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거인
회의 참석자
초월적 고대 독립체 연구부장 리처드 닉스
초월적 고대 독립체 연구부 리사 몬톡
기동특무부대 알파-7(“불신자의 사도들”) 소속 SCP-2317 파견팀 팀장 레버넌트(본명 휴 키드먼)
SCP-2317 침투 작전 선봉 작업 책임자 케인 파토스 크로우
제150기지의 회의실, 프로젝트를 계획하는데 있어 자문을 구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닉스가 입을 먼저 열었다.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럼, 회의 시작하도록 하죠. 크로우 박사님?”
크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영사기를 틀었다. 영사기를 투영한 스크린에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네, 이것이 현재 저희의 목표… SCP-2317이죠.”크로우는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하얀 소금 사막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프로젝트 타르타로스의 시작 이후, 저희 작업조는 지시에 따라 SCP-2317의 등 부분에 구멍을 내는 굴착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SCP-2317의 등을 뚫고 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저, 그런데, 왜 머리 쪽으로 구멍을 뚫지 않은건가요? 머리 쪽으로 구멍을 뚫고 효과가 먹히는 무기로 제거하는 편이 더 확실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식으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SCP도 있기도 하구요.”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답해드려도 될까요?” 키드먼의 질문에 리사 몬톡이 크로우에게 동의를 구한 뒤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그녀는 로버트 몬톡의 딸로, 주홍왕에 대한 연구 도중 정신 이상으로 은퇴하게 된 로버트 몬톡의 뒤를 이어 주홍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말씀드리자면, SCP-2317의 전체적인 구조는 일종의 거대한 인간형 로봇입니다.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탑승자가 탑승하고 있고, 심장부에서는 막대한 양의 생명 약동 에너지가 흘러나와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형태죠.”
리사는 다시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화면 속에는 SCP-2317의 사이오닉 에너지 분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SCP-2317의 머리, 뇌 부분은 ‘주홍왕’이라 불리는 신격이 SCP-2317과 동화되는 연결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이 사이오닉 에너지는 SCP-2317의 뇌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호하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오닉 에너지는 굉장히 강력하며 민감해서, 외부의 침입에 대해 굉장히 빠르고 강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때문에 머리 부분에 가해지는 자극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등에다가 구멍을 뚫기로 결정한 것이군요.” 키드먼이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더불어, 이번 작전의 1차 목표가 바로 이곳, SCP-2317의 심장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크로우는 프레젠테이션 화면 속 거인의 심장부를 가리켰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SCP-2317은 머리 부분에서 탑승자가 조종하고 심장이 동력부인 일종의 거대 로봇입니다. 그리고 SCP-2317은 이 심장에 대량의 이코르 방사선을 흘려보낸 후, 심장을 크게 수축시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크로우가 프레젠테이션을 넘기자 맥박이 뛰고 있는 거대한 심장을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거인의 덩치에 걸맞게 거대한 그 심장은 두꺼운 사슬로 묶여 억압되어 있었지만, 언제로도 사슬을 끊고 튀어나올 준비를 하는 야수처럼 잔잔하지만 강하게 뛰고 있었다.
“현재 이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작업으로 인해, 심장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들에 지속적으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슬이 끊어진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심장을 망가뜨리면, 일단 사슬이 끊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겠군요.”
“심장까지 접근하는 동안 방해 요소가 될만한건 뭐가 있습니까?” 닉스가 질문했다.
크로우가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화면 속에는 붉은색을 띠는, 여섯 개의 다리와 긴 꼬리를 가지고 두꺼운 갑주 같은 가죽을 두른 파충류 형태의 생물체들과 아메바 같은 모습을 한 생명체들이 있었다. “이것들이 문제입니다. 탐사조를 보낼 때마다 20분도 채 되지 않아 녀석들을 마주쳤죠.”
“면역체계 같은 건가요?” 키드먼이 질문했다.
“아마도, 그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크로우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인력과 자원 손실을 겪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은 있습니다. 첫째, 저 생명체들 자체는 이코르 방사선이 전혀 없습니다. 일반적인 독립체이고, 따라서 일반 화기나 기적학적 공격 등에 타격을 입습니다. 두 번째, 저것들은 생명 약동 에너지의 변화에 민감해 생명 약동 에너지의 반응이 큰 곳으로 모여듭니다. 아마 칩입자를 감지함과 동시에 SCP-2317의 내부 출혈을 막는 혈소판 역할을 하기 위함이겠죠.”
“안심하세요. 타우-5가 여러분을 보조할 테니까요.” 닉스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키드먼에게 넌지시 말을 건냈다. 타우-5(“윤회”), 죽은 신의 살점으로 만들어진 사이보그 부대는 비록 숫자는 넷 뿐이지만 굉장히 높은 잠재성을 가진 이들이였다.
“심장을 파괴한 다음에는 머리로 향해야 합니다. 분석심리학부에서 개발한 이 텔라파시 방출기를 통해 SCP-2317의 뇌와 탑승자를 보호하고 있는 사이오닉장을 향해 평화주의, 비폭력, 불살 같은 개념들이 내포된 텔레파시를 방출하면 일시적으로 사이오닉장을 약화시키는게 가능할거고, 그때 노출된 탑승자가 있는 뇌 부분을 미스틸테인 유탄을 발사해 폭파시키면 됩니다.”
크로우는 바닥에 놓여져 있던 장비들 들어보였다. 검은색으로 무광택 도색처리가 되어 있고, 발사구에 푸른 빛이 도는 녹회색 금속이 부착된 그 장비는 흡사 화염 방사기를 연상케 했다.
“그런데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됩니까?” 키드먼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키드먼에게로 쏠렸다.
“그러니까, 정말 만약의 경우지만… 저희가 실패하는 순간 SCP-2317은 깨어날 것 아닙니까? 그때는 혹시 대책이 있습니까?”
“그것도 전부 계산에 포함되어 있죠.” 닉스는 지긋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크로우로부터 리모컨을 넘겨받아 버튼을 몇 번 눌렀다. 스크린에는 거대한 해저 왕국, 그리고 기둥들이 박혀있는 소금 평원의 사진이 있었다.
“바다 밑 왕국의 소금 거울 아래 거하는 굴의 조상의 진주 안에 그를 묶었다… 에리케쉬의 서에서 SCP-2317에 대해 언급하는 구절의 일부죠.” 닉스는 말을 이어갔다.
“현재 재단이 파악하고 있는 바다 밑 왕국이라 불릴만한 곳은 두 곳이 있습니다. 아틀란티스, 그리고 사미오말리에.”
닉스는 다시 한 번 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스크린에는 바다 밑에 위치한 해저 도시 유적, 그리고 그 유적을 둘러싼 거대한 흰색 지역이 나타난다.
