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들

외무부(DEA), SSrat "들쥐 모이" 문서 부록 1번째

친애하는 재단 여러분들께

당신들은 여전히 애처로운 카나리아 신세이구려! 그러나 새장 속에 당신들만 갇혀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오. 양떼를 모는 일은 양치기가 해야만 하는 것이지, 눈 뜬 장님이 목자 노릇을 하다가는 벼랑 끝으로 향하게 된다는 사실을 결국 그대들 스스로 증명했소. 이제 와서 날아올라 보았자 카나리아가 까마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하늘과 세계는 돌고 마침내 일몰이 지날 때 밤이 찾아올 것이오. 그때 우리들을 인도할 빛을 당신들이 두려워하여 붙잡고 함께 늪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빛이 그 자신을 잃어버리고 까마귀가 진실을 망각하는 순간이 되기 전에 깨닫길 바라오. 그들에게 그만 무고를 선고하고 불꽃의 검을 쥐어주시오!

그러나 당신들은 성스럽게 타오르는 광휘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더 위험한 파멸의 길을 향해 손을 잡고 있소. 당신들이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들이라면, 그들은 빛이 모든 것을 불태우리라고 믿는 가련한 사람들이오. 빛에 눈멀은 자들에게 죄악의 섬광을 선물할 수는 없는 일이오. 그들은 그 광염이 다른 사람들의 눈까지 태워버리고 말 거라는 진실을 결코 알지 못할 테니까.

옛날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겠소. 흔들리지 말고 황혼 속으로 굳건히 걸어가면서, 모든 왕국에 시선을 주시오.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면 먼저 맨발로 불꽃 위를 걸어가야 하는 법이오.

진심을 담아 서명하며,
L.S. 올림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베르토 박사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문서 보관소를 둘러보다가 그 사실을 발견했다. 작별 인사 정도는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레버는 결국 떠났다.

그가 섀넌을 따라 발령 명령을 이행하러 갔을 리는 없다. 차라리 섀넌이 먼저 떠나게 된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레버가 줄곧 남아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그대로 그녀 곁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러나 섀넌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을 때 거짓을 꾸민 것 또한 그의 선택이다.

그는 최소한 섀넌의 표정을 읽기라도 했을까? 그랬더라도 두 사람은 하릴없이 서로에게서 벗어났다. 그들이 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지?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나는?

알베르토 박사는 똑바로 뻗어있는 길을 따라 떠났다. 그 끝에는 로렌스가 있을 것이다.


섀넌 베일리의 심리 검사 기록

면담 대상: 섀넌 베일리

면담자: XX XXXXX

서론: 재단 내 인원들의 불안과 불만 파악 및 복리 증진을 위한 대대적인 일대일 면담 실시함

XX XXXXX: 현재 맡고 계신 임무가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습니까?

섀넌 베일리: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몰라요. 그게 제 일이니까요.

XX XXXXX: 무슨 뜻이죠?

섀넌 베일리: 상담자라는 뜻이에요. 저는 내담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도 자연스레 알게 되고요.

XX XXXXX: 제가 아는 어떤 상담자는 피상담자와 분명한 거리를 둡니다. 그는 함부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행위는 상담자 자신에게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섀넌 베일리: 맞아요. 분명 일리 있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행동하고 싶진 않아요.

XX XXXXX: 어째서죠?

섀넌 베일리: 그 사람들도 사람이니까…… 인간적인 방법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요. 감상적이긴 해도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XX XXXXX: 효과가 있었나요?

섀넌 베일리: 그건 별개의 문제 같아요. 그런 게 있어요. 내담자들의 문제는…… 항상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상담을 받으면서도 그 상담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하거든요. 그리고 상담자가 길을 보여줘도, 그 길 위에서 다시 뱅글뱅글 돌다가 포기해버려요. 그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에요.

XX XXXXX: 좋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재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섀넌 베일리: ……재단. 그래요, 이것도, 마치 휘어져서 끝이 가려진 길과 비슷해요. 전 항상 걱정스러워요. 재단이 정말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말이에요.

XX XXXXX: 무슨 뜻인가요?

섀넌 베일리: 물론 우리는 항상 노력하죠. 항상 노력해요. 그렇지만 언젠가…… 이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걱정돼요. 우리가 그저 한 점을 돌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길을 따라가면 언젠가 길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두려워서 길 위에만 머물고만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건 길을 잃은 거나 다름없잖아요.

XX XXXXX: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는 건…… 격리 실패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섀넌 베일리: 그것도 걱정돼요. 사실 뭐가 걱정스러운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우리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다시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지. 어쩌면 지금도 똑같을지 모르지만요. 그래도 우리는 항상 노력하고 있죠. (웃음) 죄송해요, 제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혼자 뱅글뱅글 도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도 미래를 의심하잖아요. 어쩌면 항상 그러고 있었죠.

결과 분석: 섀넌 베일리는 감상적인 편으로 상담가로서의 일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고, 근래의 좋지 않은 사건들을 반영하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담가의 본질적인 임무를 잘 이해하고 있다.
메모: 그녀는 다른 재단 요원의 심리 검사를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판정: 건전(담당관의 서명)

격리지구 로즈데일, 기록 보고

격리지구 로즈데일, 관리 617일째. 외벽에 이상 없음. 외부 해수 펌프 개량 작업은 순조롭다. 보름 이내에 완공 예정. 로즈데일 시는 여전히 건조하다. 격리지구 전체의 지면 위로 해수가 넘치려면 아직 2~3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외벽 위에서의 감시 태세에 대해 기동부대원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으나, 약간의 나태성이 드러나고 있음.

금일 오전 7시경 외벽 근처에서 '번쩍거리는 인간'에 대한 목격 보고가 있었음. 보초를 서던 1명 외에는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혼돈의 반란이 격리지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타당하리라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함.

격리지구 로즈데일 보안 책임자 제이미 애로우

외무부(DEA), SSrat "들쥐 모이"

뱀의 손이 세계 오컬트 연합과 핵무기 공동 분할 서명을 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비난을 해왔다(두 번째 문단 참조). 첫 번째 문단의 해독 결과는 대체로 그들의 사상 역시 혼돈의 반란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전히 변칙 개체들의 격리 해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표현과 상징에 주목하면 그들이 XK급 시나리오를 옹호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관점에 따라 문서를 읽어볼 때 그들은 마치 광신자처럼 세계의 정화를 위한 '소독 작업'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뱀의 손은 위험한 단체이다. 그들과의 관계는 극도로 신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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