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 - 불어도감의 명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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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정초본], 광해 4년(1612년) 3월 3일

전교하였다.

"죄인들이 날마다 계속해서 죽고 있으니 이는 잘 치료하지 못한 소치인 것이다. 금부에 일러서 해당 도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의원은 추고하여 죄를 다스리게 하라. 색리는 본부로 하여금 무겁게 다스리게 하라."

"요즘따라 역모와 고변이 끊이질 않으니 입궐할 때마다 흉흉한데, 우상은 마음이 쓰이지 않으시오?" 이덕형이 물었다.

"흥, 다 북인들끼리 죽고 죽이는 싸움이지. 소북은 영수였던 유영경이 역모를 꾸미다 죽은 이상 다 밀려서 죽어나갈 일밖에 안 남은 거요. 상(上)께서 친국(親鞠)만 덜 하시더라도 이 옥사가 어찌 될지 몰랐겠지만, 이리 관심이 크신데 어이 쉬이 끝나겠소. 그나저나, 그게 큰 일이 아니외다." 이항복이 답했다.

둘은 빠르게 빈청으로 향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항복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이첨이야 뱀같이 독한 자이니 보기만 해도 흉흉한 생각을 하는 걸 알 수가 있소. 이번 옥사로 소북파를 쓸어내고 자기들 대북이 정국을 쥐겠다 이거지. 그런데 문제는 정인홍 이자일세. 어제 상께서 전교하신 대로 금부에서 도사(都事)를 엄히 심문해 보니, 정인홍의 사주를 받아 죄인들을 일부러 죽게 했다고 하더군."

"그 무슨 흉흉한 말인가!" 이덕형이 펄쩍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자는 대북의 영수인데, 죄인들을 매수해서 무고하도록 하는 거라면 모를까, 죄인들을 일부러 죽게 하다니. 거기에다 정인홍은 지금 몸이 안 좋다고 집에 누워있기만 한다는데, 그 도사가 무슨 수로 정인홍이 사주했다는 걸 안단 말이야!"

"진정하시게." 이항복이 이마의 땀을 훔쳤다. "금부도 그걸 알고 더 엄히 국문해서, 국문을 피하려고 아무 말이나 한 것이라는 자백을 다시 받아냈네. 내가 그 얘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엄히 하라고 했고. 그런데 몸이 안 좋다는 정인홍이 오늘 저녁에 봉산으로 급히 떠났단 말이야. 그건 어찌 생각하나?"

"그자가 봉산으로 갔다는 건 어찌 알았는가?"

"어제 그 공초가 나오고 바로 정인홍에게 사람을 붙였네."

"그러다가 우상 대감도 역모에 엮여 국문당할 수 있소이다! 이이첨이나 정인홍이 어떤 자인지 알면서 그런 겐가!" 이덕형이 나무랐다.

"내 말이나 제대로 들어보게. 정인홍이 집을 나서기 전에 어느 곳으로 가서 큼지막한 보따리 하나를 가지고 도사 같은 옷차림을 한 자들과 나왔는데, 내 사람 말로는 그곳은 군사들이 엄히 경계하고 있었고, 도사 같은 자와 관복을 입은 자들이 이따금 왔다갔다 했다는군."

"군사들이 있었단 말인가? 이미 선대에 태종께서 사병을 혁파하신 지가 오래되었는데, 정인홍이 감히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것이라면 지난 정여립의 난보다도 훨씬-"

"그게 아니지." 이항복이 말을 끊었다. "그자들은 훈련도감 병사들의 옷을 입고 있었고, 하나같이 군기가 엄히 서있고 경계가 삼엄하여 근래의 훈련도감 병사 중에서도 정예와 같아 보였다는군. 잘 알겠지만, 지금 상께서 이이첨이나 정인홍을 총애하시니, 오리 대감 말마따나 그들이 심히 많은 권세를 누리고 있네. 상께서 우리 모르게 그들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이미 이이첨이나 정인홍 등이 괴이한 것들을 가까이 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전해지지 않았었나."

