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날부턴가 벽 속에서 틱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하루 종일 들렸고 밤이 되자 마침내 사람들이 거기에 신경을 썼다. 주먹들이 옆집을 두드렸다. 이웃들이 복도로 나와서 서로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그들은 남남이었고 거리끼지 않았다. 아파트는 삭막했다. 그리고 황폐하기도 했다. 싸움이 이어지면서 언성도 높아졌다. 결국 사람이 죽었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극이 벌어졌다. 손에 피를 묻힌 남자는 똑같은 말만 연거푸 반복해댔다. 벽 속에서 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모두 살 아래에 피로를 품고 있었다. 고함소리는 일상이 되었고 거기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쉬웠다. 그들은 잠자리에 누워 소리를 셌고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긁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적응했다. 이제 아파트는 차가웠다. 피로가 사라지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표정도 없어졌다. 똑같아졌다. 갉작거리는 소리는 몇 겹으로 겹쳤고 수많은 톱니바퀴처럼 한결같이 동작했다. 그들이 세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하나 둘, 그리고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에서 발생한 집단 정신 퇴행 현상은 온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었습니다. 어떤 의학 전문가도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직 증세가 아스퍼거 증후군과 닮았다는 의견만이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정신병리학자들은 근본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기타 자폐 스펙트럼과는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며 부정하고, 이것이 사회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정신 질환이 아닌가 하는 견해를 조심스레 내어 놓았습니다. 환경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또 한 번 화두가 되면서 의학계에 큰 파장이……

시청자 중 한 분이 제보해주신 영상입니다. 군 병력으로 보이는 인원들이 민간인을 향해 총을 겨누고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뒤편에 '치매 병' 환자들이 보이는데요, 이어서 방호복을 입고 있는 인원들이 그들을 한 곳으로 모읍니다. 칸막이가 쳐졌습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소속을 밝히라며 항의하는 경찰 책임자를 물리고 사람들을 강제로 해산시킵니다.

……감염자들이 혀로 틱, 틱, 소리를 낸다고 하여 틱톡 바이러스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있었던 봉사 단체 실종 사건에 이어서 방송국의 보도진까지 행방불명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시위 열기가 드세지는 가운데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시가지 행진에 참가할 생각입니다.

검역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첫 번째 환자가 발견되면서 틱톡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구금된 피해자 중 한 사람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권위가 이를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음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사람들의 강제구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헤이즐 빌딩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된 겁니까?" "물러나세요. 기자들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에만 응해주세요!" "개인적인 인터뷰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소속이 어디십니까?" "독단적으로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습니다." "누가 책임자죠?" (소란) "막아! 막아!" "무슨 일입니까?" "물러나세요. 물러나세요!" (고함소리) "잡아!" "오 세상에 저게 대체 뭐─"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거듭된 발언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윗대가리들이 벌이고 있는 짓거리를 봐도 감이 안 잡힙니까? 당신처럼 생각도 근거도 없이 오버하는 게 아니에요. 이건 21세기의 흑사병이라고요, 한 번 걸리면 살아남는 사람이 없단 말입니다!

중국 뱌오샨 항구에서 감염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검문소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30대 남성은……WHO는 이 날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대응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전체 감염자를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현재까지 치사율이 80%를 넘게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며 '상황이 절망스럽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3일 발생한 커프스 병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범인은 '전염이 두려웠다'고……

'틱톡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당신을 '틱톡거리게' 만듭니다. 당신을 기계 좀비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저는 전국의사협회의 협회장이고, 노벨의학상에도 노미네이트된 바 있습니다. 저는 제가 그 누구보다 인간 생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이 바이러스는 유기체를 기계로 바꾸고 있습니다.

국가 위기 대응 긴급명령에 의해 수십만 톤의 수혈팩이 폐기 처분되었습니다. 국회에서 뒤늦은 부결이 선언되었으나 행정부는 그것을 무시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수혈팩뿐만 아니라……

거기까지 갔을 때 내가 뭘 봤는줄 아십니까? 전투기를 봤어요. 팔콘 팩스터가 케이퍼 강 위의 모든 다리를 폭격했습니다. 정부 당국은 북부를 완전히 포기했어요.

우리들은 현재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국가 존립 여부가 위협받고 있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여러분 모두가 단결할 때입니다.

'데이비드 일병 사건' 이후 도심은 무법지대로 변했습니다. 시민들이 감염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자국민들 간의 충돌이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총기는 이제 비단 감염자들뿐만 아니라 강도 행위와 연결되어……

윗놈들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것들을 지금까지처럼 상대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양반들이잖아요. 이봐요,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당신 그거 알아요? 이 바이러스는 비단 생물에만 감염되는 게 아니에요. 그 미친 바이러스가 창문에도 빌딩에도 망할 보도 블록에도 퍼지고 있단 말입니다. 모든 게 쇳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어요. 모든 게 기계처럼 변해서 꿈틀거리고 있다고요. 빌어먹을, 그런 데다 탱크를 보내겠다고요?

