 거 아닙니까?!”

화이트는 눈을 비비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응? 나는 이미 결제된 서류에 사인만 했을 뿐이네.”

“누가 결제했죠? 이 호텔 교수님이 직접 잡으신 게 아니었어요?”

“그야 가끔은 내가 잡기도 하는데, 원래는 행정실 쪽에서 다 함께 처리해주는 거지. 나는 최종 승인만 해주면 되니까. 뭐 불편한 거 있었나?”

“……아닙니다. 내일 뵐게요, 교수님.”

갑자기 뚝 끊어진 전화 화면을 화이트는 한참 바라보았다. 통화 화면이 꺼지고 화면에 시계가 큰 글씨와 함께 떠올랐다.

2:23

“늦었잖아.”


다시 방에 돌아온 스트링은 부엌 쪽 의자에 털썩 앉았다. 화이트와의 전화 뒤에 로비로 달려간 스트링은 직원에게 예약한 사람을 물었다. 직원은 이틀 전에 전화로 예약을 잡았으며, 그 전에 머물던 손님은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약하신 분은 원래 일주일 전부터 그 방에 머무르시던 분이란 것 밖에 알려드릴 수 없네요. 방은 안에 물품 그대로 전해달라고 부탁하신 거고요. 같은 직장 다니시는 분이라고 했는데, 모르셨나요?”

알 리가 없다. 재단의 직원이 한 둘도 아닌데다, 그 대다수는 스트링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예약한 사람은……’

다시 가운을 쳐다본 스트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일주일 전이라니, 이틀 전까지만 해도 가넷은 그와 같은 사무실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일 리가 없다.

스트링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뒤쪽으로 들어갔다. 직원 말대로 부엌 옆쪽에 세탁실이 있었다. 세탁기에 장비를 뗀 전투복을 쏟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른 뒤, 스트링은 다시 가운 앞으로 돌아갔다.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스트링은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위해 이 호텔에 예약을 잡아준 사람은 가넷과 연결고리가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떻게 가넷의 가운이 여기에 걸려 있는지, 왜 이 호텔방이 자신의 이름 앞으로, 그것도 다른 모든 직원을 제외하고 오직 자신만 여기에 예약이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트링은 벽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전화를 하려면 역시 교수님 말대로 행정부 쪽에 전화를 걸어야겠지. 행정부 전화번호는……’


“많이 늦었군, 스트링.”
너른한 아침 햇살 아래서 헉헉 거리며 숨을 고르는 스트링에게 화이트가 던진 첫마디였다. 주변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중충한 회색건물은 여전했지만, 어제보다 옅은 색의 구름 사이로 조금씩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스트링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답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에 알람을 안 맞추고 자버려서 그만.”

“옷은 왜 그런가? 쭈글쭈글하게 되어 있고.”

스트링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검은색 기초 전투복은 다른 직원과 다르게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졌다. 장비들도 전날과 다르게 옷에서 조금 늘어져 있었다.

“어제 세탁을 한다고 세탁기에 넣었다가 깜빡하고 널지 않은 채로 자버렸습니다. 급한 대로 건조기에 넣고 돌렸더니, 이렇게 돼 버렸네요.”

“어허, 스트링. 요원용 전투복을 그냥 세탁기에 넣고 건조기까지 돌리면 어쩌나? 아마 찍찍이 접착력이랑 절연 기능이 다 죽어버렸을 걸세.”

“……”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 스트링에게서 몸을 돌린 화이트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얼른 따라잡은 스트링이 화이트에게 물었다.

“교, 아니 과장님. 이제 안으로 진입하는 겁니까?”

“오전 중에 벌써 한 번 해봤다네. 별다른 성과를 못낸 모양이군.”

“네?”

화이트는 태블릿을 꺼내 화면을 켰다. 화면엔 회색 건물의 3D 전개도가 띄워져 있었다.

“어제 받은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거네. 전술 팀이 일차적으로 진입을 해봤는데, 안에서 길을 잃고 밖으로 도로 나온 모양이야. 아무래도 정신조작 효과까지 있는 놈인 듯하네.”

