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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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거기 있었다. 다림질한 교복을 입은 채, 무너져가는 복도와 망가진 문을 헤집고 다녔다. 그들은 그를 두고 갔다. 모두를 데리고 공연하러 나갔다. 리는 행진을 계속했다. 곧 돌아올 것이었다. 신코피에는 언제나 리가 타악기를 연주할 자리가 남아있을 것이다. 위에서는 진행자들도 제 발걸음을 박자에 더하고 있었다. 리는 고개를 들고, 보조를 맞추며 오늘의 선율은 무엇일지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학생 여러분. 교장 베르너입니다. 미첼이 지금은 책임감을 갖고 한발 뒤로 물러나기 좋을 때라며, 다른 박자를 즐길 거라고 하더군요. 괜찮습니다. 우린 계속 나아갈 겁니다. 에펠탑의 첨탑처럼, 우린 많은 이들이 낙하산을 만들어 안전히 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고무할 겁니다. 그 누구도 이후 활동에서 배제되지 않을 겁니다. 우린 함께 하기 위해 모두를 데려온 것이니까요. 좋은 한 해 되십시오.

다른 학교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이들은 황폐한 밭의 허수아비처럼 걸어 다니며, 변한 게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어떤 이들은 그냥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곤 했다. 리는 뭘 보는지 물을 정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는 복도를 거닐다가 익숙한 얼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던 걸 기억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휘파람을 불었고, 입술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을 쳤다.

학생 여러분! 새로운 스케줄 시스템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요. 우린 여러분을 여섯 집단으로 나누어, 학교에서의 위치를 부여했습니다. 근본부터 재구성하는 일이 느닷없어 보이겠지만, 분명 오래전부터 계획되어온 것입니다. 교향악적 충성의 맹세를 위해 저와 함께하여, 품위 있게 여러분의 마음을 노래합시다.

신코피가 여기 와있다. 리는 제 힘줄이 반조처럼 팅 하고 울리는 데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밴드 설비에서 그 힘이, 그 영광이 나온다. 그 문제에 대해 새로이 말할 수 있는 열 한 가지의 놀라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리는 양주먹을 불끈 쥐었다. 달리려고 다리를 돌리지만, 어색한 자세만을 취했다. 힘줄의 진동이 옷깃을 꽉 붙잡고 태엽 감긴 시계처럼 앞으로 밀어붙였다.

학생 여러분, 안타깝지만 몇몇 직원과 학생들과 이제 작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드려야 하겠습니다. 용감히 제 의무를 다하고 있었으나, 삶이라는 교향악에 남은 공간에도 한도는 있으니까요. 부디 다른 장소로 간 그들을 기념하는 동안 침묵하며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것들을 듣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에, 군중이 헐떡거리며 달리는 리듬까지도 전부 듣고 있죠. 종과 칠판까지. 노래를요.

리는 연주를 멈추었다. 한기와 고통이 느껴졌다. 맙소사…아팠다. 모든 게 등에서부터 팔까지 할퀴며, 비틀리며 머리로 올라왔다. 이건 화음이 아니었다. 리는 한 걸음 내디디려 했지만 곧 넘어졌고, 양팔로 허리를 짚은 자세로 땅바닥과 부딪혔다. 교향곡 안에서 그가 있을 자리는 어디란 말인가?

이건 벌이었다. 한쪽 팔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리는 여기서 나가야 했다. 그가 해야 할 것은 연주뿐이었다. 신디와 다른 이들이 함께 연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리는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얼음장 같은 거품이 가슴에서 솟아 나오며 그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으며 생각을 맙소사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어떻게 제발 안돼 이제 기억해야 해

쉼표

점차 커지는 크레셴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점차 커지고 있다. 리는 힘없이 입술을 오므리고는 간신히 휘파람을 불었다. 크레셴도가 커졌다. 아 그 아름다움이여, 그 우아함이여. 그를 데려가길, 제 음으로 돌려보내길.

리는 눈을 감고는 잠이 들었다.

………

"이봐, 누구 또 찾았어?"

"한 명. 악단에 있었던 것 같은 애야. 위층 복도에서 찾았어. 뭔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던 모양이야."

"걔 그 뭐냐, 어…세 번째 방이었나 거기에 둬. 요원 몇 명이 A급 소거 처리한 뒤 나중에 돌려보낼 거니까."

"좀 도와줄래? 요즘 애들은 무겁더라고"

학생들은 오직 악단 단원들만이 학교 부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위반자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벌을 받는 것입니다.

리는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상태로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깨어났다. 그는 머리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고자 했다. 힘없고 굶주린 모기가 내는듯한 낮은 윙윙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선율도, 곡조도 없다. 한 걸음 내디디려 하자, 다리가 몸에 깔려 찌부러질 뻔했다. 넘어지지 않게 다리를 꽉 움켜쥐자, 교복의 감촉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얇은, 한 장의 옷뿐이었다.

교복도 없고, 악기도 없었다. 음악이 사라졌다. 리는 느릿하게 비틀거리며 다시 발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왜 그를 보냈을까? 전에 그럴 이유가 없을 때 이런 일이 종종 있었으니, 이제는 끝났어야 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리는 돌아가야 했다. 집으로. 학교가 집이었다. 리는 몸부림쳤다. 쿵쾅거림이 심장에서 목구멍으로, 머리까지 기어 올라왔다. 그들은 음악을 하고 있을 터이니 그도 거기에 동참해야 했다.

누군가 뭔갈 말했다.

제발

그들은 잊으라 말했다

리는 고개를 내저었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신…선율이 어땠었지? 그들은 어떤 노래를 불렀었지?

그들은 한 번도 노래한 적이 없었어, 리. 네가 잊은 거야. 잊기 참 쉽지, 안 그래?

소리는 점차 커졌고, 그들은 그에게 말하길 멈췄다. 더 크게, 더 희게.

우린 널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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