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늪

대니 G. 레이번에게 전송된 개인 메시지

O5-██: 재단 전체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소중한 사람들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현재 확인된 의인 및 예상 후보를 모두 제██벙커로 이동시키십시오. 이는 그들의 보호의 용이함을 위해서입니다. 가능한 모든 보안 인력이 그곳을 지원할 것입니다.

임시 간부 회의

O5-██: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우리는 공고 하나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이걸 두고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O5-██: 우리가 공고를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소, O5-██? 그마저 그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걸로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이오!

O5-██: 훌륭한 소리입니다. 그래서 이대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우리는 관리자입니다, O5-██. 우리는 이 세계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O5-██: 세계 오컬트 연합은 뭐라고 했습니까.

O5-██: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그저 제19기지를 공격했을 뿐.

O5-██: 당장 연락을 취해요!

O5-██: 그들이 응하지 않아요.

O5-██: GOC의 스파이들을 제거한 것은 아무런, 심지어 부정적인 효과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O5-██: 내가 마스터급은 남기자고 했잖소.

O5-██: 이제 와서 되새겨봤자 늦었습니다. 모든 건 우리 합의의 결과였어요.

O5-██: 이제…… 현상을 유지할 방법은 없소.

O5-██: 우린 관리자입니다!

O5-██: ……우린 이제 그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제19기지 보안 기록

GOC 특수부대원들이 복도를 따라 이동. 오른쪽 방에서 연구원 XX XXXXX가 끌려 나오고, 곧이어 방 안에서 발포하는 것으로 보이는 섬광이 수차례 나타남. SCP-███으로 보이는 물체가 날아와 벽에 부딪히며 깨짐. 특수부대원들은 줄곧 흥분한 상태로 재단의 모든 기물을 쓸어버리며 파괴하고 있다.

세계 오컬트 연합에게 전송된 항의문

당신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우리에게도 변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당신들이 제19기지를 파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참작해주길 바랍니다.

제19기지에서 전송된 문서

재단 산하 기지 완전 파괴됨

임시 간부 회의, ███에 이어서

O5-██: 이제 정말 핵 공격밖에 없습니다.

O5-██: 동의합니다. 연합은 이성을 잃었습니다.

O5-██: 세계 오컬트 연합에게……

리지웨이 박사: ─윤리 위원회는.

O5-██: 박사!

O5-██: 박사, 현명히 생각하시오. 이번 상황은 전과 다릅니다.

리지웨이 박사: 윤리 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O5-██: ……빌어먹을.

O5-██: 좋소, 리지웨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O5-██: O5-██! 지금은 재단의 존망이 걸린 시기입니다!

O5-██: 연합에게 핵을 사용할 의지는 없는 것 같소, O5-██. 뱀의 손을 불러낼 때입니다.

O5-██: 그들이 응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O5-██: 설령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다른 수가 있습니다.

O5-██: 뭐라고? 그게 뭐…….

O5-██: 설마…… X 시나리오를 실행하겠다는 거요?

O5-██: 지킬 것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모두 버립시다. 극단적인 선택이지만 우리는 세계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O5-██: ……X 시나리오는 좀 더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O5-██.

O5-██: 우리는 의인들의 보호에만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리지웨이 박사, 이번만큼은 참고 넘어가겠소. 그러나 우리가 핵무기라는 자충수를 완전히 논외로 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다음번에는 당신도 피치 못할 결단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겁니다.

리지웨이 박사: 인지하고 있습니다.

외무부(DEA), 분류 없음

친애하는 재단 여러분들께

끝내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니 안타깝소. 우리는 빛을 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신들의 취지는 그저 불꽃을 꺼뜨리려는 행위일 뿐이오. 당신들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겠나? 인간의 눈과, 세계의 바퀴는 짝을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다오. 이 서신을 마지막으로 재단을 떠나려고 하오. 부디 우리의 말을 기억하고 찾으려 들지 마시오. 훗날 다시 만나 당신들과 천칭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길 바라겠소.

