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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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기어나와. 언제까지 날백수로 방구석에서 쌀만 축낼 거야!」
「아, 아파! 귀 잡아당기지 마요!」

양옥집 2층 계단에서 질질 끌고 끌리며 내려오는 두 명의 여자.
언뜻 보기엔 평범한 두 사람이지만, 사실 한쪽은 오백 년 묵은 여우고, 다른 한 쪽은 9년 전까지는 남자였다.

「그리고 제가 언제 쌀만 축냈다고 그래요! 그동안 열심히 마술 공부 하고 있었거든요?」
「옘병하고. 이림이 넌 절대 마술 못 쓴다 그랬잖아. 몇년째 그 궁리만 하고 있었냐? 무슨 고시 장수생도 아니고, 되지도 않을 거 붙잡고 앉았으니 그보다 더 한심하다, 야」
「너무하시네 진짜! 나 고3 때 내 덕분에 다 살았던 건 기억 안 나요?」
「그건 진짜 진짜 예외적인 경우였고. 그 뒤로 한번이라도 마술 써본 적 있냐? 없잖아, 임마. 시간낭비 그만하고, 집 밖으로 나와서 일이나 해」
「싫다는 사람한테 강제로 노동을 시키려 하고, 그게 대장의 사회주의입니까?」
「일하지 않는 새끼 처먹지 말라는 것도 사회주의거든?」
「누나! 나 좀 살려 줘! 누나아!」

1층에 내려와 옆으로 거실이 지나가자 끌려가는 쪽, 이림은 몸부림을 치며 날뛰었다. 필사적으로 부르는 소리도 무색하게, 불린 쪽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감자칩을 씹으며 돌아볼 뿐.

「뭐 하세요?」
「이번 기회에 이 개백수 새끼 사람 좀 만들게. 연이 너, 방해하지 마라」
「방해는요. 대장이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누나?! 그런 게 어딨어? 누나아!!」
「힘내라, 동생~」

호야는 이림의 귀를 놓고, 다리를 차 넘어뜨린 뒤 두 다리를 잡고 마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다시 텔레비전 쪽으로 돌아앉은 이연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팔만 들어 오른손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이런 게 어딨어어――――!!」

호야가 서재 문을 걷어차 열고, 이림은 그대로 질질 끌려 서재 안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키실 건데요? 대장 말마따나 전 마술도 못 쓰는 무능력자잖아요」
「무능력자가 아니고 비능력자. 말 좀 조심해서 해라. 쯧」
「저 당사자성 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괴수들 기인열전을 찍고 있는데 나만 못 그러니 박탈감 쩌는 거 알아요?」
「하여간 입만 살아선」

호야가 때릴 것처럼 오른팔을 왼어깨 위로 들어 으름장을 놓자 이림은 목을 움츠리며 궁시렁댔다.

「아, 막말로 제가 무슨 틀린 말 했어요? 아무 능력도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데요?」
「쿠리어」
「쿠리어어?」

쿠리어――사전에 찾으면 그냥 배달부라는 뜻이지만, 무역용어로는 통관절차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서 보다 빠르게, 보다 비싸게 배달해주는 서비스, 즉슨 국제특송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국제특송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빠르게 연결하듯이, 차원과 차원 사이에 (통관 같은 귀찮은 절차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서) 빠르게 물건을 운반해 줄 수 있는 밀수 퀵서비스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니――

「에이씨, 일을 시켜도 하필 귀찮게 발품 팔아야 하는 걸……」
「그건 걱정 마라. 배달 일 시키면서 차도 한 대 안 주겠냐? 다 준비해 놨지」
「차? 차를 주신다고요? 정말요?」
「새끼, 눈 반짝거리는 거 봐라.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 하더냐. 모리안 시켜서 튜닝까지 다 해 놨다」
「……월급은 얼마 주실 건데요?」
「내가 월급을 왜 줘? 배달비 받는대로 다 네 거지. 그렇게 벌어서 매달 맹비나 네 돈으로 내라. 네 누나인지 언니인지가 그만 좀 2인분 내게 하고. 율이 맹비 내러 독일에서 들를 때마다 쪽팔리지도 않냐?」
「거기서 서율이가 왜 나와요? 아니, 그 전에 잠깐만. 대장이 저한테 월급 줄 것도 아니면, 제가 일하기 싫으면 그냥 일 안 하면 그만이네, 안 그래요?」
「응. 그럴까봐서 나한테는 주먹이 있지」

이림을 끌고 복도 끝까지 걸어온 호야가 문제의 그 "주먹"으로 벽의 버튼을 두들기듯이 누르자, 서서히 셔터가 올라가며 하얀 빛이 새어나왔다.

「자, 우리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꿈의 자동차, 보시라!」
「귀염둥이, 안녕?」

호야가 "자동차"를 향해 팔을 뻗지, 차에 기대 있던 모리안이 손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림은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이…….

「………」
「뭐야, 그 표정은?」
「뭐야? 그건 제가 할 말이거든요? 이게 뭐야! 다마스잖아요! 지금 2022년이거든요? 일부러 구하려고 해도 못 구하겠다! 대장 진짜 저한테 유감 있어요?」
「다마스가 뭐 어때서? 짜식이 겉멋만 들어서」
「대장은 8기통 슈퍼카 타고 다니면서 저한테는 다마스가 뭐에요?」
「야, 그게 내 차냐? 쟤 거지」

모리안을 가리켜 말하고 곧바로 이어 말하는 호야.