"소위 용력(勇力)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네. 하기야, 봉산이라 함은 이번에 역모를 고변한 자가 살던 곳인데, 정인홍이 그곳으로 떠났다는 것은, 우연이라기에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지. 이제 어찌 하실 생각이시오?"

"일단 정인홍을 계속해서 미행하도록 하였으니, 그자가 봉산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곧 알 수 있을 걸세. 합천 땅에서 황해도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우선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는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일 듯 싶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역모를 조사하는 추국청에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다가는 들킬 염려가 있네. 믿을 수 있는 자를 시켜 은밀히 움직이시게."

"그래야겠지." 이덕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대감은 병세로 오지도 못하고 계시니, 우리밖에 나설 자가 없네. 정인홍이 일찍이 서애(西厓) 대감을 끝끝내 몰아내었으니, 참으로 분한 일이었네. 이미 조정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는 자이니, 뱉어내도록 해야지."


선조실록, 선조 39년(1606년) 2월 12일

홍식이 아뢰기를,

"근래 놀랍고 해괴한 재변이 없는 해가 없는데 무슨 일에 대한 응험이라고 감히 지적할 수는 없으나 하늘의 사랑과 아낌이 이와 같다면 상께서는 더욱 생각을 가다듬어 성찰하셔야 됩니다. 예부터 뽕나무[祥桑]가 저절로 시들었고 형혹[熒惑]이 저절로 물러났었으니 재변을 해소시키는 길은 덕을 닦는 데 있을 뿐입니다."

"서둘러라." 가래 끓는 목소리가 재촉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가마에 타고 있었는데, 가마를 짊어지고 있는 네 사람은 산길을 올라가면서도 전혀 발을 헛디디지도 않고, 마치 평지를 걷는 듯 걸어가고 있었다.

"어르신." 가마 뒤에서 말을 타고 따라가고 있던 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답했다. "재촉하지 마시지요. 신이 이놈들을 빠르게 가고 하고 있습니다. 더 빨리 하면 다리가 찢어져 입으로 가마 다리를 물고 팔로 땅을 저어서 가야 할 겁니다."

"신(臣)이라니, 관직도 없는 것이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 가마에 탄 사람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해가 뜨면 이물을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지 않느냐. 이 이물이 어떤 것인지 뻔히 알면서 그따위 소리를 하는구나. 네 스승이 너를 잡아 사지를 찢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데, 추쇄(推刷)해주랴?"

"아이고, 정인홍 대감님. 그 신(臣) 자가 아니라 귀신 신(神)자이옵니다. 그나저나 대감님, 무엇을 들고 가시는 건지 알고는 계시는 겁니까? 제 이름도 형혹(熒惑)이어서 많은 놈들을 미혹[惑]시키고 제 스승도 홀리게 했지만[熒] 대감님이 들고 계신 물건은 쳐다보지도 못하겠습니다. 독하고 뭉친 것이니 함부로 썼다가는 뼈도 못 추릴 물건입니다요." 말에 타고 있는 자가 낄낄 웃었다. 달빛에 그 얼굴이 잠시 비쳤는데, 눈은 붉게 빛났고 아직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 팔은 뼈가 없는 것처럼 흐느적거렸고, 손은 살이 거의 없이 가죽만 덮여 있는 꼴이어서, 고삐를 쥐고 있는 손에서 혈관과 손뼈가 튀어올라 있었다.

"그 입 다물어라. 제 스승한테 잡혀 죽지 않으려 도감에 들어와서 목숨이나 부지하고 살고 있는 것이. 이번 일을 해내면 네 윗분들에게 잘 말해줄 것이니 그리 알고, 서둘러 봉산으로 가자. 상(上)께서 엄히 명하신 일이다."