“저희 부서에서는 SCP-2317의 사슬이 파손될 때마다 재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해당 개체가 봉인된 공간이 우리 차원과 연결되어 있거나, 최소한 인접하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바다 밑 왕국이라 불릴만한 두 장소를 수색한 결과…”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아틀란티스에서 해당 차원으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입구가 왜 거기 있는거죠?”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아마 SCP-2317의 봉인은 에리케샨과 아틀란티스의 합작이란게 저희 부서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해당 차원이 원래 아틀란티스의 유배지로 많이 쓰였고, 외부 문명과의 합동으로 ‘굴의 조상의 진주’라 부르는 거대한 감옥을 만들었단 기록 역시 존재했고요.”
“에리케쉬의 서에서 나온 표현과 일치하죠.” 리사가 닉스의 말을 거들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현재 저희는 SCP-2317의 격리 파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여파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대응 부대를 보낼 준비까지 모두 마쳐놓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적막만이 흐르는 기지 안, 기동특무부대 알파-7(“불신자의 사도들”)에서 엄선된 6명의 대원들과 타우-5(“윤회”)의 대원 4명이 문 앞에 섰다. SCP-2317, 세상을 종말로 내몰 독립체가 갇혀있는 곳으로 향하는 문. 목재와 금속이 만드는 삐걱임과 함께 문이 열렸고, 대원들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소금의 사막과 바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대원들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기둥으로 다가갔다.
대원들이 도착한 곳에는 지면에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오셨네요.” 현장의 작업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원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가 진입로인건가요?” 알파-7의 팀장 레버넌트가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감독관은 선두에서 대원들을 안내하며 걸었다.
“상부에서 구멍을 뚫으라고 지급해준 장비를 이용하긴 했는데, 어느 지점부터 저 아래 엄청 단단한거라도 있는지 뚫리는데 엄청 오래 걸렸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어느새 그들은 구멍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설치된 승강기 앞에 도착해 있었다. 대원들이 모두 탑승한 후, 레버넌트는 수신 점검을 했다.
“여기는 알파-7 레버넌트, 소리 잘 들립니까?”
“여기는 사령부, 잘 들린다.”
“그럼, 하강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10명의 대원들을 실은 승강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침투조
팀장: 알파7-레버넌트/타우5-이란투
팀원:
알파7-랜슬롯
알파7-오리온
알파7-시리우스
알파7-로크
알파7-알란
타우5-난쿠
타우5-온루
타우5-문루
특이 사항: 타우-5는 신체 강화를 위해 탑승형 슈트를 신체와 연결하는 시술을 받았으며, 해당 슈트를 착용한 채 사용할 수 있는 기적학적 화염 발사기를 지급 받았다. 알파-7은 등에 부착된 드레이븐 차폐 장치 옆에 텔레파시 보관 탱크가 추가로 부착되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미스틸테인제 근거리 무기 외에 타우-5가 사용하는 것과 크기를 제외한 모든 성능이 동일한 기적학적 화염 발사기를 원거리 무기로 지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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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슬롯: 참 오래도 내려가네요.
오리온: 그러게요, 심지어 피부? 갑옷? 같은 역할을 하는 겉표면만 해도 두께가 굉장합니다.
레버넌트: 왜 내부에서 공략하는 쪽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군.
승강기가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대원들은 문을 열고 승강기 외부로 나온다. 내부를 이루는 체조직들은 주홍색 빛을 낮은 광도로 발산해 조명이 없음에도 육안으로 환경을 인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레버넌트: 사령부, 현재 우리 위치를 전송해 주길 바란다.
대원들의 위치가 레버넌트의 손목에 장착된 홀로그램 장치를 통해 띄워진다.
사령부: 대원들은 현재 SCP-2317의 명치에 해당하는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심장은 현 위치로부터 1km 가량 떨어진 장소에 위치한다.
이란투: 저기에서 반복되는 큰 소음이 들립니다. 아무래도 저기가 심장이 있는 곳 같군요.
레버넌트: 그럼 독립체들이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가기로 하지.
이란투: 알파-7 대원 분들은 모두 저희에게 탑승해 주십시오.
알파-7 소속원들이 타우-5가 탑승한 슈트의 사다리에 매달리고, 타우-5 대원들은 전속력으로 심장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한다.
레버넌트: 심장까지 도달하는데 얼마나 걸리지?
이란투: 현재 시속 60km로 달리고 있으니, 아무런 방해가 없다는 가정 하에 1분 내로 도착합니다.
질주하는 타우-5 주변으로 출처 불명의 괴성이 들린다.
랜슬롯: 이 소리 지금 저만 들은거 아니죠?
온루: 현재 슈트의 생명 약동 에너지 레이더에 다수의 독립체들이 잡히고 있습니다.
레버넌트: 알파-7 사격 대기, 목표는 지금 어느 방향에 있나?
온루: 11시 방향에 2마리, 1시 방향에 1마리, 8시 방향에 6마리, 다섯 시 방향에 2마리, 현재 11시 방향 쪽이 제일 가깝습니다.
레버넌트: 알파-7, 들었지? 보이는 족족이 날려버려라.
여섯 개의 다리를 지닌 파충류형 독립체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레버넌트가 11시 방향으로부터 온 독립체들을 향해 기적학적 화염 발사기를 연사하고, 난사되는 화염에 맞은 독립체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나가떨어진다.
온루: 탐지되는 독립체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집니다!
알파-7이 전방향으로 화염 발사기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다수의 독립체들이 불길에 휩싸여 나가떨어지지만, 독립체들의 물량으로 인해 점차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다.
랜슬롯: 이대로면 따라잡힐지도 모릅니다!
레버넌트: 이제 곧 도착한다!
질주 중인 대원들의 앞에 반복적인 맥박을 보이는 거대한 덩어리가 나타난다. 해당 덩어리의 중심부가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이란투: 도착했습니다!
레버넌트: 랜슬롯, 오리온, 시리우스, 셋은 이란투와 함께 나를 따라와라. 나머지는 독립체들이 일정 범위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최대한 버티도록.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파-7은 타우-5의 슈트에 보관되어 있던 접착식 대형 미스틸테인 폭탄들을 꺼내 심장 담당조에게 전달하고, 두 팀은 각자 임무를 위해 흩어진다.
이란투: 이게 놈의 심장이로군요. 이제 뭘 해야 하죠?
레버넌트: 어설프게 터뜨리면 내부를 지키는 독립체들이 혈소판 역할을 해서 소용이 없을거야. 안에서 터뜨려야 해.
랜슬롯: (미스틸테인 도끼를 들며) 그럼 이 두꺼운 판막을 뚫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레버넌트: 같이 하도록 하지.
레버넌트가 랜슬롯과 함께 미스팉테인 도끼의 도끼자루와 머리 부분을 잡고, 힘차게 밀기 시작한다. 도끼가 파고들기 시작하는 자리, 그리고 새어나오는 액체에 불길이 일기 시작한다.
랜슬롯: (도끼를 있는 힘껏 밀며) 지금 저만 손이 타들어가는 기분인 겁니까?
레버넌트: 아니… 나도다. 이란투, 여기와서 이 상처를 크게 벌린 채로 잡고 있어줘.
