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

야훼는 그가 기억하는 한 가장 놀란 채로 골짜기로 걸어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움.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말을 잃은 적이 없었다.

골짜기는 — 그의 골짜기는 — 북적였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영혼들, 날짐승들, 길짐승들, 괴물들, 사람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른 이들.

고래의 영혼이 머리 위를 헤엄쳤다. 거대한 털 달린 것이 느릿하게 머나먼 산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 무리의 작고 푸른 빛이 나는 인간 모양 생물들이 낄낄거리면서 그의 얼굴 앞을 지나서는 사라졌다. 시커먼 인간 모양이 나타나서, 한번 눈을 깜빡하더니, 다시 사라졌다. 거대한 지네-아닌 것이 그에게 눈길을 한 번 주고 지나갔다.

혼미한 채로,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한 처음으로, 그와 같은 다른 이들과 함께 있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를 느끼면서, 야훼는 인간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다가가자, 무리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차분하고, 입술에는 피어싱을 한 검은 빛 긴 머리를 한 갈색 피부의 여자. 잠시 동안, 야훼는 이상하게도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야, 이런 욕구에 끌리는—

"엘!" 여자가 말했다.

"누구요?" 그의 머릿속에서 이 질문이 얼마나 불가능한 질문이었는지 깨닫지 못한 채로, 야훼가 물었다.

여자는 웃기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기억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네. 우리는 지난 수천 년을 잊힌 채로 보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특히나 말이야."

야훼는 정말로 아무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세라," 그녀가 말했다. "아세라야. 한 몇백년 간 당신의 배우자였지."

그의 머릿속에서 기묘한 혼란이 일어났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기억들—

이들은 다른 신들이었다, 그러니까 고대에 있던 거짓된 우상들 말이다, 그는 바람의 신이자 폭풍의 신이자 태양의 신이 되었던 때를, 편협하고 시기하는 신이었던 때를 기억했다, 그는 천국과 지구를 일곱 날 만에 만들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고난과 고통 속에 태어나 신성하지 않았지만 말할 수 없도록 강력했던 소년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인공의 신이 되도록 강요받은 다른 누군가였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그가 사라지지 않은 마지막 남은 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구의 미래는 영원히 그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희열을 기억했다, 그는 부모가 없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그의 할머니의 미소를 기억했다, 그는 수백만 개의 불가능한 모순된 기억들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일어나게 하고 있었다, 이 저주받은 인간의 몸이 그것들을 들어오게 했다, 그것은 그들이었다—

"그만!" 그가 포효했다.

야훼는 그의 계곡을 짓밟고 있는 피조물들을 바라보면서 손을 들었고, 그의 손짓에 모든 거짓 신들은 사라졌다.

또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실제로는 그가 손을 흔들었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것이다.

"있지," 아세라가 비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당신의 전처기는 하지만, 내 존재를 지우려고 하는 건 정말 무례한 거 알지."

그녀가 야훼의 허락 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런 신성 모독에도 폭발하여 사라지지 않았다.

"난 당신이 왜 여기 있는지 알지,"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한 곳을 가리켰고, 그의 시선을 계곡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야훼는 보았다, 물처럼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빛의 중심을 떠다니는 작은 물체를.

자물쇠였다.

"당신은 이 세상을 끝내려고 여기 왔지," 아세라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야. 여기 모인 모두 말이야."

"이건 불가능해," 야훼가 말했다. 그는 다시금 그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은 말이야," 아세라가 말했다. "나는 내가 아세라가 맞는지 잘 모르겠고, 당신이 야훼인지도 잘 모르겠어."

"뭐."

"당신도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한꺼번에 기억났다는 걸 알았겠지," 그녀가 말했다. "나도 그렇거든. 나도 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억하고 고대 시절에 세상에 태어났던 게 한꺼번에 기억이 났거든. 그건 그냥 시작일 뿐이야. 그러니까 이건 아마 신이 되기 위한 것들 중 일부거나, 아니면 아마도… 아마 그냥 인간에 비해 더 강한 무엇인가가 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녀는 다시 무리롤 돌아보았다. "이것들 모두가 신은 아니야, 그건 확신할 수 있어. 우리는 그저 세상을 끝내기로 "되어 있는" 존재들 중 둘일 뿐이야. 여기 모인 모두가 말이야."

야훼는 그녀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너는 — 너희 모두는 — 나하고 싸우기 위해서 온 거야? 나에게 대적하기 위해서, 나의 마지막 날을 막기 위해서?"

"뭐. 그래." 그녀는 약간 어색한 듯이 보였다, 마치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것처럼. "당신한테만 관계있는 건 아니야… 딱히 말이지. 정말로, 내 생각에 여기 모인, 어, 끝내려는 이들 중에 절반 정도는 그야말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알지도 못했을걸. 여기서 싸울 수는 없지, 그런데… 여기 대부분은 경쟁자가 있는 게 별로 기쁘지 않은 것 같아. 당신뿐만이 아니라 말이야."

그는 이것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생각. "당신이 단 한 명의 진정한 신의 권능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이 당신의 종말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고?"

아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아마도? 해볼 생각은 없어."

그는 잠시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세상을 끝내지 않을 생각이야?"