“그럼 언제 다시 들어가요? 어제 계획상으론 오늘은 두 번 들어가기로 했었잖아요.”

화이트는 태블릿을 덮으며 말했다.

“모르겠어. 일단 들어갔던 팀의 요원들에게 정신 감정부터 해야 될 걸세.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한 세 시간 뒤엔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

“그럼 저는 어떤 걸 하면 됩니까? 뭘 도우면 되죠?”

스트링의 말에 화이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내일까지 휴가 아니었나? 자네 일은 어제 가넷에 대한 진술을 하는 걸로 도움이 다 되었네. 어디 가서 쉬고 있어도 좋아.”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앉아 있을 순……”

화이트는 걸음을 멈췄다. 어제 회의가 있었던 컨테이너 앞에 서서 화이트는 스트링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자네까지 달려들면 일이 어려워지네. 마음고생도 심할 테니, 우선 여기 있지 말고 마을에 내려가서 좀 쉬고 있어. 자꾸 참여하려고만 한다면 자네만 다칠 거 아닌가?”

“……”

말문이 막힌 스트링이 입을 벌리고 있자, 화이트는 스트링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 사이로 어제 보았던 정부 직원들이 언뜻 보였다 사라졌다.

“제기랄, 저런 놈들은 안에 들어가 있고 나는 밖에 서서 아무것도……”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스트링은 회색 건물을 쳐다보았다. 건물 주위로 재단 직원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건물을 향해 탐조등을 비추고, 누군가는 드론을 건물 가까이로 날려서 영상을 찍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삼삼오오 모여서 화면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전화로 크게 소리 지르며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있다.

스트링만, 이곳에 혼자 남아 있었다.

“우윽……”

갑작스런 울렁거림에 스트링은 급하게 간이 화장실로 뛰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변기로 구역질을 해댔지만, 속에선 신물만 솟아오르고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니, 그럴 만 했다. 한참을 변기와 씨름하던 스트링은 길게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내려가서 뭐 좀 먹을까……”


스트링은 어제의 편의점에서 나와 바깥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버린 샌드위치를 뜯어보니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콜라를 얹어 놓은 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천천히 기댔다. 초여름이라 풀벌레 소리도 날 법 했지만, 날씨 때문인지 가끔씩 나무 흔들리는 소리 외엔 조용했다. 하늘은 여전히 칙칙했고 이른 더위는 전투복을 타고 흐르듯 답답했지만, 평소였다면 오랜만의 무료함에 스트링은 들떴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 휴가가 왜 생겼나 생각해보면……’

마음 속 깊은 한구석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6월 말이 되면 모든 사람이 모여 다함께 휴가를 내기로 작정한 터였다. 상부에서 뭐라고 하건, 기지에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바다로 놀러갈 생각이었다. 미키는 휴가지에 와서도 여전히 자기 통신 기기로 주변 동호인들과 떠들게 뻔했다. 포드는 자신의 구릿빛 근육을 자랑하며 모래사장에서 성을 쌓고 있을 것이다. 로드는 모래사장 바깥 파라솔에서 두꺼운 소설책을 펴놓고 읽을 거고, 자신은 그런 로드에게 쏠 물총을 장전하고 있을 터였다. 가넷은 그 옆에서 재밌다는 듯이 구경하며 빙수를 퍼먹을 것이다.

‘지금은, 나 혼자 여기서 뭐하는 거지……’

스트링은 멍 하니 편의점 길 건너를 바라보았다. 초록빛 논이 회색빛 그림자에 드리워져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의 고층 빌딩에 뒤덮인 도시의 모습과도 닮은 듯 아닌 듯한, 익숙한 풍경.

‘익숙한……?’

길 건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스트링은 그 자리에서 앉은 채로 한 뼘 정도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급하게 품을 뒤진 스트링은 자신이 찾던 것을 꺼냈다. 끝이 구깃구깃한, 인화된 사진 한 장이었다.