이란투가 미스틸테인 도끼로 인해 벌려진 상처를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크게 벌린다.
알란: 팀장, 지금 적들이 더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습니까?
레버넌트: 아무래도 우리가 심장을 짼걸 눈치챈 모양이야.
레버넌트와 랜슬롯이 폭탄을 들고 심장의 상처 부분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레버넌트: 폭탄은 이게 전부지?
랜슬롯: 네, 지금 심장에 넣는 폭발물은 이게 전부입니다.
난쿠: 적들의 수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아직 멀었습니까?
레버넌트: 아니, 이제 됐어!
레버넌트가 독립체들을 저지하는 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레버넌트: 이거나 먹어라.
레버넌트가 손목 위에 설치된 노즐을 독립체들을 향해 겨누고 주먹을 쥔다. 노즐에선 상당한 양의 화염이 분출되며, 불길에 의해 독립체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저지된다.
랜슬롯: 팀장, 어서 타십쇼! 기폭 장치를 곧 누르겠습니다!
알파-7 전원이 타우-5의 슈트에 탑승하고, 랜슬롯이 기폭 장치를 누른다.
레버넌트: 다들 충격에 대비해!
심장이 일순간 붉은색으로 물들며, 그 즉시 화염이 심장의 표면을 찢고 사방으로 분출된다. 이윽고 막대한 화염의 분출로 인해 심장이 완전히 파괴되고, 폭발의 여파가 대원들의 위치까지 도달한다.
타우-5 대원들은 일제히 기적학적 보호막을 활성화시키고, 폭발의 여파에 휩쓸려 독립체들과 함께 날아간다. 화염에 휩쓸려 대다수의 독립체들이 전멸했으나 대원들은 기적학적 보호막으로 인해 큰 이상이 관찰되지 않는다.
사령부: 침투조, 무사한가? 응답하라.
레버넌트: 후우… 일단 나는 괜찮다. 날려가지 않게 붙잡고 있느라 팔이 좀 얼얼하긴 하다만… 너희는, 괜찮나?
랜슬롯: 네, 괜찮습니다.
오리온: 저도 괜찮습니다.
시리우스: 이상 무
로크: 이상 무
알란: 여기는… (다리를 붙잡으며) 다리가 좀 다친 것 같습니다. 폭발에 휩쓸릴 때 슈트를 놓쳐서 그런가…
레버넌트: 팔은, 괜찮나?
알란: 네, 괜찮습니다.
레버넌트: 사령부, 현재 우리 위치는?
사령부: 현재 대상의 명치 아래 부근으로 표시된다.
레버넌트: 그렇다면 SCP-2317의 머리로 향하는 길에 우리가 들어왔던 곳을 거쳐가겠다. 지원 좀 보내줄 수 있나?
사령부: 확인. 구조대를 파견하겠다.
대원들이 SCP-2317에 진입하기 위해 거쳤던 장소로 이동한다. 불필요한 대화 및 교전 기록 생략됨.
레버넌트: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미약하게 진동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이란투: 저도 느껴집니다.
사령부: 여기는 사령부, 들리나?
레버넌트: 잘 들린다. 무슨 일인가?
사령부: 조금 전부터 SCP-2317의 복부에서 심장에서와 비슷한 생명 약동 에너지 흐름이 관찰되었다.
레버넌트: 심장이 하나 더 있다는 얘긴가?
사령부: 현재로썬 정확한 정황은 불명이다.
레버넌트: 일단은 이동을 서두르겠다.
타우-5가 출입로를 향해 최고 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 진동은 점차 강해진다.
이란투: 목적지에 거의 다 왔습니다.
레버넌트: 사령부, 여기는 레버넌트, 승강기를 부탁한다.
사령부: 현재 승강기가 하강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대원들이 출입로 아래에 도착하고, 승강기가 내려오는 것이 포착된다.
사령부: 여기는 사령부다. 레버넌트, 들리나?
레버넌트: 잘 들린다.
사령부: 현재 SCP-2317의 복부에서 확인된 생명 약동 에너지 흐름의 실체가 확인되었다. 놈은 두 번째 심장을 가지고 있다.
레버넌트: 두 번째 심장? 그럼 우리가 심장을 박살낸게 아무 소용없다 이 말인가?
사령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현재 두 번째 심장이 가동하면서 SCP-2317의 활성 징후가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다.
랜슬롯: 빌어먹을… 이제 사슬도 없겠다, 우리가 놈을 깨워준 꼴이 되었군요.
레버넌트: 사령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령부: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다만, 지금부터 람다-7777과의 내외부 공동 공략 작전으로 진행된다.
레버넌트: 그럼 알란만 보내고, 바로 작전에 들어가겠다.
“여기는 사령부, 상황은 어떤가?”
“진동은 극심하지만, 승강기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장 관리인은 진동이 그를 번거롭게 하는 와중에도 힘겹게 전화를 받았다.
“승강기가 올라오면 바로 전원 철수하라. 장비들은 버려도 좋다.”
“네? 음… 아무튼 알겠습니다.”
승강기가 완전히 올라오고 알란이 들것에 실리는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진동에 소금 사막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부 대피! 문으로 들어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장비를 챙길 새도 없이, 황급히 중요한 것들만을 가지고 문으로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금이 가게 할 정도의 강력한 땅의 울림은 제대로 뛰는 것 조차 버겁게 만들었다.
“빨리 오십쇼! 곧 폐쇄하겠습니다!”
마지막 인원들까지 모두 들어오기 무섭게 경비는 문을 재빠르게 닫았고, 거인이 갇힌 차원과 단절된 기지 내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해졌다. 그 시각, 소금 사막이 갈라지며 사슬로부터 해방된 거인이 자신의 위를 뒤덮고 있던 소금 더미를 부수며 일어났다. 소금 사막에 박혀있던 일곱 기둥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자유를 되찾은 거인은 팔을 하늘로 뻗으며,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 외부 저지조
에타-5(“예거봄버스”) 소속 5명
반중력 SCPS 터뷸런스, 쿼런틴(기적학적 탄두를 장전한 곡사포, 대형 EVE 캐논 탑재)
연합 소속 반중력 전함 루인스, 오리진(기적학적 탄두를 장전한 곡사포 탑재)
제9999타격조 "최대 피해" 소속 2명: UHEC-656 ("로보-탑Robo-Top"), 와 UHEC-300 ("스파르티것츠Spartiguts")
로크 시리즈 살신용 무인기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오디세우스”
“대서양 중앙에서 높은 수치의 에너지 및 공간 왜곡 감지. 현재 해당 지점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외부 저지조 람다-7777은 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대서양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직 거대한 일이 벌어진다기엔 전투기와 배의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폭풍 전야였다.
시간이 흘러 저지조는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사령부, 목표 지점 도착. 현재 50km 거리에 거대한 바다 소용돌이가 관측되고 있다.”
