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640-KO
평가: +1+x

일련번호: SCP-1640-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640-KO는 21K기지 표준 안전등급 격리소에 격리한다. 별다른 절차는 적용되지 않으나, 열람은 오직 실험 목적으로만 허용되며 직접 SCP-1640-KO를 사용하는 인원은 D계급에 한한다.

설명: SCP-1640-KO는 아르카디아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여지는 게임 소프트이다. 겉표지에는 '삼대천 제작 지원!' 이라는 라벨과 함께 아령을 물고 있는 강아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SCP-1640-KO의 구조는 스테이지에서 제시되는 동작에 따라 운동을 하여 점수를 획득하고, 각 스테이지의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선형적 구조를 띄고 있다.

SCP-1640-KO는 자체적인 컨트롤러가 없으며, 외부입력 장치 및 사양은 1982년 당시의 비변칙적 게임 소프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SCP-1640-KO를 통해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없어 자체의 게임성은 전무하다.

SCP-1640-KO의 컨텐츠는 운동 영상의 예시 클립과 자체적인 운동 계획표를 제외하고는 없으며, 실제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다소 허술하다.

그러나 SCP-1640-KO를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면 신체적 반응의 변화가 일어난다. SCP-1640-KO의 주요 변칙성은 신체적 고통을 쾌락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해당 변화는 피학적 쾌락과는 구분된다. SCP-1640-KO에 영향을 받은 대상은 근육통, 산소 결핍, 체내 글리코겐 고갈로 인한 탈력감 등을 쾌감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에 SCP-1640-KO를 장기적으로 이용할 경우 대부분 운동 중독에 빠지게 된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자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부록:

SCP-1640-KO는 약 2000개의 카피가 청계 복원사업 당시 발견되었다. 2000개의 카피는 모두 매장되어있었으며, 그 중 하나에는 개발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메모장이 같이 발견되었다.

해당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게임으로서 온전히 제작하기에는 예산도, 시간도, 기술력도 부족했어. …만족해?

면담 기록

추적 끝에 SCP-1640-KO의 크레딧에 있던 한국인 개발진 중 한명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 인원은 초기에는 개발 사실을 부정했으나 자백제 투여 이후 면담에 응했다.

POI-1640-KO: 그게 말이죠…저도 잘 기억은 안 나요. 그 당시엔 홍보를 할 수단이 절실했고, 또 회장님은 서방…특히 미국과 독일에 삼대천을 진출시키고픈 마음이 크셨습니다. 그래서 헐값에 라이센스를 계약했습니다. 그게 아마 82년? 그쯤이었을 겁니다. 그 시기에는 양측 모두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거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땐 몰랐죠. 아르카디아가 그렇게 풀썩 망해버렸을 줄은요. 망한 뒤로는 잊고 있었습니다.

이지윤 박사: 그런데 이 게임의 제작일자는 1986년이죠. MS-DOS 기반 게임이고요.

POI-1640-KO: 네. 그 점이 저도 이상했습니다. 아마도 정식 판본이 아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뿐입니다.

이지윤 박사: 그러니까, 80년대에 라이센스를 빌려주었고, 그 뒤로는 SCP-1640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 말씀이신가요?

POI-1640-KO: 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이지윤 박사: 크레딧에 본인 이름이 쓰여 있는데도요?

POI-1640-KO: …제 이름이요?

이지윤 박사: 놀란 척 하지 마세요. 지금 제가 원하는 것은 삼대천 따위가 아니라 이 당시 게임을 만든 아르카디아 인원들의 추적입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아르카디아의 존재들과 달리, 83년 이후 아르카디아는 무수히 많은 변칙 프로그래머들의 방패막이 되어 주었습니다. 여전히 대부분은 찾지 못했고요.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POI-1640-KO: 삼대천 따위요?

이지윤 박사: 하아.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그 발언은 사과할 테니, 어서 진실을 말해 주세요. 저희는 지금 삼대천의 예전 멤버들을 잡고 싶은게 아니니까요.

POI-1640-KO: 으음. 네. 사실 저도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오직 저 뿐이었고, 저는 단순히 한글 버전 제작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정말이에요.

이지윤 박사: (웃음) 뭐, 좋습니다. 그럼 변칙성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들어보고 싶은데요.

POI-1640-KO: 네. 폴리곤 쇼크, 들어보셨겠죠?

이지윤 박사: 들어 봤습니다. 아이들이 만화영화를 보다가 빛 때문에 기절했었던.

POI-1640-KO: 그거랑 비슷한 방식입니다. 빛을 통해 인간의 감각 세포를 교란시키는 거죠.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의식을 바꾸는 그런 겁니다. 고통에서, 쾌락으로요.

이지윤 박사: BLIT가 떠오르는군요.

POI-1640-KO: 그것보단 몇 배는 섬세한 방식이더라고요. 아르카디아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모든 걸 쾌락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통, 눈의 깜빡임, 키보드를 누르는 촉감까지도요. 오로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만큼만은 완전한 쾌락 속으로 빠지도록 만드는 걸 바랬겠죠.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그들의 마루타였던 것이고요. 그렇게 섬세한 감각을 쾌락으로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낮은 기술력으로나마 실행해보려 한 거죠. 확실히 제한된 환경 내에서 최대의 퍼포먼스를 강요하면 가끔씩 그런 괴물같은 장인정신의 무언가가 나오기는 하더군요. 감탄했습니다. 그때 아르카디아 개발자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타나토스를 에로스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일지 생각해 보라는 걸요.

이지윤 박사: 인간의 잠재의식을 바꿔서 고통을 쾌락으로 바꾼다…그것이 운동 중독의 방향으로 귀결되었기에 망정이지, 자해나 자살로 이어진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네요.

POI-1640-KO: 그건…모르는 일이죠. 벌써 40년 전 일이니 실패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완성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지윤 박사: ……설마요.

POI-1640-KO: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그 개발자들의 차기작이 아마 FPS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면담 이후 기동특무부대는 개발자들의 신상을 추적, 현재 생존 여부를 확인했다. POI-1640-KO가 진술한 개발자들은 전원 사망했으며 사인은 전원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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