“이게 어떻게……”

이틀 전, 가넷과 함께 로드의 사무실을 정리하던 스트링은 가넷에게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이게 뭐냐고 묻는 스트링에게, 가넷이 한 말이 떠올랐다.

‘로드 박사님 사무실에서 나온 사진이 이게 유일하네요. 박사님이 가지고 계세요. 언제나.’

처음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받으면서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조악한 풍경 사진을 로드가 자기 사무실에 둘 이유가 없었다. 사진을 뒤집자, 급한 글씨로 무언가 쓰여 있었다.

틀린 그림 찾기

스트링은 사진을 들어 눈앞에 댔다. 풍경과 사진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스트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사진 한 구석에 선 전봇대에는 없는 안내문 종이가 진짜 전봇대엔 붙어 있었다.

‘현문가구, 여러분의 아늑하고 편안한 밤을 위한 맞춤형 침대를 비롯……’

포스터는 구깃구깃하고 우둘투둘했다. 위아래에 청테이프로 대충, 혹은 급하게 둘러 붙인 모양새가 수상했다. 스트링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테이프를 뜯어내다가 작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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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스트링은 자신의 전화로 사진을 찍은 뒤 포스터를 떼어냈다. 유성 매직으로 쓴 듯한 글씨 부분만 찢고서 나머지는 휴지통에 쑤셔 넣고서, 스트링은 다시 의자에 도로 앉았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넷이 왜 로드의 아이디를 나한테 줬지?’

로드의 아이디 형식으로 봐서 재단 네트워크의 계정인 듯 했다. 타인의 계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특별히 없는데, 지금 이 사진으로 미루어봐선 어떤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문득 스트링은 어제 밤의 일이 기억났다.

“…… 행정실 안내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기지 의료부 스티븐 스트링입니다. 6월 64 사건 장소에 나와 있는데요. 제 호텔을 예약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잠시만요……”

딸깍거리는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직원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타인의 정보 조회를 요청하실 때엔 지난 1년간의 본인 행적에 대한 정보 제공 동의가 있어야하는데, 박사님은 현재 정보 제공 동의 처리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 처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지금 급한 상황인데요.”

“원래는 요청을 넣으시고 직속상관의 결재를 받아서 사령부에 전송하셔야 하는데, 긴급한 경우에는 절차를 약소화하여 팀장 결재로도 할 수 있습니다. 넷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 하실 수 있으시고요.”

스트링은 잠시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다 대답했다.

“잠시만요.”


스트링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의 예상대로 호텔 예약은 가넷이 잡은 게 맞았다. 혹시 몰라 결재 내역까지 전해 받았지만 사실을 확인해줄 뿐이었다.

“그나저나 로드 이 자식, 생각보다 권한이 많았잖아. 쓸데없이.”

스트링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다 식어버린 콜라를 입에 가져갔다. 뜨뜻미지근한 콜라를 삼키며 입을 훔친 그는 태블릿을 켜 시계를 봤다. 화이트가 말한 작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기의 지도를 열자 재단 직원들이 모여 있는 작전 장소까지의 거리가 나타났다. 걸어올라 온 것치곤 꽤나 빨리 올라온 편이었다.

“무슨?”

갑작스레 그의 뒤에서 낮은 경적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두 대의 탑차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치듯 지나가는 차량에 놀란 스트링은 풀숲으로 몸을 던지다시피 하며 피했다.

“뭐야, 위험하게.”

탑차는 가장자리 도로에 천천히 멈춰 섰다. 잠시 뒤에 운전석에서 누군가 내렸다.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기사였다. 그의 가슴팍엔 물류지원부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요원님, 괜찮으세요? 순간적으로 못 봐서 실수했습니다.”

“아아, 네. 괜찮아요. 부딪히진 않았습니다.”

요원이란 말을 정정하려다 귀찮아진 스트링은 기사에게 손짓하며 웃었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차 앞을 돌아와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아, 스트링 박사님. 큰일 날 뻔 했네요.”

“응? 찰스? 이번엔 여기서 뭐해요?”

찰스는 여전히 캔커피를 빨대로 빨아먹으며 답했다.