“목표물이 출현할 때까지 대기하라. 전원 소용돌이로부터 50k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
바다는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모든 바닷물을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한참의 시간이 지났을 때, 소용돌이의 중앙, 그 심연에서 불그스름한 주홍빛의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깊은 심해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람다, 목표 지점의 공간 왜곡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현장은 어떠한가?”
“현재 소용돌이 내부에서 빛이 발생하고 있다. 육안상으로는 소용돌이도 더 거칠고 빨라진 것 같다.”
“곧 SCP-2317의 출몰이 예상된다. 전원 전투 대기하라.”
소용돌이에 휘말린 바다는 이내 엄청난 속도로 휘몰아치며 갈가리 찢어지다시피 해 흰 거품만이 남는 수준으로 회오리치고 있다. 바닥에서 비롯된 붉은 빛은 더 밝아지고 있었다.
“전원 목표 지점으로부터 거리를 더 벌려라. 강한 충격이 예상된다.”
부대가 소용돌이로부터 조금 더 거리를 벌렸을 때 즈음, 소용돌이의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물이 솟구쳐 오름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물이 밀려나 거대한 파도를 형성했다.
“심한 파도 발생 예상, 반중력 전함 전원 반중력 가동하라.”
반중력 전함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부상했다. 거대한 크기의 물결의 일렁임이 배가 있는 곳까지 퍼지나, 공중에 있어 피해를 면한다. 이윽고, 거대한 거인의 머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거인은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굉음과 같은 포효를 내지른다.
“전원 발포 준비.”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함정들은 일제히 포신을 거인의 머리 방향으로 겨눈다. 동시에 연합의 무인기들 역시 전투기들을 따라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솟아올랐던 물보라가 가라앉고 거인의 머리와 상체 일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거인의 육중하고 거대한 형상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위압감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발포 개시! 지금부터 대상이 쓰러질 때까지 공격을 지속하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곡사포를 탑재한 함선들이 일제히 발포를 시작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첫 번째 포탄이 거인의 뿔과 이마 사이에 적중한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밝은 붉은색 불꽃이 일며 폭발이 일어난다. 거인은 이전보다 조금 낮은 굉음의 소리를 낸다. 불꽃과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그을음과 약간의 검은 그을음과 약간의 불씨 같은 붉은 흔적이 드러난다. 연기가 다 걷히기도 전에 두 번째 포탄이 거인의 어깨에 떨어진다. 세 발, 네 발… 이전에 터진 포탄의 불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포탄들이 계속해서 거인의 머리에 명중한다. 그러나 거인은 미미한 피해만을 입을뿐, 전진을 계속한다.
“이 포탄들, 정말 효과가 있기는 한겁니까?”
“그럼, 다른 수단은 있나?”
포탄 세례가 이어지는 와중, 전투기들 역시 공격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예거 봄버스, 핵 배송 갑니다.” 예거 봄버스 소속의 전투기는 핵융합 미사일을 싣고 거인을 향해 돌진한다. 거인과의 거리가 20km 남짓일 때, 전투기는 핵융합 미사일을 사출시킨다.
“배송 완료.”
미사일은 거인을 향해 돌진해 거인의 얼굴 정중앙에 적중한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폭발이 거인의 안면부를 덮친다. 그와 동시에 거인은 이전과 보다 더 큰 포효를 내지른다. 미사일로 인한 구름이 걷히고, 거인의 얼굴이 드러난다. 거인의 얼굴은 시커면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고 얼굴에는 드문드문 미세한 금이 가 있다. 금이 간 부분에서는 주홍빛의 불그스름한 빛이 나고 있다. 미사일에 직격당한 부분은 부서져 움푹 파였지만 그마저도 서서히 재생을 시작했다. 상반신이 삼 분의 일쯤 올라온 거인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거인의 덩치로 인해 팔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주변 바다에 일렁임이 거세진다.
“거인이 팔을 치켜들었다. 보고 있나?” 돌아가던 예거 봄버스의 대원이 말한다.
“우리도 봤다.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으니 염려 마라.”
거인은 들어 올린 오른손을 다시 아래로 뻗는다. 그 모습은 마치 바다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거인의 손이 수면을 내리치자마자 큰 물보라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거인은 심해의 밑바닥까지 손을 뻗는다. 거인이 바닥을 크게 움켜쥔다.
그와 동시에, 바닥은 산산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람다, 방금 해당 지점에서 거대한 진동을 감지했다. 무슨 일인가?”
“방금 저 거인이 손을 들어올렸다가 바다 아래로 뻗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사령부의 질문에 대한 람다 측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다는 땅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으로 갈기갈기 찢기듯이 물보라친다. 물보라는 빠르게 퍼져 순식간에 람다 부대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잠시 뒤, 엄청난 크기의 해일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모든 전함은 신속히 고도를 더 높여라, 최대한 해일의 위까지 올라가야 한다. 갑판에 있는 모든 인원들은 파도에 대비하라.”
모든 반중력 함선들은 일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령부, 지금 거대한 해일이 기지를 향해 가고 있다. 다시 한 번 알린다. 거대한 해일이 그곳으로 가고 있다. 즉시 대비하라.”
잠시 뒤, 해일이 람다-7777의 모든 함선을을 휩쓴다. 파도의 막대한 힘에 상당한 고도에 있었음에도 모든 함선들은 기울거나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여기는 터뷸런스, 함선 무사 확인 여부 보고 바람.”
“쿼런틴, 이상 무”
“오리진, 이상 무”
“루인스, 현재 우측으로 심각하게 기울었다. 우측 1번 반중력 엔진 이상. 지원 바람.”
전함 루인스가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심각하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배의 오른쪽 앞에 있는 반중력 엔진은 중간중간 작동이 멈추며 배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만 무사히 버텨라. 쿼런틴, 파도가 지나가는 즉시 루인스를 지원 바란다.”
파도가 지나가고, 함선 쿼런틴이 지원하기 위해 수면으로 내려갔다. 루인스는 수면에 처박힌 채 기울어져 있었다. 쿼런틴은 루인스의 좌측 갑판에 갑판을 맞추고, 지원 인력들이 갑판으로 들어가 루인스의 대원들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 시각, 연합의 신살 무인기들은 끊임없이 공격을 지속하고 있었다. 거인의 팔을 따라 머리까지, 무인기는 빠른 속도로 날며 강력한 번개를 발산해 거인의 표면을 지진다. 무인기 한 대 한 대가 내뿜는 끔찍할 정도로 살벌한 번개 줄기들은 산천초목조차 순식간에 태워버릴 수 있을 듯한 기세였다.
“람다, 신살기가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육안상으로 보이는 피해가 있는가?” 사령부의 무전이 들려왔다.
“현재 번개가 지나간 부분은 붉게 갈라진 듯한 선이 남았고 주변에 검게 그을린 자국도 관찰된다. 다만 상처의 깊이는 확인하기 어렵다.”
