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699

일련번호: SCP-1699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레이캬비크 대학교 화산연구소로 위장한 제1699-A연구전초기지가 SCP-1699 근처에 건설되었다. 사복을 입은 보안 인원들이 주기적으로 SCP-1699 주변 구역을 순찰하면서 진입하려는 민간인들을 되돌려보낸다.

설명: SCP-1699는 아이슬란드 홀스피아들라베귀르Hólsfjallavegur 북서부에 위치한 휴화산이다. 대상은 단 하나의 분화구로만 이루어져있는 꼴인데, 직경이 약 1 미터에 최고 높이가 3분의 1 미터 정도다. SCP-1699은 지성이 있으며, 변칙적인 기작을 통해 발성을 할 수 있다.

SCP-1699는 실험 참가자와 대화가 가능하고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첫 조우 이래로 "더욱 파괴적"이고 "더 나은 자연재해가 되기" 위한 열망을 품고 있다. 대상을 격리하는 동안, SCP-1699의 심리 상태는 부정적으로 변했는데, 대상은 종종 아이슬란드나 그외 지역에 있는 더 큰 화산들과 자신을 비교질하는 열등감을 키워온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독립체에게 정신의학적 도움을 주는 것은 아직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부록: 면담 기록1

일자: 2017년 1월 28일

면담자: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Einar Vilhjálmsson

면담대상: SCP-1699


기록 시작


빌햐울름손 박사: 안녕.

SCP-1699: 여, 무슨 일이야? 야, 손님은 꼭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난다던데, 내 말 맞지?

빌햐울름손 박사: 넌 누구지?

SCP-1699: (대상이 웃는다.) 와, 딱 요점만 말한다, 그죠? 이 몸을 불러주길, 어…

(SCP-1699은 약 54초 동안 침묵한다.)

SCP-1699: 그게, 어, 아직 이름을 못정했걸랑.

빌햐울름손 박사: 'SCP-1699' 같은 건 어때?

SCP-1699: 'SCP-1699'라고? 그닥 오싹하거나 겁주는 느낌은 없는데… 근데 이거 잘 먹히겠는걸. 그럼 그렇게 불러줘.

빌햐울름손 박사: 다행이군. 이제-

SCP-1699: 에쓰.씨.피… 천-육백-구십-구!

(빌햐울름손 박사가 눈을 꿈뻑인다. SCP-1699 속 용암이 잠시 거품을 낸 뒤에 조용히 가라앉는다.)

SCP-1699: 어… 겁주기도 아직은 연구 중이야. 야 근데- 너 쫄았지, 쫄? 쫄?

빌햐울름손 박사: 저기요?

SCP-1699: 아, 됐어 그냥. 네가 누군지 간에, 용건이 뭐였는지 다시 말해줄래?

빌햐울름손 박사: SCP-1699, 내 이름은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내 일행과 나는 가까운 시일에 너를 연구하려고 해 — 인터뷰, 그러니까 지금 같은 거, 그걸로 네가 여기에 왜 있는지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지.

SCP-1699: 오오, 자네, 관객인가? 와, 정말로 믿을 수가 없군 그래, 나는 진짜 — 이건 내가 평생 바래왔던 거잖아! 이- 이걸 어떻게 고맙다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네, 진짜로.

빌햐울름손 박사: 별 말씀은. 이제-

SCP-1699: 그래, 관객이군… 내가 저지르는 파괴를 목도할 관객!

(SCP-1699이 용암을 보글거리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빌햐울름손 박사가 안경을 고쳐쓰고 관자놀이를 문지른 뒤에 말한다.)

빌햐울름손 박사: 가만 보고있자니 넌… 폭력적인 위협에 꽤나 집착하는 것 같군.

SCP-1699: 그게, 이 몸은 개쩌는 화산이시라구. 내가 달리 '집착'할 게 뭐가 있는데, 얼음낚시? 봐봐 — 날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뭐가 떠올라? 따스하고 푹신해보여? 내가 멋져보여? 아니지, 절대 아냐, 나는야 파괴의 조짐! 폭력의 화신! 이 몸은 세상의 불, 가까이 다가올 정도로 멍청한 것들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땅에서 솟아올랐지! 알간?

빌햐울름손 박사: 넌 보글거리는 용암 웅덩이야.

