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쓰레기 봉투

sangen 2021/5/29 (토) 12:08:19 #79596037


예전에 살던 원룸 근처에 쓰레기장이 있었다. 진짜 걸어서 1-2분 거리. 마구 녹슨 철망을 둘러친 쓰레기장으로, 매일 상당한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었다. 말하긴 뭣하지만, 언제 가더라도 거미집이 있는 더러운 곳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색다를 것도 없는 쓰레기장이었는데,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런 벽전단이 붙어 있는 것이다.


「검은 쓰레기에는 손대지 마세요」


검은 쓰레기가 뭐냐는 생각이 들겠지? 그래서 나도 신경쓰여서 관리인분한테 물어본 거다. 하지만 이전 관리인에게 일을 넘겨받았을 뿐이라,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원룸의 이웃이나 동네 사람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모두 궁금해하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그런 「이유를 알 수 없는 개운치 않은 기분」이 싫어서, 왜인지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쓰레기장을 살펴보게 되었다. 버릴 쓰레기가 없어도 아침과 일이 끝난 저녁에 쓰레기장을 찾아가 체크했다. 거동수상자로 착각되어 귀찮은 일이 있기도 했지만, 시간대를 옮겨가며 뭔가 없는지 계속 살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범하게 불쾌한 짓이지만, 당시에는 수수께끼를 쫓는 탐정인 척 하면서, 어쩐지 재미있었다.


매일매일 버릴 쓰레기가 있는 척 쓰레기장에 가다 보니, 어느 집은 보통 몇 시에 누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군, 그런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곧 깨닫게 되었다. 어느 아침, 이전까지 본 기억이 없는, 윤기 나는 장발이 특징적인 젊은 여자가, 쓰레기장 근처에 웅크리고 있었다. 최근에 이사온 건가…? 얼굴이라도 봐둘까…하며, 쓰레기장 저편에 있는 자동판매기를 향해 가는 척 하면서 얼굴을 슬쩍 보기로 했다. 자주 쓰는 상투적 수단이었다.

여자는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높고 부드러운 목소리.

귀여워ー. 애기고양이

확실히, 그 주변에는 도둑고양이가 살았다. 누군가 길을 들여서인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놈이었다. 혹시 이 녀석이 그 길들인 범인인가…? 라고 생각했다. 관리인이 곤란해하며 범인을 보면 알려달라고 했었거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자 옆을 지나쳤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우욱 하는 소리가 나왔다.

여자가 귀여워하고 있던 것은, 고양이 시체였다. 충분히 눈에 들어와 버렸다. 차에 치이기라도 했는지, 검붉은 내장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멈춰설 수도 없고, 그대로 휙 지나가기로 했다. 고양이에 신경쓰느라 여자 얼굴은 못 봤다. 하지만 안 보길 잘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변태 같다.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만일 다시 보이면 눈이라도 마주치기 전에 바로 떠나도록 하자. 일단 관리인한테 보고할까. 라고 생각했다.

저기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일순 심장이 놀라 이상한 리듬으로 맥동하여 호흡이 어려워졌다.

「에, 예에……」

어쩐지 되돌아봐 버렸다. 여자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도 두렵지만, 그렇다고 고양이 시체를 볼 수도 없고, 쓰레기장의 거미집을 보았다. 한순간 스쳐보인 여자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흐물흐물하지도 않고, 최저한의 화장을 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완전질주로 달아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상한 말이지만 그렇게 할 만한 배짱이 그 때의 나에게는 없었다.

생물은 어떻게 버리나요?

「그, 글쎄요…. 관리인분께 여쭤보시지 그러세요? 저, 실례지만 바빠서」

나는 도망치려 했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아무 말 없이, 나는 달려 달아났다. 자동판매기도 지나가고,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저녁, 관리인분과 딱 마주쳐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아ー, 그 사람. 상담하러 왔더라고. 동물 시체는 어떻게 버려야 하냐고. 고양이 시체였나 뭐였나를 주운 모양이더라고」

「뭔가 이상한 부분은 없었나요?」

「그을쎄? 이름을 듣지도 못했고, 이 원룸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군 이름을 대길래, 대신 사무소에 전화해줬어. 아는 사이잖아?」

「에?」

그 여자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어떻게? 이름 따위 알려준 적 없을 것이다. 더럭 겁이 난 나는 관리인분께 사정을 말했다. 어쩌면 스토커일지 모르니까 관리인분도 조심해 달라고. 또 들리더라도 개인정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약속을 받았다.


다음날 아침, 언제나 그랬듯 쓰레기장에 나갔더니, 관리인이 기르는 고양이가 가까이에서 어정어정거렸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그러면서 마구 울어대고 있었다. 조금 신경쓰였다.

「왜 그래?」

저, 고양이 좋아해요

고양이에게 말을 건넸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여자다. 그야말로 싫은 감각이 전신을 누볐다.