거인은 세 무인기의 공격에 표면이 상당히 갈려 나갔으나, 거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갈려 나간 표면은 점차 다시 재생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는 스파르티것츠. 현재 대상에 신체를 수복하고 있다. 다시 한번 공격 들어간다.”
스파르티것츠는 연락을 마치자마자 로보-탑과 함께 거인을 향했다. 거인은 현재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무인기들을 떨쳐내려 하며 접근해 오고 있었다.
“로보-탑, 공격 들어간다. 목표는 머리.” 교신 뒤 무인기들은 거인의 머리로부터 떨어졌고, 로보-탑은 작전된 무수히 작은 소형 미사일 무더기들로 화력을 퍼부었다. 미사일 중 일부는 거인이 휘두르는 손에 맞는데 그쳤지만, 미사일의 상당수는 그대로 거인의 머리와 목 부근에 직격 했다. 폭격에 의해 붉게 달궈진 거인의 머리에 스파르티것츠는 후속타를 날렸다. 예거 때와 같은 폭발력, 강력한 폭발이 거인의 머리를 강타했다. 폭발로 인한 불꽃과 연기가 잦아들고, 거인의 심각하게 부서진 안면이 드러났다. 부서지고 갈라진 표면의 틈새에선 붉은 주홍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인은 다시 한 번 큰 포효를 내지르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터뷸런스, 공격 완료, 교대하겠…” 로보-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올라온 거인의 거대한 손등이 전투기를 뭉갰다. 스파르티것츠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터뷸런스, 로보-탑이 공격받았다. 그리고 대상이 다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다시 해일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일이 다시 휘몰아친다면 위태로운 상황이 생길 것은 뻔할 터였다.
“스파르티것츠, 무인기와 함께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예거 봄버스, 당장 전속력으로 대상에게 접근하라. 반중력 엔진이 필요하다.”
“알겠다.” 예거 봄버스 대원 전원은 빠른 속도로 거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인은 당장이라도 손바닥을 내리칠 것 만 같았다.
“팀장, 곧 녀석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 조금만 더. 여기서 날리면 실패 확률이 크다.”
같은 시각 거인은 무인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비록 강대한 육체를 가진 거인에게 벼락들은 따끔한 수준이었으나 거인을 성가시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무인기들은 끊임없이 거인의 신체를 따라 날며 여러 갈래의 번개들을 날렸다.
그때, 거인의 팔 부근을 날던 개체 하나가 거인의 팔에 맞아 날개가 부서졌다.
“페르세우스가 당했습니다.”
“람다, 페르세우스는 내버려 둬라. 곧 전투에 복귀할 수 있을거다. 각자 할 수 있는 다른 공격에 집중해라.” 사령부의 무전이었다.
“지금 바로 공격 재개합니까?”
“아직 기다려라. 예거 봄버스의 성공 이후 다시 공격 들어간다.”
그 시각 예거 봄버스는 목적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지금이다, 반중력 엔진 발사하고 전원 복귀.”
팀장의 지시에 모든 대원들이 일제히 전투기에서 무언가를 날렸다. 전투기에서 발사된 투사체들은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 곧 바다를 내려치려는 거인의 손바닥에 안착해 전개되기 시작했다. 전개가 끝나고 일제히 엔진들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내려가던 거인의 거대한 손은 엔진의 힘에 의해 순간적으로 다시 밀려나기 시작했다.
“모든 엔진 정상 작동. 복귀한다.”
“팀장, 오른쪽입니다!”
한 대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인의 거대한 왼쪽 손바닥이 덮쳐왔다. 전투기들은 일제히 회피를 시도했으나, 결국 두 대는 끝내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다.
“4와 5가 당했습니다.”
“유도탄으로 집중을 분산시키고 도주한다.” 팀장의 지시에 맞춰 2와 3이 다량의 유도탄을 얼굴을 표적으로 지정하고 날렸다. 수많은 폭발이 거인의 얼굴을 덮쳤고, 그 틈을 타 예거 봄버스 대원들은 서둘러 빠져나왔다.
“예거 봄버스 복귀 중, 우리도 공격 재개한다.” 지시가 떨어지자 함선들은 다시 일제히 공격을 재개했다. 무인기들이 공격해 갈라놓은 틈을 위주로 공격들은 이전보다 비교적 잘 먹혀들었다. 반중력 엔진들은 여전히 거인의 손을 묶어두고 있었다. 거인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조금씩 손이 내려오고 있었으나, 이전에 비하면 확실히 느린 속도였다.
사령부: 여기는 사령부, 레버넌트 들리나?
레버넌트: (사방에서 접근하는 독립체들에게 화염 발사기를 쏘며) 들리기는 하다만, 싸우느랴 가느랴 정신이 없다. 무슨 일인가?
사령부: 현재 외부 저지조에서 SCP-2317이 쓰나미를 발생시키려는걸 억지하고 있지만, 시간 벌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
레버넌트: (독립체의 공격을 피한 뒤 도끼로 독립체의 팔을 자르며) 도움? 힘줄이라도 자르란 얘긴가?
사령부: 말 그대로다. 대상의 오른쪽 팔의 힘줄을 절단하라.
레버넌트: 젠장, 싸우는 것도 벅찬데…
이란투: 팀장, 여기서 공간 도약을 사용하도록 하죠. 마침 이 정도 거리면 팔 부근까지 가는건 여유롭습니다.
레버넌트: 그러지, 타우-5, 전원 공간 도약 준비!
레버넌트의 지시에 맞춰 타우-5가 공간 도약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타우-5의 슈트가 천천히 푸른 빛에 둘러싸이기 시작하고, 몇 초 뒤 강한 섬광이 발생한다. 섬광이 걷히자, 전 대원들은 SCP-2317의 어깨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 이동 당시 붙어 있던 독립체들의 시체 조각이 널부러진다.
로크: 아무래도 저 좁은 곳을 통과해서 힘줄까지 가는건 무리겠죠?
레버넌트: 동감이다. 그냥 어깨 전체를 날려버리는 쪽이 편하겠군. 우리가 가진 유탄이 6개던가?
랜슬롯: 네, 딱 6개입니다.
레버넌트: 그 중 세 개를 묶어서, 어깨 근육 최대한 깊숙이 설치하는거다.
로크가 건네받은 세 개의 미스틸테인 유탄을 받은 뒤, 널부러져 있던 독립체들의 시체를 절단한 후 힘줄을 뽑아내 유탄을 하나로 묶는다.
난쿠: 저기까진 제가 가도록 하죠.
난쿠가 로크로부터 유탄 더미를 받은 뒤, 오른 손에서 와이어를 사출한다. 와이어 끝의 고정기가 어깨 근육 근처에 고정된다.
온루: 독립체 다수 출현!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레버넌트: 이란투, 자네는 나와 함께 난쿠를 엄호한다. 나머지는 우릴 엄호하도록.
난쿠가 와이어를 감으며 상승하기 시작하고, 레버넌트와 이란투는 벽면과 천장에 붙어있다가 난쿠에게 달려드는 독립체들을 저지한다. 다른 대원들은 이란투와 레버넌트를 등진 채 사방에서 몰려오는 독립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난쿠: 조금만 더…!