SCP-1699: 야, 졌다 졌어. (대상이 씩 웃는다.) 내가 졌다. 이봐, 형씨, 어, 에이냐르Einjar, 맞나? 당신 아마도 매우 바쁘신 분이란 건 알겠지만… 형씨랑 그쪽 일행들, 그러니까, 날 도울 수 있겠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빌햐울름손 박사: 뭔데.

SCP-1699: 생각을 해봤는데 — 난 이미 핫하잖아, 그치? 근데 난 더 핫해질 수 있어. 글고 댁이랑 댁네 일당들이 나 같은 애들을 쫌 아는 거 같은데… 형씨, 그러니까, 날 코치할 수 있겠어?

빌햐울름손 박사: 뭐라고?

SCP-1699: 그러니까, 날 가르쳐. 더 자연 재해 같이 보이게, 알지? 내 말은 그게… (대상이 한숨 쉼) 난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자연의 괴짜처럼 보인다는 거잖아, 안 그런가? 난 좀 더 파괴적이고 싶어. 화산 그 이상으로! 뭔 말인지 알지, 그치?

빌햐울름손 박사: 장담은 못하겠는데. 이제 가봐야겠어, SCP-1699.

SCP-1699: (대상이 웃는다) 우, 쌀쌀맞긴. 그럼, 난 계속 여기 있을게. 그러니까, 맘 바꿨다면 말이지.


기록 종료


일자: 2017년 2월 4일

면담자: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면담대상: SCP-1699


기록 시작


빌햐울름손 박사: 또 보네, SCP-1699.

SCP-1699: 여어, 에이냐르. 히사시부리.

빌햐울름손 박사: (그가 한숨 쉼) 내 이름은 에이나르야.

SCP-1699: 그래, 그래, 미안하다고. 용건이 뭐야,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박사: 그냥 확인차 온 거야. 근데, 딱 봐도 알겠는데 — 너 꽤나…

SCP-1699: 풀이 죽었다고? 맞아, 그런거 같아.

빌햐울름손 박사: 난 '얌전해졌다'고 말할려했는데, 근데 그것도 말되는군. (그가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다.) 뭐가 문젠데, SCP-1699?

SCP-1699: 그게, 있잖아 — 잠깐, 안웃겠다고 맹세해 (빌햐울름손 박사가 끄덕임) — 그쪽이 같이 데려온 다른 친구들 있지? 그 실험실 가운 입은 과학자 선생들?

빌햐울름손 박사: 내 연구팀?

SCP-1699: 그래, 그 친구들. 그게, 다른 날에 — 맞다, 넌 없었지 — 걔네들에게 말걸어 봤거든, 주의를 끌어서 겁 좀 주려고, 알지? 잠시 뒤에, 걔네 중 한 명이 와서 날 보고 말하길, 그러니까, 어… '넌 에이-아-펠러-요쿨?이 아니야' 내가 잘 발음한 거 맞아?

빌햐울름손 박사: 그건 아마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Eyjafjallajökull' 같군.

SCP-1699: 맞아, 그래, 그거야, 고마워. 그래서, 그러니까, 그 여자가 '넌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거기에 내가 '그게 뭔데?'라고 했지. 그리고 믿어져? 그 여편네가 날보고 웃었어!

빌햐울름손 박사: 믿기지 않는군.

SCP-1699: 그치, 그치? 그러고나서, 그 여자가 날보고 낄낄 웃고는, 그게, 나한테 그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뿐만 아니라 다른 화산들에 대해 알려주는데, 그리고는 그게… (대상이 한숨 쉼) 형씨, 난 아직 기대에 걸맞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거든, 응? 내 말은, 내 스스로 이름을 떨치고 싶다면…

빌햐울름손 박사: 그게 무슨 말인데?

SCP-1699: 그게, 음… 이쯤되면 일이 적성에 맞아야할 것 같은데 말이지.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 있잖아, 그게 폭발했을 때, 이쪽 세계의 비행기 항로를 몇 주 씩이나 무릎 꿇렸댔지? 그리고 바우르다르붕가Bárðarbunga는 그 뜨거운 용암을 온 천지에 흘리고 오만 데에 재를 흩뿌렸댔지? 그게 불과 이번 세기에 일어난 일이고! 그 여자가 얘기한 다른 화산들에 대해선 말도 마, 베수비오산Vesuvius이라던가, 그리고, 어… 모나하Monaha?

빌햐울름손 박사: 모아하Moaha?

