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 처방

방 중앙의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모인 열두 명의 남자는 이미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사람들이었다. 늘 침착과 평정을 유지하던 과거와는 달리 공석이 만들어지면서 균형이 무너져버렸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쌓아올린 더없이 안전한 보루 속에서 모든 것을 조율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깨어진 지금, 그들은 이제 위험이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그들과 충돌이 벌어질 거예요. 우리가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해요."

"행동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습니다."

테이블 한 편에서 한 남자가 발언하자, 다른 쪽에서 재빨리 그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어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 뜻은 물론 같이 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어떤 식의 행동을 말하는 겁니까? 두 군대는 공교롭게도 민간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사건이 터지는 동안 그나마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던 남자가 모두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행동 방침을 요구했다.

"전선이 거기만 있습니까? 산맥이든 강이든 상대는 어디든 넘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지요, 태엽장치 바이러스가 퍼진 영역을 생각해 보세요."

"그것도 그렇게 옆에 딸린 문제로 쉽게 넘길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바이러스는 점점 반경을 넓히고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민간인을 사이에 두고 대치만 하다가는, 우리들까지 모조리 감염되고 말 겁니다."

"민간인들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열 개 남짓한 시선들이 한순간 교차했다.

"연방수사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조약을 맺어야죠."

"그들을 어떻게 믿고요?"

한 남자가 비어있는 의자 하나를 곁눈질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남자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민간인들을 싸움에 휘말리게 하겠습니까?"

"아니요, 이미 한 번 배신한 자들이고, 우리가 연합과 함께 군대를 묶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지금 수세에 몰린 셈입니다. 그들이 먼저 달려들 가능성이 큰데요?"

"그렇다고 이 상황을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쪽 군부를 동원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회의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발언한 남자는 한 번 주춤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장거리 무기를 써야 합니다."

맞은 편의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미사일을 의미하는 겁니까?"

그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순간 이미 이번 회의의 최종 결론이 12명의 남자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그들은 성급하게 굴지 않고 마치 짜여 있는 계획표를 실천하듯 방금의 사고 과정을 그대로 읽어나갔다. 그다음부터 대화는 대본을 읽듯 착착 진행되었다.

"상대방도 미사일은 있습니다. 요격 기술도 있고요."

"그리고 사실 연방수사국의 보유고가 더 풍부하죠."

"그러니만큼 오히려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타격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가진 미사일을 모두 쏘아 올려도 그들 모두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 결정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겁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거기서 끝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도 마찬가지지요. 그들이 배신한 순간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겁니다. 우리는 그들을 끝장내야 합니다."

"일격에 그들의 전투 능력을 상실토록 만드는 것은 단순한 군부 자원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요. 그러나……."

"우리는 지금 핵무기를 의미하고 있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 목소리는 비록 테이블의 많은 끝 중 하나에서 나왔지만, 모두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보아도 좋았다. 그들이 새삼스럽게 결정을 망설일 때 어느 남자가 유연한 솜씨로 쐐기를 박았다.

"그렇습니다. 그 일격으로 블랙아웃을 만드는 겁니다."

구체적인 실전 용어가 등장하자 그들의 중압감은 한순간에 잘게 나누어졌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것들을 누를 수 있을 만큼 무거운 문제였다.

"타격 지점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미 보병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의 주요 거점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동시 다발적인 공격이 필요하겠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회의 속에서 잇따른 발언들은 마치 이미 그렇게 되기로 결정된 일인 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분명 고스란히 실현될 문제이다. 간부 회의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이끌어내기 위한 길목에 불과했다. 그들이 이끄는 회의는 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만나면 느끼는 흥분과 같이 변하여 최종 결론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윤리 위원회는,"

그 순간 테이블 옆에 홀로 놓여있는 의자 위에서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2명의 남자들은 그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처럼 움찔하며 방 모퉁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리지웨이가 곧은 시선으로 원형 테이블을 마주하며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남자들이 이내 잘못을 들킨 죄인 같은 표정으로 다시 테이블을 향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누구인지 모를 입에서 한 마디만이 튀어나왔다.

"……좋습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만 합시다."


레버는 난민 캠프 안을 걷고 있었다. 귓전에서 지긋한 목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흘려넘기고 눈을 바삐 움직이면서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베일리 군, 내 말 듣고 있나?"

"물론입니다, 박사님."

"심리 검사를 받을 생각이 정말 없는 겐가?"

"죄송하지만 박사님, 전 지금 바쁩니다."

"바빠? 바쁘다니? 자네한테 배정된 임무가 없어! 지금 몇 주째 자네 멋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아나!"

"'몇 달째'라고 말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박사님. 그러나 이것은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네."

"그리고 재단에 있어서도 중요한 일이 될 겁니다."

"빌어먹을, 자네가 누굴 쫓는진 우리 전부 다 알고 있어."

그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건 금지 사항이야. 내 말 알아들어? 그 여자를 쫓는 건 금기라고."

"당신들은 겁이 너무 많습니다. 그녀가 결국 우리 모두를 가둬버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헛소리 좀 작작하게, 레버. 그 여자는 그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잠자코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아니야, 젠장할, 그렇다면 좀 그렇다고 알아 들어!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자넨 진작 우리 요원에게 총 맞고 죽었을 걸세."

"그렇겠죠, 박사님. 그 남자는 당신들이 그 여자를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하얀 옷의 여자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끊어졌던 다시 발소리가 이어졌다.

"최근에 그 남자와 또 만났나?"

"제가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요."

그 남자는 언제나 실마리를 던졌다.

"말장난하지 말게."

"진지하게 말한 겁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났다고?"

"가끔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죠."

"그가 뭐라고 했지?"

"화이트."

전화기 너머로 들어선 안 되는 단어라도 들은 듯한 박사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를 찾아서 뭘 어쩔 셈인가?"

"그 자가 왜 그녀를 쫓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자네에게 묻는 말일세."

레버는 눈을 작게 뜨고 먼 곳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녀를 붙잡아야죠, 박사님."

"자네 지금 어딘가?"

"어떤 난민 캠프 안입니다."

그가 다시 한 번 캠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옷깃을 부스럭거렸다. 그 남자는 분명 그녀가 골짜기 사이에 갇혀있을 거라고 말했다.

"어디 난민 캠프?"

레버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좋아. 멋대로 하게. 상부 결정이니 더 이상 토 달 생각은 없네. 그렇지만 재단의 모든 요원은 심리 검사에 응해야 해. 이것도 방침일세."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 간단하게나마 전화로라도 진행할 생각이네."

"괜찮겠습니까?"

"자네에 대한 평가는 이미 정해져 있어. 다만 몇 줄이라도 채울만한 내용만 있으면 그걸로 된 거야."

박사는 자신의 주관적인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얘기했다. 레버는 비아냥거리는 대신 입술을 벌리고 눈을 크게 떴다.

"레버? 자네는 이대로 괜찮겠나?"

그는 한 발짝 걸음을 앞으로 내디디며 입을 다시 다물었다.

"딱 한 가지만 묻지. 재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이어지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박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저 멀리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정말로 환영이 아닌지 확인했다. 그녀의 옷은 흰색이었고, 이번엔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물들인 채로 나타났다. 유령 화이트의 본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이번 추격이 모든 것의 끝임을 직감하면서 그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재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들은 언제나 곁딸린 문제에 불과했다. 재단, 그리고 지금 그들의 일부가 된 모든 것들은 처음에 단 하나의 원형에서부터 파생된 존재였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병들게 하고, 때로는 저주를 부르짖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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