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바깥에서 총 소리가 들렸다. 제이미 애로우는 눈을 찌푸렸다. 약물 처리보다 총살이 싸다는 것은 별로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그는 시장 가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총알의 가격과 저울질당한 D계급 인원 한 명이 오늘 죽었다. 그보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발포 일정이 항상 아침 일곱 시에 예정된다는 점이었다. 제이미는 입맛을 다셨다.

타임 패러독스 사건이 일어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3등급 보안 단계를 얻은 그는 직원 연수를 위해 제17기지에 찾아왔다. 그것은 함께 승진했던 펠릭스도 마찬가지였지만, 둘이 맡은 분야가 확연히 달랐으므로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았다. 제17기지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제이미는 펠릭스를 직접 만난 횟수를 손으로 꼽았다.

마침 벨소리가 울렸는데 발신자가 펠릭스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 제이미. 너도 심심한 거 아니까 끊지 마."


캔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테이트 박사는 휴지통에서 물러났다.

자리로 돌아가 앉은 박사는 책상 서랍을 열더니 꽉 찬 담뱃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는 잠시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빤히 들여다봤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패닝. 종이 케이스에 새겨진 금빛 무늬가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뚜껑을 조금씩 열었다 닫았다 하며 그 무늬를 넋 놓고 쳐다보던 박사는 담뱃갑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다 멈칫했다.

"……빌어먹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담뱃갑을 책상 위에 던져놓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뭐라고?"

"또 화이트 생각이죠?"

레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만히 그를 응시하던 섀넌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있잖아요, 레버. 저도 당신과 같이 그 사건을 겪었고, 당신이 왜 그녀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도 알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만두는 게……" 레버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본 섀넌이 황급히 덧붙였다. "그 때 이후로 화이트에 대한 소식은 단 한 건도 들려오지 않았잖아요."

레버는 잠자코 있었다. 섀넌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렸다. 그가 이대로 그 말을 꺼내버린다면…… 그러나 레버는, 이내 표정을 풀고 웃음을 힐끗 내비치며 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섀넌. 난 괜찮으니까."


"모든 게 가상 시나리오 그대로였네.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알베르토 박사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내려다보며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은 목소리라고 해도 좋았다. 그는 보석 속에서 일렁이는 하얀 것이 빛인지 그림자인지 생각했다. 도저히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지웨이가 물컵을 책상 위에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알베르토는 움찔하며 그것에 눈을 돌렸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패닝 키넛은 UIU로 떠났습니다. 제이미 애로우는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윤리 위원회의 의장직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이지, 변한 것이라고는……."

알베르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리지웨이가 유리 잔의 입구 위를 손으로 막은 채 다섯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그 틈으로 하얀 빛이 어른거리며 흘러나왔다.

"모든 것이 변했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알베르토. 이제 모두들 자신의 역할을 깨달았어요."


개요: 보고된 변칙적인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I-30B 항목에 명시된 장소에 일반 현장 요원 A와 B, 그리고 무장 요원 C가 동행함

설명: 공식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공동 묘지(I-30B)의 출현을 조사하러 간 인원에게 일어난 사고 당시 녹음 기록. 지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요원 C 본인의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그는 I-30B-A에게 사망하였다.

내용:

<전략>

A: 14:20, 현재 I-30B 지점 북쪽 경계에 도달.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를 분별하기 어렵다.

B: 무엇이 보이는가?

A: 검은색 묘비들과 무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지금으로써는 평범한 공동 묘지처럼 보인다. 안으로 진입하겠다.

B: 기다려, 사진을 먼저 찍어라.

A: 알겠다.

B: C가 아직 경계 입구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고수하도록.

A: 알겠다. 우선 주변을 둘러보겠다.

B: 좋다.

A: 눈앞에 보이는 첫 번째 묘비에 인적 사항이 적혀 있다. 기록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B: 좋다.

A: 잠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B: 무슨 일인가?

A: 뭔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B: 웅웅거린다고?

A: 뭔가……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B: 괜찮나?

A: 소리가 점점 심해진다. 여기서 나가는게 좋을 것 같다. 으!

B: 어서 빠져나오게.

A: 14:22, I-30B에서 철수하겠…… 뭐야?

B: 뭐라고?

A: 이런 맙소사, 신이시여!

B: A, 무슨 일인가?

A: 빌어먹을! 안 돼!

C: 뭐야?

B: A!

A: 추격당하고 있다! 괴생물체다! 그, 그, 시체! 시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B: 최대한 빨리 뛰어! C!

C: 간다!

A: 놈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어!

C: 계속 뛰어!

B: C, 총기를…….

C: 사용하겠다!

A: C!

C: A, 여기서 빠져나가.

B: C, 놈이 보이나?

C: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진입해보겠다.

B: 괜찮겠나?

C: A가 따돌린 것을 보면 신체 능력이 그다지 월등하지는 않은 것 같다.

B: 좋아, 놈을 만나면 멀리서 모습을 묘사해주게.

C: 이런 제길!

B: 놈이 보이나?

C: 저건…… 분명히 살아있는 시체! 좀비다!

B: 놈이 어떻게 행동하지?

C: 팔을 휘저으면서 내게 다가온다! 인간에게 적의를 보이는 것 같다!

B: 뒤로 물러나!

C: 놈이 갑자기 멈췄다!

B: 뭐라고?

C: 내 총을 보고 멈춘 것 같다. 지능이 있다!

B: 조심해, C!

C: 놈이 무슨 행동을 계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발포하겠다!

*총 소리*

B: C!

C: 놈이 내게 달려온다! 놈이…… 놈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총기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것 같다.

B: 우선 물러나게, C.

C: 좀비 놈이…….

*총 소리*

B: C! 그만 둬!

C: 완전히 넋이 나갔…… 아악!

B: C?

C: 놈이 갑자기 내게 달려─안 돼!

*총 소리*

C: 악! 아아아!

A: C!

C: 으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B: A, 어떻게 된 거야!

A: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C: 아아아아아아!

B: 젠장, 통신 끊어! 여기서 당장 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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