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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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가 난쿠의 손을 잡았다. 곧이어 모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진하게 미소지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들을 정체를 더듬어 살피며. 참으로 길 잃은 사람들이었다. 신이 대체 무엇을 빼앗아갔지? 삶? 사랑? 친구? 앞으로 안을 고통에 끝이 없겠어.

아니, 아니. 무엇보다 최악은 상실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인내에게서조차 만족을 얻지 못해. 신경이 지져져 무감해지고 말았으니.

그리고 전사는 좋아하는 쪽 손을 그들 손 위에 올렸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살았다니 유감이야. 뭔가 느껴봤던 건 아주 오래 전이지?"

"느끼다니…?" 온루가 물었다.

"기쁨. 아픔. 상실. 발견."

"아픔?" 이란투가 그 말을 곱씹었다. 들은 적은 있었지만 어떤 뜻으로 쓰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걱정 마. 아플 거야. 진심으로."

그때 잠깐 기동특무부대 타우-5 "윤회" 대원들에게, 심상찮고 이상한 화끈거림이, 고통이 온몸에 차올랐다. 잘 익은 와인처럼 그 고통을 맛볼 수가, 음미할 수가 있었다. 타오르기가 불개미 혈관 타고 우글우글하는 듯했다. 뱃속에서 용암이 펄펄 끓는 듯했다. 몸에서 영혼이 뜯겨지는 듯했다.

전사도 똑같이 느꼈다. 손으로 이어졌으므로 손을 거쳐 그들은 하나였다. 기동특무부대가 그 자신이기를 멈추고, 전사도 이를 따랐다. 몸과 영혼이 마침내 합쳐졌다. 잠깐 뒤,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전사는 알았다. 새로 얻은 힘이 느껴졌기에. 그 어느 인간보다도 큰 힘을. 천 년 동안 준비하며 기다렸던 그 힘을.

철창에 갇힌 정신이 아무렇게라도 반항해 보기도 전에, 전사는 철창을 부수고 정신을 뽑아냈다. 전사의 손에 자신이 인류의 후견인이라도 될 줄 알았던 신의 3분의 1이 들렸다. 몰랐던 걸까? 인류가 바로 스스로의 후견인임을. 그리고 전사는 그를 삼켰다.


제30기지 깊이 먼지 낀 방, MTF 타우-5 대장 사라 휴즈가 문을 쾅 닫았다. 그 문을 바로 아밀 에스카미야Amil Escamilla, "윤회" 프로젝트의 다부진 기술위원장이 열고 들어왔다.

사라는 짜증난 기색이었다. "데스크에서 비상사태라던데. 뭐 떔에 그래?"

"들어오세요, 들어와요." 아밀이 속삭이며 사라를 사무실 더 어두운 곳으로 이끌었다. 수학 공식 휘갈긴 종이들이 발걸음에 채여 날아다녔다. 빛이라고는 반대편 문의 들여다보기창에서 새어나오는 빛뿐 — 문 뒤로는 재생 구역이었다.

팔짱 낀 채로 사라가 말했다. "뭐길래?"

"재생 과정이 뭔가 이상합니다. 2970 때문에 일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여기 이렇게 새 껍질을 키우고 있는데… 재생률이 비정상적입니다. 보통 사흘을 기대하는데 지금 10분으로 줄어버렸어요. 그리고 멈추라는 지휘부 명령어에도 반응이 없습니다."

"날 왜 굳이 불러?" 사라가 눈을 찡그렸다. "기지 보안 문제잖아. 플러그부터 뽑아."

"네, 그러면 된다지만… 플러그를 완전히 뽑아버리면요? 그런 일을 알았다간 프로젝트 전체가 엎어진다구요."

"진정해, 아밀. 보안팀에는 내가 연락-"

그때 와장창, 유리가 깨지고 금속이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바로 들여다보기창에 묵직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창밖으로 분노하는, 그리고 계속 생겨나는 껍질 무리가 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전사는 자기 몸이 팽창함을 느꼈다. 형체가 아닌, 불어나는 몸이 풍기는 영향에. 그 뒤에서 군인 넷이 얼어붙어 있었다. 더는 껍질도 아니요, 죽어가는 신의 조각의 징표도 아닌 자들. 오직 갓 태어난 어떤 이의 손가락일 뿐.

전사는 숨을 쉬며, 자신이 완전해졌음을 깨달았다. 모든 기능이 복구되었다. 모든 기억이 생생했다. 질투하는 그 존재가 다 죽어가며 단말마를 내질렀으나 아무 손상 없었다. 전사의 머리 뒤에 붙잡혀 있는 한은. 이 상태에서 그 정신은 더 존재하지 않았다. 전사의 정신이 신이 되고, 윤회는 그 몸이 되었다.

전세계에는 다툼이 있었다. 전쟁이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려 하고, 인간을 파괴하려 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고 짓밟았다. 다른 이에게 고통을 끌어내 기쁨을 얻고, 진보를 저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지구 위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지구에 닿자, 전사가 곧 지구였다. 그리고 그러므로 전사가 곧 그들이었다. 전사, 1만 개 손과 1만 개 발의 신.

천 년 전, 신은 육신이 되었다. 이제 육신은, 다시 신이 되었다.

그리고 지구 위를 걷는다.

그리고 곧 지구가 된다.

그리고 하나된 육신으로 촉수를 뻗는다.

그리고 모두 하나가 된다.

그리고 모두 전사가 된다.

그리고 전사는 자기의 진정한 이름을 깨닫는다.

인류의 진정한 후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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