SCP-1699: 그래, 그거, 어쨌든. 그냥… 좀 많잖아, 알지? 생각할 게 많다고.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둘까?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거든.

빌햐울름손 박사: 이유는 대충 알겠군. 다음 주에 보자고, SCP-1699.

SCP-1699: 고마워, 형씨. 생각하느라 한창 열불내고 있던 참이었는데.


기록 종료


일자: 2018년 2월 12일

면담자: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면담대상: SCP-1699


기록 시작


빌햐울름손 박사: 안녕.

SCP-1699: 저리 가.

빌햐울름손 박사: 무슨 일이야, SCP-1699?

SCP-1699: 너 따위가 알바 아니잖아. 날 가만 내비둬.

빌햐울름손 박사: 들으면 깜짝 놀랄 건데.

SCP-1699: 허. 너 원래 안 그랬잖아, 에이나르. 날 놀린다거나 뭘 해야지 정상 아냐?

빌햐울름손 박사: (그가 한숨 쉼) SCP-1699, 그렇게 느꼈다니 미안-

SCP-1699: 너답게 행동해. 가서 니 친구들이랑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 놈인지 뒷담이나 까고 날 내버려두라고.

빌햐울름손 박사: 야, 진정해 — SCP-1699, 너 빼곤 아무도 널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ㅈ- 음, 너는 꽤나 괜찮은 대화 상대고 널 연구하는 건 곧-

SCP-1699: 난 네 '과학 발전'이나 '연구'나 그런 것 따위에 관심없다구! 그냥 저리 꺼져! 니들 전부 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내 근처에 멍청한 캠핑장이나 차린 뒤로, 난 빌어먹게 무수한 험담과 모욕 세례나 받고있다고! 매일 같이 너희 개같은 과학자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화산이 용암을 뿜어내고 마을을 쓸어버리는지 잔소리 하는 걸 듣는 내 기분을 느그들은 존나게 비웃잖아!

빌햐울름손 박사: 그-그런 일이 있었을 때 자리에 없었던 건 미안해. 그 사람들에겐 내가 확실히 말해놓-

SCP-1699: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너희 밥맛들에게 신기한 취급받는 것도 이젠 질렸어. 내가 들을 수 없는 줄 알고 날 보고 모두가 비웃는 걸 매일 듣는 것도 질렸어. 쓸모없이 용암만 보글대는 웅덩이 취급받는 것도 질렸고 난 이제 절대 될 수 없는-

빌햐울름손 박사: SCP-1699,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밖에 해줄 말이 없-

(SCP-1699 속에서 용암이 분출한다. 빌햐울름손 박사가 움찔한다.)

SCP-1699: 날 좀 가만 냅둬!

(SCP-1699이 격렬히 보글거리기 시작하여, 용암이 살짝 넘쳐 주변 땅으로 흘러내린다. 빌햐울름손 박사가 자리를 떠난다. 그 이후 SCP-1699가 훌쩍거리는 것과 유사한 소리를 10여 분간 낸다.)


기록 종료


여담: 이 일이 있고난 뒤, SCP-1699의 심리 상태는 현저히 나빠졌다. 대상은 거의 말이 없거나 힘없이 말을 하며, 근처의 연구원들을 위협하고 모욕하는 말만 할 뿐이다. 빌햐울름손 박사는 제1699-A연구전초기지로 전근하여 상근 연구팀장직을 맡아서 변칙개체 학대 의심 사례를 조사하기를 요청했다. 해당 요청은 승인되었고, 빌햐울름손 박사는 징계 부여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SCP-1699를 대상으로 한 연구 인력의 구두 명예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부록: 사건 기록

서문: 2018년 2월 26일, 아이슬란드 그림스타디르Grímsstaðir 북부에 위치한 제687기지가 완공되고 아이슬란드 앞바다에 제003부유기지(SCPF 니외르드르Njörðr)가 입항함에 따라, 제1699-A연구전초기지는 그 이용가치가 다했음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었다.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은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으로 폭죽 수송을 요청하였다. 요청은 거부되었으나, 대신 빌햐울름손 박사는 사비를 충당해서 폭죽을 구매한다는 조건으로 SCP-1699 주변 지역에서의 폭죽 사용을 허가받았다.

다음은 2018년 3월 4일에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으로, 쉬리뒤르 헬게스도티르Þuríður Helgesdóttir 하급연구원이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로 녹화하였다.