「그리고 나 그거 안 타. 난 천성이 뚜벅이라」
「차멀미 때문이잖아」
「거 입 닥쳐라」

차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킨 모리안은 으르렁대는 호야를 능숙하게 무시하고 차체를 통통 두드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 개조하면서 재미있더라. 이런 차가 다 있네? 생긴 것도 풍뎅이처럼 생겨서 귀여운 걸. 그래서 초록색으로 도색하고 이름도 풍뎅이 호라고 지었어. 어때? 여기 앞유리 밑에다가 데칼로 붙여 놨어」
「더더욱 타기 싫어지는데요. 두분이 저를 수치사시키려고 작정하셨나요」
「네가 "길"을 열 수 없으니까, 그 점 감안해서 차에 "길"을 여닫을 수 있는 기능을 달았고, 그 기능을 조정할 겸, 내비 겸 여러가지 다용도로 브라단이 코딩한 유틸리티를 탑재했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길"을 여닫아서 차원 사이를 오갈 때 말고는 평범한 자동차처럼 운전해야 할 거야. "길"을 여닫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무한정이 아니고, 또 여닫을 때 발생하는 EVE가 GOC나 재단에 감지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하고많은 차 중에서 왜 하필 다마스」
「자위용 무기 정도는 탑재해 놨어. 무기 운용도 유틸리티가 맡도록 했고. 대량살상은 무리겠지만 어지간해서는 다칠 일은 없을 거야」
「………」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탈출 버튼도 있어. 어느 위치, 어느 차원에서든 누르면 여기 차고로 순간이동하도록. 하지만 "길"을 통하지 않는 전이는 불안정하고, 혹시 이상한 게 따라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그건 진짜 최후의 수단이야. 질문 있어?」
「아뇨……. 없어요……」

무슨 말을 해도 왜 하필 다마스냐는 자기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이림은 그냥 포기해 버렸다.
일단 빨리 이 자리를 모면하고, 저 망할 다마스를 어딘가 꼴아박아 박살내고 새 차를 요구하던지 아예 일을 때려치우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사이퍼시티에 사서함 하나 파 뒀으니까, 그걸로 의뢰 받아 일하도록 해」

모리안이 손을 내밀자 이림은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모리안은 휴대폰을 몇 번 눌러 조작한 뒤, 다이몬 어플리케이션이 뜬 화면을 보여주었다.

「전뇌공간에 다이브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맥스웰 네트워크인데?」
「왜, 하고 싶어?」
「아뇨. 위험한 거 싫죠」
「싱겁긴」

모리안에게 돌려받은 휴대폰 화면에는 {Courier_Jade} 라는 아이디가 로그인되어 있었다.

「……제이드는 뭐에요?」
「네 이름. 옥구슬 림(琳)자잖아」

대답한 것은 옆에 비켜 있던 호야였다.

「정말 구리네요」
「진짜 썩은 드립으로 받아칠 수 있지만 내 품위를 생각해서 참는다」
「아무렴요」
「그럼 바로 첫번째 일부터 시작할까? 일본 좀 다녀와라. 청이한테 받을 게 있다」
「에? 지금 바로요?」
「그래. 앞으로도 다른 일 없으면 이렇게 조직 일 거들도록 해. 연이가 만드는 마도구들 처분하고 배달하고 하는 것도 다 일이야」
「뿐이겠어요. 기남이 형이 만드는 밧줄도 있겠죠」

툴툴거리며 운전석에 오르는 이림. 호야는 차문을 닫으며 응원의 말을 남긴다.

「안전운전 해라」
「잠깐만, 모리안. 그런데 여기 탑재된 유틸리티에 자율주행 기능은 없어요?」
「있긴 해. 그런데 수동변속이라서 자율주행 하면서도 변속은 네가 해야 해서 쓸모가 없을 걸」
「가지가지 한다, 진짜」

볼멘소리를 내면서, 이림은 자동차 시동을 넣었다.










능구렁이 손 맹원. 원래 남자였지만 고3 때 모종의 이유로 신체가 여성이 되었다. 그 뒤 남자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지만 성공할 기약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14학번)을 뺀질거리다 7년만에 졸업하고, 2년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호야에게 끌려나와 반 강제로 쿠리어 일을 하게 되었다.
마술이나 초능력에 전혀 재능이 없다. 초상세계와 변칙성에 대한 지식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인.
시니컬한 성격으로, 빈정대기가 특기. 취미는 개미 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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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손 맹원. 이림의 손윗누이. 초상사회에서 Kite Lee 라는 가명으로 이름난 마도구사(인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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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손 맹원. 이림과 친구 이상 애인 미만 관계. 독일 마술사한림원에서 유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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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손 주석. 500년 묵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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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안Morríghan

능구렁이 손 맹원. 아일랜드의 투어허 데 다넌 출신. 경지에 달한 둔갑술사.
자동차를 좋아하고 각종 개조에 능하다. 본인의 애차는 1938년형 팬텀 코르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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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멜라Mimela

풍뎅이 자동차에 탑재된 유틸리티. 아바타는 풍뎅이(Mimela splendens)를 사용한다.
능구렁이 손의 회계인 AIC 브라단 파서가 코딩했다. AIC만큼 정교하지는 않지만 지능이 있다.
풍뎅이 1호가 박살난 뒤에도 풍뎅이 2호에 계속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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