“위에 있는 개체에 대한 업무 인원을 데려가는 중이에요. 요즘 재단 손이 부족하니까, 이해해야죠, 뭐. 이 근처 기지에선 기억 소거 절차가 워낙 괴상해서요.”

“연구원 분이셨습니까? 또 실수했네요.”

머리를 긁적이는 순박한 모습의 기사에게 스트링은 손을 내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뭐 그런……”

“여러분.”

스트링은 기분 나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얼굴을 구겼다.

“왜 여깄어요, 비서관 님?”

맞은편 길가엔 어제 본 두 대의 세단이 멈춰서 있었다. 스트링 앞에 선 비서관 대신 국장이 대답했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차림새의 남자가 돌아다니는데, 눈을 안 끌래야 안 끌 수가 있나? 지나가다 보게 됐네요.”

“네, 그럼 가세요. 갈 길 가시죠.”

“아뇨, 민표 씨, 뒤에 탑차 열어주세요.”

뒤에 섰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기사는 탑차 문손잡이로 다가가는 남자의 손을 붙들었다.

“어이 어이, 뭐하는 거요? 함부로 건들 수 있는 게 아니야.”

“비키세요.”

“후송반! 안 내리고 뭐 하냐!”

기사가 뒤에 소리 지르자 뒤에 선 탑차에서 두 남자가 소총을 들고 뛰어 내렸다. 양복의 직원도 곧장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며 겨눴다. 국장도 권총을 든 채 소리 질렀다.

“지금 해보자는 거냐!”

“시비를 건 건 당신네들이지! 어디 말 같잖은 것들이 와서 회사의 물건에 손을 대!”

“회사? 웃기는 소릴 하네.”

코웃음치는 국장에게 스트링이 말했다.

“이봐요, 재단 측에 협조를 하고 있다고 쳐도 지금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닙니까?”

“그래, 말 잘했다. 박사님, 댁들이 원하는 요청 문서랑 협조 문건 들고 왔소! 뭐 더 필요하면 수사 허가라도 여기서 바로 뽑아줄 수 있는데? 말 만 해!”

“……”

“네, 네. 지금 바꿔 드리겠습니다. 연구원?”

스트링은 전화를 내미는 비서관의 손을 쳐다봤다.

“당신 상관입니다.”

“…… 과장님?”

“스트링. 괜찮으니까 하고 싶다는 대로 해주게. 어차피 협력하는 입장이야. 알아 듣는가?”

“……”

가까스로 전화를 내던지지 않은 스트링이 돌려주며 말했다.

“기사님, 재단 요청입니다. 열어주세요.”

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스트링을 쳐다봤다. 스트링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사는 씩씩거리며 탑차의 뒤로 다가갔다. 기사가 자물쇠를 열고 손잡이를 당기자 비서관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보호입니까?”

스트링은 입술을 물어뜯었다. 탑차 안에 앉아 있던 건 수면 상태로 의자에 고정된 여섯 명의 D 계급 인원이었다. 비서관은 탑차에 올라타더니, 잠들어 있는 인원들을 가리키며 스트링을 노려봤다.

“전부터 느꼈지만, 당신들은 도대체 뭘 위해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국민을 수호하고 국가의 안녕을 지키는 게 내 일입니다. 이걸 보고서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양복 아저씨, 이 사람들은 전부 사형수에요. 심지어 네 명은 당신네 나라 사람도 아니구만.”

찰스의 말에 비서관이 찰스에게 걸어갔다. 태연한 얼굴의 찰스에게 비서관이 소리쳤다.

“그래! 바로 당신 말대로야! 난 당신들이 뭘 하는진 모르지만, 이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할지는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사형수라고요? 판결이 내려진 사람들은 짐짝처럼 트럭에 실어서 이렇게 휘둘러도 된다는 겁니까? 사람 목숨이, 사람 목숨이 당신들한텐 그렇게 쉬워요?”

한참 주위를 노려보던 비서관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차에 올라타고서 차 창문을 내린 비서관이 스트링을 역겹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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