난쿠가 근육 조직에 근접하고, 근육 조직 사이에 유탄 더미를 끼워 넣는다. 유탄 더미를 끼워 넣는 도중 독립체 하나가 달려드나, 이란투가 발사한 화염이 독립체에 적중하며 기습이 무산된다.
난쿠: 이제 내려가겠습니다!
난쿠가 빠르게 와이어를 풀며 하강을 시작하고, 몇 초 뒤 고정기를 풀고 그대로 낙하함과 동시에 다른 손으로 화염 발사기를 발사, 근육 조직들 사이에 끼워진 유탄 더미를 적중시킨다, 근육 조직들 사이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난쿠는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난쿠: 임무 완료.
레버넌트: 이란투, 워프는 앞으로 몇 번이나 할 수 있지?
이란투: 싸우는 것까지 포함하면, 딱 두 번 할 수 있습니다.
레버넌트: 그럼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나자고.
알파-7 부대원들이 다시 타우-5의 슈트에 매달리고, 타우-5 부대원들은 일제히 위쪽 방향으로 와이어를 사출, 고정시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 시각, 반중력 엔진의 저항을 이겨내며 아래로 내리치려던 거인의 팔이, 마치 갑작스럽게 힘이 풀린 것처럼 뒤로 빠르게 재껴졌다. 뒤로 재껴지는 팔의 반동에 의해 거인은 뒤로 나자빠지려 했고, 동시에 균형을 잡기 위해 뒷걸음질을 쳤다.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내부 침투조가 해냈나 보군.”
거인은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뒤 다른 쪽 손을 이용해 반중력 엔진들을 먼지 털어내듯 털어낸다.
“페르세우스 재생 완료, 재비행 시작합니다.” 때마침 거인의 공격을 맞고 추락했던 무인기, 페르세우스는 재생과 정비를 끝마쳐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로크 살신 무인기, 신학적 의식 체계 가동 준비.” 연합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세 대의 무인기들은 거인을 에워싼 채 빠른 속도로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무인기들에서 장착된 전기 발생 장치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양의 전기와 무인기들의 빠른 속도가 시너지를 이루자, 그것은 마치 번개를 뿜어내는 빛나는 고리처럼 보이게 되었다. 고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번개들은 거인의 표면을 지지고 있었다.
“공명 상태 돌입, 아키바 충전 완료, 의식 체계 가동하겠습니다.” 무인기의 조종사들은 일제히 무인기의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무인기들의 비행이 만들어낸 빛의 고리는 점차 밝아지기 시작했고, 번개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리고 몇 초 뒤, 하늘에선 온 세상을 뒤덮을 것만 같은 밝기의, 흔하게 보이는 번개와는 비교하는 것조차 불경스러울 정도의 위력의 낙뢰가 떨어졌다. 번개의 신의 힘이 깃든 낙뢰는 주홍빛 군주가 빙의한 거인에게 정타로 내리꽂혔다. 눈을 멀어버리게 할 것 같은 빛줄기 뒤에는, 귀를 멀어버리게 할 것 같은 굉음이 뒤따랐다.
“람다, 방금 현장에서 엄청난 고에너지가 감지되었다. 다들 무사한가?”
“여기는 람다, 눈이랑 귀가 좀 얼얼한거 빼면 무사하다.”
“에타-1, 이상 무.”
“에타-2, 이상 무.”
“에타-3, 이상 무.”
“스파르티것츠, 이상 무.”
“무인기들의 상태는?”
“안타깝게도 에너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건지 파괴되었다.” 스파르티것츠가 거인을 중심으로 선회 비행을 하며 보고했다. “다만 성과는 있었다. 현재 SCP-2317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무언가 초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틈에 완전히 몰아붙이겠다. EVE 캐논 장전 준비.”
“EVE 캐논 장전 준비. 목표는 SCP-2317의 두 번째 심장이다.”
두 대의 함선들에 실린, 함선 길이의 7할에 맞먹는 수준의 레일건과 같은 생김새의 무기가 포열의 안쪽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이 나는 포열에선 강력한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고, 무기가 가동되는 소리는 점차 고음으로 치솟았다.
“발포.”
두 대의 함선으로부터 굵은 빛줄기가 동시에 빠른 속도로 발사되었다. 강력한 힘을 지닌 빛줄기들이 가진 힘은 거인의 몸통을 꿰뚫어버리기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거인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며, 서서히 양손을 자신의 복부에 가져다 대어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려 했다. 다만, 거인의 행동은 자신의 생각처럼 빠르게 따라주지 못했다. 거인은 손등을 겹쳐 자신의 심장을 보호할 생각이었으나, 빛줄기는 한 발 더 빠르게 거인에게 도달해 거인의 양 손가락을 파괴하며 나아갔다.
“목표 적중, 상황은?”
빛이 가신 후, 하늘을 날며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공격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거인의 복부가 뚫렸다. 허나, 심장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거인의 심장은 여전히 건재했다. 비록 완벽히 방어하지는 못했지만, 거인의 손가락은 광선의 힘을 줄이기엔 충분하였고, 맹렬한 빛줄기는 거인의 복부에 적중했을 지언정 장갑과 같은 그 두꺼운 표피를 뚫는데 그친 것이다.
“재장전을 시작한다.”
“에버하트 공명기 가동 시작. 앞으로 충전까지 30분 소요됩니다.”
알파-7 부대원들: 으아아아악!!
갑작스럽게 알파-7 부대원 전원이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진다.
온루: 다들 무슨 일이십니까?
레버넌트: 모르겠어… 갑자기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전신으로 쫙 퍼지던데.
시리우스: 이 느낌은 저번 SCP-2845 토벌 작전 때 느껴지던 것과 비슷합니다.
랜슬롯: 방금 이 근육 덩어리 벽들도 뭔가 느낀 것처럼 엄청나게 경련하던데, 그거랑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사령부: 레버넌트, 여기는 사령부다. 들리는가?
레버넌트: 여기는 레버넌트,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나를 포함한 알파-7 부대원들만 엄청나게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다.
사령부: 미처 알려주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방금 외부 저지조에서 신성 독립체의 힘을 빌린 공격을 시행했다. 대원들은 무사한가?
레버넌트: 무사하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방금 막 SCP-2317의 뇌가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사령부: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교신을 종료하겠다.
랜슬롯: 무사 귀환…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로크: 이제 저게 목표인데… 일단 사람이 탑승해 조종하고 있다 했으니 조종사를 찾는게 좋겠죠?
레버넌트: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마침 저기 딱 보이네.
레버넌트는 인간의 뇌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으로 가리킨다. 해당 부분에는 인간으로 보이는 독립체의 하반신과 양 팔이 동화되어 뇌와 결합을 이루고 있다. 대상에게서 특별한 반응 징후는 관찰되지 않는다.