「아ー……어제 그」

네, 버리는 거 가르쳐 주셨어서 감사했습니다

「그, 그런가요」

여기에 늘 오시던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뇨, 별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검은 쓰레기" 벽전단이 궁금해서」

내 행동패턴을 알고 있다. 틀림없이 스토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스토커님이십니까? 그만둬 주십시오! 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결국 또 도망가기로 했다.

「저,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일하러 가야 해서 이만 실례…」

저, 여기서 기다릴게요. 또

어이어이어이. 제발 그딴 짓은 그만둬 줘, 라고 생각하며, 나는 대답 없이 달려 떠났다.





그 날 저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근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우울했다. 그 스토커녀 일로 머리가 가득했다. 도대체 누구냐.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하러 가기 위해 회사에 유급휴가를 신청해 버렸다.

혹시 지금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회하며 쓰레기장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 여자가 있었다. 다만 분명히 이상했다.

여자는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까치발을 한 채 손등은 바닥에 붙인 기묘한 자세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무리한 자세인데,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처럼 추호의 움직임도 없었다.

인간이 아니라고 느꼈다.

기분이 역겨워졌다.

정체를 알 수 없다.

무서웠다.

나는 오한이 그치지 않아, 더더욱 우회해서 쓰레기장 근처를 지나지 않고 집에 돌아갔다.

무섭고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썼다. 밥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그 여자가 집에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을 못 잤다. 네 발로 엎드린 그 여자의 모습이 머리에 아른거려 잠을 못 잤다.


아침.

어느덧 아침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자 조금은 두려움이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사는 애아빠가 항상 정해진 시각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는 것을 가늠하고, 우연을 가장해 함께 쓰레기장으로 갔다. 혼자 가 볼 용기는 없었다.

여자는 없었다.

다만, 나는 거기 있는 것에 눈을 빼앗겼다.


"검은 쓰레기"가 있었다.


시커먼 봉투에 담겨, 조그맣게 구겨진 쓰레기가 있었다. 이거다. 내가 찾던 게 이거라고 확신했다. 순간, 그 여자에 관한 일이 머리에서 잊혀졌다.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했다. 다시 한번 벽전단을 본다.


「검은 쓰레기에는 손대지 마세요」


그 여자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밤을 샌 것도 있어서, 정상적 판단이 되지 않았다.


봉투에 손을 대니, 부드러우면서 기분나쁜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울룩불룩울룩 봉투를 찢을 듯한 기세로 내용물이 난동을 부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심장이 아파왔다. 숨을 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 여세를 몰아, 나는 봉투의 매듭을 풀어 버렸다.


봉투 안에는 흐물흐물하게 녹은 슬라임 같은, 부드러운 털이 붙은 고기덩어리가 있었다. 육구와 발톱이 흘끗 보이고, 눈알이 이쪽을 보았다. 희미하게 울음소리가 들려, 겨우 고양이 시체임을 알아보았다.

아니, 살아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한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걸 만지고 말았다. 만져보니 축축하고 차가웠다. 그리고 털의 폭신폭신한 질감 그대로, 연해진 고기 속으로 꿀꺽꿀꺽 내 손이 가라앉아, 삼켜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모르는 사이 애벌레들이 팔을 기어다니고 있던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오오오오 비명을 지르면서, 반사적으로 시체에서 손을 떼었다. 손에 남은 역겨움을 지우기 위해 옷과 바지에 손을 비벼댔다. 그리고 옷에 묻어난 것을 보고, 손에 피가 묻었음을 깨달았다.


비현실감이 지나쳐 현기증이 났다. 이것이 현실인가? 라고 생각했다.

내 바로 뒤로 소학생이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쓰레기를 뒤지고 있던 나를 멀리서 보고, 근처의 아주머니가 뭐라고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현실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검은 쓰레기를 보았다.

어느새인가 봉투 속에는 거대한 거미가 있어서, 여덟 개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그 여자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나는 거기서 전력으로 달아났다.


그 후의 일은 잘 모르겠다. 나는 그 길로 전차를 타고 본가로 돌아갔다.

그 쓰레기장에 다시 다가가기 싫어서, 원룸 해약 절차나 이사나 대부분 형에게 떠맡겼다. 꽤나 민폐를 끼쳤다.

형의 얘기로는, 그 부근에서 특별히 이상한 일은 없는 듯 했다. 관리인의 고양이가 행방불명이 된 것 같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기묘한 쓰레기를 본 사람은 나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필사적으로 설명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병원에 강제로 끌려가서 과로로 인한 노이로제라는 것으로 되었다.

정말 그럴까.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이렇게 파라워치에 글을 올린다. 누구든 뭔가 알고 있다면 알려주기 바란다.

최근 그 여자의 「또」라는 말이 머리에서 감돌며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히 그 여자는 언젠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는 나는 이미 검은 쓰레기가 되어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되어서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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