형혹의 눈이 잠시 번뜩였다. 그러나 그자는 아무 말 없이 말을 몰았고, 잠시 동안 산길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몇 분 만에, 가마 안에 있던 정인홍이 되려 침묵을 못 견디고 안달하듯이 물었다. "그나저나 이름이 형혹이라니 괴이하구나. 한서(漢書)에서 이르기를 형혹은 난역과 재앙을 관장하는 별이라 하였다. 네 부모는 어이하여 사람 이름을 그리 지은 것이냐?"

"사람 이름을 그리 지으면 괴이한 법이지요." 형혹이 답했다. "그러나 더 괴이한 것은, 대감님이 그런 이물을 안전한 곳에서 빼내서 봉산 땅으로 들고 가시고 있는 것 아닙니까? 무슨 명을 받으셨길래 그런 것을 필요로 하시는 겁니까?"

"쯧." 정인홍이 혀를 찼다. "네가 조정의 일을 알아서 무엇하겠느냐마는, 말해주마. 봉산 땅에 김경립이라는 자가 어보와 병조의 문서를 위조해서 군역을 기피하려다 붙잡혔는데, 그자가 김직재와 함께 모반을 계획했다고 자복했다. 그런데 김경립의 공초가 두서없어 알기 어렵고, 이미 김직재가 고신을 받다 죽으려고 하여 정형(正刑)하였으니, 그 잔당을 다 잡기가 참으로 어려워졌느니라. 그래서 추국청과 별개로 나더러 봉산에서 조사를 해보라 명하신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괴이한 일 아닙니까." 형혹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차피 죽일 놈을 고문하고, 고문당해 죽을까봐 미리 일률(一律)해 버리고는, 죽어서 공초를 못 받았으니 다른 놈을 잡아들이는 게 상(常)이고 치(治)이군요."

"이놈, 역적이 제 풀에 죽기 전에 일률해 법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그르단 말이냐. 스스로 지만(遲晩)하고 복주(伏誅)하여도 모자랄 판에."

정인홍과 형혹이 그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그 둘을 산길 멀리 너머에 있는 언덕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고, 이마가 땀에 흠뻑 젖어 머리카락 몇 갈래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자가 얼굴을 찡그렸다. "저런 놈을 도사랍시고 데리고 다니다니, 명색이 불어도감 도제조(都提調)라면서 형편없구나."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품 속에서 네모반듯한 종이 하나를 꺼내 곱게 접기 시작했다. 쥐 모양을 접어 땅에 내려놓자, 종이가 갑자기 파르르 떨리더니 땅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져 버렸다. "가서 우상 대감께 전해라. 정인홍이 해뜨기 전에 봉산에 도착할 것 같다고. 정충신 첨사께도 가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급히 사람을 보내달라 청하거라."


광해군일기[정초본], 광해 4년(1612년) 3월 5일

(김척이) 형신을 받을 때 큰소리로 외치기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정승아, 정승아, 어찌하여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느냐." 하였다. 그의 처자가 간 곳을 물으니, 말하기를, "반드시 우리 나라에 있을 것이다. 하늘로 올라갔겠느냐, 땅속으로 들어갔겠느냐." 하였다.

좌우가 모두 아뢰기를, "말마다 저렇게 흉패스러우니 이는 진실로 역적입니다." 하였다.

사흘째 친국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이첨이 머리를 숙이고 아뢰었다. "김척이 하는 말이 저리 패려하니 비록 자백하지 않으나 틀림없이 역적입니다. 더군다나 이미 아내와 부모자식이 자취를 감추었으니 더더욱 수상합니다. 서둘러 그 아내와 자식을 잡아오도록 재촉하시옵소서."

왕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 하라 전교했다. "대사헌의 말이 실로 옳다. 또한, 김경립은 어보를 위조해준 자가 최군(崔君)이라 하고 이자가 수괴라 하는데, 그자가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니 통탄할 일이다. 의금부와 포도청은 뭘 하고 있는 것이냐?"