레버넌트: 난쿠, 랜슬롯과 나를 저기까지 올려줘. 내가 텔레파시 방출기로 사이오닉 장을 무력화시키고 나면, 랜슬롯은 미스틸테인 유탄을…
갑자기 강력한 진동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여섯 마리 가량의 독립체들이 나타난다. 독립체들은 붉은 기광에 휩싸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머리에서 7개의 뿔이 자라나며 덩치가 더욱 커지고 근육이 붙으며 타우-5의 슈트와 비슷한 크기로 성장한다.
시리우스: 팀장, 이거 아무래도…
레버넌트: 그래, 우리가 온 걸 눈치채고 보안에 더 신경을 쓴 모양이군.
독립체들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레버넌트: 온루, 랜슬롯과 나를 저 위로 올려줘. 나머지는 시간을 벌어주고!
레버넌트의 지시에 맞춰 온루는 랜슬롯과 레버넌트를 태운 채 뇌에 인접한 척수 부분에 와이어를 사출, 고정시킨 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며, 나머지 대원들은 온루를 추격하려는 거대 독립체들을 저지하기 시작한다.
시리우스: 이놈들, 화염 발사기가 안통합니다!
이란투: 아무래도 우리가 상대해야겠군.
이란투는 독립체 하나의 꼬리를 붙잡고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끌고간 뒤, 몸을 돌릴 때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 날려버린다. 독립체는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가 꼬구라지지만, 이내 다시 자세를 잡기 시작한다.
난쿠는 달려든 독립체 둘의 목을 붙잡은 채 힘으로 드잡이질을 벌이기 시작한다. 독립체들이 다리의 발톱을 이용해 슈트의 강화 유리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누적시켜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
문루는 독립체의 뒤로 접근, 빠르게 독립체 위에 올라타 뿔을 잡고 머리를 연이어 가격하기 시작한다. 독립체는 몸을 강하게 비틀며 문루를 떼어내려 시도한다. 그와 동시에 같이 올라탄 시리우스가 미스틸테인 도끼를 이용해 독립체의 목을 반복적으로 강하게 가격한다.
온루: 도착했습니다.
랜슬롯: (텔레파시 방출기를 인간형 독립체에게 겨냥한다.) 이제 저것만 없애면…
온루: 독립체 하나가 접근합니다!
거대 독립체들 중 하나가 온루와 랜슬롯, 레버넌트를 향해 벽을 타고 접근하기 시작한다. 독립체들과의 교전 임무를 맡은 대원들이 화염 발사기를 발사해 독립체를 연이어 적중시키지만, 독립체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한다.
레버넌트: 지금 우리가 가진 미스틸테인 유탄이 몇 개지?
랜슬롯: 현재 3개 남았습니다.
레버넌트: 하나만 주게.
레버넌트가 미스틸테인 유탄 하나를 화염 발사기에 탑재된 유탄 발사구에 장전한다. 독립체는 각력으로 뛰어올라 레버넌트를 덮치려고 시도하나, 레버넌트가 발사한 미스틸테인 유탄이 얼굴에 적중함과 동시에 괴성을 지르며 추락한다.
랜슬롯: 그럼, 쏘겠습니다.
랜슬롯이 텔레파시 방출기를 통해 텔레파시를 인간형 독립체를 향해 발사한다. 인간형 독립체가 있는 부분을 비롯해 뇌 전체를 감싸고 있던 주홍색의 기광이 심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하며, 이윽고 기광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다.
레버넌트: 이제 유탄을…
그 순간 인간형 독립체가 뇌의 내부로 빠르게 흡수되며 대원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발사한 유탄은 독립체가 사라진 뇌간 부분에 적중하며 큰 손상을 입힌다.
레버넌트: 사라졌어…? 사령부, 응답하라. 사령부!
사령부: 여기는 사령부, 방금 SCP-2317의 머리 부분을 감싸고 있던 사이오닉 장이 무인기들의 신학적 번개 공격 이후보다도 더 약화된 것을 확인했다. 무슨 일인가?
레버넌트: SCP-2317의 뇌를 찾았고, 텔레파시 방출기를 이용해 사이오닉 장을 약화시키는 것까진 성공했다. 다만… 뇌간에 융합되어 있던 인간형 독립체를 향해 노리고 쏜 유탄이 대상이 뇌 안으로 흡수되면서 뇌간 부분을 타격하는데 그쳤다.
사령부: 그럼 현재 해당 독립체는 보이지 않는 상태인가?
레버넌트: 적어도 현 위치에서는 그렇다.
사령부: 세계 오컬트 연합 측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피치카토 절차1를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그 기점은 SCP-2317의 사이오닉 에너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다시 활동을 재개할 때이다.
레버넌트: 여기서 죽이는데 실패하면, 전면전이라는거군.
사령부: 그렇다. 현재 SCP-2317을 무력화시킬 여건이 되는가?
레버넌트: 글쎄… 현재 미스틸테인 유탄 하나와 텔레파시 방출기 네 대가 남아있다.
사령부: 알겠다. 잠시 대기하라.
“현재 내부 침투조 상황은?”
“미스틸테인 유탄 하나, 그리고 텔레파시 방출기 네 대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사령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피치카토 절차가 발휘되는 순간 인류는 전면전을 감행해야 하고, 총력을 다하면 막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재단과 연합, 더 나아가 인류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전면전은 어떻게든 피해야만 했으나, 내부 침투조에게 남은 전투 자원은 너무 열악했고, 외부에서의 공격은 살신용 무인기들의 공격과 EVE 캐논을 제외하면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
“아, 혹시 연합측에 살신용 무인기가 남아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 그때, 작전을 지켜보고 있던 닉스의 머리에선 불현듯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 번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약 십 여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연락 담당관에게서 말을 꺼냈다.
“딱 한 대 남아있다고 합니다.”
“닉스 부장, 어쩔 생각입니까?” 작전 지휘관이 질문했다.
“연합 측의 무인기는 SCP-2317에게 손상을 줄 정도로 강력합니다. SCP-2317에게는 미스틸테인 드릴로 뚫은 구멍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거고, 그 구멍으로 무인기를 보낼 수 있다면 무인기를 통해 알파-7이 가진 미스틸테인 유탄을 SCP-2317의 뇌 내부에서 터뜨리는게 가능할 겁니다.”
“…한 번 시도해 보죠.”
사령부: 레버넌트, 여기는 사령부, 들리나?
레버넌트: 정신이 좀 없긴 하지만, 들린다.
사령부: 연합 측에서 살신용 무인기를 한 대 더 지원해 주었다. 무인기가 내부로 침투한 뒤, 미스틸테인 유탄을 가지고 뇌 내부로 들어가 폭파시킨다는게 현재 수립된 작전이다.
레버넌트: 그럼 그 무인기는 지금 어디쯤 있지?
사령부: 아마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다.
공기를 가르는 고음의 기계음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몇 초 뒤, 연합이 파견한 로크 시리즈 살신용 무인기가 뇌가 있는 방향으로 고속으로 접근한다.