상류 부근에 인접한 도시들과는 완전히 연락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전력 공사는 금일 14시경 스완 댐이 작동을 정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케이퍼 강에서 식수를 충당하는 킨들 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부 지방 전체에 퍼진 '틱톡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정부가 군을 동원하여 주 경계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피난민들의 행렬은 무려 7km에 달합니다. 군 관계자는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이들이 설치된 검문소에서 감염 여부를 판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01 구출 작전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페드윅 대학교는 아시다시피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떠밀었던 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0월이면 거긴 벌써 겨울입니다. 장갑차는 눈밭을 올라가지 못했고 우리는 결국 비틀거리며 홀로 걸어오는 데이비드 일병을 쏴야 했습니다. 모두가 그걸 봤어요, 제기랄. 모두가 기대에 찬 눈으로 돌아오는 장갑차를 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작전 자체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그동안 계속 생존자 구출과 치료제 개발을 주장하던 온건파가 밀려나고, 감염된 기미를 보이면 바로 쏘아 죽이자는 강경파가 지지를 받기 시작한 거죠.

노스캐롤에서 보트를 타고 도망쳐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선덜랜드 일가족이 지금 검역소로 인도되어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당국은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도 검역소로 출석해주기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덜랜드 일가의 두 남매는 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았음이 확인되었으며, 선덜랜드 부부는 아직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마찬가지의 결과일 거라고 합니다. 일가의 안전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북부 지방의 상황에 대해 쏠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스캐롤은 '보트를 제외한 도시 전체가 기계로 들끓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는 케일린 시민 공원입니다, 지금 헬기를 타고 전경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마거릿 로드로 향하는 입구에 거대한 바리게이트가 보입니다! 피아노, 소파, 옷장들이 겹겹이 쌓여있는데요, 생존자들이 감염자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쌓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공원 내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피스톨? 그딴 소리는 하지도 말아요. 피스톨로는 그놈들의 번쩍번쩍한 머리통을 못 뚫어요. 적어도 더블배럴 샷건 정도는 되어야 뒤로 넘어갑니다. 아니요, 총 같은 건 잊어버리세요. 놈들의 약점이 뭔지 알아요? 바닷물이에요. 짠물. 선덜랜드 가족을 기억해요. 노스캐롤은 보트만 멀쩡했어요. 이게 무슨 뜻이겠어요? 소금물이 그것들을 녹슬게 한다고요. 알아들었어요? 이번 일을 상식적으로 바라볼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바닷물. 호스를 써요.

화면에 전날 크레포 활주로에서 소방차들이 출동하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차량들은 지금쯤 배수진에 도착했을 텐데요. 이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쯤 되리라고 보십니까? 사실상 말도 안되는 발상이죠. 군대도 막지 못하는 걸 소방차로 막다니요? 이게 애들 장난입니까? 그러면 허턴 교수님께서는 이번 작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계시다는 거군요?……

새로운 수도관이 성공적으로 증설되었습니다. 샤크빌 호수를 식수원으로 하고 있는 이 수도관은 엄중한 전자식 보안 속에 관리되고 있으며 호수 주변을 벽으로 둘러싸고 외부의 침입을 막아 바이러스에도 안전합니다.

에디 챌런 소방장관이 재난 대응 총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수를 끌어담은 소방차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감염자들을 막아낸 바 있는 그는 케이퍼 강을 해수로 채우자는 국가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개조된 병원 헬기가 바리게이트 위에 시멘트를 붓고 있습니다. '방화벽'이 완성되면 2km 전방의 '케이퍼 선'과 시너지를 이루는 방어 요소로 작용하여 그 이남으로 침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리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남부의 유일한 격리지구 로즈데일 시는 2년 전 완전히 방화벽에 가로막혔습니다! 네 지금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 바로 센트럴 타워인데요, 거대한 시계추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외벽에 걸쳐 있고 창틀 속으로 수많은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과 2년 사이에 벌어진 이 같은 변화는……


격리지구 로즈데일, 관리 532일째. 북서쪽 외벽에 결함 발견. 일주일 내에 보강 예정. 외벽에 접근하는 감염자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듦. 외부 해수 펌프 개량 작업은 필요 없을 듯하다.

금일 9명으로 구성된 4개조가 격리지구 내에 돌입, 100번 도로를 지나 캠퍼 통조림 공장 수색함. 성과 없음. 2명의 인원 손실, 추가적으로 1명의 보호복이 찢어진 것이 확인됨. 격리 후 상태 관찰 중.

이틀 전 100번 도로 작전에서 구출했던 민간인 감염 확인. 임상치료제 투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임. 일주일 정도 경과를 더 지켜보고 사살하겠음. 더 이상의 남은 임상치료제가 없다.

격리지구 로즈데일 보안 책임자 제이미 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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