포도대장은 말을 못하고 쩔쩔매기만 했다. 보다못한 이항복이 대신 답했다. "일찍이 기축년 옥사 때도 길삼봉이나 백일승 같은 자들이 있었으나, 아마 역적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아닌가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역적들이 최군이라는 자에 대해 말했으나, 하나같이 말이 다르고 엇갈리기만 하니, 이래서는 진짜 최군이라는 자를 잡더라도 진짜인지 구분해내지 못할까 염려되옵니다."

"그 말도 옳으나, 만일 그자가 진짜라면 잡지 아니할 수가 없다. 거기다 앞서 김백함은 원한 있는 자들의 이름을 이리저리 다 끌어다 대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지금 내 들으니 연루된 자와 이름이 비슷하다고 잡혀온 자들도 있어서, 옥에 이백명도 넘는 사람이 있어 앉을 자리도 없이 서 있는다고 한다. 이래서야 어찌 이 일의 전모를 알아낸단 말이냐?"

왕이 분개한 듯 앉아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쾅쾅 내리쳤다. 이덕형이 옆에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제 대화의 주제는 낙형을 가할지, 압슬을 가할지, 태형을 가할지 하는 문제로 넘어가 있었다. 두 주 전에 파직당한 박동량이 한 말이 떠올랐다. 다 허망한 일이요. 아시겠소? 합천 땅에서 조정을 주무르는 정인홍과, 삼사를 주무르는 이이첨을 이길 수가 없소이다. 그렇게 말하던 박동량도, 결국 역적을 동정했다는 이유로 파직당한 상황이었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있던 이덕형은 왕이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의금부에게 남은 국문을 맡기고 다시 청으로 돌아와 다른 이들을 물리치고, 그가 이항복에게 물었다. "그래, 좀 알아보셨소?"

"오늘 연락을 받았는데, 정인홍이 이미 해뜨기 전에 봉산에 도착했다는군."

"합천에서 봉산까지 하루만에 갔다…아무리 빠른 파발마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인데." 이덕형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안 건가? 봉산군수 신율은 대북인데, 무슨 수로 봉산에 그가 도착했는지 알아낸 건가?"

"정충신에게서 도사(道士)를 하나 소개받은 적이 있네. 함경도에서 국경을 관리하던 자인데, 백 리밖의 일도 궤뚫어 보는 재주가 있다 하더군. 그자에게 부탁했네."

"정충신이라 함은 함경도에서 첨사(僉使)를 맡고 있는 자네 제자 아닌가? 음… 나도 장인이었던 문충 이산해 대감에게서 그러한 이야기를 몇몇 들은 적이 있네. 얼핏 듣기로는, 도사들을 모아 도감을 하나 만들었다는군."

"도감이라?" 이항복이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문충 대감이 만들었다면, 정인홍이 그와 여러 번 뜻을 같이 한 적이 있었으니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하루 만에 봉산까지 간 것도 도술을 이용한 것일수도 있네."

"일이 그리 된 것이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일세. 도술을 쓴다는 자들을 우리가 어이 상대하겠나. 배천 군수는 대나무 못을 발에 박아넣어 못이 관통해 튀어나올 정도로 형문하였다 하니, 너무나도 엄혹한 정국일세. 참으로 어렵지만, 다만…"

"다만?"

"그 도사를 통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네. 지금 청요직을 모두 대북이 차지하고 있으니, 조정 내에 우리가 믿고 쉬이 부릴 수 있는 자가 없네. 정인홍이라 하더라도 그자들을 휘하에서 부리지는 못할 터이니, 아무래도 그 도감에 직접 접근해서 부릴 수 있는 자를 찾아야겠네. 본디 그런 자들은 정과 사문을 중요히 여기는 법이니, 관원들의 명보다는 동류의 말을 더 들어주지 않겠나. " 이덕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충신이 알려주었다는 도사에게 말해보게. 만날 수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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