관련 인물들: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하급연구원 쉬리뒤르 헬게스도티르, 보조 화산학자 이반 프레오브라젠스키Ivan Preobrazhensky

관련 변칙개체: SCP-1699


기록 시작


  • 1:26:56: 하급연구원 헬게스도티르가 기록을 시작한다. 빌햐울름손 박사는 SCP-1699 주변에 폭죽 다발을 배치한 뒤, 전초기지의 텐트에 로프를 묶고있다.

하급연구원JR 헬게스도티르: 왜 또 제가 이걸 기록해야되는 거죠?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화면 밖에서) 규율을 어기지 않는다거나, 아무도 다치지 않게하기 위함이겠지.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빌햐울름손 박사: 이제 공식적으로, 다함께 이걸 1699의 마음을 찡하게 할 비공식 봉사활동으로 생각해봅시다. 이제 조용히들 하시고. 거의 다 됐어.

  • 1:29:30: 빌햐울름손 박사가 로프 묶기를 다 끝내고, 헬게스도티르 하급연구원이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옆에 가서 앉는다.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좋아. 이제 뭐하게?

빌햐울름손 박사: 그냥, 어, 계획대로 한다. 단, 1699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JR 헬게스도티르: 저기, 솔직히 너무 귀여운-

(빌햐울름손 박사와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가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빌햐울름손 박사가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빌햐울름손 박사: 아아, 제1699-A연구전초기지에서 맞이하는 이 얼마나 좋은 날인가! 부디 화산 폭발이 우리들의 연구와 여흥에 훼방을 놓지만 않기를!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동의하네, 나의 친구 에이나르여! 화산 폭발만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군! 우리들의 날을 망쳐버릴 게 분명하니까.

(SCP-1699가 보글거리기 시작한다.)

SCP-1699: 이제 그만 좀 날 놀려.

JR 헬게스도티르: 맙소사! 방금 내가 들은 건 지진 소리?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가 그녀를 돌아보고 말없이 끄덕이며 양손으로 엄지를 들어보인다.)

SCP-1699: 또 너희들이야? 참말로? 아 진짜, 저리 가라고.

빌햐울름손 박사: 이번엔 진짜야, SCP-1699. 네가 불러일으킬 파멸에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 생각에 우린 지금 벌벌 떨고 있어!

SCP-1699: 야, 다 눈치깠어! 에이나르, 닥치고 나 비행기 태우는 소리 좀 그만 집어치워. 그게 통할 거 같냐고!

빌햐울름손 박사: 너나 그런 소리 집어치워! 우리 기분 좋게 해줄려고 네가 진짜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거 다 알고있다고!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옳소! 제발 부탁인데, SCP-1699, 절대 터뜨리지마! 안그럼 우린 다 죽어!

SCP-1699: 겁나게 화끈거리네. 저리 가라고 분명 경고했다.

JR 헬게스도티르: 엄마, 제발 나 좀 구해줘! 나 무서워!

(SCP-1699가 격렬히 부글대기 시작한다)

SCP-1699: 마지막 경고다, 입 닥치고 당장 꺼ㅈ-

(SCP-1699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폭죽 다발에 연결된 도화선을 점화시킨다. 폭죽 다발이 터지고, 빌햐울름손 박사가 로프를 당기자, 제1699-A연구전초기지가 붕괴된다.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와 하급연구원 헬게스도티르가 비명을 지른다.)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 오, 인류여!2

JR 헬게스도티르: 오, 이반, 마지막 순간까지 절 안아줘요! (그녀가 웃음을 참는다)

  • 1:37:07: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와 빌햐울름손 박사가 하급연구원 헬게스도티르 옆에 서서 SCP-1699를 지켜본다. SCP-1699에서 흘러나오던 용암이 멈추고, 2분 동안 정적을 유지한다.

SCP-1699: 어… 친구들?

(프레오브라젠스키 박사는 재채기를 참으려는 듯이 보인다. SCP-1699이 웃기 시작한다.)

SCP-1699: 와 씨바 세상에, 아까 니들도 봤냐?


기록 종료


여담: 일이 있고난 다음 날, 빌햐울름손 박사는 SCP-1699를 면담했다.

일자: 2018년 3월 5일

면담자: 선임 화산학자 에이나르 빌햐울름손

면담대상: SCP-1699


기록 시작


빌햐울름손 박사: 안녕, SCP-1699.