이란투: (반파된 왼팔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빨리도 오는군.
문루: (독립체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슈트 기능 전반이 무력화 되었으며 가슴에 독립체의 발톱이 박힌 상태이다.) …. 그러게요.
독립체들이 무인기를 저지하려 시도하나, 무인기가 발산하는 고출력의 전자기 스파크에 저지된다. 독립체는 빠른 속도로 급상승 곡선을 그리며 SCP-2317의 뇌에 접근한다.
[살신용 무인기 헥토르]: SCP-2317의 이코르 방사선 및 EVE 탐지… 현재 탑승자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레버넌트: 여기 유탄이야!
레버넌트가 무인기가 올라오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 유탄을 건내려 한다. 유탄은 무인기에 장착된 전자석에 의해 무인기와 결합하고, 무인기는 SCP-2317의 뇌에 도달하기 직전에 이른다.
그 순간, 무인기를 노리고 있던 독립체가 무인기를 향해 달려든다. 무인기와 독립체는 충돌하고, 강한 폭발이 일어난다.
랜슬롯: 이런 시발…
사령부: 레버넌트, 여기는 사령부다. 응답하라.
레버넌트: 사령부, 여기는 레버넌트. 방금 무인가… 접근에 실패했다.
사령부: 우리 역시 방금 연합측으로부터 실패를 보고 받았다. 현 시간부로 구조대를 파견할 테니 즉시 대피하라.
레버넌트가 추락한 무인기를 바라본다. 무인기는 점차 자연적으로 복구되고 있다.
레버넌트: …한 가지 가능성이 보인다.
사령부: 그게 무슨 소린가?
레버넌트: 사령부, 현재 외부 저지조가 가진 공격 수단들 중, SCP-2317의 육체를 어느 정도 파괴하는데 성공한 장비가 아직 남아있나?
사령부: 현재 EVE 캐논 두 대가 남아있다.
레버넌트: 그 EVE 캐논 두 대를 모두 SCP-2317을 머리에 적중시키도록 지시 바란다.
사령부: EVE 캐논만으로는 대상을 무력화시킬 수 없다.
레버넌트: 알고 있다. 하지만 저 무인기에 텔레파시 방출기를 붙이고, 그걸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일시적으로나마 SCP-2317이 완전히 힘을 잃을 수도 있지 않겠나?
사령부: 잠시 대기하라.
[불필요한 기록 삭제됨.]
사령부: 레버넌트, 여기는 사령부,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 무인기의 스파크를 이용해 텔레파시를 강제로 방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일단 외부 저지조에 명령을 내려놓겠다. 행운을 빈다.
랜슬롯: 그런데, 저 독립체들이 또 방해할 텐데요.
레버넌트: 다행히 놈들은 3마리 밖에 남지 않았어. 온루, 내려가자.
온루: 알겠습니다.
온루가 와이어를 빠르게 풀며 하강하고, 이후 랜슬롯, 레버넌트, 온루는 전투에 합류한다.
레버넌트: 모두 잘 들어! 무인기가 고쳐지면 무인기에 텔레파시 방출기를 붙일거다. 무인기가 날아가면 우리 모두 공간 도약 기능으로 여기서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전 대원들은 3마리의 독립체들과 교전을 시작한다. 독립체들은 강하게 저항하나, 타우-5가 슈트의 완력을 통해 포박하고 있는 동안 알파-7 대원들이 미스틸테인 무기를 통해 독립체들에게 유효타를 입히는 방식의 합동 연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헥토르]: 살신용 무인기 헥토르, 재생 완료.
랜슬롯: 팀장, 지금입니다!
레버넌트는 텔레파시 방출기 네 대를 들고 무인기를 향해 질주한다. 무인기에 도착한 레버넌트가 방출기를 모두 무인기에 결합시키고, 무인기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레버넌트: 사령부, 캐논 발사 준비! 모두 뛰어!
레버넌트의 지시에 따라 알파-7 대원들이 일제히 타우-5의 슈트에 매달리고, 타우-5는 공간 도약을 준비한다.
“EVE 캐논 충전 완료. 발포 준비하겠습니다.” 한편, 두 함선의 EVE 캐논 역시 다시 한 번 발사 준비를 끝마쳤다. 이번에는 동일한 자리에 발사해 정말로 거인을 끝장낼 심산이었다.
“람다, 여기는 사령부, 들리나?”
“여기는 람다, 잘 들린다.”
“EVE 캐논의 목표 지점을 대상의 머리로 지정하라. 지금이 대상을 여기서 처치할 유일한 기회다.”
“알겠다. EVE 캐논 목표를 SCP-2317의 머리로 전환하라.”
지휘부의 지시에 맞추어 두 대의 무기가 일사불란하게 재정렬 되었다.
“대상의 이코르 방사선 수치가 0이 되는 순간 발포하라.”
“알겠다.”
5… 4… 3… 2… 1… 그렇게 침묵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누군가의 말이 침묵을 깼다.
“SCP-2317의 이코르 방사선 수치가 0이 되었습니다!”
“EVE 캐논 발포!”
두 대의 무기는 다시 한 번 강력한 빛줄기를 발사했다. 두 광선은 빠른 속도로 거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의식을 잃은 거인에게 이를 막을 방도는 없었다. 두 광선이 동시에 거인의 머리에 적중하며, 난공불락과도 마찬가지였던 거인은 머리가 꿰뚫리며 박살나 끝을 맞이했다. 거인의 붉은 눈이 있던 자리는 완벽하게 파괴되어 이제는 텅 빈 구멍만이 있을 뿐이었고, 뒤통수 또한 관통되어 그 너머로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재단, 그리고 세계를 멸망의 위협으로 몰아넣던 거인은, 그렇게 수천 년의 세월 끝에 죽음을 맞이했다.
제150기지
“닉스 부장님” 알렉산더 조사팀장이 닉스의 사무실에 들렀다.
“2317 내부에 들어갔던 대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후, 정말 다행이네. 전부 무사하고?”
“네,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중태로 발견되었지만 나아지고 있고, 나머지는 무사합니다. 타우-5는 뭐… 당연히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닉스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30분 뒤, 닉스의 모니터로 화상 통화가 걸려왔다. O5-2의 통화였다.
“닉스, 자네의 프로젝트로 인한 성과는 평의회 전원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류 전체가 이 프로젝트에 동원된 이들 모두에게 빚을 졌어.”
“과찬이십니다.” 닉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꽤나 애를 먹었지, 당장 SCP-2317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속적인 해일 사태 때문에 몇 명이나 죽었는지 몰라. 사태 수습이랑 기밀 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사태로 인해 죽은 이들의 목숨을 결코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니지만, 결국 벌어질 일이었단 건 모두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말하셨다시피, 이러지 않았으면 결국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낳았겠죠.”
“그래, 그리고 자네의 프로젝트도 여기서 멈추진 않을테지.”
“네, 저희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건투를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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