"나?" 아세라가 코웃음을 쳤다. "씨발 안해."

"당신이 말하지 않았어… 그럼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물론 여기로 부름을 받았지만, 저 자물쇠라도 내가 세상을 끝내게 만들 수는 없어. 싱가포르에서 해산물 먹어본 적 있어? 스마트폰 써본 적 있어? 정글에서 달려본 적은? 태양의 서커스는 본 적 있어? 비행기는? 인터넷 서핑은? 촉수 포르노는 본 적 있어? 스타 워즈 봤어? 방랑자의 도서관은 가 봤어? 인간 도시의 그 콘크리트 미로에서 길을 잃어 본 적은? 아니야, 나는 이 세상이 이대로 있는 게 좋아, 고맙지만. 좀 맛이 가기는 했지만, 전부 날려버리는 건 아무 것도 발전시킬 수 없어."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안 해," 그녀가 말했다. "나는 세상을 끝내려는 계획 없어. 사실 당신이,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세상을 끝내도록 둘 계획도 없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미안."

야훼의 속에서 다시 신성한 분노가 차올랐고, 그는 입을 열었지만, 다시 한 번 방해를 받았다.

"실례합니다만,"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말했다.

이 여자의 목소리는 크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계곡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프리카계의, 회색 정장을 입은, 검은 피부의 여자였고, 계곡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짓은 그녀가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우쭐대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야훼는 그를 둘러싼 낯선 생물들과는 달리 그녀는 인간이라는 점을 즉시 알아챘지만,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절대로, 제약이 걸린 인간의 몸에 있다고 해도 말이다. 야훼는 모든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거짓 신들과 "끝내려는 이"들은 그를 방해할 수 있었지만, 인간만은 절대로—

"저는 재단의 이익을 위해서 왔습니다," 여자가 말했다. "당신들 중 몇 명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 겁니다. 몇 명은 모르겠지만요. 재단은 인간의 수호자들입니다. 당신들 중 몇 명은 우리가 가둬 놓았었고, 몇 명은 우리와 타협을 했습니다, 모두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바닥에 앉았는데, 몸에 밴 듯한 격식이 있었고, 그것은 야훼가 거의 알아차린 일종의 격식이었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긴 침묵이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뭐야?" 붉은 피부의 생물이 그녀에게 물었다.

"인간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SCP 재단의 관리자입니다."

"불가능해," 야훼는 말했다. "내가 당신들 관리자들을 전부 알고 있어. 저번 관리자는 몇 년 전에 죽었고, 당신은 그가 아니야. 당신은 아무도 아니야."

"저는 보호를 받고—" 여자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야," 표범을 닮은 개체가 군중에서 소리를 질렀다. 야훼는 이 방해에 속이 끓었다. "당신이 인간이라면, 우리는 당신을 만질 수 있을걸."

"저는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관리자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보호를 제외하면, 저는 인간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닙니다. 세상을 끝내는 임무를 위해 당신들이 죽이려는 다른 인간들과 똑같이요."

"그래서 뭘 원하는가, 인간?" 다른 끝내려는 이가 물었다.

"우리는 지적생명체가 없는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그것도 다수의 세계를요. 당신들 모두에게 충분할 만큼요. 당신들은 이 세상을 끝낼 필요가 없어요. 누구도 죽을 필요가 없어요. 당신들은 수백개의 다른 세계를 가질 수 있으니까." 그녀는 잠시 멈췄다. "저는 당신들이 이 세상이 남은 역사를 평안 속에 살 수 있도록 내버려두기를 바랍니다."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전부 소리를 통해서는 아니고 - 대부분은 생각을 통해 전파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모욕하려는 건가—

나는 세상을 구하러 왔어, 세상을 구하려면 세상을 끝내야 해—-

인간이 낄 자리가 아니야—

이건 세상의 마지막 날이야—

도대체 어떻게 여기 온 거야, 네놈들 모두—

모두 불태우리라—

이 시대는 끝났어, 이전에 끝난 다른 모든 시대와 똑같이—

누가 나를 거역하겠는가, 하물며 저 작은 존재가—

"대가는 뭔가, 인간?" 일단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거대한, 여우 털 달린 존재가 물었다.

"대가로…" 관리자는 주저했다. 야훼는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스스로 말하려고 하는 것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확신이 없고,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었다.

"대가로, 우리는 당신들을 파괴하지 않겠습니다."

침묵. 그들 중 몇 명은 웃었다. 대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거나, 그저 황당한 듯 했다. 다수는 관심을 잃어버리고,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아무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관리자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관리자가 일어섰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나, 인간?" 무정형의 푸른 형체가 무리 중에서 소리쳤다. "자네의 재단을 가지고 우리와 함께 세상을 끝내러 오라고. 신세계에서는 자네들한테 원하는 건 뭐든지 줄 테니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말이야."

"우리는 재단입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을 숭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가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에 대한 공포로 숨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이 생각을 바꾸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당신들에게 대적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혼자서라도 말입니다.

그녀는 야훼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아주 잠깐 동안, 야훼는 스스로를 SCP-343이라고 생각했다.

"당신들 모두와 말입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그녀의 형체가 깜빡이더니,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계곡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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