SCP-1699: 오오옷! 야,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에이나르. 그럼 어제 일어난 일도 봤겠네, 그치?

빌햐울름손 박사: 그렇고 말고. 야, 여기 전초기지가 아직도 휘청거릴 정도였다고! 인명피해 다수 발생에 재산피해 다수 발생까지… 겁나게 무서웠다니깐!

SCP-1699: 아니, 그렇지 않아.

빌햐울름손 박사: 뭐-뭣이?

SCP-1699: (대상이 한숨 쉼) 이봐, 친구, (대상이 목소리를 낮추고) 날 위해 이런 짓을 벌인거 다 알아, 근데 나 진짜 진짜 너한테 고맙다? 이건 단순히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해서도, 뭐 그런 것도 아니-

빌햐울름손 박사: 너… 속삭일 필요까진 없지 않냐. 이게 뭐 비밀 같은 것도 아닌데.

SCP-1699: 아, 그래, 듣고보니. 뭐, 그나저나… 그냥 고맙다는 말 좀 하고싶었어. 그러니까, 내 눈을 뜨게 해준 거. 말하자면 그래.

빌햐울름손 박사: 그게 무슨 말이야?

SCP-1699: 뭐, 그러니까… 그때 그 순간에, 그 폭발음들을 듣고 느끼면서, 마치 내가 죽음과 파멸을 창조해냈다고 생각하는 건, 뭐, 아주 멋진 일이었잖아, 그치? 마치 백만 크로나3를 탄 것처럼, 세상을 평정한 것처럼 말이지, 그치? 하지만, 잠시 뒤에, 문득 정말로 정말로, 어… 정말로 외롭다 느껴지더라. 외롭고 걱정이 되서, 내가 정말로 너희들을 다 죽인 건가 생각이 들고, 곧 감정이… 밀려오는 게, 어…

(SCP-1699이 목 메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약 54초 정도 말을 멈춘다.)

SCP-1699: 너희들이 그리웠다고, 친구! 난 외로웠고, 지인짜 외로웠고, 거기다가 겁나게- 겁나게 죄책감이 들었다구! 그치만, 가만히 생각해보자니, 너희들은 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들더라구. (빌햐울름손 박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뭔말인지 알겠어, 친구? 난 울부짖었다구, 너 때문에! 그런데, 그게, 내가 워낙에 큰 소리로 우는 걸 들었는지, 보안 경비원이나 뭐 순찰 같은 거 하는 그쪽 선생들 중 한 명이 와서는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묻는 거 있지!

빌햐울름손 박사: 뭐, 미안ㅎ-

SCP-1699: 사과는 넣어둬! 뭐, 어쨌든, 그 사람이 사실 아무도 죽은 사람 없다고 말해주는데, 야, 이제껏 살면서 가장 안심되는 순간이었던 거 있지! 내 말은, 그러니까, 그게- 왜있잖아, 말하자면, '넘칠듯한 기쁨' 같은 말. 그때 내가 울 수만 있었다면 말이지, 눈이 분수마냥 돌아갔을 거라니깐, 그치? 그리고 그때 깨달았지… 그러니까… 잠만 시간 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생각 중이거든.

빌햐울름손 박사: 원하는 만큼 시간 줄게.

(SCP-1699가 약 2분 간 침묵한다.)

SCP-1699: 그게, 그때 내가 깨달은게 있지, 어… 죽음과 파멸은 멀리서 봤을 땐 멋있어 보이지만, 그러니까, 울타리 반대편에서 일어난 폭발이 더 큰 법이라는 거야… 그치만 난, 나는 안 그렇잖아, 아닌가? 난 그럴 마음도 없다구. 그러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네가 걱정하는 누군가, 그리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누군가들도 죽어버린다면, 자연 재해는 더이상 멋지지 않다는 소리지. (대상이 웃음) 야, 좀 오글거렸냐? 그렇다해도, 살면서 해본 가장 진실된 말이었어. 내 말 맞지?

빌햐울름손 박사: 그렇고 말고, SCP-1699. 그러니까 스스로도 기분이 괜찮아졌다는 말이지, 이제?

SCP-1699: 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조금씩은, 그러니까, 더욱 재앙이 되고픈 맘이 들긴해 — 그치만 내 마음 대부분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어.

빌햐울름손 박사: 솔직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구만. 다음 주에 또 보자구, SCP-1699.

SCP-1699: 또 보자, 에이나르.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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