진심을 담아 서명하며,
L.S. 올림


그는 비탈을 걸어 내려오면서 탄식에 잠긴 눈으로 붉게 물든 땅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통받고 있다. 그녀가 품고 있는 존재는 가증스러운 세계의 씨앗이었다. 그것이 어미의 배를 가르고 싹을 틔우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바스러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어둠이 하늘을 덮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떤 파도도 일게 하지 못하는 무력한 하나의 피조물에 불과했다. 그는 언제나 미안했고 가엾어했다.

"자네가 가야 해."

목소리의 주인을 눈치챘을 때, 그는 노기 어린 눈빛으로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오."

"그걸 있게 하기 위해 내가 이렇게 왔잖아."

아무도 아닌 자가 중절모를 눌러쓰며 속삭였다.

"그래, 이번엔 뭘 할 속셈이지?" 잠깐의 침묵 뒤에 그가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

"별로 준비한 건 없소."

"분명히 말하지, 나는 천칭의 균형을 위해 도서관으로 돌아갈 것이오. 당신의 계획은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마차와 같소. 이제 날뛰는 말들의 고삐를 놓치는 일만 남게 되었지. 당신은 당신의 그 작은 서류 가방 속에 지름길이 표시된 지도가 잠자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아니, 틀렸소. 지도 같은 건 막이 열리는 순간부터 존재하지 않았소. 마차를 돌릴 수 없다면 나는 길을 꺾을 것이오. 그리고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걸 방해하지 못할 것이오."

그가 아무도 아닌 자를 비웃으며 과장된 팔 동작을 보였다. 아무도 아닌 자는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이름을 알아."

그의 입가가 거꾸로 바닥을 향해 일그러졌다. 어려운 미사여구도 사라졌다.

"뭐라고?"

"S는, Surgeon. 외과 의사……."

"그 입 다물어."

"그리고 L은……"

"빌어먹을."

"자네도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겠지?"

"아직은 아니야, 개자식아."

"자네가 가야 해."

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도 아닌 자는 여유롭게 검은 넥타이를 고쳐 맸다.

"……내가 하지, 그러나……"

"지금 출발하게."

"……언젠가는 벽을 부술 자가 나타날 거야."

아무도 아닌 자가 그를 향해 모자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는 아무도 아닌 자에게서 돌아선 뒤 길을 따라 걸어갔다. 뱀의 손은 그들의 아버지 세계 오컬트 연합과 함께 자멸할 것이다.

그가 비탈 아래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그렇군. '뱀의 손'은 '무엇도 아닌 것'이었다. 그는 상대의 농담에 웃음을 토해냈다.


XX XXXXX의 수기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빛나는 기계 인간들. 혼돈의 반란이 나타났다.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은 그냥 거기 서 있었다. 폐허가 된 제19기지 위에. 창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팔을 움직이며 지면에서 발을 떼는 순간, 갑자기 땅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붉었다. 깊은 웅덩이가 생기면서 그들이 붉은 늪에 빠졌다. 두 팔을 들고,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갔다. 웅덩이 밑에는 그들보다 더한 괴물들이 숨 쉬고 있었다. 빛나는 톱니바퀴 덩어리들을 마치 귀여운 장난감으로밖에 보지 않듯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XK급 시나리오 분석 12

(웃음) 붉은 웅덩이. 젠장, 빌어먹을. (웃음)

대체 뭐가 웃긴 거야, 제기랄.

웃기잖아, 이거. 이젠 개나소나 다 봉인이야. (웃음을 터뜨림)

입 좀 닥치라고 해요.

아냐, 아냐, 더 웃긴 건, 우리가 며칠 전까지 레비아탄이랑 카인 따위로 씨름할 때, 이 시뻘건 덩어리는 그보다 몇 년이나 더 전부터 우리를 삼켜오고 있었다는 거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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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바다 인간 세계
봉인 레비아탄 카인과 아벨의 만남 붉은 웅덩이 펜리르 기계의 완성
징조 세이렌의 노래 배반         황혼의 그림자 태엽장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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